32

 

잎이 무성한 참나무가지에 다람쥐 한마리가 아까부터 눈알을 뙤록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마른 이끼덮인 나무밑둥에 잔등을 기댄 사람이 자고있었다. 여기가 내 집 아래목이노라고 네활개를 펴고 자는 사람은 허우대가 삼백년 묵은 나무줄기같이 실했다. 입고있는 옷은 군데군데 해진 허름한 옷이였다.

멋모르는 개미 한마리가 어쩌자고 자는 사람의 굵직한 목으로 기여올라 뺨에 이르렀다. 개미는 이게 무슨 반반한 너럭바위인가 하는듯 더듬뿔을 여기저기 펼쳐보고나서 길을 잘못 들었다고 여겼는지 다시 발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뿔싸! 불쌍한 개미!

병법을 몰랐구나. 병법에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다고 했거늘 바로 그 길을 개미가 갔구나.

해빛을 가리운 참나무가지의 다람쥐가 눈이 올롱해지면서 앞발을 들었다.

위험하다. 내뺄 준비!

자던 사람의 뺨이 푸들거렸다. 그러더니 어느새 떡메같은 손이 날아들어 철썩 뺨을 쳤다.

개미여, 불쌍한 개미여!

사람은 일어났다.

그는 다름아닌 고구려에서 부여로 간 주몽의 신하요, 벗인 오이였다. 오이는 개미가 간지럽힌 자리를 긁고나서 기지개를 폈다.

오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숲속은 조용하였다.

오이는 목을 몇번 돌리고나서 옆에 놓인 자루를 당겼다. 그는 자루에서 돼지고기포를 꺼내 입에 넣고 씹었다. 입을 놀리면서도 무슨 생각에 골똘하여 락엽깔린 땅의 한곳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있었다.

갑자기 삭정이 끊어지는 소리가 뒤에서 났다.

오이는 고개를 돌렸다.

웬 처녀가 이쪽으로 오고있었다.

오이는 다시 포를 씹었다.

처녀는 오이곁으로 다가와 오도카니 서있다가 물이 담긴 도기병과 송이버섯을 앞에 놓았다. 오이는 그것을 힐금 보고 아무말없이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송이버섯을 들어 냄새를 맡고 생채로 입에 넣어 깨물었다. 처녀는 오이를 보다가 소리없이 웃었다.

오이는 한숨짓고 처녀를 보며 말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소? 날 따라다니느라 고생하지 말고…》

처녀는 두손으로 감싸안은 무릎우에 턱을 놓고 잠자코 있었다.

오이의 얼굴에는 시름이 실렸다.

 

부여로 오던 길에 오이는 어느 한 마을에 들어섰다. 그런데 마을앞으로 난 길에 사람들이 모여 왁작 떠들고있었다. 먼발치에서 보아하니 싸움이 벌어진듯 하였다. 오이는 슬금슬금 말을 몰아 그곳으로 다가갔다. 첫눈에 띄우는것이 네댓명의 사내들에게 에워싸여 울부짖고있는 처녀였다. 그리고 다른쪽에서는 두 사내가 땅에 쓰러진 아이를 차고 밟는데 아이의 부모인듯 한 늙은 내외가 울면서 제발 때리지 말라고 애걸하고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웅성거리기만 할뿐 나서지 못하고있었다. 처녀를 에워싸고있는 사내들과 아이를 때리는 사내들은 한패인듯 한데 이 마을사람들 같지 않았다.

오이는 보다못해 소리쳤다.

《이게 무슨짓들이요?》

그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뭇시선이 오이에게 쏠렸다.

《살려주세요, 내 동생을 살려주세요.》

처녀가 소리쳤다.

아이를 때리던 사내들이 오이에게 다가왔다.

《이건 또 어떤 놈이야?》

《오호, 계집에게 사내가 있다더니 이제야 나타나셨소이까?》

《주먹이 근질거린다 했더니 제발로 굴러들었구나.》

《그녀석 쳐라!》

물불모르는 악돌이패였다. 어디서 뭘 해먹고 사는지 황소같은 몸통에 주먹들도 방아공이같았다. 처녀를 에워싸고있던 패들도 때를 만났다고 오이에게 달려들었다.

겁기없는게 한바탕 장하다.

오이는 쓰겁게 웃었다.

오이는 말에 앉은채로 멋없이 달려드는 놈들과 싸웠다. 몸과 손은 쓰지 않고 발로 이놈 툭 차고 저놈 꾹 짓밟았다. 오이의 앞발 뒤발에 채운 사내들은 바람불어넣은 돼지오줌통처럼 맞기 바쁘게 네댓길씩 날아 떨어졌다. 눈깜박할 사이에 일여덟이 땅에 뻗어 죽어가는 소리를 토해냈다. 범없는 골안에 시라소니들이 때를 잘못 만났다. 어떻게나 맞았는지 달려들 때 기세는 어디로 가고 일어나는 녀석 하나 없었다.

《어이구, 저걸 어찌노?》

《큰일났군.》

마을사람들이 혀를 차며 머리를 저었다. 그들은 행패를 부리던 무리를 쓸어눕힌걸 기뻐할 대신에 오히려 불안해하였다. 공연한 걱정이 아니였다.

오이가 너부러진 녀석들을 내려다보고있는데 동구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창과 칼을 꼬나든 스무나문 되는 패가 이쪽으로 달려오고있었다. 제 패거리가 맞는걸 본 모양이다.

《이건 또 뭐야? 오, 좋다. 어디 올테면 와봐라!》 하고 중얼거리며 오이는 히죽이 웃었다.

《장사어른, 어서 피하시오. 저것들은 보통내기들이 아니오이다. 나라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산적들이웨다.》

마을사람이 오이에게 소리쳤다.

오이는 듣는둥마는둥 고삐를 채 맞받아나갔다. 그러자 사납게 달려오던 무리들이 주춤주춤 섰다.

《이놈들!》

오이가 소리쳤다. 날벼락치는 소리였다.

그 서슬에 달려오던 말이 놀라 앞발을 곤두세우며 멈춰섰다. 말을 탄 녀석이 말을 달래느라고 안깐힘을 쓰다가 오이를 보며 소리질렀다.

《야, 이놈! 너는 어떤 놈이길래 우리에게 함부로 덤비느냐? 이 천둥벌거숭이같은 놈!》

오이는 코웃음쳤다. 갈데 없는 개무리다. 저보다 좀 세보이면 꼬리를 사타구니에 잡아넣고 짖어대는… 받는 소 씩 소리낼가 부냐? 내가 누구인지 내 입 빌릴것 없이 어디 맛보고 알아라!

오이는 칼을 빼들고 달려나갔다.

처음에는 주춤거리면서도 살기가 뻗치던것들이 이쯤되자 겁에 질렸다. 달려들 때만큼이나 빠르게 와-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오이는 말을 세웠다.

《이놈들, 다시 내 눈앞에 얼씬했단 봐라!》

빠르기는 또 족제비 찜쪄먹을것들이다. 눈깜빡할 사이에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장사어른!》

뒤에서 나는 소리에 오이가 돌아섰다. 아이를 살려달라고 빌던 늙은이였다.

《고맙소이다. 우리 아이들을 살려주어서…》

늙은이는 두무릎을 꿇었다.

오이는 말에서 뛰여내렸다.

《이러지 마시오이다.》

오이는 늙은이의 손을 잡아일으켰다.

《그런데 어찌된 일이오이까? 저놈들은 어떤 놈들이기에 마을사람들이 꼼짝 못하오이까?》

늙은이는 눈굽을 훔치며 말했다.

사납기 이를데 없는 도적들인데 마을사람들이 피해를 받다못해 관가에 고소를 하면 관가에서는 오히려 도적을 싸고돌며 마을사람들을 몰아대는 판이였다. 도적도 나쁘지만 도적맞히는 사람이 더 나쁘다는것이다. 도적맞히지 않게 각별히 뒤를 사리면 어디다 대고 도적질하겠느냐? 그러니 도적을 기르는건 오히려 도적맞히는 사람들이라는것이다. 개 웃을 일이였다. 관가가 그러는건 도적들이 무서워라기보다 그들이 도적들과 한패이기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렇게 제 병신자식 켠들어주듯 할수 있겠는가?

이런 놈들이니 가리는짓이 없는데 이제는 사람도적질까지 하는 판이다. 늙은이에게 딸, 아들 오누이가 있어 딸이 어느덧 다자라 처녀꼴이 잡히자 도적의 우두머리가 탐내기 시작하였다. 언제부터 족제비 닭조르듯 하는걸 피해왔는데 오늘은 힘내기로 달려들어 끌어가려 했다. 놈들은 누이를 붙들고 매달리는 아들에게까지 행패질하였다.

《이제는 사람 살기가 괴롭다못해 싫어졌소이다.》 하고 늙은이는 눈물을 흘렸다.

부여도 이쯤되였으면 될대로 된셈이다. 그건 그렇고 늙은이의 말을 듣고보니 일이 너절하게 되였다. 그 도적들을 파리쫓듯 하지 말고 아예 죽여없애야 하는건데… 그렇다고 여기에 퍼더버리고 앉아있을수만도 없는 오이였다.

《어디로 가시는분인지는 모르겠소만 우릴 살려주어서 고맙소이다.》

늙은이는 오이에게 몇번이고 허리를 굽혔다. 보아하니 오이가 남아 자기들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눈치도 없지 않은듯 하다.

《저는 갈길이 바쁜 사람이오이다.》 하고 오이는 딱해하였다. 말하고나서도 어쩐지 속이 찜찜해났다.

《그럼, 편히들 계시오이다.》

오이는 말을 몰았다.

《가만!》

늙은이가 소리쳤다.

《가만 좀 계시오이다.》

늙은이는 서둘러 딸의 손을 잡고 오이에게 다가왔다.

《장사어른! 가시더라도 내 딸을 데리고 가주시오이다.》

오이는 깜짝 놀랐다.

《그건 안되오이다.》

《너그럽게 살펴주시오이다. 내 딸이 여기 남으면 틀림없이 도적들에게 욕을 보고 죽게 될것이오이다. 그러니 살려주시오이다.》

오이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갈길이 바쁘고 험하오이다. 할 일도 많고 그리고 또…》

늙은이는 오이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살려주시오이다. 불쌍하게 여겨주시오이다. 내 딸을 어떻게 부리든 마음을 놓겠소이다. 보아하니 장사어른은 남다른분이시온데 우리 딸을 데려가시더라도 짐이 되지는 않을것이오이다. 내 딸이라고 해서가 아니라 이애는 못하는 일이 없소이다. 살려주신 은혜를 갚는 애오이다.》

《이러지 마시오이다. 따님을 시집보내면 되지 않소이까? 그리하시오이다.》

《우리 아이는 따로 혼처를 정한데도 없고 또 지금같은 세월에 우리 딸을 데려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라면 마음을 놓을수 없소이다. 하지만… 정 그러시오면 차라리 장사어른이 죽여주시오이다.》

오이는 조막손이 닭알떨어뜨린셈이 되였다. 사내라면 몰라라 처녀를 데리고 어쩐단 말인가? 더구나 이제 추연을 만나야 한다. 사랑하는 추연을 만나러 가면서 처녀를 데리고 간다는게 말되는 소린가! 그러지 않아도 오이는 녀자라면 왜 그런지 겁부터 앞선다. 녀자앞에서는 하나에서 열까지 맹탕 옹색해지는 오이였다. 녀자만 그런가? 오이는 인정에 너무 물렀다. 무슨 일이든 속에 날이 서야겠는데 누가 도와달라고 사정한다든지 안타까워 울면 저는 더 슬퍼지군 한다. 이런 오이를 보고 언제인가 협보가 핀잔을 주었다. 인정많은건 좋은데 그러다가는 큰일 말아먹을수 있다고.

안된다!

오이는 이발을 사려물었다. 그는 채찍을 휘둘렀다. 놀란 말이 껑충 뛰였다.

《안됐소이다. 나는 가봐야겠소이다.》

오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싸움이라면 하나도 무섭지 않는데 이런 일에는 맹물단지다. 오이는 늘 이런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건 타고난 팔자다.

마을이 보이지 않을쯤에 가서야 오이는 겨우 숨을 내쉬였다.

그날 해가 질무렵이였다.

오이는 누군가가 자기를 따르는감이 들어 뒤를 살폈다.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처녀였다. 오이가 놀란건 처녀 혼자가 아니라 그의 오랍동생도 같이 오는것이였다.

오이는 입술을 비죽이 내밀었다.

문득 오이의 눈귀가 움쭉 들렸다.

그렇지, 노루 제 방귀에 놀란게 아닌가? 저 오누이는 나를 따라오는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갈수도 있지 않는가?

오이는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그런줄 모르는 오누이는 줄곧 앞을 보며 오고있었다. 그들의 말이 오이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이렇게 가다가 놓치지 않을가?》

처녀의 소리였다.

《걱정마. 난 절대로 놓치지 않아.》

《어떻게? 말을 타고 가면 다 아니야?》

《그래도… 난 제꺽 찾아낼수 있어.》

《정말?》

《응!》

《어떻게?》

《대줄가?》

《응!》

《이건 비밀인데, 그 아저씨는 다른 사람과 달라. 어디서 보나 눈에 척 알린단 말이야. 난 그 아저씨와 오래전부터 알아.》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난 언제부터 그 아저씨와 만나군 했어.》

《네가 언제 만났다는거야? 난 처음 보았는데.》

《누나나 처음 보지 난 그렇지 않아. 아까 보았지? 그 아저씨가 날 살려주는거?》

《널 살려주었니? 날 살려주었어.》

《체, 그럴게 뭐야? 그 아저씬 날 살려주었어. 사내는 사내끼리 살려주는거야!》

《피이, 말같지 않는 소리. 사내들이 사내를 살려줄게 뭐냐? 사내끼리 죽일내기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우릴 잡아가려던 사람들은 뭐 사내가 아니고 간나이들이냐?》

《그것들이 어떻게 사내들이라고 그래? 그것들은 도적들이야. 사내가 아니고 도적이란 말이야! 누난 그것도 몰라?》

《하긴 그래.》

《그런데 누나? 누나는 그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

《얜, 무슨 말 하자는거야?》

《난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하는거야. 어때?》

《나두…》

《그럼 됐어. 내 어떻게 하든 그 아저씨를 찾아서 누나를 붙여주고야 돌아서겠어.》

《얜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쪼꼬만게…》

《어쨌든 아버지도 그렇게 말씀하셨어. 좋은 사람 만나기 쉽지 않으니 한번 만나면 찰떡같이 달라붙어야 한댔어. 그래야 산 진 거부기 돌 진 자라가 된댔어. 나 그 아저씨 만나면 싸우는법 배워달랠래. 이담에 커서 못된 놈들 날치지 못하게…》

오이의 마음은 돌을 매단듯이 무겁기만 하다. 녀석만이라도 데리고 가고싶지만 지금 같아서는 오이 홀몸도 거치장스러운 때였다. 더구나 이제 오이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렇다고 오누이를 떼버릴수도 없는 오이였다.

눈치빠른 아이가 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돌아섰다.

《아, 아저씨! 거기 있었군요?》

오이는 짐짓 성을 내는척 하였다.

《이녀석! 왜 남의 뒤를 따라와?》

아이는 오이의 속을 들여다본듯 헤벌쭉 웃기부터 한다.

《당장 돌아서지 못해?》

《아저씨!》

오이는 눈을 흘기고 걸음을 옮겼다.

오누이는 잠시 그 자리에 서있었다. 오이가 저쯤 가자 아이가 누나의 소매를 잡고 끌었다.

《누나, 따라가자!》

《오지 말라지 않니?》

《겉으로나 그러는거야. 속은 그렇지 않아. 어서 가자!》

녀석은 누나의 손을 잡고 오이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그리하여 오이에게는 생각지도 않던 길벗들이 생겼다.

오이에게는 은근히 이 길벗들이 짐이였다.

그런 그들에게서 뜻밖에 도움을 받을줄은 미처 몰랐다.

오이가 부여궁성이 바라보이는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궁성으로 들어가는 길에 군사들이 지키고있었다. 사람들이 례사로이 오가기에 별생각없이 지나가던 오이는 군사가 앞을 막는 바람에 굳어졌다.

《왜 그러오?》

《당신 어디 사람이요?》

《그건 왜 묻소?》

《대답이나 하오. 까닭있어 묻는거니까…》

오이는 외가집이 있는 곳을 댔다.

군사는 오이더러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른 군사에게 눈짓을 했다.

눈짓받은 군사는 어디론가 갔다.

뭔가 낌새가 다르다. 오가는 사람도 많은데 하필 오이만 붙들고있지 않는가.

《이보시오, 난 바쁜 사람이요. 어서 놔주시오.》 하고 오이는 밸부려보았다.

《우리도 바쁜 사람들이요.》

군사는 노래가락 뽑듯이 늘어지게 대답했다.

오이는 할수없이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속에서는 잦은 방아질이 일었다.

무슨 일인가? 어째서 나만 붙들고 이러는가?

갑자기 뒤에서 짜증섞인 소리가 들렸다.

《아유, 이러다간 성안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길에서 밤을 새겠네.》

뜻밖에도 처녀가 토달거렸다.

《넌 뭐야? 넌 가도 돼. 어서 가봐, 어서!》

군사가 처녀에게 소리쳤다.

처녀의 눈이 매워졌다.

《뭐예요? 남의 사람 붙잡아놓고 그걸 말이라고 해요?》

군사가 뻥뻥해하였다.

《뭐, 남의 사람? 그건 무슨 소리야?》

처녀는 다시 군사에게 눈을 할기고 오이에게 소리쳤다.

《그러게 내 뭐라고 했나이까? 우리 친척집에서 하루밤 자고 래일 아침에 성안에 들어가자고 했는데 부득부득 우기면서 떠나더니 이런 꼴 받지 않나이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아서시오이다.》

처녀는 오이가 뭐라 할새도 없이 오이의 팔을 잡아끌었다.

《어어, 그러지…》

오이는 처녀에게 끌려갔다.

뒤에서 군사가 그 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침내 킥- 웃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허, 그년 여간 아닌데? 처녀인줄 알았더니 각시라… 나릅 짜리 황소같은 친구가 꼼짝 못하는구만. 하긴 저만치 곱게 생긴 간나이라면야 사내가 꾸벅 죽을만도 하지. 허허…》

군사는 푸시시한 턱수염속을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오이는 다행히 바쁜 고비를 넘겼다. 눈치빠른 처녀의 동생이 뒤떨어져있다가 가져온 소식은 오이를 놀라게 하였다. 오이와 처녀가 사라진지 얼마쯤 있다가 어디론가 갔던 군사가 한사람을 데리고 나타났는데 그 사람은 바로 녀석을 때리던 그 도적의 한사람이였다는것이다. 하지만 오이가 없으니 입맛만 다시며 투덜거리더라는것이다.

군사들은 다름아닌 오이를 찾고있었다.

무슨 놈의 판인지 모를 일이다. 대낮에 도적질하는것들이 또 군사들과 어울려서 사람잡이를 하고있으니, 부여궁성이 이게 뭔가 잘못되여도 한참 잘못되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오이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였다. 딱지가 붙었으니 오이가 궁성에 들어가기 어렵다는건 불보듯 뻔해졌다. 그러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다?

《궁성에는 꼭 들어가야 하나이까?》

처녀가 오이에게 물었다.

《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내 동생이 가게 하면 안되나이까?》

오이는 놀라 처녀를 바라보았다.

오이는 자기가 이 오누이를 알게 된것을 기쁘게 여겼다. 처녀는 소라, 그의 오라비는 다마. 그들은 지내볼수록 사랑스러운 오누이였다. 똑똑하고 눈치빠르고 정이 많고 또 얼마나 담차고 오돌진가! 아, 오이는 참 사람복이 있는 사람이다.

오이는 숲속에서 녀석을 기다리고있었다.

《무슨 일이 있은게 아닐가?》

《걱정마시오이다. 다마는 어른들 못지 않나이다.》

소라의 말에 오이는 턱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그늘이 가셔지지 않았다.

다마는 느지막해서야 나타났다.

녀석이 가져온 소식은 오이를 슬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였다. 알고싶던 추연의 소식은 오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지만 어인 일인지 군사들과 함께 길을 지키던 도적들이 바람에 날려간듯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는 숨이 나가게 하였다. 숨이 나간것은 한때이고 추연의 소식은 오이의 가슴을 사정없이 허비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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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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