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수리개가 하늘높이 빙빙 돌았다.

길이 나있는 강기슭에는 적막이 깃들어있었다. 파아란 물이 절벽밑에 이르러 꿈에 잠기고 아스라한 절벽 여기저기에 띄염띄염 산꽃이 피여있었다. 한가한 메비둘기가 벼랑을 휘- 날아보고는 구구 소리를 냈다.

버들은 수레가 산굽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굳어진듯 서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아직도 어설픈 웃음이 어려있었다.

그는 눈길을 거두고 말고삐를 당겼다.

참 별난 사람 다 보았다.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 그런것 같지는 않는데… 그 고추대가인지 뭔지 하는 사람은 참 괴벽한 사람이다. 수레도 그래, 호위도 그래, 여느 사람 같지 않게 보여서 마리가 있는 곳을 물어보았을뿐인데 괜히 뻣뻣해가지고 우둘렁거린다. 소리까지 지르면서, 속은 너른것 같은데…

사람이란 겉만 보아서는 알수 없다.

메비둘기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버들은 흠칫 놀라며 숨을 훅- 들이켰다.

별안간 우뢰소리가 그의 귀가에 울렸다.

《마리는 죽었소!》

버들은 나른하게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마리는 죽었소!》

《아니야, 거짓말이야. 거짓말…》 하고 그는 두손으로 귀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핑 눈물이 돌았다. 안 들은것보다 못한 소리다. 엉뚱한 소리는 버들의 가슴에 꽂힌 눈먼 화살이였다. 눈 먼 화살이라도 그것은 숨이 막혔다.

버들은 오래동안 어쩔줄 모르고있었다. 그러느라니 온몸의 기운이 땅에 잦아버리는듯싶었다.

버들은 바르르 떨며 모두숨을 들이켰다.

이래서는 안돼. 낯모를 나그네의 말 한마디 듣고 새파래지다니… 버들, 너 혹시? … 무슨 끔찍한 소리? 큰일나겠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소릴 덥석 믿어버리는거야? 에이, 난 아무래도 마음이 약해. 그러면서도 마리를 사랑한다고?

버들은 꽈리입술을 옹다물고 억세게 도리저었다.

사랑은 꽃과 같다. 아름답지만 여리기도 하다. 그런 사랑이 열매를 맺자면 찬서리와 비바람을 이겨내야만 하였다. 이 세상의 모든것이 그러하지만 사랑도 바라지 않는 매운 고초를 이겨내지 못하면 속절없이 스러지고만다. 아쉬움만 남기고 사라지는것은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가여움만 남길뿐이다. 그런 사랑에 울고불고 해야 무슨 필요가 있는가?

버들은 말에서 내려 강가로 다가갔다.

맑은 강물에서는 잔고기가 놀고있었다.

버들은 한동안 시름없이 헤염치는 물고기들을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다.

버들은 머리수건을 풀고 두손으로 물을 떠 얼굴을 씻었다. 그러니 조금 정신이 들었다. 턱에 맺힌 물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버들은 생각에 잠겼다.

마리가 어쨌다고 하던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가? 참 괴벽한 사람이다. 보기엔 그렇지 않는데… 그 사람, 마리를 알기나 할가? 마리와 어떤 사이길래 그런 말을 함부로 할가? 혹시 마리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닐가? 마리를 미워한다고? 왜? 아니야, 그럴수 없어.

하지만 또 모른다.

버들은 한숨을 내쉬였다. 그럴수도 있다. 마리를 죽이려고 하던 사람도 있지 않았는가. 아, 끔찍한 일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무슨짓인들 못하겠는가. 남의 가슴에 칼을 박는짓도 서슴지 않을것이다. 어쩌면 세상에는 그렇게 잔인한 사람도 있는걸가. 도무지 모르겠다.

천에, 만에 하나 마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수 있으리니, 만일 아까 마리가 어떻게 됐다고 함부로 내뱉던 사람도 그런 사람이라면 별로 새겨들을것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다 속이 아궁속처럼 컴컴한 사람들이니까 무슨 소리인들 못하랴?

그러나 그 사람이 마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알수 없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버들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떠나오지나 말걸…

버들은 수리산에서 고구려로 오면서 이때껏 기쁨에 취해있었다. 마리를 만난다는 생각은 버들의 가슴에 봄바람을 일으켜놓았다. 줄곧 눈앞에서는 마리가 떠나지 않았다. 속눈섭 긴 사나이의 얼굴, 불타는 눈빛, 선량한 웃음, 단순하고 곧은 말투들이 처녀의 가슴을 한껏 부풀게 하였다. 미칠듯 한 그리움. 수리산에 있을 때 고구려에 영 와보지 않은건 아니였다. 소금이라든지 쓸것을 바꾸어가느라고 이따금 오군 하였다. 그때는 어쩐지 먼길이였다. 그러나 마리를 만나러 오는 길은 멀어보이지 않았다. 바람을 탄듯, 구름에 오른듯 처녀의 숫진 마음은 다만 사랑하는 그 사나이를 만나보는것만으로, 한번 먼발치에서 보기만 하는것으로도 살것 같았다. 꿈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죽을 때까지 사랑할테야! 죽을 때까지? 아니야. 죽어서도 사랑할테야. 그렇지 않다면 그게 무슨 사랑인가. 버들은 진한 꽃냄새에 취해있었다. 그렇게 고구려로 왔다. 힘든줄도 몰랐다. 걸음걸음이 그대로 즐거움이였다. 저절로 꿀같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리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가. 그는 깜짝 놀랄거야. 내가 찾아올줄 몰랐겠지? 참 우습겠지?

그런데…

버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마리가 뭐 어쨌다구? 그건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다.

버들은 마리를 찾아 고구려로 오면서 그를 어떻게 찾을가 하는 걱정은 하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그러니 세상은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다 알것이다. 고구려에서 마리라는 사람의 이름만 대면 누구나 기꺼이 나서서 찾아줄것이다.

그러나…

아니였다.

버들은 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왜 그를 만나려고 하는가? 어떻게 아는가? 당신은 누구인가? 하고 따지고 들수도 있다는걸 버들은 애당초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고구려에 와서 막상 부닥쳐보니 어째선지 마리를 찾아달라는 소리가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건 또 웬 일일가?

마리와 버들, 그들에게는 자기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 사랑의 세계에 남들이 끼여드는것이 싫다는걸 버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버들은 고구려에 들어서면서 언제인가 마리를 처음 만났던 그 강가를 찾아갔다. 소금을 얻으려고 배주인에게 사정하던 일이며 올챙이군사에게 까박듣던 일, 그 올챙이군사와 바라지도 않던 싸움을 하던 일이며…

버들은 사내옷차림을 한 자기를 따라오던 마리의 모습이 비낀 강물우를 오래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때의 버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호협스러운 젊은 고구려의 대주부라는 사나이를 사랑하게 될줄 어찌 알았으랴.

버들은 강가에 오래도록 굳어진듯 서있었다.

버들은 가늘게 한숨을 긋고나서 물을 떠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는 다시 물끄러미 물우를 들여다보았다.

문득 버들은 누구인가가 자기를 지켜보고있다는것을 느꼈다.

벌써 아까부터였다.

버들은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마음이 팽팽해졌다.

누구인가? 버들은 조심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녀인이 눈에 띄였다. 첫눈에 여느 사람과 달랐다. 그저 막일이나 해먹는 사람은 아닌것 같았다. 이랬든 저랬든 버들은 언짢았다. 버들은 그 누구의 눈에 나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에 와서는…

버들은 날카롭게 그 녀인을 살폈다.

그 녀인도 버들을 보고있었다. 검질긴 눈초리였다. 버들은 그 눈길에서 색다른것을 느꼈다. 버들을 의심하는 눈길이 아니라 사나이를 보는 녀인의 눈길이였다. 그러고보니 버들과 엇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의심하는 눈이 아니여서 마음이 놓였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였다. 녀인의 눈길은 의심하는 눈초리보다 버들을 더 언짢게 하였다. 마리를 처음 만나던 그때의 옷차림으로 하는 마음에서 사내옷을 입었을뿐인데 그것이 딴 사람들의 눈길을 끌줄이야… 버들은 그것이 싫었다. 버들은 자기의 깨끗한 모습을 오직 마리에게만 보여야 한다고 여기였다.

다른 그 누구도 지어 소나나 아바마마에게 보이는것도 은근히 싫었다.

버들은 누에나비눈섭에 그늘을 지었다. 아무리 자기를 좋게 보는 눈길이라고 하더라도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이 자리를 빨리 떠나야 한다.

버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인의 웃는 눈길이 그냥 버들을 지켜보고있었다.

버들은 입술을 옥물며 말있는데로 갔다.

그 녀인은 버들을 지켜보며 실실대다가 나중에는 허리 끊어져라 웃어댔다.

《호호…》 하는 녀인의 맑은 웃음소리가 강물우로 퍼져나 갔다.

어딘가 비웃음이 담긴 녀인의 웃음소리에 버들은 당황해났다.

버들은 얼른 말우에 올랐다.

그 녀인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이봐요, 풋고추! 뭘 그리 불에 덴듯이 놀라며 그래요? 우리 서로 알고지내요. 난 치미라고 해요. 거긴 어디서 온 풋고추지요? 이름은 어떻게 불러요?》

버들은 혀를 깨물었다. 입방정 떠는 녀인과 어울릴념은 꼬물만큼도 없었다. 이름까지 대며 사귀자는 녀인에게 무례인줄을 알지만 버들은 서둘러 박차를 찼다.

치미의 놀란 목소리가 황급히 쫓아왔다.

《저런, 달아나려는군요? 풋내기!》

버들은 못 들은척 하며 말고삐를 챘다.

뒤에서는 치미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따라왔다.

《풋내기! 내 말 들어요. 아무리 달아나도 내 손에서 빠지지 못할걸. 다시 만나게 될거예요. 호호…》

버들은 쫓기듯 말을 몰았다.

 

소나의 일행은 넷이였다. 소나와 시녀 둘 그리고 길잡이 늙은이. 그들은 한가족으로 꾸미였다. 길잡이 늙은이가 아버지이고 소나와 시녀들은 그 자식이였다. 누가 보아도 그럴듯한 가족이였다. 소나를 내놓고 두 시녀는 사내옷을 입었다. 그래서 누이와 두 오랍동생이 아버지와 함께 길떠난것이다.

그들은 수리산을 거쳐 고구려의 북부 절노부를 지나왔다. 조심하느라고 큰길은 버리고 될수록이면 오솔길을 걸었다. 그들은 어느덧 절노부, 연노부, 계루부의 지경이 잇닿은 곳에 이르렀다.

연노부에서 계루부로 가는 큰길이 나있는데 절노부에서 오는 오솔길은 바로 그 큰길에 접어들게 돼있었다.

소나는 거기서 잠시 쉬여가기로 하였다. 마침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여기서 조금 쉬고 계루부로 들어갈 심산이였다.

《이제부터는 계루부오이다.》 하고 수염이 더부룩한 길잡이가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나의 눈이 짜긋하였다.

《아버님, 조심해야겠나이다. 딸에게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를 보지 못했소이다.》

길잡이는 수염속에서 웃었다.

《허, 거 못해먹을노릇이오이다.》

《또… 아버님은 잊어버리기 잘하셔.》

모두 가볍게 웃었다.

소나는 먼저 말에서 내렸다. 너무 오래 말을 타서 그런지 발이 다 가드라들었다. 시녀들과 길잡이도 말에서 내렸다.

소나는 계루부쪽을 바라보았다.

버들은 바로 저기 어디엔가 있을것이다. 하지만 버들을 만나는것이 솔밭에 떨어진 바늘찾기다. 열에 아홉은 찾지 못할것이다. 그렇다고 돌아서게 되지 않았다. 버들을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매한가지다. 끝까지 애쓰고싶었다. 다만 버들때문만이 아니다. 절노부를 거쳐오면서 시녀가 이제 고구려에서 진혼제를 크게 지낸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고 왔다. 그 진혼제인즉 비류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것이라고 한다. 소나는 대뜸 그 진혼제를 보고싶었다. 그게 다름아닌 고구려의 사신들을 죽인, 비류의 공주인 소나에게 어떤 위험인지 모르지 않았지만 소나는 기어코 그 진혼제를 보고싶었다. 왜 그러는지 소나는 자기 마음을 잘 안다. 그러나 벙어리 뚝딱했다. 자기의 손발처럼 믿는 시녀들에게도 숨겼다. 궁중에서 공주로 대접받는것보다 이렇게 남의 눈을 피하면서 길걷는것이 힘든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 마음은 풀어졌다.

비류의 이 공주는 나서자란 궁궐을 싫어하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소나는 생각에 잠겨 한숨을 내쉬였다.

시녀가 살그머니 소나곁으로 다가와 소곤거렸다.

《저기, 뒤쪽에 사람이 나타났나이다.》

말을 탄 두사람이 언덕길을 올라오고있었다.

《몸 가려!》 하며 소나는 길섶에서 물러섰다. 소나는 말갈기를 쓸어주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엿보았다. 퍽 먼길을 오는 사람들 같았다. 지친 기색이 먼발치에서도 알렸다. 말들도 먼지를 뿌옇게 쓰고있었다.

그들은 소나일행이 쉬는 곳에 이르렀다.

늙은이와 젊은이였다.

소나는 그들이 지나치기를 바랬다.

마침 늙은이는 소나네를 아랑곳않고 지나쳐갈 심산인듯 하다. 벌써 알아보았겠는데도 소 닭보기다. 늙은이는 웬 일인지 소나네를 피하는 눈치였다. 어딘가 거만스럽다면 거만스러워보이는 사람이였다.

그러나 젊은이는 달랐다. 타고나길 그랬는지 두눈섭사이에 깊은 골이 패여 매운 얼굴로 보이는데다가 소나의 일행 한사람한사람을 무슨 서캐잡듯 훑어보는품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도 좀 쉬여가지 않겠소이까?》 하고 조금 뒤쳐오던 젊은 사람이 늙은이에게 물었다.

《쉬기는… 그냥 가지.》

《그래도 힘드시겠는데 쉬여가시오이다.》

《그럼…》

늙은이는 분명 무엇인가 꺼리는 눈치였지만 할수없이 말고삐를 당겼다. 그리고는 저쯤 앞서가서 말에서 내렸다. 그는 내려서도 소나네쪽은 보지도 않았다. 혼자서 계루부쪽을 바라보고있었다. 그사이 턱이 뾰족한 젊은이는 여전히 소나일행을 보며 물었다.

《어디 사시는분들이시오?》

《우린 절노부에서 사는 사람들이오이다.》

길잡이 늙은이가 느슨하게 대답했다.

《뭘 하는 사람들이요?》

《사냥군이오이다.》

《사냥군이라… 이 사람들도 다 사냥군이요?》 하며 젊은이는 소나와 시녀들을 가리켰다.

《그런게 아니라 다 내 자식들이오이다. 저애들은 내 아들들이고 여긴…》

《그런데 하나도 아버지를 닮지 않았소구려. 어머니를 닮았는가? 거 이상한데…》

《허, 사람들이 그렇게 말들 하오이다.》

《그렇게들 말한다?! 사람들이 잘못 보는가? 그건 그렇고 어디로 가시오?》

《예, 우리는 저…》

길잡이가 미처 어디라고 말하기 전에 챙챙한 녀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연노부로 가나이다.》

소나였다.

그 말에 길잡이도 젊은이도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앞서 떨어져 될수록이면 이야기에 끼여들려 하지 않던 늙은이도 피뜩 소나를 보았다.

《연노부?》 하고 젊은이는 저도 모르게 소나의 말을 되뇌이며 소나를 보았다.

《그렇소이다. 뭐가 잘못되였나이까?》

두사람의 눈길이 칼날처럼 부딪쳤다.

금시 번개가 일어날듯 하였다.

《아니, 뭐 그런건 아니지만…》

《하다면 어째서 길가는 사람을, 그것도 늙은이를 자식들앞에 세워놓고 죄인따지듯 하나이까? 도대체 거긴 누구오이까?》

너무 사리정연한 말이여서 젊은이는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아, 이거 안됐소. 난 협보라는 사람이요. 고구려… 사람이고…》

《그렇나이까? 저는 소나라고 하나이다.》

《소나?》

협보는 얼떠름해졌다.

어디선가 들은 이름이다. 그러나 당장 생각이 트이지 않았다.

《허, 거 야무진걸…》 하고 협보는 혀를 찼다. 하지만 속으로는 꺾인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협보가 할 말을 잊고 허둥거리는 사이에 소나는 말고삐를 잡고 길잡이와 시녀들에게 소리쳤다.

《아버님, 얘들아! 어서 가자. 이러다간 길우에서 해넘기겠다.》

그들은 말을 타고 협보가 온 길로 갔다.

협보는 뚫어지게 그들을 바라보고있었다.

《협보, 한코 단단히 떼웠구만. 거 뭐라드라… 닭쫓던 개 울담 쳐다본다던지, 허허…》 하고 빈정거리는 소리에 협보는 돌아섰다.

협보와 함께 오던 늙은이는 소밀이였다.

협보는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을 쳤다.

《왜? 괘씸한 생각이 드나, 협보?》

《괘씸하기야 뭘…》

《내가 듣기에도 자네의 말투가 곱지 않았네. 그게 뭔가? 나는 고구려의 한다하는 나리님이노라. 그러니 이놈들, 곱게 개올리지 못할가, 그거지 뭔가? 글쎄 순박한 사람들은 어쩔지 모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그렇게 말하다가는 코떼우기 쉬울거네. 나라도 가만있지 않겠네. 자넨 이따금 그런 일이 있어. 그런 때 보면 십년 들었던 정도 한순간에 뚝 떨어지거던. 고치게!》 하고 소밀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협보는 뒤더수기를 긁으며 두덜거렸다.

《나도 알고있소이다. 그것때문에 임금님께 되게 꾸지람도 들었소이다. 뭐 나쁜 마음먹고 그런건 아닌데…》

《그러니 듣는 사람들이 잘못 듣는다는건가?》

《아니오이다. 제가 말하는건 워낙 배속에서 태여날 때 그렇게 난걸…》

《자네 이젠 어머니까지 걸고드는건가?》

《아, 아니오이다.》

《협보, 난 자네를 좋아해. 자네도 날 좋아하고, 그렇지? 그렇다면 고치게. 자네 혼자만을 위해서라면 말도 안하겠네. 하지만 자네는 주몽임금님의 신하이자 벗이라는걸 명심하라구. 많은 사람들이 자네를 보면서 임금님을 보네. 알겠나?》

《알겠소이다. 젠장, 오늘 되게 가르침 받는걸? 고치겠소

이다.》

《그래야지. 그럼 가자구!》

소밀이 빙그레 웃으며 박차를 찼다. 한참 가던 소밀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사냥군가족이 간쪽을 보고있는 협보를 돌아보았다. 소밀은 다시 돌아섰다.

《협보, 뭘 하고있나?》

소밀의 독촉에 협보는 할수없이 돌아섰다.

《왜 처녀에게 엉겁결에 침맞은게 내려가지 않나?》 하고 소밀이 물었다.

《아니오이다.》

《그럼, 가만… 자네 혹시 그 처녀에게 끌리는게 아닌가? 하긴 그 처녀가 곱게는 생겼어, 보기 드물게 말이야. 아마 고구려에 그만한 처녀도 쉽지 않을걸?》

협보는 어처구니없다는듯 픽- 웃었다.

《소밀어른도 참, 녀자라면 이 협보가 십리 달아난다는걸 잘 아시면서 무슨 처녀타령이시오이까?》

《허- 그래도 모르지. 누군 뭐 나 이제부터 사랑하노라 하면서 하는줄 아나? 여보게 협보, 내 말 듣게. 녀자에게 끌리는 사내마음이란 저도 모르게 생기는거야. 알겠나?》

《그만하시오이다. 끌리우긴 뭐가 끌리운다고 그러시오이까? 저렇게 쌀쌀한 녀자에게 끌리울 바보가 어디 있겠다고…》

《가만, 가만. 이거 정말 무슨 일이 나려나부다, 응? 뭐, 쌀쌀해서 싫다? 에이, 풋내기들이라는건 저렇게 뭘 좀 아는것 같으면서도 모르거던. 여보게 협보, 똑똑히 알아두게! 뭔가 하니 겉이 차보이는 녀자일수록 속이 더 뜨거운 법일세.》

《아, 됐소이다. 그런 말씀은 그만하시오이다.》

《그만두다니?》

《차, 이런. 거 알고보니 소밀어른도 어지간히 다사스러운편이오이다.》

《뭐, 내가 다사스러워? 야, 이거 귀바퀴 돋아서 처음 듣는 소리다!》

협보는 얼굴을 찡그려보였다.

《제 말을 좀 들어보시오이다.》

《그래, 뭔가?》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이 어딘가 별나지 않소이까?》

《그건 또 무슨 생뚱같은 소린가?》

《됐소이다. 그만두소이다.》

협보가 새파래졌다. 소밀이 우스개 피우는 바람에 골이 난것이다.

소밀은 허허 웃었다.

《어서 말하게, 협보!》

협보는 한참 성을 삭이고나서 푸- 숨을 내쉬였다.

《그래 뭐가 수상하다는건가?》

《아까 오면서 보니 그들은 쉬면서 계루부쪽을 보고있었소이다. 그런데 가는 길을 물으니 그 반대쪽인 연노부라고 하지 않소이까? 제가 보건대 그 쌀쌀한 간나이가 끼여들지 않았다면 사냥군은 계루부로 간다고 하였을것이였소이다. 그것도 그렇고 사냥군이라는 사람은 그런대로 사냥군냄새가 나지만 그 딸이나 아들들은 어딘가 귀한 집에서 자란 냄새가 나오이다.》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되네, 협보.》

《다른 사람이라면 그래야 하오이다. 하지만 이 협보는 그럴수 없소이다. 공연한 의심을 해서 욕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말이오이다. 게다가 이제 진혼제를 해야 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찌 알겠소이까?》

《음, 하긴 그래. 협보의 눈이 잠들어서야 안되지.》

소밀은 협보의 어깨를 두드리고 다시 길을 잡았다.

두사람은 연노부에서 먼길을 오면서 별로 말이 없었다. 협보는 내내 뿌루퉁해있었다. 뭔가 속이 타는 모양이였다. 소밀은 뭐냐고 묻지 않았다. 어느때건 협보스스로가 말했으면 하였다. 협보는 남들이 보는것처럼 그렇게 새우같은 젊은이는 아니였다. 더구나 소밀하고는 허물이 없었다. 사냥군가족과 헤여진 뒤에야 협보는 제 속을 터놓았다. 협보는 임금이 진혼제를 위해 소밀을 불러오라는 어명을 마깝지 않게 여겼다. 소밀은 남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될수록이면 선비사람들속에 깊숙이 묻혀있어야 한다. 그건 누구보다 임금이 더 잘 안다. 임금의 바깥귀와 눈이 다름아닌 소밀 같은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진혼제와 같은 나라제에 제관으로 소밀을 불러오라고 하는가? 이래서야 안이건 바깥이건 귀와 눈의 구실을 어떻게 바로하겠는가 하는것이다.

딴은 소밀을 위해서 하는 소리였지만 소밀은 달리 들었다.

주몽은 제사의 기본주인은 제관이라고 하였다. 제를 잘 지내는가 못 지내는가는 제관에게 달려있다. 제물을 마련하고 제지내는것은 누구나 성의로 할수 있지만 제관의 일은 누구나 할수 없다. 상제는 여럿이 될수 있어도 제관은 한사람인것이다. 그러니 소밀을 불러오라는것이였다.

소밀은 협보의 말을 들으며 곧 주몽의 깊은 뜻을 헤아렸다. 주몽은 진혼제를 단순한 제사로 하려는것이 아니였다. 박달임금님때부터 시작된 조상들의 넋을 기리고 아울러 이번 고구려사신들의 넋을 기리는 제사로 되게 하려는것이다. 그래서 주몽은 소밀을 부른것이다. 소밀이 어떤 일을 하고있는가는 누구보다 주몽이 더 잘 알고있다. 소밀에게 그 일을 맡긴 사람이 다름아닌 주몽이였다. 그러면서도 주몽은 소밀을 부른것이다.

소밀은 그런 주몽이 고마웠다.

《그래 진혼제날은 잡았나?》

소밀이 물었다.

《날은 소밀어른이 잡아야 한다고 하였소이다.》

소밀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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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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