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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껏 별일없이 보이던 마리가 고구려에 닿자마자 그대로 덜컥 쓰러져버렸다.

거무는 미간을 찌프린채 누워있는 마리를 지켜보고있었다. 거무는 한숨을 쉬였다.

이건 그저 먼길에 지쳐서도 아니고 몸의 병때문도 아니다. 마음의 탕개가 풀렸기때문일것이다.

돌이켜보면 새삼스러웠다.

이때껏 마리는 내내 살얼음판을 건너왔다. 그러면서도 언제 한번 그런 티를 내지 않았었다. 누구나 그런건 아니다. 그러니 오죽 힘들었겠는가. 마리는 참 장한 사나이다. 그에게 정이 갔다.

모든게 잘되겠지. 마리는 인차 일어날것이다. 이제는 제 집에 왔으니까…

집이란 얼마나 좋은가. 먼길 떠났던 나그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큰것인가. 더구나 고생고생하던 끝에 집에 들어선 그 기쁨이란…

문득 거무의 풀어지던 얼굴에 한줄기 그늘이 비꼈다.

그러니 이제는 거무의 차례다.

고구려에 와서 어쩐지 모든것이 거북스러웠다. 깔고앉아있는 구름나무노전마저도 불편하다. 마치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것 같았다.

고구려가 단지 낯선 곳이여서 그런가? 모르겠다. 나는 그저 마리를 주몽에게 넘겨주고 수리산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거무님, 저때문에 안됐소이다.》

언제 눈을 떴는지 마리가 말했다.

《좀 나은가?》

《예.》

《마음을 다잡게!》

거무는 마리의 손을 잡았다.

마리는 눈길을 천정에 주었다.

갑자기 주위가 술렁거렸다.

《임금께서 오셨소이다.》

거무도 마리도 일어섰다.

밖에서는 퍼붓듯 비가 쏟아지고있었다.

《이런 날씨에? …》

거무는 밖을 내다보았다.

말에서 뛰여내린 주몽이 우비를 씌워주는 사람을 밀치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눈길이 거무를 스치고 마리에게 닿았다.

마리가 무릎을 짚고 일어섰다.

주몽은 문턱에서 굳어져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도 주몽을 보았다.

소리없는 눈길이 오고갔다.

바깥에서는 비소리가 그치지 않고 울렸다.

주몽과 마리는 오래동안 굳어진채 보기만 했다.

이윽해서야 주몽은 마리에게 다가갔다.

주몽이 덮치듯이 마리를 껴안았다.

주몽의 품에 얼굴을 묻은 마리의 눈에서 뜨거운 이슬이 쏟아졌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밖에서 좔좔 내리는 비소리만이 하늘땅을 메우고있었다.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주몽은 마리의 얼굴을 살피며 손으로 쓸어만졌다.

《어명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고.》

마리가 신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프렸다.

《어찌된 일이냐, 마리?》

주몽이 마리를 흔들었다.

《몹시 상했소이다.》 하고 거무가 조용히 여쭈었다.

《뭐라구요?》

주몽은 서둘러 마리를 눕히고 옷을 벗겼다. 어깨와 옆구리상처가 터져 피가 흘렀다. 거기에 손을 뻗치던 주몽의 눈섭이 찡긋했다. 잠시 상처를 들여다보던 주몽은 조심히 상처부위를 어루만졌다.

《빨리 의원을 불러오라!》

마리가 머리를 저었다.

《저는 괜찮소이다.》

《무슨 소리…》

《이분이 거무라는분이온데 저를 살려주었소이다.》

마리가 거무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주몽은 거무에게 얼굴을 돌렸다.

《고맙소이다.》

《지나친 말씀이오이다.》

《그러지 않아도 만나뵙고싶었소이다.》

《저는 그저 산속에 묻혀살던 늙은이오이다.》

《이전에 저의 스승 례나루께서 거무님에 대한 말씀을 자주 하시였소이다. 그래서 꼭 만나뵙고싶었소이다.》

《그러하오면 오히려 제가 고맙소이다.》

《그런데 마리가 어찌된 일이오이까?》

《그건 저도 잘 모르는 일이오이다. 다만…》

거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있다가 말을 이었다.

《다만 제가 아는것이란 비류의 장군인 부위염이 고구려사신을 습격하였다는것이오이다. 아마 무슨 오해가 있은듯 하오이다.》

거무는 고구려사신들이 비류궁성을 쳐 송양임금을 죽이려고 했다는데 대해서는 묻어버렸다.

《비류의 장군이 우리 사신을? 그렇다?! …》

주몽의 얼굴에 쓴웃음이 돌았다.

주몽은 저도 모르게 주먹으로 방바닥을 내리쳤다.

쿵- 하는 소리가 집기둥과 벽을 울렸다.

무예로 단련된 거무도 그 기운에 놀랐다.

마리도 눈을 떴다.

마리는 분노로 이그러진 주몽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상심마시오이다. 임금께서 이러시면 저도…》

주몽은 말없이 마리를 내려다보았다.

마리, 내 걱정은 말고 어디 자세히 말해보게. 일이 어떻게 됐는지 바로 알아야 뭘 해도 할게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있는 사람은 자네뿐이네.

마리는 무겁게 숨을 고루고 입을 열었다.

《시노님과 우리 사신일행이 고구려와 비류지경까지는 별일없이 넘었소이다. 비류땅에서부터는 시노님이 길안내를 하였는데 롱담이랑 하면서 어느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였소이다. 시노님이 그 골짜기를 <뱀의 골짜기>라고 해서 그런지 어쩐지 으스스한게 마음에 들지 않았소이다. 우리들이 그 골짜기에 들어섰는데 난데없이 화살이 날아오고…》

마리는 억이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앙다문 입귀가 떨리고 찌프린 눈에 물기가 배였다.

주몽의 손이 마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리는 주몽의 손을 잡았다.

《골짜기에 물이 아니라… 우리들의 피가 흘렀소이다. 우리 고구려사신모두가… 시노님도 그통에 잘못되였소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났는지 모르오이다. 뒤날 들으니 텁석부리 곰나가 나를 구원하여 빼내고 자기는…》

마리는 까무러쳤다.

《마리, 마리…》

주몽이 마리를 흔들었다.

거무가 재빨리 마리에게 다가가 맥을 짚어보았다.

《안정시켜야 하오이다.》 하고 나직이 말한 거무는 마리의 인중혈을 문질렀다.

거무의 뒤에서 누군가가 이를 갈며 소리질렀다.

《승냥이같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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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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