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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와 비류의 일 그리고 진혼제를 치르는 일을 놓고 제가평의회가 열렸다. 부분노가 고구려사신사건이후의 일들을 말하였다. 대체적인건 알고있던것들이였다. 그러나 모두 비류의 자객사건으로 새삼스럽게 격분하여 술렁거렸다.

도대체 이건 뭔가?

비류는 어째서 그런짓을 저질렀는가?

누구도 몰랐다.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나 뻔한건 이제 더 고구려가 죽었수다 하고 참고있을수 없다는것이였다.

《의견들을 말씀해보시오.》

주몽이 심중한 낯빛으로 말하였다.

한동안 대가들은 눈을 내리깔고있었다.

제가평의회는 침울해졌다. 누군가가 나직이 한숨을 쉬였다.

《어쨌든 가만있을수는 없지요.》

순노부대가가 어정쩡하게 침묵을 깨뜨렸다.

《그럼 어쩐다는거요?》

절노부대가가 물었다.

《글쎄…》

절노부대가는 입술에 비웃음을 띠였다.

《난 임금께서 사신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를 지내자는데 찬성했소.》

《진혼제?》

《그렇소.》

《그게 좋은 생각이요.》 하며 순노부대가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런데 임금께서는 달가워하시지 않는듯 하오.》

《그건 무슨 말씀이시오?》

절노부대가는 주몽쪽을 힐끔 보고 눈을 내리깔았다.

대가들의 눈길이 주몽에게 쏠렸다.

《난 진혼제를 하지 말자는게 아니요. 다만 진혼제를 한다고 하면서 그 희생물로 애매한 비류사람들을 잡아다 제물로 삼는걸 반대할뿐이요.》

주몽이 말했다.

《저도 임금님의 뜻이 옳다고 보오이다.》

부분노가 일어나 말했다.

《부분노는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나서는거요?》

절노부대가가 못마땅한 눈길로 부분노를 쏘아보았다. 대가들의 모임에 분수없이 나선다는것이다.

부분노의 뺨이 푸들 뛰였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대로 앉았다.

그러는 부분노를 지켜보던 절노부대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금께서 정 그러하시다면 할수 없소이다. 불쌍하게 죽은 넋을 넉두리로나 제지내는수밖에… 사신들의 일을 돌이켜보면 자다가도 피가 꺼꾸로 솟구치오이다. 참을수 없는건 저 원쑤 비류이지만 그건 언제든지 반드시 복수하기로 하고… 나는 이번 사신사건과 비류의 자객사건을 놓고 마땅히 우리는 우리로서 교훈을 찾을것이 있다고 보오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지 않았는가 돌이켜보아야 하오이다. 요컨대 나는 이번 사신책임을 졌던 마리대주부를 처벌해야 한다고 보오.》

절노부대가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주몽은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아닌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진혼제 치르는걸 합의하는 마당에 마리의 처벌을 꺼내는건 뭔가? 주몽은 대가들이 진혼제 치르는걸 반대하지 않으리라고 여겼기때문에 제가평의회에서 별다른 일이 없으리라고 보았다.

그런데 뭐 마리를 처벌해야 한다?

《그건 무슨 말이요?》

주몽이 절노부대가에게 물었다.

《듣자 하니 비류가 우리 사신을 습격한건 우리 사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때문이라던데…》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그래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이요?》

주몽보다 먼저 관노부대가가 따졌다.

절노부대가는 관노부대가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왜 내가 못할 말을 했소? 비류대부인 도노가 언제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소?》

《절노부대가는 도노의 말을 믿소?》

《믿지는 않지만 마리에게 잘못이 있다는거요. 어떻게 했길래 그런 빌미를 주는가 말이요? 그리고 또 마리는 이번 길에 비류의 공주와 어정쩡한 사이로 되였다던데, 그래 이게 나라의 사신인 마리에게 잘못이 아니란 말이요?》

《어정쩡하다는건 뭐요?》

《좋아한다는거요.》

절노부대가의 주장에 입들이 막혔다.

절노부대가의 말이 딱 맞아서라기보다 어딘가 억지가 배여있기때문이였다.

절노부대가는 자기도 그런 생각이 드는지 다른 리유를 들었다.

《만일 우리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비류에만 뒤집어씌우고 마리대주부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라의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책임을 소홀히 할수 있소이다.》

그 말에 어째서인지 분위기는 달라졌다. 무거운 기운이 떠돌았다. 생각에 잠겨있던 순노부대가와 관노부대가가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주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노부대가의 말은 지나친데가 있소. 마리는 아무 잘못도 없소. 그건 누구나 다 알고있소. 그는 무슨 까닭으로 자기가 그런 변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화를 입었소. 그는 죽음에서 천만다행으로 살아왔소. 그래, 이런 마리를 처벌해야 시원하겠소?》

《마리의 불행에 대해서는 저도 가슴이 아프오이다. 하지만 나라일에 사정이 있을수 없소이다.》

《끝내 마리를 처벌해야 한다는거요?》

《그렇소이다.》

주몽은 얼굴을 찌프리고 절노부대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절노부대가는 좀처럼 물러설 자세가 아니였다.

순노부대가가 일어났다.

《임금님, 절노부대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보오이다.》

답답한 일이였다.

주몽은 절노부대가의 속심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마리가 비류사람들을 제물로 삼는것을 반대하는데 대해 좋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주몽을 보고 삿대질하지 못하는 분풀이를 그는 마리에게 하는것이였다. 어째서 그는 눈먼 분풀이를 하지 못해 안달아하는것인가? 비류가 어리석게 논다고 해서 맞불질하지 말아야 한다는걸 그가 모른단 말인가? 나라의 기둥이라고 할수 있는 대가가 저러하니 백성들은 또 어떠하랴!

《어쨌든 난 마리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는 절노부대가의 말을 받아들일수 없소.》

대가들은 묵묵히 앉아있었다.

부분노가 주몽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그는 귀속말로 주몽에게 말했다.

《좀 쉬였다 하는것이 어떻소이까?》

주몽은 부분노의 얼굴에서 자기가 격해있다는걸 느꼈다. 아닌게아니라 속에서 불뭉치같은것이 치밀어 견딜수 없었다.

주몽은 눈길을 돌렸다.

《대가 여러분! 회의를 쉬였다 하는것이 어떻소이까?》 하고 부분노가 웃는 얼굴로 말하였다.

대가들도 숨을 들이키며 그러자고 했다.

주몽은 어쩐지 우울해졌다.

이때껏 제가평의회를 여러번 해왔지만 오늘같은 일은 처음이다. 절노부대가가 주몽의 의견도 마다하고 고집을 부린 일은 없었다. 이때까지 서로 어긋나는 일이 없은건 아니라도 그럭저럭 서로 손발을 맞추어왔다. 그래서 일이 잘됐으면 잘되였지 안된 일은 없었다. 절노부대가도 그걸 알고있다.

그런데 어째서? 정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만이 아니다. 주몽은 절노부대가의 말이 얼결에 내뱉은게 아니라는것을 알고있다. 무슨 까닭이 있을것이다. 도노의 서신때문만이 아닐것이다. 그러나 주몽은 그 까닭을 알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앞서는것이 있었다.

다름아닌 마리에 대한 근심이였다. 뭐 이러쿵저러쿵할것 없다. 죽다 살아온 사람에게 따뜻한 동정은 베풀지 못할망정 처벌하여야 한다? 그게 사람이 할짓인가? 아무리 죽을죄를 지었다 해도 그렇지… 죄는 또 무슨 죄란 말인가? 마리에게 죄가 있다면 다만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것뿐이다. 그런데 뭐 어쩌구 어째?

생각할수록 분통이 치밀어올랐다.

주몽은 버릇처럼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하였다.

문득 누군가가 앞을 막았다.

소서노였다.

소서노의 얼굴은 조용히 웃고있었다.

언제 봐도 이 녀자는 호수처럼 담담한데가 있었다.

《일이 잘 안되나이까?》 하고 소서노는 물었다.

주몽은 말없이 소서노를 바라보았다.

소서노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억지를 부리는것처럼 미운게 없구만. 아이도 아닌데 말이요. 대가라는 사람이 글쎄…》

《저도 들었나이다. 협보에게서…》

《협보?》

《절노부대가께서 어째서 마리를 처벌하자고 하나이까?》

《흥, 말도 안되는 소리요.》

소서노는 주몽에게서 눈길을 떼고 옆에서 걸었다.

한동안 말없이 걷던 소서노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보건대 절노부대가어른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고 보나이다.》

주몽은 우뚝 서며 소서노를 찌프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참견마오.》

소서노는 웃음이 밴 아래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임금께서는 언제인가 저에게 싸움할 때는 싸우는 사람들보다 옆사람이 더 바로 볼수 있다고 하셨나이다.》

주몽은 허거프게 웃었다. 그는 혼자 있고싶었다. 혼자서 울화를 삭이고싶었다. 아니 분통을 터뜨리고싶었다.

《당신은 그럼 구경이나 하오.》 하며 주몽은 발걸음을 뗐다.

소서노는 가볍게 웃으며 주몽의 뒤를 따랐다.

주몽의 뒤에서 자장가소리같은 소서노의 말소리가 울렸다.

《지금은 어려운 때이나이다. 임금께서 말씀하셨나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 하신것도 임금님이시나이다. 마음을 합친다는게 무엇이겠나이까? 내 생각만 내 생각이라고 하고 내 소리만 내 소리라고 한다면 그것을 어찌 마음을 합친다고 하겠나이까? 어려운 때일수록 남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데도?》

《그건 한쪽의 생각이나이다.》

《흥, 한쪽의 생각이라고?》

《설사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임금께서는 받아들이셔야 하나이다.》

《난 그럴수 없소. 잘못된것을 뻔히 알면서…》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임금께서는 받아들이셔야 하나이다. 마음을 합쳐 일을 해나가야 할 임금이시기때문이나이다. 설사 그리하시여 일이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하셔야 한다고 보나이다. 잘못된 일은 다시 고칠수 있지만 한번 어긋난 마음을 합치기는 어렵지 않나이까?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여 다 내치신다면 일이 어찌되나이까? 사람은 잘났건 못났건 다 제멋에 사는것이 아니겠나이까? 그래서 세상의 일가운데 제일 어려운 일이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것이라 하지 않나이까? 설사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마음이 합쳐지기는커녕 뿔뿔이 헤쳐지게 되나이다. 임금께서는 늘 말씀하시지 않았나이까? 이 몸은 겨레를 하나로 합칠 뜻이 있어 사는 몸이라고…》

주몽은 한숨을 쉬였다.

《내가 그걸 왜 모르겠소? 하지만 마리를 생각하면…》

《저라고 어찌 임금님의 마음을 모르겠나이까? 마리를 생각 하면 저의 마음도 쓰리고 아프오이다. 마리는 그 누구보다 임금님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나이까? 더구나 죽을고비를 헤쳐온 마리를 처벌한다는게… 그런데 바로 거기에 안타까운 일의 까닭이 있나이다.》

《무슨 말이요?》

소서노는 입술을 감빨고나서 말을 이었다.

《절노부대가어른이나 다른 대가어른들은 모름지기 이번 사신사건으로 하여 제일 가슴아픈 상처를 입은것은 임금님이나 마리가 아니라 자신들이라고 여기는것 같나이다. 마리는 어쨌든 살아 돌아오지 않았나이까?》

《모를 소리요, 모를 소리…》

이번에는 소서노가 가늘게 한숨을 쉬였다.

《임금께서는 언제인가 오이를 찾아왔던 벙어리소년이 기억나시나이까?》

《나지… 오이의 애인인 추연의 오랍동생이였지. 그런데?》

《그애에게 죽은 도리도 생각나시나이까?》

《음, 생각나오.》

《그 도리의 아들이 이번 사신으로 가지 않았나이까?》

《그랬지, 마리가 그애도 데리고 가겠다고 했소.》

《바로 그 소년의 어머니가 바로 절노부대가어른의 누이벌 되나이다. 가슴아픈 일이지만 아들 하나 믿고 살던 녀인은 며칠전에 아들이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물에 빠져죽었나이다. 결국 그 집안은 몰살하고말았나이다. 생각할수록 불쌍하고 가엾나이다. 그 녀인이 절노부대가어른의 혈붙이라는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나이다.》

소서노의 말을 들으며 주몽은 먼 하늘에 눈길을 던졌다. 싸움의 상처, 죽음의 상처는 얼마나 깊이, 얼마나 복잡하게 산 사람들의 마음을 헤집어놓는것인가! 세월이 흘러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영원히 남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것이다. 언제가면 어리석은 혈육들간의 싸움이 없어질것인가!

《임금께서 고구려사신들을 위한 진혼제를 지내는데 애매한 비류사람들을 제물로 삼지 않으시려 하는것은 겨레를 위한 큰 마음에서 나온것이나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의 아픔으로 하여 임금님의 큰뜻을 헤아리기 어려워하나이다. 아마 절노부대가어른도 이번 사건으로 하여 임금님이나 마리보다 자기들의 상처가 더 크고 따라서 응당히 피의 복수를 하여야 한다고 생각할것이나이다. 그러다나니 마리를 처벌하자는데는 그 어떤 원인이 있어서기보다 어디 너도 아파보라 하는 속마음도 없지 않을것이나이다. 제가 너무 가볍게 보는게 아닌지 모르겠나이다.》

《그럴수도 있소. 하지만 리해는 되오. 그렇다고 마리를 처벌하자는 의견에는 찬동하기가 어렵소.》

《그러하실것이나이다.》

《소서노, 고맙소. 다시 생각해보겠소.》

 

주몽은 마리를 찾아갔다.

거기에는 부분노가 벌써 와있었다.

주몽을 보자 마리는 조갈이 든 입술에 웃음을 담았다. 제가평의회에서 오간 이야기를 다 알고있다는 웃음이였다.

《저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이다.》

주몽은 마리의 손을 잡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제가평의회에서는 고구려사신사건에 대한 문제가 토의되였는데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마리가 처벌을 받았다. 마리는 대주부자리를 내놓고 무골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였다. 고구려사신들에 대한 진혼제는 크게 치르도록 하였다. 절노부대가는 진혼제를 치르는 일체 비용을 자기가 대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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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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