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구도의 집은 갑자기 수라장으로 변하였다.

늘 봐야 칼만 댕그러니 걸려있던 방안에 별의별 잡동사니들이 다 쌓였다. 어느 수컷의 대가리에서 떨어져나왔는지 모를 누렁이의 뿔이 있는가 하면 삭아빠진 조가비들이 아이들 소꿉놀이하듯 오밀조밀 놓여있었다. 그런가 하면 바위이끼에 싸인 물건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그 바위이끼에 싸인 물건들에서 냄새가 새여나와 방안에 풍겼다. 그 냄새는 씁쓸한 약초냄새를 풍겼다. 냄새도 각이하였다. 역한 냄새를 풍기는가 하면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구도의 집안은 장수의 집이라기보다 약장사하는 놈팽이의 집을 방불케 하였다.

그속에서 구도는 코노래를 흥흥거리면서 오락가락하였다. 그는 조가비를 들어 냄새를 맡는가 하면 이끼에 싸인 물건을 눈우로 쳐들고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였다.

《좋아, 좋단 말이야.》 하면서 구도는 두손을 썩썩 비볐다.

이때 두꺼운 문이 반쯤 조심히 열리였다. 그 열려진 틈으로 한사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구도가 그를 돌아보았다.

《뭐야?》

《저…》

얼굴만 들이민 사람은 말꼬리를 끌며 열린 문으로 헝겊에 싼 물건을 보이였다.

《그게 뭔데?》

《마…알벌집이오이다.》

《말벌집?》

《그렇소이다.》

《어디 쓰는거야?》

《곪는데… 이걸 태운 재를 바르든지 먹든지 하면 상처가 씻은듯이 낫는다던데요.》

《그래?》

《그럼요. 이것도 될가요?》

《되지 않고, 돼! 어서 들여와!》

《예.》

몸집이 체소한 그 사람은 방안으로 들어와 헝겊에 싼 물건을 놓기 바쁘게 쪼르르 달아나버렸다.

《말벌집이라… 것도 좋다.》

구도는 또다시 손을 비비였다.

몸집 작은 사람이 나가자마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구도의 부하인 일구였다.

《형님!》

일구는 받으려는 소처럼 구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구도의 코밑에 뭔가 쥔 손을 올려밀었다.

구도는 얼결에 머리를 뒤로 젖히였다.

《뭐냐?》

《이거, 곰열이요.》

《곰열?》

《안되오?》

《안되기야 뭘… 좋다.》

구도의 말에 일구의 얼굴이 부풀어올랐다.

《그래요? 그런데 곰열은 어제도 본것 같은데… 너무 많지 않소?》

《많긴 뭐가 많아? 또 많으면 뭘 해? 많을수록 좋다! 병은 한가지, 약은 천가지란 말 못 들었어? 한 술잔에 눈물나고 반 술잔에 웃음난다고…》

《그럼 됐소이다.》 하며 좋아하던 일구는 방을 휘둘러보다가 머리를 기웃거렸다.

《형님, 이거 뭐 잠간사이에 한구들 차는구만요. 그런데 약재가 이렇게 많아 뭘 하겠소? 마리 혼자서는 약 아니라 세끼 밥먹듯 해도 몇해 잘 먹겠수다. 약방에 전다리 모인다고… 이게 다 약재가 맞기는 맞소?》

구도는 일구의 말에 눈을 흘겼다.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그럼 나나 우리 사람들이 쓰지도 못할걸 모아놓았단 말이냐?》

《아니, 뭐 그런건 아니고…》

일구는 뒤통수를 긁으며 헤 웃었다.

구도도 더 까박붙이지 않고 따라웃었다. 그러면서도 한마디 덧붙이였다.

《넌 입 하자는대로 혀를 놀리는게 탈이야.》

《어찌겠소, 배속에서부터 그렇게 타고난걸. 흐흐… 형님! 건 그렇고 내가 만일 마리처럼 된다면 그때도 이렇게 해주시겠소? 온 부락에 큰일난듯이 벅적이며…》

《네가 마리하고 같니? 갖다댈데 대야지…》

《하긴 그렇지.》 하고 일구는 일부러 한숨을 길게 쉬였다.

구도는 그러는 일구를 보며 킬킬 웃었다.

소박하고 고지식하고 그래서 솔직하며 옳다 하면 무섭게 달라붙는 활활 타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였다. 어떤 때는 거칠기도 하지만 구도와 그의 사람들은 또 그들나름대로 자기들의 멋을 가지고있었다. 구도는 마리가 비류에서 돌아오긴 했지만 몸이 성하지 못하다는것을 알게 되자 큰일났다고 떠들며 그날부터 상처에 좋다는 약이란 약은 다 걷어들이게 하였다. 딱히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가리지 않았다. 상처에 좋다면 그저 들여라, 들여라였다. 구도는 다른 일은 집어치웠다. 마리가 돌아온 뒤에 고구려, 비류지경을 지키라는 령을 주몽에게서 받았지만 그 일은 일구에게 맡기고 저는 알지도 못하는 약재 구하느라 팽이처럼 돌아갔다. 그리고는 생기는족족 마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돌아올 땐 기분이 좋았다.

《있다가 마리에게 갖다주고 와야겠다.》 하며 구도는 별의별 잡동사니를 꿍지기 시작하였다.

《형님, 거 나도 같이 갔다옵시다요.》

일구가 말했다.

《안돼! 너 부대는 어떡하고?》

《내가 뭐 대장이요? 형님은 좋은 일은 혼자 하면서 나만 빼돌리는군요?》

《그래서 내 동생이 아니냐?》

《싫소. 이번엔 나두 기어코 따라갈테요.》

《안된다면 안된다는줄 알아.》 하고 소리나게 혀를 차고난 구도가 물었다.

《오늘 뭐, 다른 일은 없지?》

《무슨 일이 있겠소?》 하며 뿌루퉁해지던 일구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눈을 들었다.

《참, 거 아이새끼 하나 잡았소.》

《아이? 어떤 녀석이게?》

구도가 약재 고르던 손을 멈추며 물었다.

《모르지요. 녀석이 비류로 내빼려는걸 따라가 잡았지요. 고놈이 새끼족제비처럼 얼마나 빠르고 사나운지 애먹었소.》

《비류로 달아난다? 왜?》

구도가 일구를 바라보며 눈에 모를 세웠다.

《글쎄, 그걸 누가 알겠소? 귀신이나 알겠는지, 원.》

《죽였나?》

《죽이지는 않았소.》

《어디 있어?》

《분구가 묶어놓았소.》

《제길, 가보자!》

《가보기나 새나… 쪼꼬만 아이새끼라는데요.》

《아이새끼가 뭐야? 어명을 잊었어?》

일구는 머쓱해졌다.

《어서 가보자!》

구도는 말에 올라 피새 여물게 소리쳤다.

구도와 일구는 분구에게 갔다.

비류가 멀리 바라보이는 숲가에 자리잡고있던 분구는 구도가 오자 어느새 보고 마중 나왔다. 그는 여느때없이 들떠있었다.

《형님, 임금의 령이 내렸소이까?》 하고 그는 느닷없이 물었다.

《어명? 무슨 어명?》

《자, 이런… 비류놈들을 치라는거 말이요.》

《하품나온다. … 무던히 안달이 난 모양이구나. 근질근질거려?》

《형님은 뭐 안 그렇소?》

《됐다, 그만하자. 아이 잡았다지?》

구도가 물었다.

《예? 예에…》 하며 분구는 얼결에 손을 얼굴에 가져갔다. 분구의 뺨에 할퀴운 자리가 빨갛게 나있었다.

《어디 있어?》

《묶어놓았소이다. 어찌나 사나운지…》

구도는 분구를 따라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큰 나무에 묶이운 아이는 축 늘어져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얼굴을 들었다.

구도는 한참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눈찌가 여간 사납지 않았다.

《께름한 녀석이요. 글쎄 비류로 내빼려고 하지 않겠소? 나하고 일구가 겨우 잡았소.》

분구가 할퀴운 자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구도는 말에서 내려 아이에게 다가갔다.

《거참, 눈찌가 한참 불량하다.》

구도는 침을 뱉고 아이에게 물었다.

《너 비류로 가댔니?》

《그래요.》

《비류사람이냐?》

구도의 물음에 아이는 야무지게 코웃음쳤다.

《난 고구려사람이예요!》

《고구려사람? 그런데 왜 비류로 가려 했지?》

《그건 몰라도 돼요.》

구도는 시무룩이 웃었다.

《하, 요녀석이… 너 혹시 비류의 렴탐군이 아니야?》

《허튼소리!》

아이는 묶인 몸을 꿈틀거리며 구도를 노려보았다.

성난 살괭이다.

구도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풀어줘라!》

분구의 눈이 대뜸 커졌다.

《형님! 어쩌자고 그러시오?》

《풀어주라!》

구도는 귀를 막았다.

분구는 일구를 보았다. 그러나 일구도 어느 바람이 부느냐 한다.

《제기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분구는 투덜거리며 바줄을 풀어주었다.

아이는 바줄이 파고들었던 자리를 주무르며 분구와 구도를 번갈아 보았다. 얼떨떨한 모양이였다.

구도가 손짓으로 아이를 불렀다.

《좋다. 그래, 고구려사람이라고 하자.》

《하자가 아니라 난 고구려사람이예요!》

아이가 구도의 말허리를 끊으며 챙챙하게 소리쳤다.

《원, 녀석. 누가 아니라던? 그래 고구려사람이란 말이지?》

《그래요. 우리 아버지는 고구려사신이였어요.》

구도는 놀랐다.

《뭐, 뭐라고? 고구려사신? 비류에 갔던…》

《그래요. 우리 아버진…》

《가만, 가만… 그러고보니 널 어디서 본것 같은데… 옳지, 너 텁석부리 곰나의 아들이구나. 그렇지?》

《그래요.》

아이는 이때껏 사납던 얼굴은 어디로 팽개치고 풀이 죽어 대답했다.

《알만 하다. 마리가 하던 말이 틀림없구나.》 하고 구도가 중얼거렸다.

아이의 눈이 무슨 뻐꾸기소린가 한다.

구도는 아랑곳않고 귀머거리소리를 했다.

《칼물고 뜀뛰기하는 녀석이 있다더니…》

구도는 피뜩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녀석이 구도의 눈초리에 질려 눈을 내리떴다. 그러나 인차 고개를 들며 이마살을 찌프렸다.

《마리는 나쁜 놈이예요.》 하고 녀석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뭐? 너 이자 뭐라고 했지?》

《나쁜 놈이예요. 마리는…》

녀석이 고집스럽게 되뇌이며 입술을 사려물었다.

구도는 눈을 부릅떴다.

《하, 요런 녀석 봤나? 발칙하기 짝이 없구나. 눈에 차지도 않는게 뭐 마리가 어쨌어? 에끼, 이놈! 마리는 고구려의 대주부님이시다. 너같은건 백번 죽었다 펴도 마리의 발꿈치에도 못 가!》

《어쨌든 마리는 비겁해요!》

구도의 아래턱이 벌어졌다. 필경 무슨 사연이 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언짢았다. 그는 아이를 쏘아보았다.

《너 이놈! 다시 그따위 소리를 했다간 주둥이를 문질러놓을테다. 알겠어?》

구도의 으름장에 아이는 눈 한번 까딱 안했다.

《어쩔테예요? 백번이고 말할테요.》

《요, 살괭이같은거…》

구도는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그래, 왜 비류로 가려고 했지? 그거나 말해!》

《복수하려고요.》

《복수?》

《그래요. 난 아버지복수를 하려고 해요.》

《복수라… 귀맛좋은데, 어떻게?》

《그건 몰라도 돼요.》

《그럼 안되겠구나.》

아이의 눈에는 초조감이 비꼈다.

《그럼 좋아요. 어떻게 복수하느냐고요? 흥, 그야 간단하지요. 비류놈을 한놈이라도 죽이면…》

《하하!》

구도가 너털댔다.

《왜 웃어요?》

아이가 눈에 가시를 세웠다.

구도는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음, 그렇단 말이지… 앙갚음하겠다?! 그거라면 구태여 비류로 갈게 없다.》

아이는 구도에게 의아스러운 눈길을 던졌다.

구도는 웃음을 거두었다.

《너 아마 돌아가는 소리를 못 들은 모양이구나.》

《무슨 소리요?》

《진혼제말이다.》

《진혼제? 그게 뭐예요?》

《뭐라니? 제사지. 제사도 몰라?》

아이는 금시 시무룩해지며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몰라요.》

《너 아직 밤중이로구나. 진혼제라는건 제사라지만 그저 제사가 아니야. 울고불고하는 제사가 아니란 말이야. 생각해봐라. 진혼제는 고구려사신으로 비류에 갔다가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제사지내는거다. 그런 제사를 그저 맹숭맹숭하게 할것 같니? 아니다. 그럴수 없다. 고구려사신을 죽인 비류놈들의 피를 제상에 바치게 될게다. 비류놈들을 잡아다 제물로 바치는 앙갚음을 하고서야 제를 지내게 될거란 말이다. 알겠니?》

《참말이예요?》

《내가 너에게 거짓말하겠니?》

녀석의 눈이 반짝이였다. 하늘보듯 구도를 쳐다보더니 언제 그랬더냐싶게 구도의 옷자락에 매달렸다.

구도는 아이의 머리를 잡아흔들었다.

아이는 싱글싱글 웃었다.

《야, 그렇게 되면 멋있겠는데…》

《얘, 너 나와 함께 마리에게 가자.》

《그건 왜요?》

《어디 마리에게 네가 직접 물어봐라. 뭐라고 하나 보렴.》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드디여 마음을 다졌다.

《좋아요, 가겠어요.》

구도는 녀석의 꼬라지를 훑어보고나서 제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고 옷에 묻은 검불을 털어주었다.

그리고는 그를 꼬리에 달고 마리에게 갔다.

구도는 한짐 지고 온 약재를 팽개치듯 내려놓았다.

《자, 또 가져왔네!》

《건 또 뭘… 전번에 가져온것도 쌓였는데…》

《쪼물짝하니 아끼느라고 하지 말고 콱콱 쓰라구! 거 곰열도 한번에 한사발씩 쓰면 안되나? 인차 낫게…》

그 소리에 마리를 돌보고있던 거무가 어이없어 웃었다.

구도는 뚱해가지고 거무에게 돌아서서 제켠에서 큰소리다.

《왜 웃으시오? 사람 말하는데…》

이번에는 마리도 웃고말았다.

구도는 뒤통수를 긁으며 황소웃음을 씩 지었다.

《고맙네, 구도! 헌데 자네 이것때문에 어명을 잊은건 아닌가?》

마리의 물음에 구도는 눈을 흘겼다.

《걱정두, 아무렴 이 구도가 어명을 어기겠나?》

《그럼 좋고…》

《참, 이 정신 봐라! 내 마리에게 친구를 하나 데려왔네.》

구도는 밖에 대고 손짓했다.

《자, 누군가 보게!》

마리는 깜짝 놀랐다.

《아니… 사마가 아니냐? 사마야!》

마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사마는 머뭇거렸다.

《사마야, 어서 이리 오너라!》

마리가 손짓해도 사마는 여전히 발끝만 비비였다.

보다못해 구도가 끼여들었다.

《저녀석이 아버지복수를 한다고 비류로 가는걸 붙들었네. 허, 그 나이에 기특하지… 헌데 진혼제를 한다는 소리를 듣지못한 꼬락서니야. 그래 내 말해주었지. 이제 비류놈들을 잡아다가 제물로 삼아…》

구도의 말을 듣고있던 마리의 낯빛이 질렸다.

《가만! 구도, 자네 이자 뭐라고 했나?》

마리가 물었다.

《뭐라긴…》

《비류사람들을 제물로 한다는건 무슨 말인가?》

《오, 그거? 뻔하지 않나.》

마리는 얼결에 거무를 보았다.

거무는 못 들은체 입에 빗장을 지르고있었다. 하지만 그도 어지간히 놀란것이 분명하였다.

마리는 속이 떨렸다.

마리는 다시 구도에게 돌아섰다.

《구도! 그건 자네 혼자 생각인가 아니면 누구에게서 들은 소린가?》

《왜 그러나?》 하고 구도는 의아해하였다.

마리는 낯을 찡그리며 얼굴을 돌렸다.

《뭐가 잘못됐나?》

마리는 멍하니 구도의 얼굴을 보았다.

구도는 거무와 마리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눈을 끔벅거렸다.

《진혼제에 비류사람들 어쩌고저쩌고하는 소리는 다시 입밖에 내지 말게!》

마리는 힘들게 말하고 베개에 머리를 떨구었다.

《무슨 소리인지… 그럼 진혼제는 뭣때문에, 뭘 가지고 하나? 돼지나 소, 말따위나 잡아놓고 한단 말인가?》

구도는 우직한데가 있었다. 그는 마리가 괴로워하면 할수록 제켠에서 더 안타까워 늘어놓았다.

《이건 내 혼자 생각이 아니네. 부분노도 그렇고 절노부대가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마리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뭐라구? 부분노, 절노부대가도?》

《그뿐인줄 아나? 유가족들도 아마 그럴거네.》 하고 말하던 구도는 돌아서서 사마를 보았다.

《이애에게 물어보게.》

마리는 사마에게 눈을 돌렸다.

사마는 눈을 쪼프리고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있었다.

마리의 눈길에 닿은 사마는 마리를 마주 쏘아보다가 픽 돌아서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구도는 맹랑한 얼굴로 사마의 뒤를 보다가 마리에게 돌아섰다.

《그러니 마리, 자넨 진혼제를 반대한다는건가?》

《아니, 난 진혼제에 애매한 비류사람들을 잡아다 제물로 삼는걸 반대하네. 어떻게 돼서 그런 엄두를 냈나?》

구도는 머리를 흔들었다.

《모르겠네. 마리, 자넨 비류에서 받은 치욕이 분하지도 않나?》

마리는 울근불근하여 눈을 감았다.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이윽하여 마리가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는 번개불이 일었다. 마리는 숨을 내쉬며 나직이 말했다.

《분하네. 왜 분하지 않겠나? 난… 혼자 살아남았네, 혼자! … 그게 뭘 말하는지 모른단 말인가? 나도 사람일세. 피가 있고 열이 있는 사나이일세. 나도 분풀이를 하고싶네. 뼈가 부서지고 몸이 천만쪼각 나도록 마음껏 분풀이를 하고싶단 말이네!》

마리의 이마에 땀이 흥건히 내돋았다.

《그럼 왜 앙갚음하려고 하지 않나?》 하고 우울한 얼굴로 듣고있던 구도가 조심히 물었다.

《그럴 사람은 따로 있네. 비류의 백성들은 아니야. 아무 죄도 없는 비류의 백성들을 어떻게 함부로 죽인단 말인가?》

구도는 눈을 쪼프리며 말했다.

《죄지은 놈 옆에 있다가 벼락맞는다는걸 보여주자는거지. 비류사람들에게 고구려사람들을 함부로 다쳤다가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본때를 보여주어야 해. 죄가 있건없건 그건 알바 아니야.》

《그런 식으로 눈감고 아웅하지 말게!》

《뭐, 아웅? 좋네. 그렇다고 하세! 뭐 애당초 자네와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이 없으니까. 하지만 알아두게. 그것이 어리석은짓이라고 해도 복수는 해야겠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우리에게 침을 뱉을거네. 아무리 리치가 어쩌고저쩌고해도 이건 사람사는 세상 어디나 있는 일이란 말일세. 어리석은 앙갚음이라 해도 사람들은 복수할 생각을 못하는 바보보다 복수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법일세. 나도 그렇네. 난 자네가 뭐라고 해도 자네가 받은 치욕을 꼭 복수하고야말겠네. 날 말릴 생각말게!》

《구도, 날 위해주는 자네 마음은 고맙네. 하지만 그건 나를 또 한번 죽이는거나 같네. 난 그걸 바라지 않네. 구도, 자네가 나를 진정으로 도와주겠다면 내 말대로 해주게!》

《모르겠네, 모르겠어! 그런 대접받고도 마음대로 분풀이를 못할바에야 개마군사는 해서 뭘 하겠나, 응?》

마리는 지친 얼굴로 구도를 바라보기만 했다.

구도는 마리의 눈길을 받다가 발을 굴렀다.

《에익-》

구도는 밖으로 나왔다.

구도의 얼굴은 우뢰를 잔뜩 머금었다. 그는 속이 내려가지 않아 씩씩거렸다. 한동안 오락가락하던 그는 뜨락의 큰 나무밑둥을 발로 찼다. 발가락이 얼얼해났다.

《제기랄!》

구도는 투덜거리며 말있는데로 달려갔다. 훌쩍 말에 뛰여오른 그는 박차를 찼다. 놀란 말이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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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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