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갈구리달이 비치고있었다.
거무는 이상한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 그것은 헝겊감은 발로 디디는 소리였다. 한사람의 소리가 아니였다. 적어도 서넛은 되였다. 그 소리는 거무가 있는 집쪽으로 다가오고있었다. 잘 훈련된 사람의 소리였다. 삭정이라든가 가랑잎같은 소리낼수 있는것을 하나도 밟지 않고 땅을 골라디디는것만 봐도 알수 있다.
그들은 벌써 담장을 넘어서고있었다.
웬 사람들인가?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 이런 그믐밤에 자취를 숨기며 달려드는 사람들이란 자객밖에 없다. 그들은 누구를 노리는걸가? 나를? 아니다. 그렇다면…
거무는 소리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문가에 귀를 가져다 댔다.
한동안 밖의 소리에 귀를 강구던 거무는 놀라 머리를 들었다.
마리를?
그렇다. 지금 안채에는 마리가 곤히 자고있다.
발소리는 마리가 있는 안채로 다가가고있었다.
거무는 더 지체할수 없었다. 그는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검은 그림자가 바람소리를 내며 거무 앞으로 날아들었다.
거무는 토방기둥으로 몸을 피하며 발꿈치로 검은 그림자의 경추부위를 찍었다. 단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는 문살창을 부시며 거무가 나온 방안으로 처박혔다. 거무는 뒤를 볼새없이 안채로 몸을 날렸다. 검은 그림자 둘이 거무쪽으로 돌아섰다. 그들은 곤두박질로 거무에게 달려들었다. 거무는 범뛰기로 그들의 우를 날아넘었다. 거무가 뛰쳐일어나 안채로 가려는데 어느새 돌아선 두 그림자가 쫓아왔다. 보통 영악스럽지 않았다. 그림자들은 단검을 빼들었다. 두개의 별찌가 거무에게 날았다. 거무는 그것들을 쳐떨구었다. 거무는 맴돌이로 검은 그림자를 덮쳤다. 가운데손가락으로 한사람은 태양혈을, 다른 사람은 명치를 찍었다. 두 그림자는 무너져내렸다. 거무는 숨을 돌리며 안채로 얼굴을 돌렸다. 어지러운 소리가 들렸다. 마리가 깨여나 자객과 붙은 모양이였다. 거무는 달음박질쳤다. 마루에 올라서는데 문짝이 부서지며 검은 몸뚱이가 밖으로 튀여나 마당에 떨어졌다. 마리가 쫓아나왔다.
《마리, 일없나?》
거무가 물었다.
《괜찮소이다. 거무님은?》
《다행이야.》 하며 거무는 그제야 숨을 내쉬였다.
대문을 지키던 군사들이 홰불을 켜들고 왔다. 그들은 부서진 문짝과 마당에 쓰러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놀라 웅성거렸다. 군사들이 거무가 자던 방에서 꺼꾸러진 사람을 끌어내왔다. 거무와 붙었던 세사람은 벌써 숨이 넘어갔다. 마리에게 달려들었던 사람만이 꿍꿍거렸다.
거무는 섬돌로 내려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너희들은 누구냐?》
거무가 내려다보며 따졌다.
《살려주시오이다.》
검은옷이 신음소리를 내며 애걸했다.
《어떤 놈들인가?》
《우린 비류사람들이오이다.》
《비류? 누가 보냈지?》
《저…》
《바른대로 말해!》
《우린, 저… 소나공주님이…》
《소나공주? 똑바로 말해!》
《정…말이오이다.》
《무엇때문에 너희들을 보냈어?》
《마리대주부를 죽이려고…》
《거짓말말라! 소나공주가 그랬을리 없다.》
《정말이오이다. 소나공주님은 고구려의 마리대주부가 시노님을 죽였다면서 우리를…》
거무는 마루우에 서있는 마리를 올려다보았다. 홰불에 비친 마리의 낯빛이 질려있었다. 엇걸은 팔에 힘을 주고있던 마리가 스르르 주저앉았다.
《마리!》
거무가 마리를 부둥켜안았다.
거무는 마리를 방안으로 들이고 옷을 벗겼다. 다른 상처는 없어보이는데 아물어가던 상처자리가 다시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거무님, 고맙소이다. 거무님이 아니였다면…》
《그런 말 말게.》
《자객의 말이 믿어지지 않소이다. 설마 소나가…》
거무는 아무 말도 안했다.
소나가 그럴수 있는가?
거무가 본 소나는 그럴수 있다. 사신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모르는 소나는 시노가 죽은데 대해서만 이를 갈고있었다.
《진정하게.》
《나는 일없소이다. 소나가 자객을 보냈든 어쨌든… 다만 이번 일로 하여 고구려와 비류가 또 벌어질가봐 걱정이오이다. 그러지 않아도 두 나라 임금들이 만나는 일이 늦어지고있는데…》
《너무 마음쓰지 말라니까. 몸을 돌봐야지?》
마리는 가쁘게 숨을 내쉬였다.
《마리, 기운을 내라구. 응? 맥을 놔서는 안돼!》
거무는 안타깝게 마리를 흔들었다.
비류자객들이 마리에게 달려들었다는 소리는 삽시에 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