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호수가에서 있은 이야기를 들은 송양은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나중에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소나는 아바마마를 바라보았다. 호수가의 일에 대해 송양은 어째서인지 피하고있었다. 도노를 좋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위염을 탓하지도 않았다. 《흰사슴》에 대해서도 그를 쫓는 일을 그만두라든지 그냥 하라든지 말이 없었다.

아바마마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그럴수록 답답해났다.

《버들은 어찌된거냐?》 하고 송양은 딴소리를 했다.

소나는 속으로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들었다.

버들의 일도 호수가의 일처럼 소나에게는 내려가지 않았다.

약속한 사흘이 지나도록 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려니 한 일이지만 속이 좋지 않았다.

《수리산에 갔다면 아무리 늦어도 지금은 왔어야 하지 않느냐?》

송양은 소나의 얼굴을 살폈다.

《글쎄, 소녀도 걱정이나이다.》

《버들이 마리를 찾아간게 아니냐?》

소나는 고개를 숙이였다.

《그런 말이 없었느냐?》

《궁성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나이다.》

송양은 수리산쪽으로 먼 눈길을 주었다.

송양의 눈앞에는 불쑥 마리가 떠올랐다.

주몽의 신하, 고구려의 사신 마리! 죽기를 각오하고 비류궁성에 나타났던 젊은이! 겉으로는 비록 그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탐나는 젊은이다. 그가 고구려의 사신, 주몽의 신하가 아니고 비류의 송양신하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면 그에게 비류임금자리도 아낌없이 넘겨주련만… 사람복은 타고난다더니 슬픈 일이다.

송양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찾아야겠다, 버들을… 어쩐지 버들이 없으니 궁궐이 텅 빈것 같구나. 텅 빈것 같아…》

송양의 말은 한줄기 서리발되여 소나의 등어리를 스쳐지났다. 처음 들어보는 아바마마의 진한 부성애가 내밴 말씀이다. 소나는 아직 아바마마에게서 이런 말씀을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소나가 없어졌다면 그때도 그럴가? 소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아바마마 못지 않게 버들을 사랑하면서…

소나는 서둘러 자기 샘바리마음을 흘기고 눈앞에서 지워버렸다. 다행히도 오뉴월 때아닌 서리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아바마마! 소녀가 찾아보겠나이다.》

송양의 빠른 눈길이 소나에게 닿았다.

《네가?》

《그러지 않아도 수리산에 가려고 하던 참이였나이다.》

송양은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수리산에 없다면?》

《고구려에 가보겠나이다.》

《고구려?》

《네.》

송양은 눈길을 바닥에 준채 고개를 저었다.

《안된다.》

《아바마마! 허락해주소이다.》

《보아하니 너희 자매가 이미 무슨 말이 있은가본데 안된다. 너까지 고구려에 보낼수는 없다. 좀더 기다려보자.》

《소녀는 꼭 고구려에 가보아야 하겠나이다.》

《무슨 일이냐, 소나야?》

《버들을 찾기 위해서도 그렇고… 고구려에 대해 알아볼것도 있나이다.》

《고구려? 뭘?》

《어쩐지 도노대부의 말은 믿어지지 않나이다.》

송양은 심중해서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정 그렇다면 떠나거라. 하지만 꼭 돌아와야 한다. 알겠느냐?》

《알겠나이다.》

 

버들은 허리를 구부리고 한발한발 굴속으로 들어갔다.

들어갈수록 곰팽이 마른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마침내 버들은 끝에 닿았다. 초불을 들어 굴속을 비쳐보았다. 한쪽구석에 네모난 물건이 있었다. 그곁에 초불을 놓고 물건을 살펴보았다. 틀림없이 거무스승이 말하던 그 물건이다. 버들은 목에서 청동열쇠를 벗었다. 열쇠는 맞았다. 버들은 열려진 궤짝을 들여다보았다. 여러권의 책이 있었다. 버들은 책들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가운데 한권을 잡고 깐깐히 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거무스승이 쓴 글이였다.

버들은 정신없이 들여다보았다.

버들은 초가 다 타버릴 때까지 굴속에 있었다.

버들이 굴밖으로 나왔을 때는 벌써 저녁무렵이였다.

버들은 저물어가는 해를 가늠해보고나서 멍하니 생각에 잠 겼다.

버들이 본 책은 거무스승이 비류궁성의 대부로 있던 때를 돌이켜보면서 쓴것이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른바 정치란 꾀의 싸움이다. …

리해관계에 따른 서로 다른 무리들이 임금을 끼고 벌리는 싸움, 그 싸움은 무정하다. 이 싸움에서 어떤 인정적인것을 론하거나 그러한쪽으로 기울어지는것은 벌써 패하는것으로 된다. 끝까지, 죽는 그 순간까지 싸워야만 하는 무정의 란무장은 어쩌면 칼이나 창을 들고 싸우는 전쟁보다 더 치렬하다. … 무술에는 무도가 있다. 그러면 정치에 치도가 있는가? 있다고 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치도란 없다.

너의 잘한것만 말하고 잘못을 말하지 않는자는 너의 원쑤이고 너의 잘못을 꾸짖고 너의 잘한것을 말하지 않는자 너의 벗이다. …

도노, 그는 누구인가?》

버들은 어렴풋이 세상이란 무엇인지 알것 같았다. 소나언니나 아바마마가 어째서 안타까워하는지, 어째서 버들이 나서자란 비류궁성이 어수선한지 알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은 안개속처럼 뿌옇다.

버들은 알고싶은것이 많았다. 그럴수록 거무를 만나고싶었다.

이틀나마 거무를 기다려보았다.

그러나 거무는 나타나지 않았다.

더 기다릴수 없었다. 마리와 함께 고구려로 간 거무가 언제 돌아올지 알수 없었다. 차라리 고구려로 가는것이 나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른것은 더 떠오르지 않았다.

고구려로 가자!

고구려로 가면 거무스승을 만날수 있을것이고 마리도…

버들의 가슴은 갑자기 뛰놀았다.

 

부위염은 정수리로 내려치는 몽둥이를 피하며 옆구리에 기합을 주었다. 옆구리를 친 몽둥이가 텅 소리를 내며 맥없이 떨어졌다.

호수가사건은 그것으로 흐지부지되였다. 억울하게 세 군사의 목을 치는것으로 끝나고 더이상 다른 일은 없었다. 《흰사슴》쫓는 일도 그래, 어명의 경중을 따지는 일도 그저 그러다말았다. 처음엔 무슨 큰일난듯이 떠들다가 차츰 찬물에 뭐 줄듯이 그렇게 되는게 한둘이 아니니 이번도 그런것이다.

부위염은 몸을 돌려 다시 몽둥이를 쳐드는 사람의 턱을 발꿈치로 찼다. 다시 앞뒤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부위염은 앞사람의 턱을 주먹으로 지르고 몸을 빼 뒤로 돌아서며 몽둥이를 내려치는 사람의 명치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헉 소리를 지르며 그 사람은 그대로 무너진다. 부위염은 다시 몸을 옹송그리고 돌아서 옆으로 달려드는 사람을 피하며 그의 잔등을 찼다. 그러느라니 벌써 두사람이 쓰러졌다.

남은 사람은 둘, 그들도 숨이 차 헐떡거렸다.

부위염의 삶은 뒤죽박죽이였다.

가뜩이나 임금과 소나에게 억울한 눈초리를 받아왔는데 호수가일로 하여 어떻게 하나 잘 보이려던노릇이 영 불탄 소가죽 오그라들듯 돼버렸다. 임금과 소나는 뭐라 하지 않았지만 부위염은 스스로 그렇게 느꼈다. 세상에 저를 보고 나쁘다 하는 사람 곱게 보는이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밝은 대낮에 투덜거린 부위염을 좋아할리 없는것이다. 게다가 스승이요, 은인인 도노 대부에게까지…

《장군! 안되겠소이다.》

한사람이 우는소리를 했다.

《끝까지 해야 돼!》

부위염은 숨을 가누며 주먹을 쥐였다.

《에잇!》

두사람은 기운을 모아 다시 달려들었다.

부위염은 발과 주먹으로 한순간에 두사람을 쓰러뜨렸다.

네사람이 땅에 쓰러져 일어날념을 못했다.

그제야 부위염은 주먹의 기운을 풀었다. 그의 얼굴도 땀으로 매닥질되였다.

부위염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쓰러진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부위염은 이 뒤죽박죽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어렴풋이 알고있다. 다름아닌 마리로부터 시작되였다. 마리를 알기 전에는 그런대로 마음이 즐거울 때가 많았다. 소나에게 따끔한 침을 맞아도 그마저도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도 궁성도 달라진건 없는데 마음은 긴 장마철이다.

마리, 마리가 도대체 뭐길래…

그는 비류의 벗도 아니다. 그리고 부러워 올려다볼 사람도 아니다. 거꾸로 부위염의 원쑤, 아니 비류의 원쑤이며 따라서 부위염의 칼에 죽어야 했고 어찌다 죽을고비에서 살아났으나 갖은 고초를 다 겪지 않으면 안된 사나이다. 부위염은 이런 사람들을 멸시했다. 그러나 마리는 멸시는커녕 오히려 부러워하게 되니 이게 묘한것 아니고 뭐란 말인가!

명성, 위엄, 화려한 꾸밈… 이런것이 사나이가 바랄만 한것 아닌가? 그래서 은근히 송양임금과 도노대부를 부러워하던 부위염이였다.

《왜 그리 맥을 못 써?》

부위염의 말에 부시시 일어난 사람들이 투덜거렸다.

《너무하오이다. 뻔히 알면서도 달려들라 하오니 이거야 우릴 혼내우자는게 아니고 무엇이나이까? 언짢은 일이 있으면 욕을 하시던지 할것이지…》

《그만해. 좀 쉬고 다음엔 칼을 가지고 하자!》

《싫소이다. 우릴 죽이자는것이오이까?》

부위염은 긴숨을 풀었다.

흠뻑 땀을 흘리고났어도 마음은 여전히 개운치 않았다.

《할수 없지…》

부위염은 저도 모르게 후줄근해졌다.

부러운 사나이는 결코 화려한 차림새나 요란한 명성에만 있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부위염에게 슬그머니 찾아들었다. 송양임금, 도노대부에게 부러움을 느끼던 부위염, 소나공주에게 조롱과 랭대를 받으면서도 그저 좋기만 하던 부위염은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니 어쩐지 볼품없이 낡아보였다. 부럽게 바라보는 그 자리에는 마리가 서있었다.

사나이다운 마리, 마리가 사는 고구려!

이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마리에게 무엇이 볼게 있는가? 오히려 부위염에게 치욕을 당한 그에게 그리고 저를 좋게 대하려는 부위염을 원쑤로 보는 마리에게 뭘 끌리는게 있다고 속을 썩인단 말인가?

부위염은 얼굴을 찡그리며 땀을 문질렀다. 그러던 그는 흠칫 놀랐다.

먼발치에서 도노가 그를 보고있었다.

아마도 온지 오랜 모양이다. 도노의 노복이 지루해하는것이 알렸다. 노복이 오려는걸 도노가 말렸는지 그는 찌프린 눈길로 부위염쪽을 보고있었다.

도노가 온다간다 없이 부위염을 찾아오기는 처음이였다. 할 말이 있으면 꼭 사람을 시켜 부위염을 부르던 도노였다. 도노가 별안간 부위염을 찾아온것자체가 뜻밖의 일이였다.

부위염은 서둘러 도노에게로 다가갔다.

《오셨소이까?》

도노는 부드러운 낯빛에 웃음을 짓고 부위염을 보았다.

《장군의 무술이 그새 부쩍 늘었소그려.》

《그저 심심풀이로…》

《심심풀이라… 장군이 부럽구만.》

부위염은 눈을 내리깔고 덤덤해있었다.

도노의 눈길이 부위염의 얼굴을 유심히 훑고있었다.

《장군은 내가 온게 마깝지 않은 모양이지?》

《그럴리 있소이까?》

《어째 장군의 낯이 밝지 못하구려.》

《죄송하오이다.》

《호수가에서 있은 일때문에 그러지 않소?》

《아니오이다.》

도노는 뒤짐을 지고 부위염의 주위를 천천히 돌았다.

《내 그때문에 장군을 만난다 만난다 하면서도 바빠서 짬을 못냈구려.》

《고맙소이다. 대부님의 보살피심이…》

《싫어도 장군에게 할 말은 해야겠소. 장군은 어째서 하찮은 군사들의 일에 끼여들면서 그러오? 한다하는 장군이 그래서야 쓰겠소? 더구나 명색이 대부라는 사람이 하는 일에 다른 사람도 아닌 장군이 나서면 어쩐다는거요? 내 그때 옹색하던걸 생각하면… 그건 그렇고 그때 내가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고 장군이 꽁해진건 아니요?》

《아니오이다.》

《그러면 좋고…》

도노는 가볍게 턱방아를 찧었다.

《참, 장군! 소나공주가 수리산에 갔다면서?》

《예.》

《무슨 일이 있었소?》

부위염은 의아해서 도노를 보았다. 몰라서 묻는건가. 아니면?

《버들공주를 찾아간것으로 알고있소이다.》

《그래? …》

도노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긁었다.

부위염은 수리산으로 떠나는 소나를 만났다.

그때 소나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들은 어색하게 헤여졌다. 분명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했지만 부위염도 소나도 서로 피했다. 부위염은 소나의 뒤를 오래동안 바라보았다. 소나가 하는 일은 부위염에게 항상 강가에 아이를 내놓은듯 한 기분이였다. 그런 마음은 소나를 이전처럼 대하게 되지 않는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노와 소나가 묘하게 얽혀있다는건 비밀이 아니다. 여태 부위염은 그때문에 어쩔수없이 마음을 써왔다. 안타까운건 그 일에 부위염이 아무노릇도 할수 없다는것이다.

갑자기 도노는 왜 그걸 묻는가? 무슨 일이 있었는가?

《버들공주를 찾아갔다? 그것 참, 버들공주가 애꾸러긴 애꾸러기구만.》

도노는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그 일로 대부는 날 찾아왔는가?

부위염은 아리숭해졌다. 대부는 부위염이 알건대 소나는 물론 버들에 대해서도 별로 크게 속을 쓰는것 같지 않았다.

비수가 종적을 감추고 버들이 수리산에 간다고 궁성을 떠났을 때도 더위타다가 바람맞은 얼굴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물어보는건 무엇때문인가? 잘못 알았는가? 그럴수 있다. 도노대부의 속은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는지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부위염장군은 그 녀자를 어떻게 보오?》

《누구 말이오이까? <흰사슴>말이오이까?》

부위염의 물음에 도노는 코웃음쳤다.

《버들말이요.》

부위염은 놀랐다.

《버들…공주말이오이까?》

《아무래도 미타하단 말이요. 여태 수리산에 버려진 사람치고 살아돌아온 사람이 없었는데 살아왔단 말이요. 그 비수라는 녀석도 그래…》

부위염은 도노를 잘못 보았다.

대부는 역시 대부였다. 부위염 같으면 훌훌 잊어버릴 일도 도노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마치 늑대처럼…

도노는 얼음장밑의 물고기를 보듯이 부위염을 빤히 쳐다보다가 눈길을 거두어 먼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말처럼 말했다.

《버들이 마리인지 뭔지 하는 녀석과 한짝이라지.》

부위염은 불에 덴듯이 놀랐다. 마리라는 소리에 버쩍 긴장해졌다.

《제기랄!》 하는 소리가 불쑥 튀여나오는걸 혀를 깨물어 겨우 깔아버렸다.

물귀신놀음이다. 도노대부와는 잘 상대해야 한다. 별일없이 지나치는 말이라도 도노는 언제이건 한번 꼭 요긴하게 써먹군 한다는것을 부위염은 오래 도노를 지켜보면서 알게 되였다. 그때 써먹는 말은 본인이 이미 잊어버린것이지만 도노의 입에서 다시 튀여나올 때는 무심결에 한 말이 그자신을 죽이는 날카로운 검이 되군 하였다. 도노대부의 기름기도는 얼굴뒤에는 먹구름같은 물귀신이 늘 도사리고있었다. 부위염은 바로 그것을 알고있었다. 도노대부는 그걸 숨기지 않았다. 적어도 부위염에게만은 그랬다. 바로 그것이 누구나 가질수 없는 꾀라고 가르치군 하였다. 부위염은 보지 못한 도깨비를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는 아이처럼 도노를 바라보군 하였다. 지금도 그랬다.

《버들이 마리를 궁성에 끌어들인건 아니요?》

도노가 마치 검으로 찌르듯이 부위염에게 물었다.

부위염은 속을 내비칠가봐 걱정이였다.

《글쎄… 버들은 마리보다 먼저 궁성에 왔소이다.》

《그게 엉큼한 꾀가 아닐가?》

《설마… 버들공주는 아직 새파란…》

《나이 가지고 사람 내려다보다가는 큰일나는 법이요. 내 보기엔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것 같단 말이야. 장군은 버들이 마리와 함께 있는걸 보았겠지?》

《보지 못했소이다.》

도노의 눈길이 날카로워졌다.

《무슨 말이요?》

부위염은 뿌루퉁해졌다.

그는 처음으로 도노에게 거짓말을 했다. 기분이 나빴다.

도노의 눈길이 집요하게 부위염을 노리고있었다. 한동안 지나 도노는 가늘게 숨을 내쉬였다.

《그럴수 있지, 그럴수 있어…》

부위염은 혼자 있고싶었다.

어서 도노가 떠났으면…

그러나 도노는 보건대 부위염에게 아직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도노는 팔짱을 끼고 한동안 오락가락하였다.

부위염은 눈을 내리깔고 도노의 움직임을 살피고있었다.

《듣건대…》 하고 마침내 도노가 말꼭지를 뗐다.

부위염은 아닌보살하고 도노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도노는 인차 말을 잇지 않았다.

부위염은 도노대부가 자기를 엿보고있다는것을 직감했다.

도노는 부위염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졌다. 상대를 긴장시키려고 할 때마다 늘 써먹는 도노의 수법이다. 부위염은 그걸 알기에 잠자코 도노의 말을 기다렸다.

《장군이…》 하며 도노는 바늘눈으로 부위염을 찔러보았다.

《부위염장군이 마리를 빼돌렸다면서?》

부위염은 속이 띠끔했다.

언제인가 고구려에서 돌아오면 도노가 물어볼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그런 티를 내지 않기에 부위염은 어느덧 풀어져있었다. 도노대부는 그러기를 기다린듯 했다.

《전 모르오이다.》

부위염은 시치미를 뗐다.

도노는 웃었다.

《부위염장군의 좋은 점이 무엇인줄 아시오? 흠, 그건 속을 숨길줄 모른다는거요. 그런데 누구에게는 그것이 좋은 점이지만 누구에게는 약점이란 말이요.》

도노는 여전히 웃으면서 부위염의 주위를 에돌았다.

부위염은 마치 칼날우에 선 심정이였다.

도노대부는 무엇을 알고있을가? 아마 다 알고있을것이다. 도노대부와 술래잡이한다는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 있은 일을 꼬치꼬치 다 털어놓을수는 없다.

부위염은 그렇게 짐작했다.

에라, 될대로 되라!

부위염은 미욱부리기로 하였다.

도노는 철부지를 타이르듯 말했다.

《나는 이때까지 부위염장군을 믿었고… 키워왔소. 앞으로도 그럴것이요. 하지만 내가 그러는가 안 그러는가 하는건 부위염에게 달려있소. 내 말을 알겠소? 자, 그럼 말해보시오. 고구려의 마리를 죽인건 다름아닌 부위염 당신이요. 마리가 죽었다고 한건 당신이란 말이요. 그러나 마리는 살아있소. 살아서 이 비류궁성에까지 버젓이 들어왔다가 할 일 다하고 사라졌소. 이걸 어떻게 봐야 하오?》

부위염은 입에 빗장을 질렀다. 할 말이 없었다. 있다 해도 하면 할수록 불리했다. 부위염은 그때에야 자기의 마음이 도노대부를 떠나 마리에게로 쏠려있으며 마리를 위하여서는 키워준 도노대부까지 배반할수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불쾌하면서도 어쩐지 즐거운것이기도 하였다.

야릇한 배반!

부위염은 도노대부가 무슨 말을 하든 겁나지 않았다.

《마리가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모르오이다. 그리고 궁성에 들어온 마리를 살려준것은 미초리오이다. 제가 알고있는건 그뿐이오이다.》

《그게 궁성을 지키는 장군이 하는 말이요?》

《마리가 궁성에 들어왔을 때 저는 대부님을 기다리느라고 고구려, 비류지경에 가있었소이다.》

《참, 그렇지…》

도노는 작은 눈을 쪼프리고 부위염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부위염은 태연하였다.

《그럼, 좋소. 장군에게 한가지 더 묻겠소. 버들이 수리산에 갔다는게 사실이요?》

《저는 그렇게 알고있소이다.》

《소나공주가 버들을 찾아 수리산으로 간것도 그렇겠소?》

《그렇소이다.》

《알만 하오, 알만 해.》

도노는 쌉쌀하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하면서도 눈길은 여전히 부위염을 훑고있었다.

《난 가겠소.》

도노의 말에 부위염은 고개를 들었다.

《대부님! 오래간만에 오셨는데 좀 쉬여가시오이다.》

《고맙소, 장군!》

도노는 손을 들었다놓으며 웃었다.

도노는 돌아섰다. 그는 턱을 한번 들었다놓고 걸음을 옮겼다.

《길러준 개에게 발뒤축 물리는게 아닌가?》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도노는 얼결에 부위염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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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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