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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아도 불쌍한 생각이 드는 애꾸였다. 머리에 피빛이 배여있는 헝겊을 칭칭 동이고 팔 하나를 구부려 목에 매였다. 걸을 때마다 다리도 절룩거리는데 그때마다 아픔을 참느라고 얼굴을 찡그리군 하였다. 그런 차림으로 애꾸는 대낮에 비수를 찾아왔다. 문앞에 이르러 누가 들으라고 그러는지 아니면 원래가 그런지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비수나리! 어서 문을 열어주시오이다, 어서요. 제가 약을 가져왔소이다.》

비수는 애초에 받자 할 생각이 없었다. 받은걸로 알테니 돌아가라고 문밖에서 일렀다.

그러나 애꾸는 돌아갈념을 하지 않았다. 영 개비위였다.

《그러지 말고 문을 좀 열어주시오이다. 비수나리를 만나지 않고서는 돌아가지 않을터이요.》

두번세번 귀접스레 넉살떨다가 그래도 소리가 없으니 문곁에 능달의 개처럼 쭈그리고 앉았다. 그렇게 한나절이나 있었다. 보는 사람마다 처음에는 비굴한 애꾸를 웃어주었지만 나중에는 동정하며 오히려 비수가 너무하다고 혀를 찼다.

이렇듯 찔큰이부리는데 비수가 견딜수 없었다.

체면이란 참 묘한것이다. 두손으로 능히 가릴수도 있는 그 얼굴때문에 득을 보고 해를 보는 사람은 그 얼마랴! 체면가리지 않는 사람과 체면차리는 사람이 싸우면 언제나 이기는것은 개비위부리는 사람이다.

어쨌든 비수는 패자요, 애꾸는 승자다.

끝내 비수는 애꾸의 찔큰이에 못 견디고말았다. 그렇지 않았다간 더 큰 망신을 당할수 있기때문이다.

비수는 애꾸를 들여놓았다.

《비수형님!》 하고 애꾸는 불렀다.

《나리》에서 《형님》으로 바뀐것이다. 그런데 누가 참말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를 일이다. 보기엔 비수가 한참 아래같아보이는데…

그까짓것에 주눅들 애꾸가 아니였다. 형이면 어떻고 동생이면 어떻단 말인가, 그저 코밑의 나들이가 문제다.

《형님! 내가 미련해서 형님을 욕보이긴 했지만요, 그까짓 활 털어버리시오이다. 간나이들과 달라서 사나이들이란건 너 죽어라, 나 죽어라 싸우고나서 친해진다고도 하지 않나요?》

비수에게 이건 참 견디기 어려운노릇이다.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엎었다 뒤쳤다 하는 애꾸의 그 입질도 입질이지만 주제에 무슨 너그러운체 이러이러하라 가르친다고 수작을 떠는 그 얄미움이란…

비수는 끓는 가마를 힘겹게 들고있었다.

그는 바위처럼 누워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애꾸는 제 말만 말이라고 늘어놓았다.

《사실 나두 꽁해가지고 처음엔 그저 날구뛰고싶은 생각밖에 없었소이다. 비수형님을 그저 패대고싶은… 헤헤, 그러나 도노대부님 가르침이 있어서 이 미련한 놈도 깨도가 되였소이다. 역시 사람은 큰사람이 달라요.》

가만 놔두면 오뉴월 엿가락이라 삼천리를 늘어놓을 차비였다.

《그만 가보시오.》 하고 비수는 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꾸는 자다가 막대기에 찔린듯 흠칫하고 비수를 보았다. 그러더니 어쩌자고 메기입을 찢어놓으며 딴장보따리를 풀어놓았다.

《헤, 형님. 거 몰랐더니 무술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요? 누구한테 배웠소이까? 나한테도 배워주지 않겠소?》

비수는 점점 뼈성이 났다.

《가보라는데.》 하며 비수는 머리를 돌렸다.

그러거나말거나 애꾸는 더 바짝 다가붙었다.

《참, 거 형님이 부럽습디다요. 형님이 버들공주님을 살려주었다니, 그게 어디 보통일이요? 좋았겠시다요. 에라, 이놈의 팔자에는 어째 그런 좋은 기회가 차례지지 않는지, 원…》

무슨 소리인지 몰라 비수는 애꾸를 흘겨보았다.

애꾸는 헝겊을 처맨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도노대부님 시중드는건 다 좋은데 거, 계집을 가까이 할수 없는게 큰 흠이란 말이야. 그런데 형님은…》

비수의 눈이 사납게 변했다. 이놈이 무슨 구린내나는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아예 똥싸자고 덤비지 않나? …

《여보시오, 사람이 좀 체면도 있어야 하지 않소? 내 불편해서 그러니 어서 제발… 가주시오.》

애꾸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해서 귀박죽 척 늘어뜨리고 비수를 멀뚱하니 보았다. 한참 새김질하더니 그래도 무슨 생각이 있는지 비실비실 일어났다.

《에라, 그럼 오늘은 그만할가? 좋시다요. 그럼 다시 오지요.》

애꾸는 히죽이 웃고 물러갔다.

비수는 천정을 보며 허거프게 웃었다. 그러느라니 가슴이 메여져오는듯 하였다.

밉다면 깨꼬한다고 애꾸는 다음날도 찾아왔다.

《술이나 한잔 합시다요.》

비수는 문밖에서 쫓아보냈다.

애꾸가 하루종일 문가에서 버티고있었지만 비수는 받자 하지 않았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사흘째에는 일이 터졌다.

애꾸는 다른 수를 썼다.

그는 마치 비수가 받자 하지 않을걸 기다리기나 한듯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하였다.

《너절한 놈! 개새끼! 내가 그만큼 인격 꺾고 말이지, 저따위를 형님대접하면서 말이지, 사람대접을 해주었는데 말이지, 아픈것도 참고서 말이지…》

거기까지 이르러서는 제풀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줴짜고 목소리까지 쉑쉑거렸다.

《에끼, 이 수개같은 놈! 어디서 붙어먹다 와가지고서… 내가 네놈을 모를줄 아느뇨? 존귀한 우리 버들공주님을 욕되게 하는 이 더러운 수개! 나오라, 이 비겁한 놈아!》

그래도 비수는 꿈쩍 안했다.

애꾸는 굳게 닫긴 문하고만 해보았다.

저녁무렵, 애꾸는 목이 쉬였다. 불쌍한 애꾸였다. 어슬어슬 해지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도노의 몸종들이 나타나 애꾸를 부축해가지고 사라졌다. 그들이 하루종일 뭘 하다가 남들이 보지않는 저녁이 되자 나타나 애꾸를 《구원》해주는지 누구도 따져보려 하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차츰 비수에 대해서 좋지 않은 말들을 돌렸다.

 

이틀이 지난 뒤 버들은 비수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집은 텅 비여있었다. 버들은 오래도록 방가운데 서있었다. 비수가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뚝처럼 서서 방바닥을 내려다보는 버들의 눈에서는 맑은 이슬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비수와 마리.

버들의 눈앞에는 마리가 비류궁성에 나타나던 때가 떠올랐다. 고구려로 간다던 마리가 궁성에 나타났을 때 버들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되여 여기에 나타났을가? 별의별 일이 다 있을수 있다. 그리고 그 별의별 일이 다 마리에게는 좋지 못한것이였다. 마리는 어쨌든 자기를 죽이려던 비류에 제발로 찾아들어온것이다. 무슨 바람이 불어 왔든 마찬가지다. 그걸 잘 아는 버들이였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은 즐거워졌다. 이상한 일이였다. 마리의 신상에 닥칠 위험보다도 버들은 그가 나타난것을 기뻐하는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무슨 일이 닥쳤을 때 자기에게 유리한쪽으로 받아들이려는 습성이 있다. 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버들은 마리가 다른 일보다 버들, 자기를 만나러 왔다고 생각했다. 버들은 마리와 헤여진 뒤에 줄곧 마리를 생각해왔다. 자기의 마음이 그러니 마리 역시 같을것이라고 여긴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기들만이 있고 두리의 모든것은 한갖 풍경에 그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불같이 뜨겁게 활활 타오르며 번개처럼 날카롭고도 힘있게 서로에게로 달려가는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들이 끝없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든 다 하찮게 대한다. 이 세상에는 오로지 자기들의 사랑만이 있다.

버들은 기쁜 마음을 누르며 마리에게 달려갔다. 그의 뒤로 그림자처럼 비수도 따라갔다. 마리를 본 버들은 오똑 멈춰섰다. 기쁨이 샘솟듯 하였다. 하마트면 마리를 소리쳐 부를번 하였다. 그러나 소리는 입안에서 굳어지고말았다.

(마-리!)

마리도 버들을 보았다.

마리의 얼굴에도 반가운 낯빛이 확 타올랐다. 그러나 그 불길은 웬 일인지 타오를 때처럼 번쩍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한눈을 쪼프리고 입술을 깨물며 싸늘하게 눈길을 돌렸다.

버들은 가슴이 멎는듯 하였다.

못 본척 하며 아니, 어딘가 애써 외면하며 지나가는 마리를 버들은 어리둥절하여 바라보았다.

기쁨에 찰랑거리던 버들의 마음은 갑자기 쓸쓸해졌다.

주위는 폭풍이 지나간듯 조용해졌다.

버들 홀로 남아있었다.

《공주님, 그만 돌아가시오이다.》 하는 비수의 말에 버들은 오뜰 놀랐다.

《아는 사람이오이까?》

비수의 물음에 버들은 고개를 끄덕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날 보았을가?》

버들은 심드렁해졌다.

《여기는 궁성이오이다. 사람들이 보지 않소이까?》

버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럴수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마리를 잘 안다. 그의 눈빛이 다른 때와 달랐다. 방금 그 눈빛은 나를 미워하는 눈빛이였어. 다른 사람들이 있어 모르는척 하는 눈빛이 아니였어. 내가 너무 눈치없이 노는건 아닐가? 마리는 범의 굴에 들어온셈이 아닌가?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전 산속에서 보던 마리의 눈빛은 아니였어. …

버들이 자기의 방으로 왔을 때 비수가 생각에 잠겼다가 말 했다.

《그 사람이 공주님과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눈치가 이상했소이다.》

《뭐가?》

버들이 여전히 눈길을 내리깐채 물었다.

《시샘의 눈길.》

버들은 놀라 비수를 올려다보았다.

《뭐라고…》

《시샘.》

버들은 떫게 웃었다.

《공주님, 그 사람이 공주님을 보았을 때는 분명 기뻐하는 눈빛이였소이다. 그러나 나를 보자 순간에 눈빛이 달라졌소이다.》

《마리는 비수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비수는 소리없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수의 눈길은 날카로웠다. 그리고 꼭 맞았다.

 

후날 그게 사실인가고 버들이 마리에게 물었을 때 마리는 어색해하며 그랬다고 말했다.

버들은 성을 냈다.

《아니, 날 그렇게밖에 보지 않는단 말이오이까? 아무 사람에게나 웃어주는 그런 소녀로 보이나이까?》

마리는 당황해 어쩔줄 몰라했다.

《버들, 내가 잘못했소.》

버들은 마리를 용서했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새암, 질투는 사랑의 극단이라고 비수가 말했지만 버들의 마음 한구석에 마리의 그 눈빛이 떠날줄 몰랐다.

마리 또한 그걸 두고두고 후회하였다.

비수가 누구인지 알게 되자 마리는 비수와 친해졌다.

버들을 놓고 이 두 사나이는 서로 다르게 사랑하고있었다.

마리는 버들을 총각으로서 사랑하고있었다. 그 사랑은 이 세상에서 오로지 자기만이 버들을 가질수 있으며 오로지 자기만이 버들에게 모든것을 바쳐야 한다는 욕망으로 불타는 사랑이였다. 그 사랑은 지독하게 리기적이였지만 이성의 사랑은 바로 그것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열렬하게 그걸 바랬다. 그 사랑에 다른 사람이 끼여든다는것은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것이다. 그만큼 그 사랑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심했다.

비수는 마리와 다르게 버들을 사랑했다. 그는 버들을 처녀로가 아니라 누이동생으로 사랑했다. 그 사랑은 오로지 저 혼자 버들을 가지겠다는 그런 리기적인 욕심이 아니였다. 꺼꾸로 더 많은 사람들이 버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기뻐하는것이다. 비수는 오로지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쳐 버들을 기쁘게 해줄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마리는 이런 비수를 리해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존경했다.

비수는 마리와 버들사이를 알게 되자 버들만큼 마리를 좋아했다. 감쪽같이 미초리를 죽이고 마리를 빼낸것도 바로 비수였다.

마리와 버들에게 있어서 비수는 생명의 은인이였다.

그런 비수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디로? 어쩌면 버들에게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바람같이 사라진단 말인가?

버들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떨구며 비수의 방에 하염없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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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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