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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노는 송양의 얼굴에서 자기를 초조하게 기다린 기색을 보자 속으로 불끈 화가 치밀었다. 송양이 도노를 기다린것은 도노가 고와서가 아니라 고구려의 주몽하고 만나고싶어 안달아서 일것이다.

《갔던 일은 어찌되였는가?》 하고 송양은 서둘러 물었다.

도노는 입맛을 다시며 일부러 대답을 늦추었다.

《고구려에서는 누가 나왔나이까?》

소나가 도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련이어 물었다.

《고구려에서는… 마리가 나왔소이다.》

도노는 시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송양, 소나와는 달리 그래도 침착하게 도노의 말을 기다리던 버들이 반색을 지었다.

《마리가?》

그러는 버들을 훔쳐본 도노의 입귀가 찔린듯이 푸뜰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소?》

송양이 재촉했다.

《잘되지 못했소이다.》

《고구려에서 만나지 않겠다는거요?》

《만나자고는 하는데…》

《그런데 뭐요? 도노대부답지 않게 뭘 그러오?》

도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만나자고는 하는데 사신사건이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고 만나자바람에 험한 소리를 하지 않겠소이까? 마리는 주몽의 뜻이라고 딱 밝히면서 우르딱딱거리는 꼴이… 보나마나 두 임금께서 만난다 해도 바로 그 꼴이 되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했다는거요? 안 만난다고 했소?》

《그야 어떻게… 만나자고 하는거야 우리쪽에서도 바라는 일이 아니오이까?》

도노는 서리발이 감추어진 웃음을 지으며 송양을 보았다.

송양은 도노의 그 웃음을 보지 못하고 제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이였다.

《잘했소.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소?》

《이틀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소이다만… 제 보기엔 다시 만나지 않는게 좋을듯 하나이다.》

《그건 무슨 소리요?》

《마리와 주몽은 틀림없이 사신사건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덮어씌울것이오이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발뺌할 구실이 없소이다. 시노의 서신이 있다고 하지만 시노도 비류사람이니 믿을만 한게 못되오이다. 더구나 그가 죽었으니…》

송양은 무거운 숨을 내쉬며 맥풀린 소리로 물었다.

《사신사건이야 대부가 나서서 한 일이 아니요?》

《그야 그렇지만 비류의 임금은 이 도노가 아니니 고구려에서 따지고 들면 어찌하시겠소이까? 빠져나가기가 바쁘오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소이까? 그들을 만나지 않는게 상책이오이다. 그들은 우리 비류와 다르오이다. 그들은 힘도 있고 물불을 모르는 젊은것들이라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오이다.》

《그렇다고 저쪽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만나지 않겠다고 하지도 못하고…》

《그건 저에게 맡겨주시오이다.》

《난 다르게 보나이다.》 하고 소나가 나섰다.

송양과 도노가 소나를 보았다.

《우린 사신사건에서 잘못한것이 없나이다. 그건 대부님도 여러번 말한걸로 아는데요.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가 어째서 고구려에 죄지은 사람처럼 피해야 하나이까?》

《사리로 따지면야 그렇소이다. 하지만 고구려하고는 사리로 되지 않소이다, 공주마마.》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이다, 대부님.》

도노는 어쩔수 없는듯 머리를 쳐들었다.

《그렇다면 말씀드리겠나이다. 애당초 우리가 고구려와 만나고 어쩌고 하는건 말도 되지 않나이다. 왜냐면 우리는 어쨌든 이번 고구려사신사건을 통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오이다. 시노가 죽지 않았소이까? 고구려에서는 사신으로 오던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지만 그거야 그들이 잘못했기때문이 아니오이까? 내가 제때에 그들을 처리하지 않았다면 우리 비류는 지금쯤 이렇게 고구려와 만나니마니 하고있지도 못할것이오이다. 우리는 응당 피해자로서 그리고 정당방위를 한 사람들로서 우리의 존엄을 지켜야 하오이다. 우리와 고구려는 서로 원쑤가 되였는데 원쑤와 마주서서 옳고그름을 따진다는게 도대체 말이나 되오이까? 자기를 죽이려던 원쑤들의 그럴듯한 소리에 귀가 솔깃해서 적들의 피리소리에 맞장구를 치는것처럼 어리석은짓이 세상에 어디 또 있겠소이까? 싸워야 할 적수, 원쑤에 대해서는 오로지 죽이겠다는 열밖에 가져서는 안되오이다. 이건 병법의 초보적인 요구이오이다. 적이 하는 말에 혹시나 해서 미련을 가지는것은 벌써 패한것이오이다. 우리는 고구려가 우리와 만나 누가 옳고그른가나 따지게 할게 아니라 우리한테 와서 잘못을 빌게 하여야 하오이다. 바로 그래야 하오이다.》

송양과 소나는 도노가 피대를 세워가며 소리치는걸 듣기만 하였다.

《대부님, 누가 적이고 누가 원쑤라는것이오이까?》

버들의 목소리에 도노는 흠칫 놀랐다. 도노는 버들이 아까부터 자기를 말없이 살펴보고있는걸 불쾌하게 여겨왔다. 그러다 송양과 소나에게 열을 올려 말하면서 버들을 잊고있었다.

《공주마마, 혹시 고구려가 우리의 원쑤이고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말씀이오이까?》

《그렇나이다, 대부님.》

《아니, 그건?》

《대부님은 사신사건에 대해서 말씀하는데 그건 잘 믿어지지 않나이다. 대부님도 우리가 그걸 밝힐수 없다고 말씀하지 않았나이까?》

《그건 고구려에서 볼 때 그렇다는것이오이다.》

《그렇다면 더욱 그렇지 않나이까? 고구려에서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우리만 그렇게 우긴다는것인데…》

《아니, 우긴다고 하는건 지나치지 않나이까, 공주마마?》

《난 대부님이 남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점잖지 못한분이라고 보지 않았는데요?》

버들의 말에 도노는 말문이 막혔다.

《대부님, 난 우리가 꺼릴것이 없다면 고구려와 만나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보나이다. 더구나 고구려는 우리 비류와 화친하고 겨레의 성산인 불함산으로 가는 길을 열자는것이라는데 우리가 만나지 못할 리유가 뭐겠나이까?》

도노는 없는 턱수염을 뽑으며 입을 다물고있었다.

《어떻소, 대부?》

송양이 심중한 낯빛으로 물었다.

《예, 좀 생각해보겠소이다.》

도노는 한동안 눈을 깜박이며 말이 없었다. 이윽고 도노의 낯이 풀리기 시작했다. 언제 그랬더냐싶게 웃음까지 피여났다.

《임금마마, 버들공주마마의 말씀이 옳소이다. 하마트면 이 미련한 도노가 큰일을 그르칠번 했소이다. 옛말에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고 하더니 과시 버들공주마마는 현명하시오이다.》

도노의 말소리는 깊은 감동으로 떨리고있었다.

버들은 돌변한 도노의 태도에 어리둥절했다.

흔히 아첨군들이 그러는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노가 딴맘 먹고 그런다고 보기에는 그의 낯빛이며 목소리가 너무나 진실해보였다.

《임금마마, 아뢰옵건대 임금마마께옵서 고구려의 임금을 만나시려는 일에 버들공주마마가 나섰으면 하오이다. 이 도노는 안되겠소이다.》

《그게 무슨 말이요?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의 그 말은 버들에 대한 고까움으로 들리는그려.》

《밝게 헤아려주시오이다. 이건 저의 진심이오이다.》

《버들의 말에 일리는 있지만 그렇다고 대부의 말이 틀리는건 아니요. 고구려와 비류의 두 임금이 만나는것은 나라의 큰일인데 버들은 아직 어려서 이런 일을 맡기엔 맞춤하지 않소.》

《아니오이다, 아니오이다.》

송양은 손을 흔들었다.

《그러지 마오. 이러나저러나 이때껏 대부가 나서서 이 비류의 일을 많이 풀지 않았소? 이번 일도 그렇지. 대부는 이번 일을 자청해서 맡아나서지 않았소? 그런데 이제 와서 물러서겠다니 그게 어디 될말이요?》

《임금마마께서 그렇게 믿어주시오니 몸둘바를 모르겠소이다.》

송양은 나직이 숨을 내쉬였다.

《나는 대부의 일을 탓한적이 없소. 딴 생각 말고 회담을 성사시키도록 하오.》

《몸과 마음 다 바쳐 보답하겠나이다.》

도노는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머리를 들며 도노는 입술을 꼭 다물고 눈을 내리깔고있는 버들을 슬며시 채보고 입안의 혀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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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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