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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은 두 딸과 지내는것이 즐거웠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이다. 버들이 궁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송양은 소나와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버들이 나타나자 모든것이 별안간 달라졌다. 처음에는 버들이 나타난것이 서먹서먹하였다. 송양은 버들을 죽으라고 산에 버렸던 일이 내려가지 않았다. 물론 죽으라고 진짜 버린건 아니라 하더라도 그후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보지 않은것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임금이라도 어쩌면 제 자식을 산에 버릴수 있단 말인가! 임금의 위엄을 위해서라고 큰소리쳐봐도 울리지 않았다. 바늘을 삼킨듯 하였다. 그것은 날이 갈수록 안타까운 일이였다.

어떤 매정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때로서는 나름대로 핑게가 있기마련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그 핑게라는것이 매미 허물벗듯 사라져버리고 옳고그름을 인정으로 재는 자대만이 남게 되는 법이다.

비류의 임금 송양은 임금의 권위를 위해 제 딸마저 서슴없이 버리는 매정한 사람이다 하는 소리는 그 누가 욕하는것도 아니고 송양스스로가 제 귀에 밀어넣은 벌레가 내는 소리였다. 어떤 때는 남이 하는 욕보다 제스스로의 욕이 더 가슴아프다. 송양이 바로 그걸 느끼고있는것이다.

그러한 송양의 심정은 소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후회는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그 후회를 봉창하려는 충격을 낳기마련이다.

버들에게 어딘가 어색한 송양과 소나의 애정은 바로 그런것과 잇닿아있었다.

버들에 대한 송양과 소나의 애정은 다만 그런 후회를 씻으려하는것과만 얽혀있지 않았다.

버들은 이때껏 없던 새벽바람을 비류궁성에 일구었다. 누구나 입방아 찧지는 않았지만 그 새벽바람이 도노와 맞서는것이라는것은 알고있었다. 그것은 와당탕 소리나지는 않았지만 흔들레판같던 비류에는 두루미무리에 범소리였다. 당사자인 버들자신은 그걸 밥알에 걸려 재채기하는것으로 여기는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송양과 소나에게는 더했다. 비록 겉으로 나타내지는 않았으나 버들이 도노에게 맵짜게 대한 때부터 송양과 소나는 이때까지보다 더 살갑게 버들을 대해주었다. 미친개 범 물어간것 같은것이 그들의 심정이였는지 모른다. 심지어 마리가 돌아간 뒤 고구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뒤숭숭한 불안도 잠시 물러설 정도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가만있지 않을 도노인데도 어쩌지 못하고 오히려 불탄 소가죽 오그라들듯, 된서리 맞은듯 자라목이 되는것을 보면서 송양과 소나는 한때나마 씨원해하였다.

그들은 궁전 뒤뜰 활터에 있었다.

송양은 오래간만에 덧옷을 벗어던지고 활쏘기를 하였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송양이 쏜 화살은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과녁에 들어가맞았다.

《아바마마의 화살에 눈이 달린것 같나이다. 간밤에 단군성인께서 부르시여 천주석에 갔다오신게 아니나이까? 활솜씨를 당할 사람이 없겠나이다.》

소나가 화살묶음을 가져오며 하는 말이였다.

《나같은걸 성인께서 부르실리 있냐? 나 모르게 꿈에나 오셨댔는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별로 잘 맞는구나. 아마 이 아비가 버들에게 뽐내고싶었던게지, 응? 하하.》

송양은 수염을 쓰다듬고나서 활을 버들에게 내밀었다.

《버들, 어디 한번 쏴보아라.》

《저는 잘 쏘지 못하나이다. 요전번에도 보시지 않았나이까?》

《그래도 괜찮다. 자꾸 쏴보면 늘지. 자, 어서!》

옆에서 소나도 버들보고 쏴보라고 했다.

버들은 《어쩌나…》 하며 울상을 지었다.

진정인지 거짓인지 모를 그 표정, 처녀들의 어리광이라고 할 그 몸가짐은 묘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약한것으로 강한것을 사로잡는 이 술법은 사나이들이 본딸수 없는 아이들이나 처녀들의 무기임에 틀림없다.

《그럼 비웃지 마시오이다.》 하며 버들은 살을 시위에 메웠다.

버들은 활을 잘 쏘지 못했다.

이번에도 같았다. 한묶음 화살을 날렸으나 맞은것은 석대밖에 되지 못했다.

《잘 쏘았다. 지난번보다 훨씬 늘었다.》 하며 송양은 껄껄 웃었다.

소나도 맞장구쳤다.

《아무래도 활쏘기는 아바마마에게 배워야겠나이다.》

《그래, 소나언니라면 어림없지만 버들에게만은 내 기꺼이 배워주마.》

절반 롱담섞어하는 말에 소나도 기쁘게 활짝 웃었다.

송양은 몸가짐과 눈, 시위당기는 힘을 두루 배워주었다. 버들도 열심히 배웠다.

송양과 버들이 한창 활쏘기에 열내고있는데 활터로 소나의 시녀가 왔다. 시녀는 소나에게 다가가 뭐라고 소곤소곤하였다. 시녀의 말에 골똘하여 소나는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낯빛을 지었다.

시녀가 돌아간 뒤 소나는 다시 아바마마와 버들이 활쏘는것을 멍하니 보고있었다.

열묶음 화살을 다 쏘고나서 송양이 버들에게 쉬자고 했다.

《힘들지?》

송양이 땀을 씻으며 물었다.

《힘드나이다. 하지만 재미도 나오이다.》

《그래? 넌 빨리 배울게다.》

송양은 즐겁게 웃었다.

땀을 훔치며 돌아서던 송양이 소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

《저…》

《어서 말해라.》

《고구려에서 무슨 소식이 온것 같나이다.》

소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번에는 송양의 시종이 활터로 달려왔다.

그는 고구려에서 꿩의 깃털이 달린 화살이 왔다고 전했다.

송양의 낯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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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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