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부분노는 주몽을 따라가고있었다.
요즈음 부분노의 마음도 편안치 않았다. 아침에 안해에게 들은 소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안해는 물에 빠져죽은 한 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에구, 불쌍해라 하며 눈물을 짓는 안해를 보며 부분노의 속도 좋지 않았다. 부분노도 죽은 그 녀인을 알고있었다. 그 녀인은 도리의 안해였다. 남편이 죽은 뒤 그 녀인은 아들을 하늘같이 믿고있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비류에 사신으로 갔다가 그만 돌아오지 못하였다. 절망에 빠진 그 녀인은 물에 뛰여들어 목숨을 끊고말았다. 죽은 사람도 불쌍하지만 그로 하여 사람들의 마음이 뒤숭숭해진것이 부분노에게는 더 큰일이였다.
부분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다.
고구려는 지금 마치 염병이 휩쓰는듯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무슨 마련이 있어야 했다.
부분노는 앞서가는 주몽을 보았다.
주몽의 얼굴도 밝지 못했다. 웬만해서는 속을 내비치지 않는 성격인데 지금은 시름이 짙게 어려있었다.
주몽이 탄 말이 멈춰섰다.
앞서가던 협보가 돌아서서 한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집도 사신일행의 한사람이였소이다.》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협보가 주인을 찾았다.
문이 열리더니 늙은이가 나왔다.
그는 주몽을 보자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주몽은 말에서 내려 주인에게 다가갔다.
《주인님,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소이까?》
주몽은 주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불맞고 식은 바위처럼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늙은이는 고개를 숙이였다.
《임금께서 이렇게 찾아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소이다.》
《이 늙은이의 아들이 사신이였소이다.》
협보가 주몽에게 알려주었다.
《임금님! 우리때문에 너무 상심마시오이다. 아들은 잘못되였지만 다행히 손자가 있어 대를 잇게 되였소이다.》
《그래 며느리는 어떻소이까? 갓난아기의 어머니일텐데…》
《며느리를 보면 가슴이 터지오이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하겠소이다. 하지만 어찌겠소이까? 녀인들이란 누구나 팔자가 그런걸… 사내들이야 뭐라오이까? 그저 불쌍한건 녀인네들이오이다.》
《주인님은 살아오시면서 이런 가슴아픈 일이 많았소이까?》
《많다뿐이겠소이까? 사람의 한평생이란 다 그런걸… 아무리 가슴이 아파도 어찌겠소이까? 가슴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가면 또 그럭저럭 아물기마련 아니오이까? 산 사람은 또 살아가오이다. 그저 불쌍한건 죽은 사람들이오이다. 임금님,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하여주시오이다.》
주몽은 늙은이를 뒤에 남기고 돌아섰다.
그 어떤 위로의 말로써도 혈육을 잃은 사람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다. 산 사람은 또 살아간다지만 한번 입은 상처는 죽을 때까지 자리를 남긴다.
얼마동안 가다 돌아보니 주인은 그냥 선채로 주몽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주몽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였다.
말을 타고 돌아오며 주몽은 말이 없었다.
《아뢸 말씀이 있소이다.》
부분노가 조용히 말했다.
주몽은 부분노를 돌아보았다.
《진혼제를 차리는것이 좋겠소이다.》
《진혼제?》
《그렇소이다.》
주몽은 한동안 부분노를 바라보았다.
부분노는 마리와 신통히도 같은 말을 한다.
《마리에게서 들었소?》
《뭘 말이오이까?》
《진혼제말이요?》
《무슨 말씀이신지…》
《진혼제를 할 궁리는 마리에게서 들은 소리요 아니면 부분노 혼자생각이요?》
《마리도 진혼제를?》
《그렇소. 부분노는 마리와 꼭같은 말을 하는구만.》
《마리도 진혼제를 하자고 하였다면 저도 기쁘오이다.》
《그러니 서로 모르고 하였다는 소리지? 그런데도 같은 말을 한다? 하긴 뜻이 같으면 마음도 같을수밖에 없겠지. 좋은 사람들의 생각은 한갈래로 흐르는 법이니까. …》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억울하고 원통하여 눈보라를 맞는 밀림처럼 울부짖는 령혼들과 유가족들을 달랠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하여야 한다. 마리도 그렇지만 부분노도 참 좋은 생각을 했다.
《소밀어른에게 사람을 보내도록 하오. 그 어른에게 물어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법도대로 좋은 날을 가리고 준비를 갖추어 진혼제를 치르도록 하자. 부분노가 맡도록 하오.》
《알겠소이다.》
주몽의 눈앞에 마리가 떠올랐다.
송양과 만나는 일은 어떻게 돼가고있는가?
이제는 비류에서 소식올 때가 되였는데…
채 낫지도 못한 몸으로 그 일때문에 뛰고있는 마리가 걱정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