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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강기슭에 이르러 말을 세웠다. 폭이 그닥 넓지 않은 강우로 나무다리가 놓여있는데 강 건너편에는 비류의 군사들이 다리를 지키고있었다.

마리를 호위해온 군사가 뿔나팔을 불었다.

건너편 비류군사들이 웬 일인가 하여 이쪽을 바라보았다.

마리는 말에서 내려 다리우로 들어섰다. 이전에는 그래도 서로 오가는 고구려와 비류의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개미 한마리 얼씬하지 않아 한적감을 자아냈다.

마리는 꿩의 깃털이 달린 화살을 들고 다리를 건너갔다.

비류의 군사들이 마리가 든 화살을 보고있었다.

다리끝에 이르러 마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비류군사들을 살피고나서 화살을 기슭에 던져 꽂았다.

《여기 비류임금에게 보내는 고구려의 공문이 있소.》

그 말에 비류의 군사들은 마리와 화살을 번갈아 보기만 하였다.

마리는 돌아섰다.

강을 건너온 마리가 머리를 돌려보니 비류군사들이 화살을 뽑아들었다.

그 화살에는 고구려의 임금 주몽이 비류의 임금 송양을 만나기 바란다는것과 그 여부에 대한 답신을 사흘안으로 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리는 화살을 쥐고 이쪽을 건너다보는 비류군사들을 지켜보다가 말을 탔다.

이제 송양이 어떻게 나올것인가?

사흘뒤에 마리는 다시 여기에 와야 한다. 비류가 어떻게 나오겠는지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

마리는 후- 숨을 내쉬였다.

눈앞에 제가평의회가 있은 뒤 찾아왔던 협보와 구도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련한 짐승도 한번 빠졌던 함정은 피해가. 그런데 마리, 자넨…》

협보가 하는 소리였다.

《그만큼 혼났으면 됐지 또 그 송양을 만나겠다는건가? 자넨 아직도 억울하게 죽은 고구려사신들의 피가 적다는건가?》

《뭘 말하자는건가, 협보?》

마리가 물었다.

《비류것들 하고는 만나고 뭐고 할게 없다는걸세. 난 이미전부터 비류와 화친한다 어쩐다 하는걸 반대하였네.》

《그랬지. 자넨 솔직해, 협보. 하지만 난 내가 잘못한다고 보지 않네.》

《마리, 이것 보라구. 자넨 왜 그렇게 코막고 답답한가? 난 자네가 비류에 사신으로 가는것도 반대하였고 지금 송양과 주몽형이 만나게 하려고 가는것도 반대하네. 그렇게 해서 얻은게 뭔가? 억울한 죽음, 피 그밖에 더 있나? 글쎄, 송양이 좀 귀가 열린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네. 이건 미욱하고 제살궁리만 하는 늙다리에 불과한데 그런것하고 마주선단 말인가? 그런것들 하고는 아무리 뜻을 론해봐야 얻을게 없어. 바보하고 고집쟁이는 백번천번 만나 좋은 소리 해줘야 입이나 아플뿐이야. 이불깃을 보고 발을 펴랬다고 바보와 말하는건 바보야. 이건 내 혼자소리가 아니야. 자네도 제가평의회에서 들어서 잘 알겠구만. 그리고 눈이 있으면 사람들이 자네를 어떻게 보는지도 보았겠고… 왜 그리 어리석은가, 응?》

협보는 얼굴이 수수떡이 되여 소리쳤다.

《협보, 난 자네가 주몽형의 뜻을 그렇게까지 멀리할줄은 정말 몰랐네.》

《주몽형의 뜻이야 옳지. 그러나 그건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내세운것이지 눈앞에서 자네나 내가 이루라고 내세운것은 아니란 말일세. 그런데 자네는…》

마리의 짙은 눈섭이 솔잎처럼 일어섰다.

《뭐라구?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주몽형의 뜻은 주막집의 간판이 아니네.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내세운 기발도 아니네. 그건 나나 자네, 우리모두의 뜻이고 겨레가 바라는 소원일세.》

《끝내 그렇게 고집할텐가? 정 그렇다면 자네 마음대로 하게. 내 다시는 자네 일에 간참 안할테네.》

협보의 얼굴이 새파래지였다.

팔짱을 끼고 듣기만 하던 구도가 마리에게 다가왔다.

《마리, 난 협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보네. 비류하고는 맞서봐야 얻을게 없네. 이전 구려와 비류하고는 지나간 일이라 그렇다 치고 우리 고구려가 선 다음 비류의 꼴을 봐도 잘 알수 있지 않나? 못된 송아지 엉뎅이에 뿔난다고 비류가 우리 고구려에 좋은 일한건 하나도 없단 말일세. 우리 고구려사신들이 전멸된것만 봐도 잘 알수 있지 않는가? 뭣때문에 부득부득 밉게 노는 비류와 사귀지 못해 그러나? 우리 고구려가 비류보다 못한게 뭐란 말인가? 우리가 비류보다 세도 한참 센데 뭣때문에 비류에 머리숙이고 그러는가 말일세. 그저 쳐갈기고 타고앉는게 땅수네, 땅수!》

《구도, 우리가 세기때문에 더욱 그러는거네. 우리의 뜻이 겨레를 위한 뜻이고 우리 힘이 세기때문에 비류와 화친하고 통일하자는게 아닌가?》

《난 돌대가리가 돼서 그런지 자네의 말을 잘 모르겠네.》

《구도, 우리 임금의 뜻, 고구려의 뜻 그리고 우리모두의 뜻은 오늘 잔치상을 잘 차려 뚱땅거리자고 그러는것만이 아닐세. 우리 고구려나 비류만을 위한것도 아니고… 겨레의 먼 앞날을 위해서 오늘은 비록 힘들고 어려워도 이 일을 해나가는게 아닌가? 사람이 눈앞의 떡그릇에만 눈이 멀어 헤덤비는 미물로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한번 큰일을 위해 한몸바쳐 사는게 보람있는 일이 아니겠나? 우리의 이 몸은 언제인가는 한줌의 흙으로 돼버리고말아. 그건 누구도 피할수 없는거야. 그러나 우리의 뜻, 우리의 얼은 저 하늘의 해와 달이 다하도록 끝이 없어. 그래서 우리가 사는게고 이렇게 애쓰는것이 아닌가?》

《마리, 자네의 말은 옳네. 하지만 우리가 숨쉬며 사는 이 세상을 모른다고만 할수야 없지 않는가? 자네도 잘 알고있지 않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결코 꽃피는 봄날이 아니네. 누가 우리의 그 뜻을 알아준단 말인가? 너 아니면 나고 내가 살자면 남을 잡아먹어야 하는 이 세상을 모른다고…》

《누가 모른다고 하라든가? 세상이 그렇다고 해서 뜻을 버릴게 아니라 더 뜻을 높이 세우고 힘차게 살아가는게지.》

《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네. 맡은 일을 잘해보게. 그게 쉽지는 않을거네.》

마리는 가슴이 답답해났다.

문득 말이 귀를 세우며 멎어서는 바람에 마리는 고개를 들었다. 순간 마리는 놀랐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사람들이 앞을 막아서고있었다. 아낙네들과 늙은이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은 한둘이였다. 그들은 번뜩거리는 눈으로 마리를 쏘아보고있었다.

마리를 호위하던 군사들이 그의 앞으로 나섰다.

《이건 뭐요?》

《우린 고구려사신의 유가족들이요.》

앞을 막아선 사람들가운데서 한 젊은 사람이 말했다.

《무슨 일이요? 우리는 마리대주부님을 모시고 가고있소. 당장 길을 비키시오.》

호위군사가 소리쳤다.

《알고있소. 우리는 바로 마리대주부를 만나 따질 일이 있소.》

마리는 손짓으로 호위군사들을 물러서게 하였다.

《여러분, 무슨 일이오이까?》

《대주부나리, 당신이 비류와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는게 사실이오이까?》

젊은 사람이 물었다.

《그렇소.》

젊은 사람의 눈길이 갑자기 사나워졌다.

그는 이를 사려물고 소리쳤다.

《뻔뻔스러운 놈! 네가 우리 형제들과 함께 비류에 갔던 놈이 맞긴 맞아? 우리 형제들을 어떻게 하고 제 혼자 살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뭐 어쩌구 어째?》

이것은 마리에게 숨통이 꺽 막히는 소리였다. 쉽게 벗어버릴수 없는 너절한 구정물이다. 마리는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옴을 느끼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제 말을 들어주시오이다.》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듣기 싫다!》

《배신자!》

《죽은 사람들을 살려내라!》

녀인들의 새된 소리가 별스레 마리의 가슴을 허비였다. 그 소리에 이어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들리였다. 그것은 마리의 가슴에 칼을 박는것 같았다. 마리는 녀인들과 아이들의 소리를 더 듣고만 있을수 없었다.

《여러분!》

마리는 등자에 발을 딛고 몸을 솟구치며 소리쳤다.

《여러분, 여러분이 나를 보고 뭐라고 하든 할 말이 없소이다. 그러나 비류와 전쟁을 해서는 안되오이다. 그건 복수가 아니오이다. 죽은 사람들의 령혼을 위해서도 아니고…》

마리의 말은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살인마를 쳐라!》

누구인가가 소리쳤다. 그 소리는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놓았다.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였다.

말들이 길길이 뛰며 울부짖었다.

분노한 사람들이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마리를 말에서 끌어내리고 닥치는대로 때렸다. 마리는 머리를 쳐들고 매를 맞았다. 얼굴이 터지고 피가 흘렀다.

하늘땅이 빙그르 돌았다.

가물가물 흐려져가는 의식속에서 마리는 누군가가 웨쳐대는듯한 소리를 들었다.

뭇사람의 분노는 세상을 뒤집어엎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어느때나 다 옳은것일가. 아니다. 때로는 그것이 더 사람들을 가슴아프게도 한다. 뭇사람의 분노가 늘 옳은것이며 그래서 벌어지는 행동의 결과가 다 옳은것이라고 보는것은 위험한 세상리치가 아닐가? 잘못된 무리의 분노가 때로 인간이 바라는 참된 력사의 흐름을 뒤걸음치게도 하는것이다. 이렇게 보면 무리의 분노가 언제나 옳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부추기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봐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혹은 력사의 악이 되기도 하는것이다.

마리는 다급히 달려오는 말발굽소리를 들으며 땅에 쓰러졌다.

 

마리는 어디선가 흐느끼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자 걷잡을수 없는 아픔이 밀려들었다. 마리는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마리! 마리! 정신차리게.》

협보가 안타깝게 마리를 흔들었다.

마리는 다시 눈을 떴다.

《협보, 자네가…》

《응, 그래! 나야. 마리, 정신차리게.》

마리는 웃어보이려고 애썼다. 하지만 찢어지는듯 한 아픔으로 하여 얼굴이 이그러졌다. 귀가 멍멍하고 숨이 찼다. 어디선가 다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마리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눈길을 주었다. 스무나문 걸음 떨어진 곳에 칼과 창을 잡은 군사들이 빙 둘러서있었다. 그들은 마리에게 달려들던 사람들을 에워싸고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거기에서 들렸다.

군사들을 몰아대던 구도가 마리쪽을 보더니 달려왔다.

《마리, 살았나?》

《구도.》

《응, 마리. 내가 잘못했네. 자네가 이렇게 된건 내 잘못이네. 내가…》

구도는 마리가 비류에 공문을 전달하러 갔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따라갔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가 하여 군사들을 이끌고 갔지만 마리가 돌아선 뒤였다. 구도는 한숨쉬고 군사들을 돌려세웠다. 그런데 얼마 못 가 황급히 달려가는 마리의 호위군사와 마주쳤다. 그에게서 마리가 위급하다는 소리를 들은 구도는 앞뒤 가릴새없이 말을 몰아 달려왔다. 마침 협보를 만나 그들은 함께 왔다. 하지만 그들이 달려왔을 때 이미 마리가 일을 당한 뒤였다.

한참 마리를 내려다보던 협보가 일어나 칼을 뽑아들었다.

《어느 놈이냐, 마리를 이렇게 만든 놈이? 나서라! 죽여버릴 테다.》

협보는 군사들이 에워싼 사람들쪽으로 다가갔다.

구도도 덩달아 협보를 따라갔다.

《싹 다 죽여버릴테다. 마리에게 손을 댄 놈은 아낙네든 아이든 모조리…》

구도는 마치 불맞은 범같았다.

그 서슬에 마리에게 달려들었던 사람들이 뒤걸음쳤다.

《협보, 구도!》

마리가 호위군사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래서는 안돼.》

마리의 피묻은 손이 협보와 구도를 불렀다.

협보와 구도가 굳어져 마리를 돌아보았다.

《협보, 구도. 그들을 죽여서는 안돼. 우리 사람들을…》

마리가 가까스로 말했다.

그러는 마리를 보며 협보의 낯빛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랐다. 그는 칼을 하늘높이 흔들며 부르짖었다.

《아, 아- 마리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비류에서 겨우 살아난 마리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만든단 말이냐, 이 눈깔이 먼것들아!》

하늘이 컴컴해졌다. 구름이 빛을 가리웠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이어 아낙네의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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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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