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도노는 동부대가에게 갔다.

동부대가 순추는 도노가 나타나자 물본 오리가 되였다.

비류의 대가이면 나라의 한 기둥이라고 할수 있다.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비류도 임금아래 다섯 부로 나누어져있는데 대가면 그 하나를 주무르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나라 다섯가운데 하나의 임금인셈이다. 그런데 어째서 대부에게 쩔쩔매는것인가?

순추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숨을 쉬군 한다. 이건 꼭 사돈이 소 어울러 탄것 같이 거북하기 짝이 없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소에 뿔이요, 범에 발톱이라고 권력이라는데는 실권이라는게 있는 법이다. 차지한 자리는 보잘것없어도 실권만 있으면 그에게 내가 아무리 그럴사한 껍데기를 뒤집어썼어도 눈치보기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가는 목이 위태롭다. 순추는 비류에서 대부라는것이 실상 임금을 보좌하는 자리가 아니라 임금을 대신하는것으로 돼버린지 이미 오래다는걸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도노를 반겨맞는것이였다.

《아니, 대부께서 어찌된 일이시오? 이렇게 오래간만에 저를 다 찾아주시다니요?》

《이 비류에 그래도 속 터놓고 말해볼 사람이 동부대가말고 또 있소? 공적인 일은 아니고 그저 술이나 마시려고 왔으니 너무 탓하지나 마시오.》

《원, 탓하다니요? 그 무슨 섭섭한 말씀. 어쨌든 고맙소이다. 자, 어서 들어가십시다요.》

순추는 시골집에 나라님 모신듯 집안사람들을 몰아대며 상을 차리게 하였다. 여느때는 어쨌는지 자기가 오자 손님 들으라는듯 우뢰소리를 질러대는 순추를 보며 도노는 웃었다. 뜬뜬쟁이 억보이긴 하지만 다름아닌 도노 자기를 대접하느라고 분주탕 피우는것이 도노에게는 싫지 않았다. 진날 나막신으로야…

벼락치듯 상이 차려졌다. 그런데 그 상이라는것이 또 남산이다. 두사람을 위한 상을 열사람이 먹고도 남을만큼 차려놓았다.

《자, 어서 드십시다, 대부님!》 하며 순추는 입이 귀밑까지 째지게 웃었다.

도노는 순추대가가 쳐주는 술을 받아마시지 않고 상에 놓았다. 그리고는 방을 둘러보며 말꼭지를 뗐다.

《이번에 고구려에 가보니 그들이 군사를 늘인다 어쩐다 하는게 심상치 않소. 만일 고구려가 쳐들어온다면 대가의 이 요란한 술자리는 물론이요, 대가의 집도, 자리도 다 넘어지는 나무의 새둥지처럼 될터인데…》 하며 도노는 웃었다.

《허허, 설마 고구려가 그럴리 있겠소이까? 그런 말씀은 그만두시고 어서 술이나 드시오이다.》

《난 목숨을 걸고 고구려에 갔댔소. 내가 없는 소릴 하겠소?》

《아, 그런건 아니지만…》

도노는 아무래도 얼뱅이로 보이는 동부대가 순추를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다. 그렇다고 더 순추를 몰아대고싶지는 않아 그쯤 해두기로 하였다.

순추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눈치였다. 술기운때문인지 차츰 순추의 질렸던 낯빛이 풀어졌다.

좋은 술자리는 덕담과 서로의 고무가 으뜸가는 안주이지만 나쁜 술자리에서는 악담과 뒤소리가 제일가는 안주이다.

《사람이 죽어도 도덕 하나는 베고 죽으라고 했는데 말이지요, 그 버들인지 뭔지 하는 공주가 참 버릇이 없소이다. 전번에 도노대부에게 눈 딱 부릅뜨고 당신은 누구인가고 따질 때 내 나서서 버릇을 가르치려다가 겨우 참았소이다. 공주면 공주지 어디다 대고 대부님에게 고렇게 바라지게 따진단 말이야, 따지긴…》

순추는 제가 당한 일이기나 한듯이 정말 분해죽겠다고 씩씩 거렸다. 내가 이러는건 바로 도노대부를 저 뒤산만큼 높이 보기때문이웨다 하는 속심이 복골의 땀처럼 질질 배여나왔다.

세상에 제일 보기 딱한게 한뉘 살만큼 살아본 늙은이가 그 누구에게인지 설설 개올리며 아첨하는것이요, 범없는 산에 시라소니인가 쩍하면 제노라고 호통치기 좋아하던 사람이 어쩌자고 만장이 보는데서 제가 무슨 신발바닥이라고 납작 엎드려 제 상관 턱을 올려다보는것이다.

도노는 묘하게 웃음지었다. 순추의 소리는 듣기에 따라 다를수 있다. 어찌 보면 진정이요, 어찌 보면 도노를 놀리는 소리이다. 버들이 도노더러 《당신은 누구예요?》 하고 따질 때 순추의 낯은 어떠했던가? 도노를 위해 격분은커녕 얼떠름해서 오히려 야, 이거 오늘 좋은 구경거리 만났다는 낯짝이 아니였던가.

그런데 지금은? …

도노는 순추의 그런 안팎이 다른 겉발림을 모르지 않았다.

《대가는 뭘 그러시오? 난 오히려 버들공주가 당돌한게 더 좋습디다요.》

도노는 저가락으로 연한 사슴고기를 집으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하였다.

순추는 그걸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듯 개구리눈을 끔벅거렸다.

《무슨 말씀인지… 대부는 그래 분하지도 않소이까?》

《하 대가, 큰어른이 뭘 쪼물짝하게 그러시오? 강아지를 곱다 하다가 손가락 물려 성내는것 같소이다.》

이건 도대체 누가 누구를 위안하는지 모를 일이였다.

순추는 더욱 어리벙벙해졌다.

《여하튼 내 버들인지 뭔지 하는 공주를 곱게 보지 않소이다.》 하고 순추는 쩝쩝 입을 다시였다. 순추는 제가 당한 일도 아닌데 공연히 도노위신을 맡아나섰다가 오히려 이건 어른한테 은근히 꾸중받은 아이격이 되여 어색해졌다. 그는 그게 또 내려가지 않아 투덜거리는척 했다. 말은 그렇게 하기는 해도 실상 버들과 순추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그저 손님맞은 주인으로 그쯤 대해주었으면 되였다고 순추는 입을 다시였다.

도노는 도노대로 순추를 내세워 버들을 짓눌러놓을 궁리는 하지도 않았다. 버들은 햇강아지에 불과하다. 그런건 눈 한번 흘겨도 능히 제풀에 물러앉아 콜짝콜짝 짜게 할수 있다. 성격이 가파롭고 까다로운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무언, 무관심 즉 말 안하고 보지 않는다는것이 바로 그 방법의 하나이다. 도노가 버들에게 낯이 깎이고도 참고있을 바보는 아니였다. 다만 어떻게 혼쌀내주는가 하는 방법이 다를뿐이다. 서뿔리 독사의 대가리를 치려다가는 오히려 이쪽에서 죽을수 있다. 꼬리를 잡아쳐야 한다. 그러되 남들이 독사와 싸운다는 낌새를 채지 못하게… 도노에게 버들 하나쯤 다루는건 식은 죽 먹기다. 버들을 다스릴 뾰죽한 수가 도노에게는 이미 서있었다. 그걸 모르는 순추가 도노를 곁들어주겠다고 나서는게 영 싫지는 않지만 아서라, 순추는 그런데나 써먹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 소가 할 일이 따로 있고 고양이가 할 일이 따로 있다.

《난 말이요, 동부대가! 평생 남을 도와주는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소? 남을 도와주는걸… 허! 그런데 섭섭한건 그러면서도 도와준 보람을 언제 한번 씨원하게 받아보지 못하는구려. 물론 도와준 값을 받자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건 오히려 죽도록 도와주고도 나중엔 미움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니 무슨 놈의 팔자가 이 모양인지, 어이구…》

말은 듣기탓이다. 도노의 말인즉 송양을 도와주어서 좋은 일을 맛보지 못했다는 푸념이요, 한발 더 나가면 그러니 순추, 당신을 도와주면 어떨지 하고 숟가락으로 밥사발 두드리는 소리다. 순추가 무슨 귀머거리라고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할리 없다. 그들은 이미 서로 배꼽이 맞았다.

《대부님, 그런데 나는 거꾸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애타는 사람 아니오이까?》 하며 순추는 삶은 새끼돼지 뒤다리를 집어들고 한입에 뭉청 뜯었다.

그러는 순추를 웃음진 눈으로 바라보던 도노가 물었다.

《대가! 아까 얼핏 말은 비쳤소만 대가가 어디 한번 이 비류의 군사를 거느려볼 생각없소?》

순추는 채 씹지 못한 고기덩이를 꿀꺽 소리나게 삼켰다.

《그건 무슨 말씀이시오?》

《고구려가 당장 쳐들어온다면 우리 비류로서는 야단이요. 우리한테 군사가 없는건 아니지만 대가도 아다싶이 마당에 콩알 널리듯 각 부들에 군사들이 널려있는 형편이요. 내 고구려에 갔다오면서 곰곰히 말구어봤는데 아무래도 각 부의 군사들을 하나로 합쳐야 하겠소. 그런데 골자가 뭔고 하니 합친 군사를 누가 호령하는가 하는거요.》

《그야 응당 임금이…》

도노는 나직이 한숨을 쉬였다.

《물론 그렇지. 헌데 우리 임금은 너무 늙었소.》

순추는 도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처음 듣는 소리다. 송양임금의 그림자인 도노에게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가만, 이게 뭔가 달라졌다.

《그래서 말이요. 내 생각엔 순추대가가 적임자 같은데 어떠한지…》

《내가 무슨 적임자가 되겠소? 다만 도노대부가 도와준다면 힘써는 보겠소이다.》

《대가는 나를 믿소?》

《믿지요. 믿다뿐인가요? 대부님이 하라는 일이라면야…》

《그럼 좋소.》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그들은 맛나게 술과 안주를 들었다.

한참 고기를 먹던 도노가 문득 생각난듯 물었다.

《그건 그렇고… 마리라는 사람말이요?》

《마리요? 아, 그 고구려사신말인가요?》

《그렇소. 그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듣자니 순추대가는 그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던데…》

《그랬지요. 헌데 정작 마리라는 사람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소이다. 그 사람이 고구려사람이긴 해도 참, 끌끌하게 잘났습디다요.》

《그를 봤소?》

《봤지요. 얼핏 한번 보았는데 겉볼 안이라고 그런 사람이 늑대짓을 할것 같지는 않았소이다. 뭔가 잘못된게 아니오이까?》

이런 멍텅구리! 하는 소리가 살모사 혀때기처럼 도노의 입에서 불쑥 나왔다가 기여들어갔다.

《악한짓 하는 놈이 뭐 낯짝에 그려붙이고 다니는줄 아오? 대가는 독버섯을 보지 못한것 같소그려? 겉은 멀쩡한데 도깨비짓 하는 놈들이 어디 한둘인줄 아는가 말이요?!》

《하긴… 그렇지만 고구려의 그 마리라는 젊은이가 죽기를 각오하고 송양임금을 기어코 만나 자기 임금의 뜻을 전하는것도 그렇고 그 말을 들어봐도 그래…》

그건 이미 도노가 아는 소리였다. 마리가 송양에게 전했다는 주몽의 말과 마리의 행동에 대해서는 벌써 알았다. 그것을 다시 이 순추한테서 듣는것은 즐겁지 않다.

《됐소, 됐소. 한다하는 동부대가답지 않소그려. 그래가지고 죽고살고 하는 싸움을 꽤 해내겠는지 원…》

순추대가는 얼떨떨해졌다.

《내 해보는 소리요.》

도노는 순추대가를 얼러추었다.

그러던 도노는 딱 굳어졌다.

머리속에 무엇인가 번쩍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이때껏 속에 맺혀 내려가지 않던 그것이다.

도노는 눈시울을 쪼프렸다.

마리! 거기에서 뭔가 탈이 났다. 이때까지 도노는 마리를 잘못 보아왔다. 그가 마리를 기어코 죽이려 했던것은 마리가 자기의 숨긴 꼬리 즉 부여태자의 끄나불인 도노 자기를 마리가 알아볼가봐서였다. 그러나 마리가 열에 아홉 죽을번 하고도 살아나 고구려로 달아나지 않고 비류로 들어와 송양을 만난거며 그때 송양에게 전했다는 주몽의 말을 곰곰히 돌이켜보자 도노는 겨울날 맨몸뚱이에 얼음물 들쓴듯 하였다. 도노앞에는 무서운 함정이 입을 벌리고있었다. 그 함정은 마리가 파놓은것이였다. 고구려가 비류와 화친하여 불함산으로 가는 길을 열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도노는 코웃음쳤다. 젖먹이아이의 소리로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였다. 마리나 주몽은 젖먹이가 아니였다. 그들은 도노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마리는 무서운 죽음의 고비를 이겨내고 도노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한몽둥이 안겼다. 도노는 마리에게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그런것이 아니였다.

겨레의 통일! 이때껏 도노가 우습게 보았던 그 뜻이 억센 수레바퀴가 되여 굴러가고있었다. 그 수레바퀴를 멈춰세우지 못하면 도노는 깔려죽게 되여있다.

도노는 겨레의 통일이요 뭐요 하는 주몽이나 마리의 소리를 죽어라고 싫어한다. 얼빠진 소리다 코웃음쳤는데 가만 보니 그렇게 내쳐둘 일이 아니다. 도노의 살길은 겨레의 통일에 있는것이 아니라 분렬에 있었다. 그는 겨레가 서로 화목하게 사는 통일을 이룩할만 한 포부와 의지, 지혜가 자기에게 없다는것을 잘 안다. 그에게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그런 일보다도 자기의 능력에도 맞고 재간도 피울수 있는 일을 더 좋아하였다. 될수록이면 지금처럼 서로 뿔뿔이 갈라져 살아가는것이 도노에게는 더 좋다. 큰 나라, 하나로 합쳐진 겨레의 나라를 이룩하는것도 황당한 일이고 설사 그렇게 되였다고 하더라도 그런 나라에서 도노가 활개치며 할 일이란 없었다. 강이요, 산이요 하는것들로 무슨 나라 지경이라고 갈라놓고 서로 어쩔가 해서 싸움질하는 이때가 도노에게는 좋다. 조막만 한 그 나라들은 도노에게 하나하나가 맛있는 토끼고기와 같아보였다. 도노는 제 능력과 제 재간을 잘 아는 사람이였다. 비류라는 이 나라를 한번 잘 다루어서 걷어쥐자, 능히 할수 있다, 걷어쥐면 잘 익혀 부여에 고분고분하게 만들자, 그러면 도노는 살길이 있다, 이때껏 잘되여왔다,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됐다고? 제밥에 청메뚜기 뛰여들듯 마리요, 주몽이요 하는것들이 나타나가지고… 얼빤해있다가 이 비류라는 나라를 그것들에게 떼울수 있다, 비류를 고구려에 떼우면 도노의 앞길이 막막해진다.

도노는 이때껏 비류를 부여의 맛있는 토끼고기로 만든다는 장담으로 부여태자의 총애를 받아왔다. 만일 비류를 떼우고나면 도노의 살길이 막힌다. 꼬리가 들장나고 어쩌고 하는 일 하고는 아예 다른 일이다. 꼬리가 드러나도 살아날수는 있지만 비류가 고구려에 넘어가면 도노가 딛고 설 땅이 없어지며 먹고 살 마련이 없어진다. 통일이냐 분렬이냐 하는 문제는 도노에게 더는 황당한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기어코 통일을 이루겠다고 나서는 세력이 없을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노에게는 사느냐 죽느냐 하는 갈림길에 이른것이다. 그야말로 판가리싸움이였다.

도노는 이발을 사려물었다.

《마리, 어디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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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혁 - 프랑스 - 류학생 - 2016-08-25
[우리민족끼리]열성독자입니다.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가 10회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1달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현시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시간을 내여 보자고 하니 3부의 9회이후로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데 볼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우리민족끼리 - - 2016-08-26
안녕하십니까

현재 장편력사소설 [고구려의 새벽] 3부 정상적으로 현시되고있습니다.

우리 홈페지에 대한 선생의 깊은 관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별 - 해외기업 - 택시운전수 - 2018-01-11
우리 나라 력사에 대한 아주 뜻이 있는 책입니다
그 후의 일어난 일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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