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심장속에 있다
- 머리말을 대신하여 -
김 성 희
일찌기 《조국은?내 가슴에 간직된/ 붉은 심장-/ 하나밖에 없는/ 내 생명…》(시 《조국》중에서)이라고 목메여 웨친 재중동포시인 홍용암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이미 조국에서 출판된 《다리를 놓자》, 《조국이 나를 부른다면》, 《나도 병사, 장군님의 병사》를 비롯한 다섯권의 시집들에서 백두의 용암처럼 뜨겁게 솟구쳐오른 애국애족의 힘찬 노래들은 우리만이 아닌 북과 남, 해외에서 사는 온 겨레의 가슴가슴에 지울수 없는 열정의 메아리를 남겼다.
시만이 아니다.
이역만리에서 정처없이 때로는 한쪼각 흰구름이 되여, 때로는 강마른 바위우에 삶의 보금자리를 편 푸른 이끼가 되여 억세게 창업의 길을 개척한 눈물겨운 그의 인생행로와 조국과 겨레를 위해 헌신의 한길을 걸어온 그의 고결한 애국지성도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시도 아름다왔고 인생도 아름다왔다. 그것은 그의 모든 꿈과 소원, 열정과 지혜, 사랑과 헌신, 량심과 의리의 원점에 조국사랑, 겨레사랑의 순결한 넋이 놓여있었기때문이였다.
자기의 시처럼 자기의 인생을 오로지 애국으로 가꾸고 애국으로 지켜온 시인 홍용암을 두고 우리는 그야말로 참된 조국의 시인이라는 말로밖에 더 평할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새로 내놓는 시집 《조국》에서도 시인은 자기 시의 생명도 조국이고 자기 인생의 숨결도 오직 조국이라는것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더우기 그 《조국》이 바로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배반할수 없는 자기의 맑고 깨끗한 량심이라는것을 증명하였다.
시집 《조국》은 그자신이 소년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심혈을 기울여 창작한 100여편의 작품들을 시대적순차성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부록과 함께 엮은 폭넓은 시선집이지만 여기서 가장 원숙하고 이채를 띠는것은 제3집을 이루는 《다시 돌아온 아들》편이다.
그 앞부분의 작품들은 대부분 조국에서 이미 출판되였던것들이기도 하거니와 또 우리가 비록 미숙한 필치이지만 깊은 감동과 진정을 담아 여러편의 평론을 쓴바가 있기에 구태여 다시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년간에 피를 토하듯 뱉아놓은 시들이 묶어진 《다시 돌아온 아들》편에서 시인 홍용암은 이때까지 볼수 없었던 새로운 서정세계를 개척하여 내놓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좀 심사숙고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인은 여기에 이런 부제를 달았다.
《몸도 마음도 조국을 떠나 오랜 세월 방황하다가 다시 조국을 찾은 세번째 시기》라고…
이 글에서 알수 있는바와 같이 이 제3집은 그의 인생에서도, 그의 창작에서도 하나의 새로운 극적국면을 반영하고있다.
《엄마한테/ 한대 매맞고/ 와- 울면서/ 발로 문을 박차고/ 집을 뛰쳐나간/ 나는 그 철부지아이…》(시 《엄마와 아이》중에서)라는 시구절에서 볼수 있는바와 같이 서정적주인공은 한때 그 엄마의 매가 너무 아파 《엄마 미워…》 하고 원망하며 그 품을 떠나 오랜 세월 방황했던 불효한 아들이였다. 그 끝없는 류랑의 길에서 《후회에 흐느끼고/ 그리움에 멍이 들고…》 드디여 더는 참지 못하고 《엄마야-!》 부르며 그 품을 찾아, 그 집을 찾아 다시 돌아올수밖에 없었던 그는 마침내 어머니가슴에 더운 눈물을 뿌리며 이렇게 용서를 빈다.
잠시나마
어머님곁을 떠나 류랑하며
세상을 두루 다녀보았어도
이 한몸 푹- 쉬고 기댈수 있는
그 품보다 편하고 더 좋은 품
나는 보지 못했나니
어머니시여
때로는 어머님을 원망하며
정처없이 타향만리 방황해도
이 몸속에 고패치는 더운 피
분명히 어머님의 피이거니
어찌 어머님을 잊으랴!
-시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중에서-
시인은 《이제는 어머님이 소중한줄/ 그 품 떠나 도저히 살수 없음을》 뒤늦게야 더욱 깊이 깨닫고 다시 돌아온 아들이 오로지 어머님만을 위하여 모든것을 바칠 굳은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뜨겁게 그리고있는것이다.
때로 조국은 서정적주인공의 마음속에 님의 모습으로도 비끼며 조국사랑의 뜻깊은 철학을 새겨주고있다.
님이 내게 준 상처보다
님을 버린 그 상처가 더 큰줄
나는 전에 알지 못했나이다!
-시 《님을 향한 눈물고백》중에서-
님을 정말 떠나보아서야
미움도 사랑인줄
너무 깊이 사랑해서 미워했음을
뒤늦게 깨쳤나이다
-시 《님을 멀리 떠나보아서야》중에서-
님을 차마 뒤에 두고 떠나느니
차라리 나는
님의 버림을 받아 울다 지쳐
그 님앞에 쓰러져 죽겠나이다!
-시 《숙명》중에서-
시인은 이렇게 때로는 조국을 어머니에 비기고 때로는 조국을 님에 비기며 영원히 조국과 운명을 같이하고 조국에 온 심장을 바칠 참된 애국의 신념과 지조를 힘있게 노래하고있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서정적주인공을 곧 시인자신의 초상이라고 말할수 있을가, 과연 그자신이 노래한것처럼 시인이 어머니조국앞에 그 무슨 죄를 지은 불효한 아들이 되여 어머니품을 뛰쳐나간적이 있었으며 어머니조국이 그에게 아픈 매를 들고 그의 마음속에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를 남겨준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알건대 시인은 조국앞에 오로지 자기희생의 헌신적사랑만을 바쳤을뿐 아무런 죄도 지은적이 없다. 어머니조국도 그에게 매를 내린적이 없었다.
생활을 통해 가슴속 심장을 버리고 살수 없듯 조국도 그 심장과 더불어 간직된 둘도 없는 생명임을 재삼 자각하게 되는 참된 애국의 인간-홍용암의 심각한 번민과 사색, 탐구의 자욱이 바로 이 시집으로 엮어진것이다.
하기에 시인은 이 인상깊은 시집을 조국에 부치면서 쓴 글에서 이렇게 언명하였다.
《… 나는 조국을 떠난 뒤의 그 뼈아픈 고통과 아픔, 그 절절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경과해보았으며 더우기 이런 범상치 않은 우여곡절을 통해 나는 마침내 조국은 내가 입은 맘속의 상처가 크다 하여 결코 쉽게 버릴수 없는 그런 가벼운 존재가 절대로 아니며 조국은 평생을 두고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고 지키고 함께 가야 할 너무너무 무겁고 소중한 존재라는 진리를 더더욱 가슴깊이 절감하고 체득하였다. 광풍폭우가 지나간 뒤에 비낀 하늘 무지개는 더더욱 아름답고 간난곡절을 겪고난 후에 느끼는 조국에 대한 참사랑은 더더욱 뜨겁게 불타오른다.
어머니조국이여, 부디 번영창성하시라! 그리고 불민한 이 아들을 용서하시라!! 이 아들은 영원히 다시는 어머님을 떠나지 않으리--!!!》
바로 이속에 이 시집에 넘쳐흐르는 서정의 핵이 있고 일생을 지켜가야 할 귀중한 철학이 있다. 또한 바로 이속에 사실상 단 한순간도 조국을 잊은적 없고 조국에 대한 사랑을 버린적 없으면서도 겸허히 머리숙여 용서를 비는 홍용암의 고결한 인간정신의 높이가 있다. 깨끗한 량심이 있다.
바로 이런 아들, 이런 시인을 조국은 사랑하며 자랑한다.
사랑은 서로서로의 생명의 결합이며 믿음이다.
이국땅에서도 조국을 지키는 초병의 자리를 찾은 시인의 웨침은 가식이 없이 진실하게 울린다. 몸은 흰구름, 떠도는 몸이여도 마음만은 조국땅에 뿌리내린 한그루 소나무라고 하면서 《마음은 오직 조국/ 그 땅에만 서있네// 총가목 굳게 잡고/ 거연히 선 초병처럼-// 조국을 굳게 지켜/ 푸르청청하리라!》(시 《조국땅에 뿌리내린 소나무》)고 한 결의도 좋지만 다시금 높이 든 애국의 필봉에 심장의 붉은 피를 듬뿍 찍어 일편단심 조국에 드리는 불타는 내 마음을 써내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이 몸은/ 붓총을 억세게 틀어잡고/ 조국을 지키는 병사가 되리!/ 시인이 아니라 붓총을 든/ 용맹한 일당백용사가 되여/ 내 조국을 결사옹위하리라!!!》(시 《시인의 맹세》)고 한 맹세는 얼마나 뜨겁게 우리 심금을 울리는가.
그렇다. 그의 시는 한구절한구절이 심장의 피방울을 찍어쓴것이다. 그것은 조금도 꾸밈없이 진실하다. 그래서 힘있다. 아름답다.
이제 우리는 구태여 그의 작품에 대한 긴 평을 늘어놓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만 모든 독자들에게 권고하고저 한다.
시집 《조국》을 읽으라.
그 매 구절구절을 그대 심장의 붉은 피방울로 간직하라.
그러면 조국의 가치와 무게를 알리라.
애국의 보람과 영예를 알리라.
인생의 아름다움을 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