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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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이 예민한 언론들이 12인위원회의 결정을 재빨리 포착하고 제멋대로 어지러이 락서를 날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결정내용을 내키는대로 외곡까지 해가면서 제나름으로 분석하고 평가하여 진보당과 조봉암의 얼굴에 마구 흠집을 만들었다.

특히 도전세력의 입김을 쏘이고있는 언론사들은 기다리기나 한듯 승기가 나서 앞을 다투어가며 조봉암을 마음껏 희롱질하였다.

민주당계의 돈을 얻어먹고있는 《동아일보》는 《아롱다롱 무지개는 어디로!》라는 야죽거리는 표제하에 12인위원회결정으로 조봉암의 평생의 꿈은 무지개 걷히듯 사라졌다고 수선을 피웠다. 이제 조봉암이 강화섬의 고향땅에 가서 감밭이나 가꾸며 여생을 즐기도록 그가 열창해온 민중이 선심을 베풀어주었다고 야료로 지면을 채웠다. 그것은 분명히 민주당의 우두머리들인 고병직과 탁준의따위의 충동에 따라 벌어지는짓이였다.

자유당계의 여당지라는 낯간지러운 평을 듣고있는 《서울신문》과 방송들도 《풍전등화의 운명》이라는 제목을 걸고 진보당과 조봉암은 드디여 바람앞의 초불신세가 됐다고 까불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수작이 조봉암은 락향을 하기 전에 몽매한 백성을 기만적인 구호로 롱락한 자신의 정치적협잡에 대하여 고백하고 백배로 사죄하는 일부터 해야 될것이라며 조봉암을 궁지로 몰아넣으려고 집요하게 획책하였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중도적성향을 보이고있는 《국민일보》는 《전진인가, 후퇴인가?》라는 물음을 제목으로 걸어놓고 자기 립장과 의문점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펴냈다. 12인위원회결정은 진보당해산과 조봉암말살을 노린것이라고 본질을 까밝히고 이에 대한 각계층의 반향을 진보당은 랭철하게 수렴해야 할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짤막한 론평이였다.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글귀를 품들여 선택한듯싶은 《국민일보》의 론평은 비록 짤막했으나 무척 여운을 남겨준것으로 하여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거기에는 결정에 대한 명백한 반대의사가 비쳐있는가 하면 그에 손을 들어준 진보당대표들에 대한 유감스러운 비난의 감정도 은근히 깔려있었다.

야권통합에 나선 여러 정당, 단체, 무소속인사들도 저마다 경쟁적으로 12인위원회결정을 지지하고 진보당과 조봉암의 결단을 극구 찬양한다고 떠들어댔다. 이것은 진보당과 조봉암에 대한 또 하나의 압력이였다.

진보당의 중진들은 당수의 불편해할 심정을 생각하여 진보당과 조봉암을 꼬집어뜯는 자료들은 그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는 기정사실로 된듯싶은 12인위원회의 결정을 접수하고 집행해야 하는 뼈아픈 상실과 고통을 조봉암이 슬기롭게 넘겨주기만을 바라마지 않았다.

조봉암말살을 노리는 이러한 심리전은 사실상 그 어떤 위력한 지휘봉에 따라 검질기게 벌어지고있었으나 그 누구도 그에 대하여서는 느끼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어 조봉암까지도 벌어지는 사건에 검은 마수가 뻗치고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있었다.

연경이만은 아버지에게 도전세력의 쾌재가 비낀 자료들을 열심히 모아들여 그대로 바치였다. 아버지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사실과 사건을 생긴 그대로 알아야 한다.

연경이는 이 어려운 시각에 자기의 임무를 똑똑히 깨닫고있었으며 여느때없이 책임적으로 일하였다. 그는 자기의 해석과 주장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아버지의 눈치만을 살필뿐이였다.

조봉암도 연경이가 가져다주는 자료들을 들여다보고는 쓰다달다 말이 없었다. 그저 자기 서재에 붙박혀가지고 누구를 불러들이거나 전화로 찾는 일이 없이 신문을 보고 방송을 들었으며 아침이면 일찌기 일어나 약수터로 갔다왔다. 그리고는 마당을 쓸군 하였다.

조봉암은 누가 찾아오든지간에 일체 면회를 사절하였다. 측근인물들도 흥분해서 달려오고 기자들도 문을 두드렸으나 굳게 닫긴 신당동의 대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지겹기 그지없는 분과 초들이 흘러 사흘째 되는 저녁이 왔다.

조봉암의 집에서 진보당추진위원회 상무위원회가 열렸다. 안건은 민주혁신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12인위원회의 결정을 접수토의하는것이였다.

회의에 모여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거운 표정들이였다. 분위기도 침울하였다.

2층의 응접실에서 책걸상을 걷어내고 빼곡이 들어앉았는데 여느때와는 달리 오가는 롱담 한마디 없었고 웃음도 없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결정을 쌍수를 들어 지지하고있으나 당수의 처진 기분을 고려하여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킬뿐이였다.

12인위원회결정에 대한 토의란 진보당의 존재에 대한 토의다. 결정을 접수할데 대한 결정이란 곧 조봉암과의 결별을 결정하는것이라는것을 누구나 알고있었다.

벌써 참가자들에게는 12인위원회의 결정내용이 한바퀴 돌아갔던것이다. 사회계의 반응도 다 보고 듣고있었다. 그야말로 피어린 투쟁속에서 드디여 떠오르던 진보당이라는 함은 침몰되고마는가. …

회의에서는 먼저 윤기중이 보고하였다. 12인위원회의 결정을 사흘전 그밤처럼 원문 그대로만 간단히 전달하였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딱딱한 어조로 결정을 읽었다. 그 어떤 주관적해석이나 평가도 없이 전달하는것으로 보고를 마치였다. 락관적인 성미로 언제나 환하던 그의 낯빛은 침침하였고 그 류창하던 언변도 생기를 잃어버렸다.

마디마디 힘겹게 이어가던 윤기중이 드디여 결정랑독을 마치고 자리에 앉을 때였다.

앞줄에 앉아있던 신창균이 주먹을 쳐들더니 선참으로 불을 토하듯 성칼지게 반발하여나섰다.

《이건 완전한 투항이요! 진보당은 정조를 겁탈당하고 대문밖에 던져진 아녀자꼴이 되였소! 어떻게 만들어진 당이 어떻게 넘어지고있는가?!

안되오! 여기서 옴니암니할 일고의 가치도 없소! 결정은 받아들일수 없소! 무효를 선언해야 합니다!

나는 진보당추진위원회가 이 문제를 토의안건에 상정시킨 자체가 당의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로서 용납할수 없다고 봅니다. 이 문제론의가 계속되면 난 회의에서 퇴장하겠소!》

신창균의 웨침은 그야말로 비통하고 처절했다. 그 몇마디가 방안을 크게 뒤흔들었고 참가자들의 심금을 쩡- 울려놓았다.

어깨가 처지고 눈굽이 젖어있던 참가자들이 화닥닥 놀라 신창균의 우둥퉁한 얼굴을 보려고 목을 빼들었다.

신창균을 치떠보던 서정후가 붉게 상혈된 대머리며 서리불린 채수염을 흔들면서 그 즉시 걸고들었다.

《당수의 지시에 따라 열린 상무위원회요. 의견이 있으면 내놓고 시비를 갈라야지 건 무슨 본때야? 무턱대고 첫마디부터 불평이고 신경질이니 당규에 대한 도전인가?! …

그리고 12인위원회결정은 우리 당의 대표인물들이 주도하여 여섯달동안에 걸쳐 만들어낸거야. 거기에는 사회여론도 민의도 다 반영돼있어. 그런데 당신따위가 뭐기에 감히 이제 와서 각계각층의 총의를 모은 그 결정을 뒤집자고 드는거야?!》

서정후는 대바람에 신창균의 기를 꺾어버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펄펄 뛰였다.

그러나 신창균의 달아오른 심장이 서정후의 행악질쯤에 식어들리 만무하였다. 서정후를 맞받아 쏘아보는 신창균의 눈길에 비수같이 날이 섰다.

경상도일대에 내려가있던 신창균은 오늘 점심시간에야 서울에 도착하였다. 그 바람으로 윤기중으로부터 결정이 통과된 과정을 캐묻고나서 그를 대상하여 한바탕 대거리를 하였다. 너무도 절통해서 한강변에 나가서 가슴을 두드리며 제기된 문제를 놓고 제나름으로 견해를 세우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저녁도 건늬고 남먼저 회의장으로 달려온 신창균이였다.

그는 앞자리에 그냥 장승처럼 떡 버티고 서서 주저없이 서정후를 바라보다가 불시에 어조를 달리하여 불렀다.

《로인장!》

그 소리에 좌중은 또 한번 꿈틀 놀라 크게 움씰거렸다.

부름말이 례사스러워보였으나 그것은 서정후에게 던져진 철추였다.

아직까지 서정후를 그렇게 불러본 사람이 없다. 서울정치권에서 리승만을 제외하고는 서정후를 아무도 그런 투로 호칭하지 않는다. 지어는 미국대사관의 인물들도 서정후를 그렇게 부르진 못한다. 누구나 그를 정치의 원로로 깍듯이 존대하고 례의를 보여온다.

신창균도 지금까지 례외가 아니였다. 그의 처신이 눈에 거슬리는것이 더러 있기는 해도 나이와 운동년조를 고려하여 언제나 《서정후선생님》이라고 호칭에 존경과 례의를 표하여왔다.

서정후의 출신이 비록 지주계급에 속하고 크게 이름을 떨쳐온 정객은 아니여도 뭇사람들의 남다른 호의를 받는데는 리유가 있었다.

파란만장의 시련을 겪으며 정치계에서 고령이 된 그는 여적 권세나 힘에 굴복하여 전향을 한적이 한번도 없다. 물론 각이한 당파에 행적을 남기기는 했어도 어디까지나 리해관계와 세계관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 택하고 달리해왔을뿐이다. 리승만의 조정에 몸을 담았다가 리승만의 체질에 혐오를 느끼자 권세에 아부하여 치부를 구하려 하지 않고 주저없이 반대진영에 몸을 던진 그였다.

이것이 서정후의 자랑거리였고 정치의 후배들이 그에게 깍듯한 례의를 보이는 리유였다.

지금까지 신창균도 철새기질의 로정객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서정후를 깍듯이 모셔왔다.

물론 지난번 《대통령선거》를 전후하여 추한 몰골을 보여 여론의 따가운 빈축을 사기는 했으나 그 나이의 운동가로서 있을수도 있는 정치적야심이라고 대범하게 넘어왔다.

그러나 야권대통합놀음을 반년가까이 지켜보면서 그에 대한 좋은 감정은 씻은듯이 사라져버렸다. 야권대통합이라는 귀맛좋은 운동이 궁극에 노리고있는 진보당해산과 조봉암정계퇴진은 신창균으로서는 백번 숨이 져도 접수할수 없는 재변이였다.

길잡이없는 기러기떼 어찌 만리대공을 넘겠는가. 길잡이를 하기 위해 제일 분주스럽게 움직이는게 바로 서정후다. 근래에 12인위원회소식을 들을 때면 서정후가 점점 얄밉기 그지없었다.

극도로 격노한 신창균은 자기가 말을 떼기 바쁘게 독선적으로 막아치우려는 서정후가 더는 존경의 대상도, 함께 어깨겯고 나설 동지도 아니라는것을 똑똑히 깨달았다. 이 자리에서는 그 어떤 궤변이나 체면으로 맞서서는 안되며 담과 열정과 정의와 원칙으로 반격을 가하여야 한다는것을 절감하고있었다.

서정후는 조봉암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나서보려고 꾀하는것이다. 령감의 엉큼한 저의를 그는 다시금 확인하였다.

신창균은 절대로 물러설수 없었다.

(제때에 저지시켜야 한다! 당과 당수를 지켜내야 한다! 그래, 내가 왜 퇴장해?! 저따위들을 쫓아버려야 한다.)

서정후도 뜻밖에 아들이나 손주벌이 될만 한 신창균한테서 그것도 처음으로 자기의 인격과 로장의 권위를 함부로 허물어뜨리는 일격을 당하자 채수염부터 부르르 떨리면서 전신이 오싹하였다.

《난 당신이 꾸며낸 이 연극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당신이 꾸며낸 이 놀음으로 우리 당이 얼마나 해를 입었는가?!

바로 당신때문에 아직도 진보당은 자기의 체모를 갖추지 못했소. 단단히 벼르고 온 지방의회장악도 손써볼 여지도 없이 물거품이 되였소. 이 통합놀음으로 진보당은 시간을 놓쳤소. 기회를 놓쳤소. 자기 지반을 다지지 못하고있소.

우리 당을 전면적으로 와해시키려고 한 저 한장의 문서장을 만들어내는데 반년을 끌어왔는데 언제면 민주혁신당이라는 유령의 간판을 걸수 있겠소? …

여기서 당신이 똑똑히 발가놓으시오. 저 문서장의 저의를, 당신의 진짜 흑심을 말이요. 우린 당신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서야 결심을 내릴수 있소.

내친김에 간사장에게도 한마디 합시다.

우리가 득표에서 이겼다는 선언을 한 선거총화모임때부터 저 사람들은 당수의 2선후퇴를 제기했소.

그때 당신은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그를 타매하고 우리 당의 법통을 지켜냈소.

그런데? … 왜 이번에는 립장을 바꾸었는가?

선거에서 진보당의 약진이 누구의 공로인가?

진보당이 어떻게 서기 시작하고 어떻게 돌풍을 일으켜 민중의 사랑을 받는 세력으로 되였는지 당신들은 다 잊어버렸는가?!

이것은 단연코 당의 운명을 책임지려는 립장이 아니요.

간사장이 오늘 낮에 나에게 구구하게 설명을 하였는데 그건 변명이고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오. 이것은 우리 당에 기대를 걸고있는 민중에 대한 배신이요. 우린 당신들의 량심의 목소리도 듣고싶소. 당신들이 말해보시오!》

신창균이 이렇게 윤기중과 조직간사를 마구 후려쳤으나 그들은 말 꺼낼념도 못내고 무릎우에 고개를 박고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서정후가 또 앞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닥쳐!》

그는 회의가 자기가 의도하는 방향에서 흘러가다가 신창균의 험악한 기상과 정의감이 얼찐얼찐 비낀 대바른 소리로 해서 순식간에 옆으로 삐여져나가는것 같아 안절부절하였다.

그래 불꺼진 곰방대를 휘휘 내저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곰방대에서 담배와 재가루가 어지럽게 날렸다.

《제따위가 정치의 제밥을 몇그릇이나 먹어보았다고 여기서 헌수작질이야?!

임자 말뜻 내 다 알수 있어. 진보당이 이번 선거에서 선거자들의 다수표를 얻은게 당수 개인의 인기에서 얻은것이라는것인데 당자를 앉혀놓고 낯바닥이 간지럽지 않은가?!

난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아. 솔직히 말해봅세.

그러면 어떻게 이번에 진보당후보가 경이적으로 지지표에서 리승만을 누르게 되였는가?

그건 리승만의 덕일세. 암, 리승만의 덕이구말구.》

서정후의 역설적인 말에 좌중은 아연실색해하였다.

서정후는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해놓고 자기도 흡족해서 히죽이 웃어보이였다.

그는 천연스럽게 말을 계속하였다.

《구체적으로 찍으면 리승만의 독재덕이지. 그놈이 독재를 그냥 하니깐 민중의 분노가 극에 도달했어. 리승만을 들어내야 한다는 소리는 우리 진보당이 아니래두 시골아낙네들까지 입을 모아 하는 소리가 되였어.

거기에 신익희의 급서라는 우연적인 일까지 생겨나 진보당을 도왔어. 이거야 말그대로 천재일우의 기회였소. 하늘이 우리를 도왔단 말이요.

이런 선거전에서는 죽산이 나섰건 자네가 나섰건 결과는 매일반이였을거요. 얼음장에 박 밀듯 거침없이 나갔을거란 말이요. 젊은 친구, 내 말 그른데가 있나?》

서정후가 말을 끊자 좌중에서 여러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어떤 사람들은 중년의 신창균에게 일부러 《젊은 친구》라고 꼬집으며 말했다. 그 젊었다는 표현이 애숭이라는 소리로, 정치의 장독을 아직은 얼마 파먹지 못한 정치의 초년생이라는 의미로 묘하게 전해졌다.

사람들은 서정후는 그 계교도 보통 아니고 수도 높은 열변가라며 혀를 찼다.

여하간 서정후는 사람들의 혼을 뽑아내는 재간에 있어서는 당할 사람이 없는 로회한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의 주장이 그럴듯 해서 그대로 먹어드는것이 틀림없다.

사실 서정후의 말이 그른데는 없다. 다만 그가 의도적으로 객관적요인을 너무 절대시할뿐이다.

신창균이 일어서려고 무릎을 세우는데 서정후가 손을 흔들었다.

《가만! 내 당수에게 하고싶은 소리있소.》

령감은 조봉암에게로 눈초리를 박으며 랭랭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덕거리는 소리가 있소. 민중의 원성에만 귀기울이지 말구 수하사람들의 볼부은 소리도 들어보는게 좋소. 한마디로 권력에 대한 욕망을 버릴 때가 되였다는거요.

지금 죽산은 진보당에서 몇몇 측근들의 만세소리에 눈이 멀어져가고있소. 당권도 권력이요, 당세도 세도요. 당권을 잡았다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돼서 주변의 눈과 귀와 혀는 외면해버리고 있소. 대단히 유해롭소. 리승만독재가 미워서 무어진 우리 당이 이래서야 되겠소.

권세란 여러 사람을 위해 쓰면 덕이 되고 자기를 위해 쓰면 교만이 되고 독재가 되는거요. 아첨군들에게 둘러싸이면 필경 독재가 되는수밖에 없소. 지금 죽산이 그렇게 되여가고있다는거요. 늙은 사람 말 들어두는게 좋소.

그래 이번 선거가 처음이요? 한번 돌아보우. 52년도에 선참으로 나섰다가 패해서 민중을 실망시켰지요?!

이번에도 사람들은 실망하였소. 우리에 대한 그들의 기대도 허물어지고있소. 우리도 실망했소. 우리가 아무리 득표에서 이겼다고 주장해도 리유는 어쨌든 패배는 패배가 아닌가. 거 뭐 빙빙 돌지 말구 솔직하게 매듭을 지어봅세다.

이제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랭정하게, 량심적으로 해야 하오.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때에 은둔하는것이 이 시점에서 정치가다운 량심이 아니겠소.

고산무미목이라고 높은 산에 아름다운 나무없다는 말을 새겨보시오. 당수는 지난 십여년간 재야세력의 사령탑으로 솟아있으면서 세간의 눈총에 너무 많이 흠자리를 냈소.》

서정후는 의미심장한 비유로 말을 마치고나서 마른기침을 연방 깇다가 자리에 앉았다.

좌중에서 서정후가 교묘하게 걸고들고 조봉암의 정면에서 그 인격에 재를 마구 뿌려던지는 독설에 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서정후의 주장은 선거후에 미국대사관과 리승만비서실의 조종에 따라 우익권인물들과 보수언론이 떠들어대는 비난을 그대로 되받아넘기는것이였다. 그러나 그 어지러운 추문이 조봉암의 선거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지닌 측근인물의 입에서 나온 소리인데다가 서정후가 인생세파를 많이 겪어온 정치의 원로다운 설득력있는 달변으로 그럴듯 하게 풀어놓으니 실감이 가고 리해도 쉽게 되였던것이다.

조봉암을 정치의 1선에서 밀어내려는 서정후의 수법은 교활무쌍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는 회의에서 조봉암의 2선후퇴를 반대하여나설수 있는 인물들에게 몰밀어 싸잡아가지고 《당수에게 아부하는 무리》라는 치욕스러운 락인부터 찍어놓은것이다. 그들의 입에 자갈을 물려놓으려는것이다.

오랜 세월 구역질나는 정치전에서 부대껴온 이 로회한 인물은 이러한 비렬한 수법으로 조봉암과 그 측근세력사이에 쐐기를 소리없이 쳐박았다.

서정후의 꾀바른 계책이 밸굽까지 들여다보였지만 묘하게도 인차 효과를 나타냈다. 당수에 대한 지지가 일방적인 아첨으로 평가를 받자 회의참가자들이 누구나 심리적인 압박감을 가질수밖에 없게 되였다.

조봉암의 2선후퇴를 반대하던 우달수나 신창균마저도 잠시동안 뒤통수를 되게 얻어맞고 맞받아 일어설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속만 썩이였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조봉암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마디라도 한다면 즉각 《역시 당수의 심복이니깐.》 하는 타매의 눈총을 받는수밖에 없게 심리적구속감에 짓눌러져있었던것이다. 서정후가 바로 이걸 노린것이다.

그런데 그때까지 회의장분위기에 눌리워 죄지은놈처럼 송구스럽게 앉아있던 윤기중이 《가만!》 하고 오른팔을 쳐들었다.

그는 열띤 소리로 서정후의 폭언에 도전장을 던졌다.

《뭐라구요? 정치가다운 량심? 누가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요? 이제는 서선생님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요.

과연 누가 량심적인가요? 리승만이 무서워 정치의 원로들이라는게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 당신 말처럼 눈치보기나 할 때 이 나라 민주정치의 싹을 틔워주려고 한몸을 내대였던 죽산선생에 대하여 이 무슨 당치않은 험구입니까?

뭐, 아첨군들에게 둘러싸여있다고요? 우리 당안에 아첨군들이 대체 누구들인가요? 어디 한번 찍어 말해보십시오!》

조봉암은 윤기중이 쌓여있던 울화를 터뜨려 다불러대는 소리에 가슴이 꺼지도록 긴숨을 내그었다.

그는 서정후가 상기시킨 전쟁의 세번째 해 봄철에 있었던 일들이 명치를 쑤시며 되살아났다.

근거없는 모함도 많이 받았다. 신변의 위험도 컸다. 뼈아픈 상실과 좌절의 아픔도 수없이 당하였던 시절이였다. 하지만 한몸을 내대고 나서야 했던 일이였다.

그런데 서정후가 그때 일까지 교묘하게 껴들여 험담을 늘어놓은것이다.

리승만독재에 대한 도전은 력사에 새겨있는 사건의 련속이다.

당시 조봉암이 후보로 천거하여 찾아간 인물중에는 서정후도 있었다. 해종일 술잔을 나누며 조봉암이 그래도 정치적무게가 있다는 그를 후보로 내세우고저 무슨 말인들 안하였겠는가. 서정후는 끝내 그때도 채수염을 흔들고 곰방대만 빨면서 겁기에 싸여 손을 내둘렀다.

그런데 오늘은 저들이 뒤걸음쳐서 하는수없이 그 길에 나섰던 어제날의 일을 두고 한 인간의 권력야심의 표현이라고 비하하고있다.

그것은 사실상 겨레에 대한 헌신이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의로운 자기희생이였다. 티끌만 한 정치적야욕도 없이 뛰여든 의거였다고 조봉암은 지금도 자신있게 자기를 변호할수 있었다.

그때 조봉암은 사실 리승만과 맞붙어 승리할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었고 권력에 대한 허욕도 없었던것이다.

서정후가 이것을 혹 잊어버렸을가? 아니면 기억하고있으면서도 그것을 꺼꾸로 리용하고있는것인가?

조봉암은 서정후라는 인물의 배신적인 행위에 저주와 분노에 앞서 뼈아픈 환멸과 련민을 느끼였다.

권력욕을 인생의 기둥으로 세워놓고 살아오는 서정후의 됨됨을 모르고 지내온바는 아니지만 오늘 그가 보여준 몰골은 너무도 추하고 역겨워 상상밖이였다.

(사람은 관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하지 말랬는데 어떻게 로병은 모든 세속에서 해탈하여 지팽이를 짚고 죽산을 따라서겠노라 다짐하던 그 입으로 저런 치사한 궤변을 마구 쏟아놓을수 있을가? 그것이 우선 자신의 얼굴부터 욕되게 한다는것을 령감이 모를가?)

신창균이나 윤기중이 몰아대는게 너무 가혹한것 같지만 그것이 정의로운 인간들의 심장에서 분출해오르는 용암과 같은것이기에 만류하고싶지 않다.

(참, 손주벌 되는 사람들에게 험한 욕지거리를 살건 뭐람. 이젠 나이도 생각해야지. 한생을 정리해야 할 말년에 와서 무슨 망녕이람.)

조봉암은 속깊이 탄식하였다.

명치를 찌르는 서정후의 요사스러운 독설에 모진 진통을 참아내느라고 시꺼매진 조봉암의 얼굴빛이 신창균의 속을 박박 훑어냈다. 그는 불시에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모두가 미워졌다. 서정후가 밉다. 치가 떨리게 미워난다.

(감히 누구에게 험구를 뒤집어씌우고있는거냐? 저렇게 철면피한 인간도 있는가? 도대체 량심이 있는 령감인가? 어찌 감히 우리 당수를 겨냥해서 이따위 망발을 던질수 있단 말인가? 왜 우달수조차 찍소리도 못하고있는가? 아첨이라는 말, 간신배라는 수작에 입들이 얼어붙었느냐? 정치가의 량심은 어데다 구겨박았느냐? 누구라 없이 서정후의 독설에 아연해있으면서도 왜 제 목소리, 제 속을 묻어두고 벙어리 랭가슴 앓듯 하는거냐?!

저건 배신이다! 반란이다! 죽산선생과 죽산선생의 뜻으로 뭉쳐진 당에 대한 도발이다! 추악한 인간에 대하여 침묵을 지키는것은 그에 대한 두둔이고 동조이다!

그런데 왜 죽산선생은 한마디 해명도 없이 빛이 꺼져가지고 앉아있기만 할가? 자기 문제라 해서 불의에 위축되고 할 말도 속에 꿍져가지고있는다면 당안에 건전한 리성을 어떻게 지켜낼수 있느냐?! 아첨쟁이라는 말 백번 들어도 좋다. 할 말은 해야 한다!)

신창균은 더는 속을 썩이며 앉아있을수 없었다. 그가 두번째로 자리를 차고 일어서자 미묘한 침묵속에 눌리워있던 좌중은 저으기 긴장해졌다. 그가 무엇인가 방안의 분위기를 휘딱 뒤집어놓을 회오리바람을 터쳐놓으리라는 기대와 불안에서였다.

조봉암도 어쩐지 걱정스러웠다. 신창균이 지나치게 흥분하여 오히려 크게 역효과를 가져올것 같은 아니아니한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이런 자리는 감정이나 욕망이 앞서면 랑패가 뒤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그의 눈길과 마주치자 자중하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가지 않았다. 신창균의 눈빛과 거동에는 아직도 정식 고고성을 울리지 못한 당의 운명이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진 사태를 두고 가슴에 한동이 끓는 피를 고여안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당의 중진다운 처절한 고뇌가 비껴있었던것이다. 어떤 때는 신창균이 해종일 말 한마디 꺼내지 않고 지내기가 십상이다. 옆에서 말을 시켜보느라고 다사스럽게 시까슬러도 한번 씩 웃고는 고개짓 두세번이면 고작이다. 그런데 일단 그 돌문같은 입이 열리기만 하면 거기로는 씨알이 들고 결이 바른 직통배기주장이 퉁퉁 튀여나와 주변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래 신창균은 담대하고 적극적인 사고력을 가진 주견머리있는 인간으로 평가되여 동료들속에서 인기가 높고 선망의 눈길을 모으고있다.

신창균은 눈을 가늘게 쪼프리고 방안에 빼곡이 앉아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자못 심란한 빛을 담은 그의 눈길이 조봉암에게서 멈춰졌다가는 윤기중과 우달수에게로 옮겨가고 그 다음에는 심운과 서정후에게로 돌아갔다.

서정후는 신창균의 눈길을 피해보려고 《애햄.》 하며 고개를 천정으로 향하였으나 신창균의 눈길은 한동안 서정후의 얼굴을 집요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서정후가 생각을 달리한듯 신창균을 향하여 눈을 치떴는데 표표한 눈에서 불똥이 튀였다.

신창균의 눈빛에서 혐오와 경멸의 서늘한 빛이 서서히 서려올랐다.

《로인장!》

그 무겁던 돌문이 열리더니 포성같이 둔중한 소리가 방안의 팽배해진 긴장을 일순간 부셔버렸다.

그러나 그 어조는 당장 주먹이라도 날릴듯싶어 하는 험악한 기상과는 달리 장중하고도 례의바른것이여서 사람들은 다행스러워하는 표정들이였다.

다만 부름을 당한 서정후만은 이마빼기에 살이라도 박힌듯 흠칫 몸을 떨었다.

신창균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평온한 소리로 여유작작하게 입을 열었다.

《로인장은 이제는 정치의 현장에서 물러날 때가 된것 같습니다.

나는 로인장이 저 못난 민주당에서 뛰쳐나올 때 지팽이를 짚고 죽산선생을 따라서겠다고 하던 말을 당수와 함께 들었던 사람입니다.

나는 로인장이 우리 당수의 수하에 몸을 담을것을 언약할 때 이제는 저 어른의 구접스러운 정치의 행보에도 려명이 드디여 왔구나 하고 생각하였지요.

그리고 지난 선거때 대통령후보로 나섰다가 죽산선생과 위치교대를 하자 백의종군하겠다고 객기를 부리면서 당에서 나갔다가 되돌아와서 선거위원장의 중책을 자청하여 받아안을 때 그래도 정치원로다운 도량과 덕망을 보는것이 기뻤습니다. 눈물나게 고맙기도 했구요.

사실 도량과 배포란 그 인간의 무게와 깊이를 뜻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비친 로인장은 협애하기 그지없고 불쌍하고 가련하고 정치의 겉치레밖에 모르는 정치의 초년생이거나 아니면 한물 건너간 정치의 시정배로, 사기군으로 우리에게 비쳐듭니다.

참말로 실망이 갑니다. 허무합니다. 한마디로 당신의 지팽이는 이젠 부러지고말았습니다. 당신의 길도 더는 없습니다. …

이제는 안방에 올방자를 틀고앉아 장죽을 물고있는편이 남보기에 좋을듯싶습니다.》

《걷어치우시오!》

《이건 인격모독이요!》

《신창균! 당신답지 않소. 이죽거리는 재간은 언제 배웠소?!》

《뭘 신경질이요?! 당내민주주의라는게 뭐요? 누구의 립장이 옳은지 손을 들어보면 알게 아닌가?!》

여기저기서 신창균의 신랄한 비난에 격분한 웨침들이 몰방으로 쏟아졌다. 그들은 신창균을 향하여 주먹을 흔들고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그러나 당자는 거기에는 내 참견할바가 아니라는듯 그들의 소요가 끝날 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렸다. 오히려 너희들이 그럴줄을 내 안다는 배포다.

그러나 사실 그의 이러한 소힘줄처럼 질긴 인내성과 자제력이야말로 신창균이 극도로 치밀어오른 성풀이라는것을 그의 가까운 동료들만이 리해하고있었다.

《그만들 하시오. 마저 들어봅시다.》

우달수가 풀어진 넥타이를 꽉 조이며 장내를 향하여 소리쳤다.

인차 방안의 소란은 물뿌린듯 가라앉았다.

신창균은 표정을 바꿈이 없이 까스스한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옛시절을 거들었다.

《일어선김에 말 좀 더 합시다.

당신들이 지금 날더러 죽산선생을 앉혀놓고 이런 말 한다고 또 그 무슨 간신배요, 아부요 내 이마에 아무렇게나 락인을 찍는다고 해도 난 할 말은 마저 해야겠소.

정치란 뭔가?! 정치가란 무언가?!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지키고 그 뜻을 위해 사는게 아닌가.

헌데 언제부터 우리 당이 당중앙위원회를 정식 결성하기 전에 우리가 스스로 세워놓은 리념과 도덕을 줴버리기 시작했는가?

우리 당의 맥박이고 고유한 멋인 정의와 진리와 량심을 언제 줴던졌는가?

누가, 어느 놈이 우리 당의 맑은 공기를 휘저어놓고 감히 파쟁을 몰아왔는가?! 이건 현대판 사색당쟁이요. 끝장내야 합니다!

여러분! 난 제기합니다! 요구합니다!》

신창균은 격렬한 어조로 소리치고는 지릅뜬 눈으로 자기에게 눈길을 모은 참가자들의 열띤 얼굴들을 한바퀴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열기를 확확 내뿜는 신창균의 세찬 눈길과 부닥칠 때마다 저 사람이 이제 또 어떤 충격적인 말을 내놓을가 하는 생각으로 저으기 가슴들이 팽배해졌다.

드디여 신창균은 찌를듯이 출입문을 향해 팔을 쭉 뻗치며 준절하게 부르짖었다.

《우리 당의 기치를 따르지 않을 사람은 이 방에서 나가주시오!

진보당을 따라서지 않을 사람은 여기서 나가시오! 각설이무리들까지 끌어안고있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난 명백히 요구합니다! 조봉암선생을 따르지 않을 사람은 이 방에서 즉시에 나가주시오!

방금전에 누가 떠들었소. 민주주의란 뭔가고, 누구의 립장이 옳은지 손들어보면 알게 아닌가구…

이게 손들어 결정할 문제요? 이렇게 문젤 세운다면 나도 지난해 떨떨해있다가 배워둔게 있으니 자신있게 대답을 줄수 있습니다. 좋기는 옛말 하나 들려주면 좋겠는데 시간이 없으니 두어마디로 설명하겠습니다.

저 하늘의 해 보구 달이라구 우긴다 해서 달이 되는가?! 해가 아니라고 손 많이 들어주면 해가 달이 되겠는가?!》

신창균은 이렇게 여전히 높지도 낮지도 않은 소리로 마치도 그 무슨 권고라도 하듯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의 제의는 회의장에 난데없이 날아든 폭탄처럼 파격적이고 위력하였다.

세찬 반응이 뒤를 따랐다. 장내가 웅성웅성하면서 여기저기서 비살과 같은 웨침들이 튀여나왔다.

《뭐라구?!》

《분당이야?!》

《각설이무리라니 무슨 건방진 소리냐?!》

《신창균이 바른소릴 했다!》

《옳다!》

놀라움과 분노와 환희의 회오리들이 장내를 뒤범벅으로 만들었다.

신창균이 앉자 기다린듯 우달수가 서두름없이 천천히 일어섰다. 방안의 소요가 일시에 잦아들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였다.

당안에서 윤기중이나 심운과 짝이 되는 달변가이다. 직통배기 신창균과는 달리 웅심이 깊기로 바다같은 우달수의 발언은 참가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도 짤막하였다.

그러나 그만큼 그의 주장은 산같은 무게와 기상으로 회의장을 압도하였다.

《나도 부위원장으로서, 우리 당 창립자의 한사람으로서 요구합니다. 진보당을 따라서지 않을 사람은 이 방에서 나가주시오. 그 누구든 즉시!

방금 신부장이 주장한것처럼 바란다고 해가 달로는 될수 없소! 과반수가 손든다고 하여도 해는 해요! 나도 대찬성입니다!》

그는 칼끝같은 눈초리로 서정후와 그 지지인물들을 하나하나 훑어갔다.

방안은 방금전과는 달리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듯 고요속에 잠겼다. 다치면 터질 침묵이 숨가쁘게 흐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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