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1

 

지난밤 신창균은 꼬바기 뜬눈으로 새웠다. 잠자리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새벽녘에는 종시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담배를 갈아대며 밝아오는 창을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오늘도 아침을 치르기 바쁘게 집을 나서서 정보수집과 자금수집을 위하여 해종일 뛰여다니면서도 뇌리에 꺾쇠처럼 박혀든 생각때문에 도무지 성수가 나지 않았다.

조봉암의 후보사퇴라는 너무도 파격적인 긴급제안때문이였다.

조봉암이 처음 그 문제를 일정에 올렸을 때 신창균은 얼떨떨해졌다. 다음에는 맹렬히 타번지는 흥분을 참느라고 하고싶은 소리를 다하지 못하였다.

신창균은 그게 속에 걸려있었다.

왜 그 자리에서 죽산선생이 결심을 달리하도록 속을 밑바닥까지 털어내지 못하였던가. 그런데 정말 괴이한 일이다.

죽산선생이 갑자기 무슨 망녕이 들어 당론까지 뒤집으며 대자대비를 베풀어 민주당것들에게 선심을 쓰는것이냐.

그는 이틀동안 내내 너무나 허무한 생각에 울화만 끓이였다. 당수앞이고 당수가 내놓은 제안이라 처신부터 재이면서 자기 립장을 한두마디로 끝내버리고 물러앉은 자신이 용렬하게만 생각되였다.

우달수나 윤기중이나 심운이처럼 자기 주장을 딱딱 사개가 들어맞게 둘러대는 박식과 리론이 부족한게 새삼스럽게 통탄스럽기도 했다.

이날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질무렵 신창균은 택시회사 사장의 사무실에서 자금문제를 놓고 토의를 마치고나자 문득 떠오른 생각끝에 전화통에 매달렸다.

처음으로 통화가 이어진것은 을지로입구에 있는 삼각동 곰탕집주인이였다.

《아, 부장님이시군요. 건강하셨나요? 그사이 왜 우리 집에는 발길을 끊으셨나요?》

그쪽에서 반색을 하는 소리다. 친구들과 어울려 즐겨찾던 대중료리점이라 신창균은 곰탕집주인과 면식이 있었다. 하지만 진보당추진위원회가 서고 재정사업까지 담당하면서부터 신창균은 언제 한번 료리점으로 가는 일이 없었다.

《세명분의 저녁식사를 예약합니다. 7시경에 가겠습니다.》

《예, 그러시지요. 예약방이 있겠는지? … 아, 보장하겠수다. 그런데 7시면 늦을것 같은데요. 우리 곰탕집이 문닫는 시간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곰탕집주인이 너스레에 진담을 섞어 상기시킨다.

《아차, 그렇군요.》

곰탕집의 문닫는 시간은 8시다. 그러니 7시에 들어서면 한시간을 짜낼수 있다. 한시간은 정객들의 식사시간으로서는 너무 부족하다.

이미 지난 세기부터 여러대를 물려가며 곰탕집을 지켜가는 사람이라 형형색색의 식객들의 취향은 물론 계층에 적당한 식사시간의 길이까지 도통하고있는 곰탕집주인의 말에 신창균은 얼른 손목시계를 보고 예약시간을 수정하였다.

《좋습니다. 지금 시간이 5시 반이니 6시로 합시다. 인차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십시오.》

두번째로 전화에 불리워나온것은 진보당추진위원회청사에 틀고앉아있는 윤기중이였다.

《간사장이요? 날세, 신창균… 시간을 내게.》

《왜요?》

《왜라니? … 래일 아침일때문에 그러오.》

《래일 아침일? … 음… 지금 손님들이 와있는데.》

《급하오. 시간을 내게.》

《그리하리다.》

윤기중은 신창균이 찾는 리유를 가려듣고 대뜸 응해나섰다.

《좋네. 이제 30분후에 삼각동 곰탕집에서 만나자구. 6시전으로 도착해야 하오. 그쪽에서 멀지 않겠으니 자기 차로 오게.》

《알았습니다.》

전화를 마치고난 신창균은 자리를 같이하고있는 택시회사 사장에게 부탁하였다.

《곰탕집에 6시까지 가야 하겠는데 나를 태워다주시겠소?》

《예, 내가 모십지요.》

사장은 신창균의 말을 기꺼이 받아들여 고개를 끄덕이였다.

승용차는 인차 회사의 마당을 벗어나 큰길에 나섰다.

《태평로쪽으로 갑시다.》

《태평로쪽이요? … 그건? …》

《부민관에 가서 엉치무거운 사람을 태우고 가야겠소. 그 다음에 을지로의 곰탕집으로 직행합시다.》

부민관이란 지금 《국회》청사로 삼은 건물의 일제때 이름이다.

오늘 우달수는 거기 가서 일을 보겠다고 하였다.

한달에 열흘은 그쪽에 있는 자기 사무실에 의무적으로 출근하여 회의에 참가하고 문건기안과 수정, 합의에 관여하게 되여있었다.

신창균이 접수실을 거쳐 우달수의 사무실에 가니 그는 주산을 탁자우에 올려놓고 튕기고있었다.

《젠장, 남은 콩튀듯 뛰여다니는데 여기선 셈평좋게 주산알을 주무르고있군.》

《아, 신형이 오셨소?》

우달수가 선통도 없이 들이닥친 신창균을 반기였다.

신창균은 진보당추진위원회 삼총사가운데서 두세살 앞서있는 년장자이다. 그래 우달수나 윤기중은 대체로 한담자리에서는 신형으로 깍듯이 개올린다.

《아, 그런데 신형은 지금껏 어데 가계시였소?》

《어데 가있다니? 일보러 다녔지.》

《아침부터 찾았수다. 집에서도 행처를 모르더군요. 점심참에도 들어오지 않았다면서요.》

《내 행처는 갑자기 왜 렴탐하였소? …》

《허, 그럴 일이 있었지요. 하여간 제발로 찾아왔으니 마침이우다. 거기 앉아서 잠간 기다려주시오.》

신창균이 그 소리에 또 한번 팔목시계를 보고나서 말했다.

《가야 할데가 있네. 이제 곧…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네.》

신창균은 넥타이를 단정히 졸라매고 빈틈없이 양복차림을 한 우달수가 내미는 걸상은 거들떠보지 않고 서둘러댔다.

《어데로요? … 20분이면 끝내겠는데. 월간 의원활동자금계산서를 바치고 가라고 해서 이 모양 아니요. 래일 이것때문에 다시 오기도 싫구…》

《20분? … 안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긴한 일이요.》

신창균이 그냥 바쁘게 우겨대자 우달수는 하는수없이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책상우에 있는 주산과 종이들을 서류함에 쓸어넣었다.

택시는 을지로입구의 후미진 곳까지 쏜살같이 달려갔다.

우달수는 청기와를 고풍스럽게 떠인 단층료리점앞에 차가 서자 의아쩍어하는 표정으로 신창균을 돌아보았다.

《곰탕생각이 나서 불러냈네. 내리게. 뭘 어리어리해서 그러나? 어서 내리라구.》

신창균이 웃지도 않고 재촉하였다.

《허 참, 오늘은 무슨 바람기가 동했나. 곰탕이라… 하여튼 좋수다.》

우달수는 더 다른 말을 않고 앞서서 대문턱을 넘는 신창균을 따라섰다.

마당안에는 여러대의 승용차가 주런이 서있었다.

건물은 그리 크지 않아도 서울시안에서는 그중 력사도 있고 대접도 륭숭하여 늘쌍 식객들이 붐비는 료리점이였다.

이 집의 음식은 개업이래 한세기가까이 내려오면서 오직 소고기 한가지만을 전문으로 곰탕을 만들어 서울일경에 소문이 자자해서 식객들을 끌어온다. 언제 와봐야 맛이 한결같고 곰탕이 눈속임도 없이 푸짐하면서도 다른 료리점들에 비하면 값도 매우 눅어 중간계층의 단골손님들이 적지 않다. 진보당계의 사람들처럼 주머니가 풍족치 못한 정객들도 드나들군 하였다.

그들이 건물안에 들어서는데 접대부가 총총히 마주 걸어나와 곱게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이 6호실로 모시라고 하였습니다.》

접대부는 그들을 제일 으슥진 방으로 안내하였다.

정객들이란 주로 뒤골방을 찾아 자리를 편다는것을 주인도 잘 알고있는것이다.

《곰탕 세그릇에 막걸리를 주오.》

《아, 신형! 오늘은 웬 일이시오? 곰탕이야 목이 화끈하게 해야지. 홍주 한병!》

우달수가 신창균의 주문이 마뜩지 않아 큰소리로 수정하였다.

무엇에나 적극적이고 기질이 강한 신창균은 술을 마셔도 남쪽지방에서 제일 알콜주정도가 높은 40%짜리 홍주를 즐긴다. 홍주란 전라남도 진도에서 나오는 술인데 보리와 쌀로 빚어 지초라는 식물뿌리를 우려낸 분홍색갈의 술이다. 독한 술을 주로 마시는 애주가들을 내놓고는 그닥 찾는 사람이 없다.

신창균이 고집스럽게 손을 내둘렀다.

《안되네. 막걸리! 머리가 핑해가지고서는 안될 일일세. 안주는 뭐 적당히 차려달라구.》

접대부가 그들의 실없는 언쟁에 소리없이 웃고있다가 고개를 살래살래 가로저었다.

《료리주문은 이미 받았습니다. 술상도 차려드렸구요. 술은 소곡주를 올렸습니다.》

《소곡주? 윤기중이 와있는게 아니야? 뜨뜨미지근한 소곡주를 청해놓은걸 보니…》

우달수가 이마살을 찌프리며 투덜거렸다.

윤기중은 18%짜리 소곡주를 좋아한다. 소곡주는 충청남도 서천에서 만들어 서울에 들이미는 약술이다. 도수는 낮아도 인차 취하게 하는데 취기가 오래가서 우달수는 질색이였다.

《이거 주객이 바뀌웠군.》

신창균이 우달수의 말에는 시치미를 떼고 접대부가 열어준 미닫이문턱을 넘어서는데 우달수가 접대부에게 물었다.

《7호실에 예약이 되여있지?》

《예, 손님 두분이 예약되여있습니다.》

《음, 예약을 취소하고 6호실로 돌아앉았다고 주인에게 전하오.》

《예? 그 방엔 부통령후보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오.》

《예.》

우달수가 신창균을 따라 방에 들어서니 두리반술상옆에 두다리를 길게 뻗친 윤기중이 방벽에 비스듬히 허리를 붙인채 중절모로 눈을 가리우고 코를 골고있었다.

《역시 우리 간사장은 몸관리는 실속이 있군, 짬짬이…》

우달수는 인기척에 눈에서 중절모를 내리우고 상반신을 바로세우는 윤기중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진보당추진위원회의 크고작은 내부사업을 다 끌어안고 늘 잠에 쪼들려사는 윤기중이다. 그래 틈이 나는대로 눈을 붙여 어방없이 모자라는 수면시간을 보충한다고 한다.

《엉? … 우달수, 임자까지? …》

윤기중이 자기앞에 나타난 우달수를 쳐다보며 뜻밖인듯 눈을 슴벅거렸다.

《간사장이 기다리고있을줄 알았어. 분명 날 삶아보려고 료정정치를 하자는건데… 곰탕 한그릇에 제 좋아하는 뜨물같은 소곡주 한병으로 되겠나?》

우달수가 윤기중의 맞은편에 앉으며 빈정거렸다.

《사실은 내가 불렀소.》

술상을 둘러보고난 신창균이 상앞에 마주앉으며 데퉁스럽게 우달수의 말을 받았다.

《자 자, 우선 몇잔씩 내자구. 오늘은 좀 열을 내야 할것 같소.》

신창균이 접대부가 따라놓고 나간 술잔을 들고 년장자답게 먼저 쭉- 잔을 냈다.

그를 따라서 우달수와 윤기중도 잔을 냈다.

《혀가 천정에 붙기 전에 할 소리는 하고 넘어가세. 사실은 이단자에게 벌주려고 마련한 자리일세. 그러니 이 술로 말하면 벌주고.》

《이단자? 누구인데?》

신창균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하는 소리에 우달수는 두사람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며 술자리가 마련된 케속을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여기다가 간사장까지 진을 치고있게 했군. 들어보세. 그래 누가 이단자란 말이요?》

《몰라서 묻는가?! 임자가 이단자지.》

《천만에 이단자는 당신들이요. 어떻게 되여 당수의 뜻에 거슬리는 주장을 함부로 펼수 있는가?》

《이거 정말 대단한 충신이군. 당수가 우왕좌왕할 때는 충심을 고인 직언으로 바른길을 걷도록 도와주는것이 정말로 충의라는걸 모른단 말이요?

난 이틀동안 내내 그 생각뿐이였소. 간밤에는 그 생각에 열통이 터져 한잠도 못 잤구. 우리 당수가 분명 무슨 망녕이 들어 애써 무르익혀놓은 감을 남에게 넌떡 안겨주려 하는데 거기다가 당수의 1급모사라는 사람이 쌍북을 쳐?!
우리 진보당이 뭘 위해, 어떻게 만들어진 당인가? 머리통이 열쪼각 나더라도 할 소리야 해야지. 비위 맞추고 눈치보기나 해서야 되겠나?!》

신창균은 일부러 우달수의 비위를 자극하며 안주를 집다말고 두리반상을 두드렸다.

이미 이틀동안 생각해오고 벼르고 골라온 말마디라 뚜껑을 떼놓으니 좔좔 뿜어져나왔다.

《누구더러 눈치보기한다는 소리요?》

《진보당은 죽산선생의 로고와 간난신고의 산물일세. 죽산선생을 정계의 중심에 모시고 민중세상, 통일세상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세워진거요. 우리 당의 힘은 죽산선생님을 모셨다는데 있소.

우리 당의 체질이 친일파, 착취배들의 무리인 자유당이나 그와 일맥상통한 민주당과 제휴할수 있는 자그마한 요소가 있는가 말이요. 그런데 어떻게 친일도배들의 집결처인 민주당에 우리의 표밭을 통채로 넘겨줄수 있는가?!

민주당이라는게 얼마나 고약한 심보를 가진 심술꾸러기들이요. 그걸 그래 임자가 모른단 말인가? 죽산선생이 농림부 장관에 입각하여 토지의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주장하고 농업공동조합을 무으려고 했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지주를 다 죽이겠느냐고 달려든게 누구들이였나? 난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꺼꾸로 솟군 하네.》

속에서 타끓고있는 울화와 비분을 토해놓는 신창균의 이야기는 그대로 처절한 웨침이고 분노의 폭발이였다.

신창균이 조봉암의 농림부 장관시절을 거들며 부르짖는게 우연이 아니였다. 바로 그 시절에 조봉암이 내들었던 그 구호에 끌려 조봉암의 어깨밑으로 성큼 다가들었던 신창균이다.

신창균은 원래 상해림시정부때부터 젊고 강직한 투사로 소문난 열혈의 애국자였다. 그 시절에 그는 김구의 비서로 있으면서 항일독립전에 젊음을 바쳤다. 그도 김구와 마찬가지로 지지리도 못살던 가난뱅이의 자손으로서 대가 있고 신념이 투철하였으며 불의앞에서는 타협을 모르는 열의인이였다.

신창균은 김구가 평양을 다녀올 때에도 그의 북행길을 지지하여 함께 38°선을 드나들었고 김구가 피살될 때에는 그의 머리맡에서 눈을 감겨주었다.

김구가 쓰러지자 민족주의운동이 지리멸렬되고 김구를 따르던 세력도 녀왕벌을 잃은 벌떼처럼 산지사방에 흩어졌다. 신창균도 정신적으로 방황하고있었다.

자기의 마음을 의탁할 곳을 찾아 암중모색하던 그의 방황은 당시 농림부 장관자리에 올라 토지의 무상몰수, 무상분배, 공동조합조직을 과감하게 주장한다는 조봉암을 찾아내자 드디여 끝나게 되였다. 그때 신창균은 조봉암의 비서였던 천령배를 찾아가 조봉암의 리념과 경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들었다.

그리고는 군설명이 없이 이제부터 자기는 죽산선생의 웅지를 따르고 받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신창균은 상해시절에도 당시 공산주의거물로 소문났던 조봉암과 만나는 기회가 있었으나 크게 감흥을 받지 못하였다. 그때 그가 들려주던 공산주의리념은 어쩐지 달속의 계수나무처럼 느껴졌던것이다.

그러나 땅에 대한 조봉암의 주장과 공동조합구상이야말로 머슴군의 자식이였던 신창균의 평생의 꿈이였고 운동의 시작과 목표였으며 지금껏 몸바쳐온 투쟁의 나날에는 접하지 못했던 신선하고 경이로운 충격이였다. 이때로부터 신창균은 조봉암에게 취해들어 미구에 그를 형님처럼 따르고 스승으로 숭배하게 되였다.

조봉암도 샘처럼 맑으며 땅처럼 거짓을 모르는 신창균의 깨끗한 량심과 정의감을 귀하게 받아주고 류다른 애정을 기울여온다.

때로는 술자리에 불러앉히고 술잔을 허물없이 채워주면서 자기의 정치구상과 고민에 대하여 숨기지 않고 속속들이 헤쳐보이기도 하였다.

이 나날에 신창균은 조봉암의 미래이자 자기의 미래이며 그의 승리이자 자신의 승리라는데 습관되여있었다.

하기에 신창균은 지금 조봉암의 후보직사퇴를 지지할수 없었고 조봉암의 주동적인 발기라고 해서 안팎이 다른 말을 할수가 없었다.

신창균은 격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끝내 민주당이 못되게 놀아 그 희한한 뜻을 거품으로 되게 했지.

내 생각은 이게 달세. 이 자리에서 아니다, 옳다, … 명확히 찍어놓고 넘어갑세. 임자가 아무리 흔들어봐야 더 움직일수 없을거네.

이젠 간사장에게 언권을 주네. 이 사람 골통을 단단히 줴박아 정신을 차리게 하라구!》

신창균은 무겁게 앉아있는 윤기중에게 언권을 넘겨주고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우달수는 표정이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거리였다.

당신 생각이 옳다는지 아니면 들어둘만 한 소리는 하나도 없다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기실 우달수는 신창균이 자기를 불러낸 리유를 대충 짐작하고 따라온데다가 자기로서도 이미 뜻하는바가 있었던것이다.
그래 윤기중에게 술잔을 채워주고는 어서 이단자에게 협공을 들이대보라는듯 구리로 빚은듯 단단하게 생긴 턱을 쳐들어보
였다.

《음, 난 사실 더 마셔야 되겠는데… 점심을 건늬였더니 배가 출출하구만.》

윤기중이 딴전을 펴며 안주를 입안에 쓸어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우형의 립장도 다시 들어봐야겠구.》

여전히 늘어빠진 윤기중의 소리에 신창균은 눈을 빨았다.

《뭘 내 립장이야 전번에 다 꺼내놓은게 아닌가. 난 거기에 더 보탤게 그리 없네. 덜것도 없구. 해볼 소리가 그리 없는건 아
니구.

하여간 간사장의 주장도 내 모르는바가 아니지만 더 할 말이 있으면 꺼내놓으라구.》

우달수가 비양조가 다분히 풍기는 어조로 윤기중을 부추겼다.

《뭐 임자들이 나의 고견을 기어이 들어야 하겠다면 하는수 없지. 이 3자회담의 의장이야 신형인데 에누리할수야 있나. 난 말이요.》

윤기중이 성미대로 느릿느릿하게 무거운 어조로 말을 시작하였다.

《뭐 길게 말할게 없어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거요.》

윤기중은 이야기를 길게 할듯싶던 잡도리와는 달리 짤막히 대답을 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게 다요?》

신창균이 윤기중의 외마디대답이 불만스러워 툭 내쏘았다.

《다지. 뭐 자꾸 시비를 캘게 있겠소? 전일에 다 토해버렸는데.》

《기회? … 어떤 기회?》

이번에는 우달수가 윤기중의 말을 물어챘다.

《이길수 있는 기회, 우리 위업이 드디여 승리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길수 있는 기회라구? … 말해보라구. 우리가 드디여 승리할수 있는 기회라는걸 론증하여보게.》

우달수가 윤기중이 더는 어물쩍해서 피해서지 못하게 따지고들었다.

윤기중은 두사람의 론쟁에 드문드문 훈수정도로 자기 몫을 생각했는데 두사람이 련이어 몰아대는통에 하는수없이 론쟁에 말려들었다.

《이런거요. 임자도 52년도 치른 선거가 생각날테지.》

그때 그들은 리승만이 너무 덤벼들어 선거선전 한번 똑똑히 못했다. 선거운동원이라는것도 지금 모여앉은 세명과 금진호 기타 손꼽을 정도였다.

리승만이 경쟁후보의 초상화를 내거는것조차 봉쇄해서 선거자들은 조봉암의 얼굴조차 알지 못하고 투표하였다.

《그런데 투표결과가 어떠했나.

그때 벌써 세론은 우리 당수가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패했다고 평가하지 않았나. 우린 그때 후보였던 국회의장 신익희를 까마득히 앞서기까지 했네.

그런데 왜 우리 당이 자기의 중앙조직과 도, 시, 군들에 추진위원회조직까지 그쯘히 꾸려놓고 정치의 로장들과 젊고 투지만만한 투사들과 우리 사회의 지성과 미래를 대표하는 지식인들, 청년학생들을 비롯한 지지세력을 광범하게 확보한 오늘에 와서 승리를 믿지 못하겠는가. 그것도 벌써 4년전에 떨구어버린 신익희에게 우리의 표밭을 넘겨주겠는가?

그래서 나도 엊그저께 당수에게 제기, 아니 청원했던거요.

권력을 장악할수 있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이요. 우리가 진보당을 어떻게 세워왔나.

10년가까운 세월 반대세력의 갖은 모해와 중상과 비방공격으로부터 숱한 사람들이 피흘리고 숨지고 철창에 끌려가면서 고심참담끝에 드디여 눈앞에 다가온 승리의 기회를 포기할수 있는가.

그래서 난 아파도 괴로워도 당수의 긴급제안에 박수를 쳐줄수 없었단 말이요.》

윤기중의 느릿느릿한 말이 길어지자 그의 살집좋은 볼이 벌그레 타들고 두눈에서 불줄기가 뿜어져나올듯 유난한 광채가 빛발치면서 열변으로 번져졌다.

《바로 그렇단 말이요!》

신창균이 윤기중의 거동에서 드물게 보게 되는 열정적이면서도 흥분한 모습과 점차 류창해지는 웅변조의 연설에 자못 격동되여 이렇게 맞장구를 쳤다.

윤기중이 손세까지 써가며 자기의 주장을 전개하였다.

《적진을 한번 투시해보라구. 전일에도 말했지만 리승만의 정치는 지금 썩을대로 썩고 곪을대로 곪아 이제는 툭 치면 터져나가게 되여있다 그거요. 내가 전번에도 이런 얘기했는데 이게 빈말이요?

리승만의 측근에서 지내본 나는 사실 우익적인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리승만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인물은 몇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있소.

외관상 철옹성같이 보이는 서울권력의 성벽은 미국이라는 고임돌을 빼버리면 사상루각이나 다름없소.

그런데 왜 승리가 기약되여있는 싸움을 기피하려는가.

언제나 나서면 끝까지 돌파해온 정치의 로장인 우리 당수가 리승만의 허장성세에 심지가 약해진게 아닌가.

실상 죽산선생이 우리 당 후보로 정식으로 결정되자 신당동댁으로 돌멩이가 날아들고 앞벽에 즉살하라는 벽보가 나붙고 협박전화가 무시로 들어오고있는건 주지의 사실이요.

허지만 그만한 위협을 마다해서야 될법인가.

민심은 이미 리승만에게 침을 뱉고있소. 리승만의 통치력도 한계점에 이르렀소.

난 안타깝소. 정신적박약이라는 말이 우리 당수에게는 어울리지 않을진대 립장변화가 리해되지 않는단 말이요.

정치도 기회가 있는게 아닌가. 력사적시각을 놓쳐서는 안되오. 우리가 성벽이 돼서 당수를 지켜내자구!》

윤기중은 마디마디에 박력을 가하며 자기 립장을 거침없이 토해놓고는 술잔을 들었다.

윤기중의 주장은 조봉암에 대한 진심으로 되는 사랑이고 신의였다. 자기 당수를 이번에 기어이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야 한다는 열망과 환희와 기대를 포기하는것은 그로서는 쉽게 참아낼수 없는 상실과 좌절이였다.

잠시동안 술자리에는 뜨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세사람은 윤기중이 열정적으로 그려놓은 세계에 취해들었다.

《그게 다요?》

우달수가 잠시후에 침묵을 흔들어놓았다.

《다요!》

우달수가 침착하게 따져묻는 소리에 윤기중은 웅글은 어조로 대답을 던져주었다.

우달수는 길게 한숨부터 내쉬였다.

전번 협의회때보다도 이들의 반론은 더 완강하고 빈틈이 없다.

하기는 그래서 자기를 이 료정에 불러놓고 립장변화를 유도해내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게 아닌가.

우달수는 일이 참 맹랑하게 벌어진다고 속으로 혀를 찼다.

그도 사실은 신창균을 이 곰탕집에 데리고 와서 돌려세우려고 식사주문부터 해놓고 여러차례 그의 집에 전화를 걸었던것이다.

신창균을 돌려세운 다음에는 그와 함께 윤기중에게로 가서 협공을 벌리자고 했는데 이렇게 선수를 놓치고 신창균에게 끌려와 협공을 당하고있는것이다.

우달수는 우선 전우들의 달아오른 가슴들을 식혀주려고 화제에서 한걸음 비켜서기로 하였다.

《그래서 날 이 곰탕으로 매수하겠다는거요?》

《좋두룩 생각하게나…》

신창균이 데설궂게 대답하였다.

《그러니 나더러 래일 자기 립장을 뒤집는 연설을 하라는거겠소?》

《물론. 그런데 사전에 할 일이 있소.

이제 곰탕으로 기운을 돋구어가지고 당장 신당동댁으로 쳐들어가자는거요.

부위원장까지 돌아서준다면야 당수의 립장이 달라질게 아닌가. 확실히 죽산선생이 무언가 헛갈린것 같소.》

《음, 그렇구만. 헌데 내가 돌아서지 않는다면…》

《돌아서게 될거요. 이건 우리의 운명, 당의 진로가 얽혀있는 문제요. 그런즉 임자는 평생 의절까지 각오해야 할 문제라는걸 알아야 하네!》

신창균이 일부러 되게 엄포를 놓는 바람에 윤기중이 배허벅을 들먹거리며 웃어버렸다.

신창균도 자기 소리가 너무 야단스러웠다는 생각에 한번 소웃음같은것을 떠올렸다가 이내 허리띠를 늦춤이 없이 공세를 폈다.

《이건 신중한 문제요. 당수의 권위문제, 우리의 충정에 관한 문제, 민중의 기대에 대한 사명감문제…》

《음, 정말 심각한 문제구만. 사실 그래서 나도 전번에 선생님의 립장을 지지하기는 했어도 심사가 편안치 않아 잠이 와야지. 당수는 물러나고 내같은게 그냥 부통령후보로 나서는게 도의에 어긋난것 같더구만. 그래 어제 밤 초경무렵에 신당동댁을 찾아갔댔소.》

《엉? … 그런 일이 있었나. 아무렴. 임자가 달리야 될수 있나. 도의라는 소리는 꺼내지 말게. 부통령후보까지 물러나면 무슨 흥에 선거놀음을 벌리겠나. 그래서? …》

신창균이 지레 억측을 하며 뒤말을 성급하게 독촉하였다.

《결심을 재고 하시는게 어떠냐고, 당의 중진들 다수가 반대하고있는데 하고 말씀을 드렸지.》

《헝? 그래?! 잘했소. 그런걸 곰탕까지 사주며 세뇌사업을 하려고 했댔군. 그래서? …》

신창균은 갑자기 활기를 띠며 유쾌한 어조로 떠들었다.

《선생님이 당중진 다수가 반대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더니 한동안 심중하게 생각하고나서 참 명쾌한 대답을 주시더
구만.》

《어떻게? 어서 말해보우.》

두사람의 언쟁에서 물러나 량쪽의 기색만 살피던 윤기중이 귀가 솔깃해서 그들의 이야기에 껴들었다.

《음- 이런 얘기였소. 들어보소.

옛날 어느 산짐승들이 모여사는 동산에 인간세상에서 살던 강아지 한마리가 놀러 왔다오. 그런데 산토끼형제 여럿이 그 강아지를 놓구 다툼질을 했다는구만. 맏이되는 토끼는 강아지라 하는데 아래동생들은 오구구 모여들어 그건 고양이라고 했다는거요.》

《무슨 같지 않은 고양이소리요?!》

신창균이 귀를 기울이다가 고양이소리까지 나오자 짧은 머리를 한손으로 움켜쥐고 말허리를 푸접없이 꺾어버리며 화를 냈다.
 《들어보기오. 당수의 대답이라지 않소.》

윤기중이 호기심이 동해서 우달수를 부추겼다.

《그런데 지나가던 곰아저씨가 토끼형제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물었다오.

<너희들 웬 일이냐?>

그때 동생토끼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는구만. 저들 형이 저 고양이보고 강아지라고 우긴다는거였소. 곰이 물었다오.

<고양이라 하는 애는 몇되느냐?>

동생토끼들이 대답했다오.

<다섯이나 돼요.>

<강아지라 하는 애는 몇되느냐?>

<하나예요. 형밖에 없어요.>

<그런즉 저건 고양이다.>

곰은 이렇게 시비를 가르고 갔다오. 뭐, 이런 옛말이였소.》

《하, 그럼 곰도 그게 강아지라는걸 몰랐던 모양이지.》

윤기중이 펀뜻 뇌리를 스치는것이 있었으나 넌지시 물었다.

《곰은 소경이였다오.》

《뭘?! 소경이였다구? 하하…》

시치미를 뚝 떼고 우달수가 전하는 옛말에 취해들었던 신창균과 윤기중이 껄껄 웃었다.

신창균이 불쑥 웃음을 그쳤다. 그 의미가 우선 기분을 거슬려놓아 눈망울을 무섭게 굴렸다.

《그러니… 우리가 그 애꾸러기토끼들이라는거요?》

《아니, 너무도 명백한 문제여서 거수가결할나위가 없다는거였소. 여럿이 주장한다 해서 강아지가 고양이로는 될수 없다는
거라.》

《음- 그래, 주장한다구 강아지가 고양이로는 될수 없지… 그렇단 말이지. 당수의 립장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구… 가만, 우리가 인식착오를 하고있는게 아닐가? 아니면 과욕에 들떠 곰처럼 소경이 된게 아닐가?》

윤기중이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옛말이 주는 의미가 너무도 강하게 그를 자극하여놓은것이다.

그 소리에 신창균이 홱 고개를 돌리더니 핀잔을 하였다.

《간사장의 그 큰 귀가 또 탈이군. 옛말 하나에 속대가 흔들리다니.》

《아, 내 귀는 건드리지 말라구요. 우리 당수가 칭찬하던 귀가 아니요. 간사장의 귀는 커야 한다구, 내 귀가 큰게 다행이라구.》

윤기중이 천연스럽게 신창균의 공박을 받아주었다. 그는 그 두터운 볼살과 입술에 비하면 고집스러운데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 조봉암이 몇번 말한적이 있다. 간사장은 당안의 각이한 호흡과 주의주장을 폭넓게 받아들일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간사장의 큰 귀가 어울린다는것이였다.

《음, 음… 임자 귀가 클뿐더러 무른게 탈이라는거요. 들어둘 소리가 있고 넘겨버릴 말이 있지. 우리가 예까지 쉬운 길을 헤쳐왔소? 간사장이 방금 제입으로 한 소리가 있는데 그게 언제적이라구 벌써 흔들렁거리는거요.》

《내 귀가 크고 무른게 탈이라구… 허허…》

윤기중이 귀바퀴에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만지작거리며 선웃음을 치면서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따금 들어보는 뒤소리도 있어 탓할게 없다.

우달수의 말을 듣고보니 어쩐지 속이 뒤숭숭해지고 며칠동안 속을 끓여오던 문제가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드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아, 신형! 너무 욱박지르지만 말고 가만 좀 계시우. 우리가 지금 당수의 의중을 헛짚고있는게 아닐가?》

《차, 저렇다니깐. 그렇게 쉽게 돌아설걸 왜 그날에 코를 세웠소? 방금전의 기세는 언제 물건너 갔소? 이건 지원포를 쏴달라고 불러냈더니 어데다 쏴주는거요?》

신창균이 짐짓 부아가 동하여 오금을 박았다.

《아니, 가는 길이 갈길이 아니라고 알게 될 때는 얼른 돌아서는것도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는 법도가 아니겠소. 현자는 어린아이에게도 사과할수 있지만 둔자는 로인에게도 고개를 못 숙인다는 말이 있지 않소.》

《그러니? 간사장이 현자가 되고싶어 몸살이 났구만.》

《허허, 좀 생각해봅시다. 죽산선생이 다른 말씀은 없으시였소?》

《없었다오. 그 말씀 하시며 크게 웃으시더구만. 내 다시 와서 생각해보면서 선생님의 긴급제안에 담겨진 뜻이 참으로 웅심깊고 현실적이며 명석하다는것을 재확인하였소.

신형, 생각해보시오. 과연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정권을 빼앗을수 있는가? 리승만이 선거에서 설사 패한다 해서 순순히 물러줄것 같은가? 미국것들이 이번에 우리 당수에게 권좌를 넘겨주려고 하겠는가? 우린 민중앞에서 량심을 가지고 솔직한 대답을 주어야 하오. 큰 싸움을 투전놀이하듯 해서는 안되지 않겠소.

그러면 신익희는 가능한가? 우리가 힘을 보태주면 가능하다고 볼수 있소. 미국것들도 민주당에 대하여서는 우호적이요.

죽산선생은 이번에 신익희를 밀어주어 리승만을 제낀 다음 민주사회로 가는 준비기간을 마련하자는거요. 우선은 리승만을 제낄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거요.

나는 당수의 긴급제안이 정략적으로도 선견지명이 있고 도덕적으로도 완성된 제안이라고 확신하오. 그리고 중요한것은 너무나 명백한 리치라는거요.

그러니 이보게들, 과연 이단자는 누구요?》

우달수는 말끝에 씩 웃었다.

그의 사리정연한 론조에 윤기중은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이였다.

《이거 참, 세뇌공작은 내가 당하고있구만.》

신창균이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옛말이 주는 의미가 슬그머니 뇌리에 감겨들어 그를 강하게 자극하였던것이다.

《참, 선생님이 옛말끝에 한마디 더 하시였소. 옛 병서에 써있기를 승자의 주머니에는 꿈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에는 욕심만 차있다는거요.》

《그래?! 패자의 주머니엔 욕심만 있다구? 우리가 과욕에 들떠서 곰처럼 소경노릇 한다는 말씀일가? …》

신창균이 괴롭게 우달수의 이야기를 받았다.

한동안 방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제가끔 제기된 문제를 놓고 자기들의 립장을 되씹어보면서 서로 말떼기를 저어하듯 술상에서 물러나 굳어진 자세를 풀지 않은채 괴롭게 시간을 보냈다.

우달수는 윤기중은 물론 신창균까지 이제는 당수가 제기한 긴급제안의 정당성을 납득하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뻐근해한다는것을 알고 더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저녁시간이 이슥해지자 접대부가 미닫이문을 조금 열더니 술상을 둘러보고나서 신창균을 향해 《술을 더 가져올가요?》 하고 상냥하게 물었다.

신창균이 뚝한 기색을 풀지 못한채 머뭇거리고 윤기중은 신창균의 눈치를 살피는데 우달수가 결론을 내리듯 큰소리로 대답을 주었다.

《아니! 술자리는 끝났소. 곰탕을 들여오오. 푸짐하게. 가만, 간사장이 점심을 번지였다니 그 큰 배에 한그릇으로 족하겠소.그러니 접대부, 7호실에 예약해두었던 곰탕까지 다 가져오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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