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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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승만은 이제는 허울을 벗어던지기로 결심하였다. 다울링을 주물러놓고나니 한결 자신만만해졌던것이다.

그는 권태구가 련판장놀음을 추진하건말건 공보실을 통하여 발표문이라는것을 공포하였다.

《재출마를 수락하여달라는 민의운동이 여러날째 계속 확산되고있다. 500만이나 떨쳐나선 민의가 비바람도 무릅쓰고 불철주야로 경무대에 와서 호소하고있으니 본인은 마음이 아파 견딜수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이렇게 하지 말고 각각 이름이나 적어 보내주기 바란다.》

이것은 명백히 제놈의 재출마를 겨냥한 사기행위였고 량심과 체면의 허울마저 완전히 벗어던진 수치스러운 구걸행위였다. 이미 옳고그름에 대한 식별능력마저 상실한 리승만은 티끌만 한 가책이나 창피를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공보실의 사람들도 발표문이라는게 너무도 망신스럽고 렴치없이 씌여져 공포하기를 주저했으나 리승만이 직접 써갈겨 보내온 글에 괜히 문안수정을 했다가 심술궂은 령감으로부터 벼락을 맞을가봐 그대로 세상에 던져버리고말았다.

그 뻔뻔스러운 발표문이라는게 나가자 경무대로 종이장에 이름들을 적은 련판장들이 무데기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어느날 저녁 리승만은 권태구가 나타나 자꾸만 나가보자고 졸라서 서울운동장에 나갔다.

거기에서는 행정부와 서울시청이 공동으로 주최한 수만명의 서울녀자고등학교 학생들의 노래와 춤이 펼쳐지고있었다. 녀학생들은 잠자리날개같이 하르르한 옷을 떨쳐입고 리승만을 찬미하는 노래에 맞추어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리승만은 너무 감격하여 눈굽이 지절지절하여가지고 앞에 있는 마이크를 통하여 정식 선거출마를 선포하였다.

《아직도 한기가 뼈속에 대드는 계절인데 어린 너희들이 날 부르며 엷은 옷을 입고 재롱스럽게 춤을 추는걸 보니 너희들의 정성이 갸륵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여직껏 민의운동에 500만의 백성들이 참여했고 또 300만이상의 민의가 련판장에 모아져 날아왔다. 지금도 그냥 날아와 이 우남의 재출마를 간청하고있는즉 이는 우리 선거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것으로서 본인은 심사숙고끝에 결심을 달리하기로 하였다.

본인이 불응하면 너희들의 간절한 소망과 백성들의 뜻을 어기는것으로서 다시 민의가 몰려들것은 명약관화한 노릇이다. 따라서 본인은 너희들의 지성과 민의에 양보하여 재출마를 결의한다.》

그러자 자유당패거리들의 선창에 따라 운동장에서 만세소리가 터져올랐다.

그런데 이 일이 새로운 문제거리를 만들어냈다.

이미 정략적으로 타산되고 관권에 의하여 강행되여오던 《민의》를 둘러싼 리승만의 비렬한 놀음을 지켜보던 야당이 입 다물고있기 만무였다.

《국회》가 소집되고 권태구가 불리워나가 문초를 당했다. 《민의운동》을 조종하고 경찰력량을 투입하여 인권유린까지 서슴지 않은 문제가 규탄되고 해임결의안이 제출되였다.

결의안은 자유당패거리들의 방해와 심지가 무른 야당계의 《국회》의원들때문에 찬성 57표, 반대 99표로 부결되였다. 야당계의 많은 《국회》의원들은 반대를 하면 자기 당과 선거자들의 강한 반발을 받을것이 뻔하고 찬성하자니 자기에게 가해질 압력과 폭력에 지레 겁을 먹고 각종 구실을 대고 지방에 나가 돌아치면서 《국회》에 나타나지도 않았던것이다.

한편 야당이 장악하고있는 서울의 일간신문들도 떠들기 시작하였다. 민주당 대표 고병직이 리사로 있는 《조선일보》는 이렇
게 조소하였다.

《리승만의 재출마선언으로 로력, 시간, 자금, 사무지체 등 막대한 탕진이 정지되게 되였으니 다행이다.

<민의운동>으로 해서 벌어진 국가의 손실은 실로 엄청나다.

애당초 불출마선언을 할것이 아니였다. 그렇게 국민과 숨박곡질하지 말아야 한다.》

역시 민주당계의 신문인 《동아일보》는 보다 신랄한 어조로 까밝혔다.

《<민의운동>에 나갈수 없는 사람은 부득이 삯을 내서 대신 나가게 했다. <민의발동통고문>에는 동장과 경찰서장의 련명수표가 반드시 있었으니 관권에 의한 <민의운동>이라는것이 명백하다.

경찰지서들에서는 <민의운동>과 련판장을 받아내느라고 밤샘을 했는데 그 침식을 보장하느라고 주민들의 주머니가 털리울수밖에 없었다.》

조봉암도 《민의운동》에 대하여 진보당이 더이상 침묵을 지켜서는 안되겠다는 우달수부위원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문기자들의 회견에 응하였다.

《정권의 교체가 평화적으로 될수 없는 나라는 이미 전제국이거나 독재국가임을 스스로 폭로하는것이다.

이번에 나라를 혼란에 빠지게 한 <민의운동>은 불법무법이 판을 치는 이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불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민의>의 실현이 비밀투표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민주주의의 철칙을 배반하였다는것을 자유당과 현 정부는 인정하고 사죄하여야 할것이다.

권력의 배경을 가지고 반장, 리장, 경찰을 총동원하여 출마를 요구한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만 볼수 있는 기현상이다.》

그런데 조봉암이 회견을 마치고 돌아올 때 평소에 면목이 있던 《동아일보》의 기자가 슬그머니 그에게 신문 한장을 내밀며 어줍게 말했다.

《죽산선생님, 댁에 가서 보십시오. 이것 역시 기현상입니다.》

돌아오면서 자동차안에서 신문을 보고난 조봉암은 입을 쓰겁게 다시다가 연경에게로 말없이 넘겨주었다.

신문은 3면에 조봉암당수의 개인비서였으며 둘째사위감으로 약속되여있던 최금룡이 조봉암의 수하에서 물러난 사실이 본인사진과 함께 짤막한 기사로 실려있었다.

물러난 리유를 묻는 기자에게 최금룡이 진보당의 강령과 조봉암당수의 정치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하에서 나왔다고 밝혔다는것이다.

《너절해요! 이제는 신문에까지 나서서 시비질인가?!》

연경이 발끈해가지고 신문을 막 꾸겨잡고 흔들었다.

조봉암은 그냥 입을 다물고 희끗희끗 스쳐가는 이른봄의 서울풍경에만 눈길을 보낼뿐이였다.

집에 돌아오자 연경이는 또 한바탕 최금룡에게 줄욕을 퍼부었다.

연경이가 너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김봉무와 효경이까지 신문을 훑어보았다.

효경이는 너무 분해서 두눈에 눈물까지 찔끔 돋아가지고 말했다.

《세상에… 연경아, 어쩌면 이럴수 있니?!》

김봉무도 어리무던하기만 하던 얼굴에 노기를 담고 주먹을 떨었다.

《에잇, 못난 자식! 어디 다시한번 이 집에 나타나기만 해봐라!》

세사람이 그냥 소란스럽게 떠들자 자기 방에 들어가 문건을 보고있던 조봉암이 방문을 열고 저력있게 한마디 하였다.

《왜들 이리 소란이냐?! 일체 입을 다물어라! 큰일을 앞두고 이런 사사로운 일에 기운을 뽑을게 없다.》

4월 7일에 선거에 나설 후보등록이 끝났다.

자유당에서는 리승만이 나서고 민주당에서는 《국회》의장으로 있는 민주당 당수 신익희가 정식으로 민주당전당대회의 공천을 받고 후보로 등록하였다. 조봉암도 후보등록절차를 밟았다.

《부통령》후보들로는 자유당에서는 당대표인 리기붕이 나오고 진보당에서는 우달수, 민주당에서는 장면이 대결하게 되였다.

《총리》직을 차지한바가 있던 리범석을 비롯한 여러명의 정객들도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부통령》후보로 등록하였다.

조봉암은 민주당과의 련합을 위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은 민주당과 합의를 보고 사전준비를 하는것이 급선무였다.

조봉암은 후보등록을 마치자 곧바로 민주당사에 가서 신익희와 단독으로 만났다. 신익희는 야당련합으로 신익희를 유일후보로 내세울데 대한 진보당간부회의 결정을 전달하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봉암을 끌어안았다.

《죽산, 그게 정말이요?! 승부로 말하면 죽산이 더 확률이 높은데 나를 밀어주다니! … 몸값으로 봐도 내가 어디 어방이 되오?! 조봉암당수의 거국적인 용단과 도량에 내 어떻게 인사했으면 좋겠는지 가량이 안되오!》

《리승만독재를 끝장내기 위하여 마음과 힘을 합칩시다.》

조봉암은 백발을 떠인 오랜 정객인 신익희에게 진심을 비치였다. 지금 민주당이 제시한 선거공약이 선거자들속에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있는데 대하여 지적하고 야당련합의 선거공약과 관련한 세가지 원칙적인 문제를 내놓았다.

《첫째로는 진실로 민중앞에 책임지는 정치체제를 실현하는것입니다.

둘째로는 민중이 꼭같이 생존권을 확보받으며 균등하게 번영할수 있는 수탈없는 경제체제를 실현하는것입니다.

셋째로는 피흘리지 않는 평화적방법으로 남북통일을 이룩하는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조봉암은 타자된 문건을 그에게 전달하였다.

조봉암이 제시한 세가지 원칙이란 진보당의 선거강령을 대폭 완화시켜 민주당이 접수할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압축한것이였다.

신익희는 문건을 두세번 훑고나서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이것이 야당련합의 강령으로 된다면 민주당도 반대할 리유가 없다고 보오. 오늘 즉시 토론하고 결과를 알려드리겠소.

그 다음문제… 요구조건이 달리 있을게 아니요.》

조봉암은 신익희가 말하려는 뜻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있지요. 그러나 그건 공동의 목표가 설정된 다음에 실무급회담에서 론의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게 좋겠소. 아무튼 죽산이 쉽지 않은 용단을 내리시였소. 신의에 보답하도록 내 최선을 다하리라는것을 믿어주시오.》
《그렇게 믿겠습니다. 우리야 원체 오랜 지기가 아닙니까.》

두사람은 손을 굳게 잡고 헤여졌다.

그날 저녁 신익희의 비서가 민주당에서 수정한 선거강령을 가지고 왔다.

문건을 훑고난 조봉암은 크게 실망하였다. 자기가 양보하여 내놓은 원칙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던것이다.

다만 통일문제에서 힘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체제통일론》이 유엔감시하의 총선거를 통한 평화통일이라는 말로 바뀌운것뿐이
였다.

조봉암은 즉시 연경에게 문건을 수십부 복사하게 하였다. 그리고 선거태세에로 넘어간 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정책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제안을 토론하도록 하였다.

연경이가 주는 문건을 한통씩 받아 세세히 읽어보고난 참가자들은 모두다 실망해하였다.

신창균은 들고있던 문서장을 막 꾸겨서 집어던지며 경멸조로 소리쳤다.

《더 론의할 대상이 못됩니다. 재론할 가치가 없습니다!

우리 당이 제시한 원칙은 사실상 죽산선생님의 아량으로 백걸음이나 뒤로 물러선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이건 거기에서도 거리가 너무 멀고 애매합니다. 이따위 선거강령을 놓고 공동후보를 찍어줄 투표자가 지주나부랭이를 제쳐놓으면 몇이나 되겠습니까.

우선 나부터도 지지하지 않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그 말이 옳다고 목에 피대를 돋구었다.

조봉암이 연방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손을 저었다.

《문제는 당간부회의결정을 관철하도록 하는거요. 첫술에 배가 부르겠습니까. 하여튼 그 사람들의 선거공약이 문구상으로 달라진게 있지 않소. 아직 선거일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최선을 다하여봅시다.》

조봉암은 우달수를 파견하여 민주당의 선거공약을 다시 검토하도록 정중히 제의하게 하였다.

그런데 민주당측에서는 일단 우달수의 제기를 토의에 붙이겠다고 약속하고는 그 다음날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개정하지 않은 공약을 발표하여버렸다.

하는수없이 진보당도 당사에 기자들을 불러놓고 야당련합에 대한 자기 당의 립장을 정식으로 내외에 공개하고 자기 당의 선거공약을 발표하였다.

야당후보단일화는 첫걸음에서 일단 좌절되였다.

사태가 이렇게 번져가자 야당공조를 반대하여나섰던 서정후와 일부 인물들이 민주당과의 공조란 불과 물을 합치는 일이라고 다시 떠들기 시작하였다.

조봉암은 실망하지 않았다. 물러설수도 없었다. 야당공조에서 물러선다는것은 곧 리승만에게 두 당이 각개격파된다는것을 의미한다.

조봉암은 동료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하였다.

《끝까지 밀어봅시다. 따라서 각자 언동에서 극히 류의해야겠습니다. 절대로 야당련합과 관련하여 언질을 잡히지 않도록 합시다.》

그에게는 전술적으로 다른 타산도 있었던것이다. 변죽을 쳐서 복판을 울리자는것이였다.

조봉암의 의도대로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였다.

야당련합에 대한 진보당의 주동적인 공식발표에 정계의 량심적인 인물들과 각계층의 사람들이 일제히 지지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하였던것이다.

처음으로 정계에 아직도 몸을 담고있는 70객의 원로인물들이 련명으로 조봉암의 야당련합립장을 지지하여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그 다음날에는 그에 화답하여 무소속의 《국회》의원들이 역시 련명으로 《야당측은 무조건 련합전선을 펴서 민중의 기대에 보답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계도 이들의 주장에 합세하였다.

야당련합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점차 각지에로 확대되여갔다. 주변의 압력이 거세지자 민주당안의 혁신세력들도 대세의 추이에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조봉암이 제기한 야당공동공약의 원칙에로 자기 당의 선거강령을 접근시킬데 대하여 강한 도수로 지도부의 보수계를 압박하였다.

조봉암은 이렇게 사면팔방에서 민주당지도부에 집중포화를 들씌워놓게 하고는 신익희를 다시 찾아가 비공개를 전제로 단독회담을 다시 가지였다.

조봉암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후보양보를 다시금 확언하고나서 실무적인 문제에로 심화시켜나갔다.

민주당이 이제는 야당공조에서 뒤걸음칠수 없게 배수진을 쳐놓은 조건에서 조봉암은 진보당의 목소리를 높여야 되겠다고 결심하였던것이다.

조봉암은 세가지 문제를 걸고 오금을 단단히 박았다.

《나는 해공(신익희의 호)께서 단일후보가 된 후 어떠한 압력이나 비상사태에 대처하더라도 끝까지 투쟁할 용의가 있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답변을 받고싶습니다.》

조봉암이 이 문제를 명백히 할것을 첫째 조건부로 제기한 리유가 있었다.

그것은 신익희가 일흔을 넘긴 로정객으로서 우유부단하고 정치적으로 강하지 못한 약점을 가지고있었기때문이였다.

이제 후보단일화가 되고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그에게 커다란 중압이 실리게 될터인데 그가 감당해낼는지 걱정스러웠다.

그가 미국의 막후흥정이나 리승만의 압력과 도전에 도중하차하여버리면 야당련합의 의미란 어처구니없는것으로 되고만다. 변혁에 대한 민중의 기대도 멀리 뒤로 후퇴한다. 진보당이나 조봉암자신도 만회할수 없는 실책으로 민중의 버림을 받을수밖에 없다.

조봉암은 이것이 못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이 문제부터 들고나섰던것이다.

《둘째, 해공께서 당선되면 민주당 대표로 있는 고병직이나 당안의 두번째 서렬의 탁준의를 절대로 련합행정부의 중핵적인 지위에 등용하지 말아야 한다는것입니다.

우리 당은 이들이 련합행정부의 수석자리를 타고앉으면 리승만정치체제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시대의 요구를 절대로 실현할수 없게 될것이라고 인정합니다.

셋째로, 부통령후보는 마땅히 민주당에서 양보해야 한다는것입니다. 우리 당은 그것까지 민주당에 넘겨줄수는 없습니다.》

조봉암은 이렇게 매개 조항을 력점을 찍어 강조하고 첫 발언을 마치였다.

신익희는 이마에 손을 붙이고 앉아 잠시 조봉암이 제기한 문제들을 굴려보며 구절구절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마침내 신익희는 시원스럽게 대답을 주었다.

《죽산, 세가지 문제가 다 의의있고 그쪽에서 더 양보할수 없는 문제들이요. 난 다 접수하겠소.

나는 이번에 죽산과 죽산지지자들의 기대까지 받들어 내 명을 걸고 리승만과 싸워볼테요. 도중하차하거나 절대로 피해서는 일이 없으리라는것을 맹약하오. 진보당계사람들과 숙적으로 되여있는 고병직과 탁준의씨를 행정부에 끌어들이지 않을데 대한 요구도 진보당으로서는 마땅하다고 생각하오. 그것도 그대로 받아들이겠소.

부통령후보와 관련한 죽산의 요구도 도의적으로 정당하며 민주당으로서는 마땅히 양보하는것이 공정하오.

헌데… 장면이 좀 문제요. 그 사람이 자기밖에 모르는 리기주의자가 돼서 나도 말붙이기가 싫더구만.

좋소. 내 어찌하든 이 세가지 문제에 긍정적인 대답을 드리도록 하겠소. 오늘중으로 고위간부회의에서 토론하고 알려드리겠소. 장담할수 있소.》

선선히 풀릴것 같던 일이 또다시 난항에 부닥쳤다.

이날 저녁에 있은 민주당 고위간부회의는 신익희의 장담과는 달리 둘째, 셋째 문제에서 공정한 합의를 뽑아내지 못하였다.
신익희가 아무리 목이 쉬도록 설명하고 자기의 후보직사퇴까지 거들며 위협도 했으나 끝내 진보당의 요구조건을 수락할수 없다는 결정이 채택되였다.

여기서 제일 악질적으로 신익희에게 도전해나선것은 조봉암의 예상대로 고병직과 탁준의였다.

그들은 신익희가 후보직사퇴라는 엄포를 놓자 한수 더 떠서 저들은 자기의 지지세력을 몰고 민주당에서 탈퇴할것이라는 으름장으로 대거리를 하여왔다.

고병직과 탁준의세력이 당에서 나가버리면 민주당은 사실상 간판만 남게 된다. 그러면 야당공조도 더는 그 의미를 잃고만다.

신익희는 하는수없이 조봉암에게 당내 사정을 그대로 통보해주는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진보당에 보내온 통보문에서 첫째 사항은 자신감이 있으나 둘째 사항은 민주당에 대한 지나친 내정간섭이므로 받아들일수 없으며 셋째 사항은 장면이 자유당후보 리기붕을 능히 압도할수 있으므로 진보당에 양보할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자 진보당의 중진들속에서 더는 야당련합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론의가 분분해졌다.

그중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인 서정후가 앞장에서 소리를 높였다.

애당초 친일파무리들과의 련합을 시도한것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것이다.

그것들이 돈궤나 깔고앉아 대폭의 양보를 하는 진보당에 오히려 치사스럽게 삿대질을 하는 조건에서 더이상 양보하고 련합을 시도하는것은 지주당에 대한 굴종이고 민중에 대한 배신이라고 어마어마하게 감투까지 씌워놓았다.

설상가상으로 리승만계언론이 야당련합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선전깜빠니야를 부산스럽게 벌려놓았다.

언론들은 두 당사이에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냄새맡고서는 그날중으로 신문에 싣고 방송으로 불어댔다. 그것들은 제기된 문제들을 묘하게 재가공 날조하여 비꼬고 야유하면서 야당련합을 위기에로 몰아갔으며 조봉암과 신익희를 당황하게 하였다. 신문들마다 야당공조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과 조롱이 쏟아져 민심을 어지럽혔다.

조봉암은 리승만의 특무들이 두 당사이에 숨어들어 불신을 조장하고 분렬과 리간을 조성하고있는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였다.

선거일이 눈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오고있었다.

조봉암은 일력장을 넘길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야당의 어느 당도 선거를 똑똑히 치르지 못할것이 명백해졌다.

생각던 끝에 조봉암은 소수의 인원들만 데리고 두 당의 후보들만 참가하는 비밀회담을 가질것을 제기하였다.

신익희는 조봉암의 설명을 듣고나서 두말없이 찬성하였다.

조봉암은 진보당의 교섭대표로 선정된 서정후와 우달수가 참가한 협의회에서 전술을 바꾸기로 하였다.

그가 제기한 전술적대안은 민주당의 극우익분자들이 야당련합을 결렬에로 의도적으로 몰아가는 행동이 리승만세력의 모략이라는 판단에 기초한것이였다. 그게 너무도 파격적인것이여서 두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조봉암은 자못 흥분되여 부르짖었다.

《이러다가는 두 당이 다 리승만에게 각개격파되고말것입니다. 야당련합만이 반리승만세력의 승리를 담보하는 결정적인 돌파구입니다. 그러므로 당리당략을 떠납시다! 범야권의 통합을 위하여 기꺼이 자기를 바칩시다! 거국내각에 대한 욕심도 다 버립시다!》

조봉암의 이러한 제안은 진보당의 다음기 전투를 위한 전망적인 공세전을 위하여서도 필요한것이였다.

만약 민주당이 승리하면 리승만은 제거되였다 해도 필경 반공적이며 반민중적정책을 강행할것이며 거국내각도 그 하수인으로, 집행자로 되게 될것이다.

조봉암은 민주당정권이 들어서는 경우 그 책임을 나누고싶지 않았다. 강도높은 공세전을 벌려 진보당의 정책선전을 강화하고 다음기의 정권을 빼앗기 위한 투쟁에로 민중을 궐기시켜나갈것이다.

민주당과의 정면대결은 불가피하다.

신익희가 집권하면 민주당에 통채로 행정부를 맡겨주어야 한다. 행정부의 장관감투를 몇개 나누어쓴다고 해서 절대로 민중정치를 구현할수는 없다.

민주당의 반동정치에 진보당의 간판까지 빌려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조봉암이 전술적인 변화를 제기했을 때 서정후는 그 의미를 별반 캐보지 않고 크게 격분해하였다.

《진보당이 그것마저 사양하면 무엇때문에 선거전에 나서겠소? 싸움의 열매를 모조리 민주당에 내놓는다는게 시비가 되는 일
이요?》

하는수없이 조봉암이 숨겨놓은 말까지 다해서야 서정후는 마지못해 수그러들었다.

조봉암은 《부통령》문제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장면후보가 여전히 요구하면 마지막주패장으로 그것도 용인해주되 우리쪽에서도 그냥 나간다는것이다.

이 역시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으나 나중에는 서정후가 접수하였다.

마지막으로 조봉암은 선거 한주일까지는 자기도 그냥 후보사퇴를 공개하지 않고 선거유세에 참가하겠다고 하였다.

필요없는 힘의 소비라는 우달수의 의견이 제기되였으나 가능한껏 진보당을 민중속에 뿌리박게 하려는 조봉암의 주장에 인차 공감하였다.

민주당쪽에서는 자그마한 양보나 선의의 낌새가 없었다.

드디여 법적으로 허용된 선거선전이 시작되였다.

조봉암은 더욱 초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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