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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식이 자기 사무실로 오니 스물서넛에 났을, 빨간색외투를 단정히 입은 낯모를 웬 멋쟁이 처녀가 복도에 서있었다. 그의 옆에는 배낭과 자그마한 녀자용 손가방이 놓여있었다.

《누구를 찾아왔소?》

최주식의 물음에 처녀는 또렷한 목소리로 활발하게 대답했다.

《기사장동지를 만나러 왔습니다.》

《내가 기사장이요.》

《아이참, 그렇습니까? 처음 뵙습니다.》

처녀는 반색을 했다.

최주식은 처녀를 방으로 안내했다.

《앉으시오.》

최주식은 손에 든 문서를 책상우에 놓고 배낭과 가방을 방구석에 정연하게 놓은 처녀에게 쏘파를 가리키였다.

처녀가 외투자락으로 무릎을 감싸며 앉자 최주식은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날 어떻게 찾아왔소? 용무가 무업니까?》

최주식의 물음에 처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렷자세를 했다. 언행이 매우 절도가 있었다.

《기사장동지, 전 강은주라고 합니다. 강준호국장의 조카입니다.》

《아, 그렇소? 국장동지는 건강합니까?》

최주식은 입가에 웃음을 띠웠다.

《건강합니다.》

강은주는 대답하며 외투주머니에서 기다란 편지봉투를 꺼내 최주식의 앞으로 내밀었다.

최주식은 겉봉을 뜯고 속지를 꺼내였다.

《기사장동무, 그간 건강하오? 일에 착수하여 성과를 적잖게 거두고있으리라고 보오.

나는 잘 있소. 일감이 많다보니 매우 분주히 지내고있지. 동무가 영포로 간 이후에도 난 여러 조선소들을 다녀왔소. 그곳은 기사장동무가 있어서 마음을 놓지만 년말, 년초 생산정형을 직접 알아볼겸 영포에도 곧 나가려 하오.

이 편지를 가지고 가는 은주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조카요. 군대에서 제대되여 기계성에 배치를 받고 날 찾아왔길래 당분간 현장맛을 보이기 위해 기사장동무를 믿고 그곳 조선소로 보내오. 그리 알고 알맞춤한 직종에서 일하도록 해주길 바라오. 건투를 빌며. 강준호》

최주식은 편지를 다 읽고 강은주를 바라보았다. 체구를 비롯하여 모든게 작은 강준호와는 달리 눈, 코, 입이 큼직큼직한게 시원스럽게 생겼다.

《군대에는 몇년 복무했소?》

《만기복무했습니다.》

《그러니 사회생활은 처음이겠구만요?》

《그래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했으니까요.》

《한데… 어느 직종에서 일한다?…》

최주식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붙여물며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기사장동지, 조선소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곳으로 보내주세요. 쉬운 곳에서 일하자고 생각했으면 왜 굳이 여기로 왔겠나요.》

최주식은 강은주의 숨김없는 대답이 마음에 들어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합숙에 가서 호실을 배정받으시오. 오느라 피곤하겠는데 려독도 풀고 짐도 풀고… 합숙사감에게는 내 전화를 걸겠습니다. 일할 곳은 래일 나와 함께 조선소를 돌아본 다음에 택하도록 합시다.》

처녀는 일어섰다. 그러나 돌아갈념은 않고 머뭇거렸다. 할 말이 있는 모양이였다. 그때 전화종소리가 야무지게 울리였다. 최주식은 강은주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해보이고 송수화기를 들었다. 시당에서 온 전화였다. 4시부터 기관책임자들의 회의가 있으니 참가하라는 내용이였다. 그는 송수화기를 제자리에 놓고 처녀를 바라보았다.

강은주는 바쁜 기사장의 귀한 시간을 빼앗는것이 미안한듯 살풋이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제 할 말은 했다.

《기사장동지, 합숙엔 후에 가도 제자리가 있겠지요?》

《그야 물론이지요.》

《그러면 지금 조선소를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뭐 래일까지 기다리겠나요. 전 어떤 일이든 뒤로 미루는것을 딱 질색합니다.》

강은주는 역시 활발한 처녀였다.

최주식은 빙그레 웃으며 지령전화기를 들었다.

《생산부를 대오. 생산부입니까? 내 기사장입니다. 계획지령장동무를 좀 바꿔주시오.》

전류흐르는 소리가 징 하고 울리더니 곧 계획지령장이 나왔다.

《지금 무얼하고있소? 현장으로 나가려고 하던참이라? 그럼 안성맞춤이구만요. 수고스러운대로 내 방에 좀 들려주시오. 예, 기다리겠소.》

잠시후에 손기척소리가 들리더니 문가에 주병삼이 나타났다. 그는 최주식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는가고 물었다.

최주식은 강은주를 그에게 인사시키고 처녀의 소청을 얘기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병삼이와 강은주는 기사장방을 나갔다.

그로부터 네시간후 최주식이 시당회의에 갔다가 돌아오니 강은주가 아까처럼 복도에 서있었다.

《벌써 다 돌아보았소?》

《그렇습니다.》

《일할 곳은 택했소?》

방으로 들어온 최주식은 외투와 털모자를 벗어 옷걸개에 걸며 물었다.

《예.》

강은주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대답하는 그의 눈엔 정기가 돌고 선고운 입가엔 웃음이 어려있었다. 아마도 마음에 드는 직종을 택한것 같았다.

《그래 일하려고 마음먹은 곳이 어디요?》

《선박완성직장에서 도장공으로 일했으면 합니다.》

《도장공으로요?》

최주식은 그의 제의가 너무나도 뜻밖이여서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조선소치고 현대적기술이 제일 뒤떨어진 곳이 바로 도장일이였다. 2중저밑에서 녹떨기를 할 때는 쇠가루와 먼지로 가슴이 답답했고 신나와 라크, 뼁끼칠을 할 때는 그 냄새가 지독했다. 작업복은 온통 뼁끼가 묻어 꼴불견이였는데 아무리 빨아도 지지를 않았다. 그래서 웬간한 총각들은 도장공처녀를 곁눈으로도 보지 않았다. 인물맵시를 보는 한창나이의 처녀들이 도장일을 하지 않으려고 이 핑게, 저 핑게를 대는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였다. 그런데 인물 환한 강은주가 도장공일을 하겠다고 나선것이다.

최주식은 언행이 일치한 강은주가 대뜸 돋우보였다.

《그래 정말 도장공일을 할 결심이요?》

《아이참, 기사장동지두. 한입가지구 두말 하겠습니까? 절 꼭 그리로 보내주세요.》

《혹시 국장을 하는 삼촌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소? 편지에 부탁까지 했는데…》

《기사장동지두. 제가 뭐 어린앱니까?》

최주식이 보건대 강은주의 결심은 확고했다.

《좋소. 그럼 그곳에 가서 수고해주시오. 내 수급지도원에게 얘기하겠소.》

《고맙습니다.》

강은주는 머리숙여 인사하더니 방모서리에 놓았던 배낭과 가방을 들고 기쁨에 넘쳐 가벼운 걸음으로 기사장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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