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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선체가공직장 선전실은 조선소내 참모일군들로 립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회의집행석에는 조선소에 갓 부임되여와서 참모회의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기사장 최주식이 무슨 서류인가를 보며 혼자 앉아있었고 그와 마주한 맨 앞줄에는 리억석을 비롯한 부기사장들, 생산부의 계획지령장과 교대지령장들, 계획부의 부장이 앉아있었으며 그뒤로는 검사부를 비롯한 각 직장장들, 직장담당지령원들, 직장담당검사원들이 앉아 회의시작시간을 기다리며 낮은 소리로 담소하고있었다.
최주식은 서류에 눈을 주고있었으나 심정은 여간만 착잡하고 번거롭지 않았다.
오직 사업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야겠다고 벌써 몇번씩이나 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결심하였으나 부지불식간에 류선화에 대한 생각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떠오르군하는것을 도저히 어찌할수가 없었다.
기나긴 나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하고 일구월심 애타게 기다려온 류선화가 감히 자기를 배반할수 있을것인가.
류선화는 그런 녀자가 아니다. 화선에서 맺은 언약을 헌신짝버리듯할 그런 속되고 파렴치한 녀자가 아니다. 겉과 속이, 말과 행동이, 앞과 뒤가 다른 그런 녀자가 아니다.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랭정한 현실이 빚어낸 의혹과 불신의 짙은 구름이 리성을 자극하며 천천히 배회하는것이였다.
그는 천평이라는 저울에 올려놓은 반신반의의 추를 도저히 조절할수가 없었다.
시간을 틈봐서 령대탄광으로 가자. 그래서 류선화를 만나보자. 그를 만나보기전에는…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달리던 최주식의 생각은 《기사장동무!》하고 부르는 리억석의 목소리에 끊어졌다.
《회의시작시간이 되였소.》
최주식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각 두시였다.
그는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문대기고나서 장내를 빙 둘러보았다. 참모일군들이 담소를 그치고 자기를 지켜보고있다.
최주식은 계획지령장 주병삼을 불렀다.
주병삼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참모회의에 참가할 성원들이 다 왔습니까?》
《본인이 공장안에 있으나 사정이 있어 참가하지 못한 직장은 대리로 왔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은 선박완성직장 부직장장동무뿐입니다.》
본인이 공장내에 있음에도 참모회의에 대리로 참가시킨다?
최주식은 속이 좋지 않았다.
그는 《그전에도 그랬소?》하는 말이 입밖으로 나가려는것을 참았다. 지난 일을 들추는것은 곧 많은 사람들앞에서 지금까지 기사장임무를 대리로 수행해온 생산부기사장 리억석의 사업에 대한 일종의 비판으로 될것이기때문이였다.
안되겠군. 참모일군들부터 규률을 지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일을 내밀수 있겠는가.
수령님께서는 일찌기 규률이 없고 질서가 없는 곳에서는 도깨비가 나오기마련이라고 가르쳐주시였다. 부임되여와서 처음으로 지도하는 참모회의지만 절대로 묵과해선 안되겠어. 한번의 양보가 열번, 스무번의 양보를 낳으며 그것은 만회할수 없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할수 있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쳐서는 안된다.
《계획지령장동무는 앉고 여기에 대리로 참가한 동무들은 일어서시오.》
주병삼이 앉고 날파람있게 생긴 주물직장 부직장장과 키가 껑충한 기계직장 부직장장이 의자를 삐걱거리며 자리에서 소란스럽게 일어섰다.
최주식은 먼저 일어선 주물직장의 젊은 부직장장에게 물었다.
《직장장동무는 어데 갔소?》
《대상설비때문에 룡성에서 온 동무와 직장사무실에서 사업을 토의하고있습니다.》
《사업토의? 그래서 참모회의에 빠진단 말이요?》
《…》
《곧 가서 직장장동무를 보내시오.》
칼로 두부모베듯하는 최주식의 말에 주물직장 부직장장은 얼굴이 벌겋게 되여 사업수첩을 들고 선전실문을 급히 빠져나갔다.
《기계직장에서는 어째서 부직장장동무가 대리로 왔소?》
최주식이 따져물었다.
《직장장동문 머리가 아프다고 진료소에 갔습니다.》
《언제부터 앓소? 아침에 현장을 돌아볼 때 만났더랬는데 아픈 기색이란 전혀 없던데요.》
《저…》
기계직장 부직장장은 물건을 훔치다 들킨 사람마냥 낯빛이 벌개져 쩔쩔맸다.
최주식은 미간을 찡그리였다.
《동무도 가서 직장장을 곧 보내시오. 직장장을 감싸주는것이 그를 돕는게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가 껑충한 키를 구부리고 자리를 뜨는데 키가 작달막한 선박완성직장 부직장장 홍학주가 뒤문을 열고 살그머니 들어왔다.
선박완성직장은 직장장이 결원이여서 부직장장인 홍학주가 직장장일을 맡아보고있었다.
최주식은 그에게 지금 몇시인가고 물었다. 2시 5분이라고 홍학주가 대답했다.
《회의를 몇시에 하게 되여있소?》
《…》
홍학주는 잠시 최주식을 바라보았다.
5분 늦은걸 가지고 탓하려드는데 어쩐다? 그렇지, 왁새기중기가 고장나서 회의시간이 지난줄 몰랐다고 하자. 사적인 일이 아니고 공적인 일로 늦었으니 그가 뭐라고 못할테지.
자기의 생각을 순식간에 정리한 홍학주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최주식은 회의시간을 지키지 않고도 당연한것처럼 여기는 그가 못마땅했다.
이런 그릇된 관점과 태도의 병균을 그냥 두어두면 다른 일군에게 감염되여 참모회의를 어느 지경으로 끌고갈지 모른다. 미세한 병균이 인체의 장기에 기여들어 나중엔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지 않는가.
최주식은 홍학주를 날카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기중기는 부직장장동무가 고치오? 동무는 언제부터 수리공이 되였소?》
장내에선 가벼운 웃음이 피여올랐다.
《…》
홍학주는 일이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자 뱁새눈을 내리깔면서 네모진 얼굴을 찡동그렸다.
《부직장장동무는 1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게 아니요?》
《…》
《전투에서는 하찮게 보이는 그 1분이 승패를 좌우하오.》
홍학주는 생활에서 있을수 있는 사소한 일, 능히 스쳐버릴수 있는 일로 하여 꾸중을 듣는것이 불만스러웠다.
기사장이란 량반이 겉은 미끈하게 생겼지만 속은 영 좁쌀이군. 워낙 속이 좁은 사람은 냅다 뻗치거나 우기면 뒤로 물러서지.
《기사장동지, 지금이 뭐 전시입니까? 일이 있어 몇분 늦은걸 가지고 닥달하니 이거야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전엔 10분이 늦어도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최주식은 웃음이 자글자글 피여나던 홍학주의 얽음자리마다에 오늘은 변명과 모멸만이 골딱골딱 괴여있는것 같아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초면에는 례절이 밝고 싹싹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업에선 그렇지 않은가보군.
《부직장장동무는 지금 국내외정세가 얼마나 긴장한지를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오?》
《…》
《동무들도 오늘호 〈로동신문〉을 보았겠지만 남조선강점 미군사령관 하우즈란놈은 〈북으로부터의 침략위협〉이니 〈림전태세확립〉이니 하면서 도발적인 군사연습을 벌리고있으며 핵무기까지 동원하고있소.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게 살아야 합니다. 다음부터는 시간을 꼭 엄수하시오.》
《…》
최주식은 홍학주에게서 눈길을 떼고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주물직장장과 기계직장장이 온 다음에 참모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장내는 술렁거렸다.
새로 온 기사장이 만만치 않다느니, 홍학주가 혼구멍이 빠졌다느니, 뚱보인 주물직장장과 꾀바리 기계직장장이 처음부터 잘못 걸려들었다느니, 부직장장이 참가했으면 됐지 시간을 지연시키면서까지 직장장들을 불러오게 할것까지야 뭐 있느냐는 등 나지막하게 주고 받는 말들이 구구했다.
최주식은 장내에서 수군거리는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얼마전에 일하던 조선소와는 대비할수도 없게 조선소의 규모가 크고 조선공들의 열성도 높은데 어째서 빈구석들이 자꾸만 눈에 띄는걸가? 좁은 구내도로, 생산에서 여름과 겨울철의 심한 파동, 규률없는 참모회의, 엄청난 계획미달…
이런 일들이 지배인의 장기입원이나 기사장의 결원에서 온 페단인가? 그럼 리억석부기사장은 지금껏 뭘 했단 말인가.
최주식은 자기를 이곳으로 보내면서 한 조문광의 말이 떠오르면서 리억석이가 불만스러워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약 15분이 지나 주물직장장과 기계직장장이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최주식은 두사람을 일쿼세우고 참모회의에 대리인을 참가시킨데 대하여 낮으나 엄한 목소리로 단단히 추궁했다.
《참모회의에 대한 일군들의 관점이 틀려먹었습니다. 초보적으로 지켜야 할 시간도 지키지 못할뿐아니라 공장안에 있으면서 부직장장을 대리로 참가시키는것은 아주 옳지 못합니다. 그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규률을 세우며 배를 제대로 무을수 있겠습니까.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우리 조선소의 경우 이번달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 달에 우리 참모일군들이 일을 어떻게 조직하고 내미는가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이제 남은 이십일동안에 일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에 따라서 월계획은 물론 분기와 하반년계획, 년간계획 수행이 좌우됩니다.》
최주식은 이러고나서 계획지령장 주병삼을 다시 불렀다.
《계획지령장동무, 우리 조선소의 전반적실태에 대하여 보고하시오.》
자리에서 일어선 주병삼은 이 달에 한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그것이 월계획과 년간계획수행에 미치는 영향과 후과에 대하여 론리정연하게 말했다.
현단계에서 공장적인 년간계획은 87%, 월계획은 25% 수행하였다.
최주식은 문건을 통해 이미 알고있는 수자였으나 참모회의에서 다시금 듣게 되니 어깨가 무거워지고 가슴이 뻐근하였다.
최주식은 주병삼의 실태보고가 끝나자 선박완성직장 부직장장을 불렀다.
작달막한 키의 홍학주가 일어섰다. 그는 회의시간이 늦어 질책을 듣던 일은 아예 잊어버린듯 행동거지가 의젓했다. 안나오는 헛기침까지 두어번 깇고난 홍학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공장의 월계획이나 년간계획 수행이 잘 안되는것은 제가 일하는 선박완성직장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때문에 우리 선박완성직장에서는 이달말이 아니라 보름께까지 지금 완성중에 있는 세척의 2척기선저예망선을 앞당겨 끝내고 수산사업소에 인도하겠습니다. 523호의 배관작업은 나흘동안에, 524호의 기관조립작업은 닷새에, 525호의 녹떨기와 도장작업은 사흘안에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그외 소소한 작업들은 문제로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 직장에서는 밀린 일을 말끔히 끝내고 새해작업준비를 철저히 갖추겠습니다.》
홍학주의 호기로웁고 자신만만한 말은 산골물 흐르듯 거침이 없었다.
사람들은 호언장담하는 그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최주식은 홍학주의 말을 듣는 순간 아연실색했다. 그런데 그를 더욱 놀라게 한것은 리억석의 태도였다. 리억석이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홍학주의 말에 머리를 끄덕여 동감을 표시하고있는것이였다.
미끈하게 내리엮는 홍학주의 말을 그대로 믿다니? 그가 할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는데 긍정한다? 그러니 리억석이가 지난날 참모회의를 이렇게 지도했다는게 분명하지 않은가.
최주식은 볼편이 떨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부르쥐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배무이계획의 엄청난 미달, 《계절병》과 《월초, 월말병》, 그 원인의 중요한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속없는 참모회의와 과학성없는 직장장들의 계획에 대한 태도와 지도일군의 묵과!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국가계획을 수행하지 못하게 한 암이다. 암은 뿌리채 뽑아버려야 한다. 다시는… 다시는 승산없는 계획이 참모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최주식은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떴다.
《홍부직장장동무, 이제 한 동무의 결의가 가능합니까?》
《백번 가능합니다.》
최주식의 속내를 모르는 홍학주는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기상도 도고했다.
이것보지. 엉터리계획을 내놓고도 아주 떳떳하게 대답하는걸.
최주식은 정말 가능한가고 곱씹어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는 홍학주의 태도와 어조는 방금전과 조금도 변함이 없다.
최주식은 홍학주에게서 리억석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생산부기사장동무는 어떻게 봅니까?》
《선박완성직장 부직장장동무가 자기 계획대로 하리라고 봅니다.》
홍학주가 자기 계획대로 해낼것이라고 본다?
안되겠군. 확실히 리억석부기사장이 참모회의를 홀시하고있어. 전투단위에서 현실성없는 계획을 세웠는데도 귀맛이 좋다고 찬성하거든. 그러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여도 일정계획이 튀고 월계획이 튀고 년간계획이 튈수밖에!
최주식은 지금까지 해왔을 참모회의가 짐작되였다. 그러자 배가 무어지는 현장에만 신경을 쓰고 참모회의를 차요시한 리억석이가 저으기 불만스러웠다.
후에 그에게 단단히 충고를 줘야겠군. 하지만 지난날처럼 해오던 참모회의는 절대로 오늘을 넘길수 없어!
최주식은 단호하게 결심하고 홍학주에게로 다시금 눈길을 보냈다.
《부직장장동무, 동무의 계획이 백번 가능하다고 하는데 내 한가지 물읍시다. 그래 모래적재장엔 가보았습니까?》
리억석의 대답까지 들어 자못 만족해있던 홍학주는 최주식이 따지고들자 《저…》하고 말을 갑잘랐다. 그런 그의 이마엔 땀발이 서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최주식은 쩔쩔매는 홍학주에게서 눈길을 떼고 자재부장을 불렀다.
몸이 갱핏한 자재부장이 근시안경을 코허리로 밀어올리며 일어섰다.
《자재부장동무, 지금 몽금포모래가 얼마나 남아있소?》
《얼마 없습니다.》
최주식은 앉으라고 눈짓했다.
《자재부장동무의 말이 맞습니다. 아침에 가보니 모래가 얼마 없습니다. 그것으로는 525호의 녹떨기를 절반도 할가말가한 정도입니다. 녹떨기를 대충하고 도장작업을 할수야 없지요. 그러니 모자라는 모래를 가지러 몽금포에 갔다오자면 빨라도 사흘은 걸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바다가 얼어서 배길이 막혔기때문에 륙로로 운반해와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까 부직장장동무가 녹떨기와 도장작업을 사흘에 할수 있다고 한 말은 백번 가능한것이 아니라 완전히 실현불가능한 말입니다.》
최주식의 사리정연하고 과학적인 타산이 안배된 말에 홍학주의 얼굴은 더 붉어졌고 사람들은 놀랐다.
최주식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계속했다.
《525호 녹떨기와 도장작업은 사흘이 아니라 열흘에 하시오. 그래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523호의 배관작업은 현재 작업실적을 놓고 볼 때 밤잠을 자지 않고 다그쳐도 도저히 나흘동안에 끝낼수 없습니다. 그것은 보름동안에 하시오. 524호의 기관조립작업은 비슷합니다. 기관조립공들과 사업을 짜고들어 그들을 잘 발동하면 일주일에 끝낼수 있을것입니다.
새해작업준비는 시간을 뚝 떼서, 다시말하여 통시간을 내여 하지 말고 그 작업들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내미시오.》
최주식은 선체가공직장, 기계직장, 단조직장, 주물직장, 의장품직장, 동력직장 등 모든 직장장들의 말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조언을 주었는데 그의 말에는 조금치도 빈틈이 없었다.
짧은 기일내에 끝낼수 있는 일을 푼푼하게 여유둔 직장장들은 또 그들대로 지적을 강하게 받았다.
《계획은 반드시 과학성이 담보되여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꼭 극복해야 할 문제는 여름이나 겨울에는 생산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계절병〉과 월초에는 흔들흔들하다가 중순부터 일을 내밀기 시작하여 월말에 볶아대는 〈월초병〉과 〈월말병〉입니다. 계절에 관계없이 생산을 계획대로 해내는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원래 계획은 당의 지령이며 국가의 법입니다. 계획을 어길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계획을 수행하지 못한 일군은 당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주식은 앞에 놓인 사기주전자에서 유리고뿌에 물을 따라 마른 목을 추긴 다음 웃말에 발을 달았다.
《여기에 와보니 조선공들의 사기도 높고 부지도 넓으며 조선소의 위치 또한 좋은데 구내도로는 틀렸습니다. 차나 겨우 어길수 있는 이런 구내도로를 가지고는 현재 배무이는 물론 지금보다 큰 배를 무어야 할 앞날을 전혀 락관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배무이가 매우 긴장하지만 하루일이 끝난 후 한두시간정도 직장별로 구간을 분담하여 사회적로동으로 구내도로 확장공사를 하자고 합니다. 당위원회와는 이미 토론이 있었습니다. 길옆에 가로수를 심고 구내의 남산을 공원으로 꾸리는 일은 다음해 봄철에 가서, 해토가 된다음 하자고 합니다. 넓고 푸른 바다물우에는 갈매기가 날아예고 조선소 구내의 가로수와 남산공원에는 뭇새들이 깃을 틀게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쉴참이나 퇴근시간에 남산공원의자에 척 걸터앉아 담배도 피우고 진하게 풍겨오는 꽃향기도 맡으며 넓고 곧게 뻗은 구내도로도 바라보고 바다도 바라보며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면 아마도 피곤이 쭉 풀릴것입니다. 그러면 로동의 보람도 느끼게 될게고 입에서는 흥타령이 저절로 나올것이라고 봅니다.
주물직장장동무, 동무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주물직장장이 뚱뚱한 몸을 일으키더니 벙글거리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날이 눈앞에 선히 보이는것만 같습니다. 다만 그 계획이 공상으로, 꿈으로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상으로 되다니요?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것이 인간이 아닙니까.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나 다 할수 있습니다. 우주를 정복하는 시대에 살면서 구내도로확장공사나 남산공원화가 짜장 무엇이겠습니까.
선체가공직장장동무, 어떻습니까?》
호리호리한 키의 현대길이 명민한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사장동지의 말에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런데 거 봄철에 가서 가로수를 심고 남산을 공원으로 꾸리면 새둥지도 달아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이지요.》
최주식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 새둥지를 우리 직장에서 만들어 달겠습니다. 꿀벌통도 수십개 만들어놓구요. 처음으로 딴 꿀은 기사장동지와 여기 모인 직장장동무들에게 먼저 대접하겠습니다.》
장내에서는 와- 하고 웃음이 일었다.
최주식이도 껄껄 웃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강조하고싶은것은 우리들이 혁명하는 시대에 살며 투쟁하고있는것만큼 잠을 좀 못자고 휴식을 적게 하더라도 맡겨진 배무이과제를 제때에 해제끼는 혁명적기풍을 가져야 합니다. 배무이계획을 못하고는 로동당시대의 조선공이라고 떳떳이 말할수 없습니다.
자, 그럼 오늘 참모회의는 이만하겠습니다. 회의시간이 퍼그나 흘렀기때문에 제기되는 의견은 개별적으로 받겠습니다.》
회의를 시작할 때 매우 긴장해있던 참모일군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떠들며 선전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