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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새벽부터 바다와 바다가를 유유히 날아예던 갈매기들은 보금자리에 든지 오래고 하늘에는 금싸락을 쥐여뿌린듯 한 별들이 여기저기 무수히 널려 제나름대로 반짝이고있다.

허홍대는 홍학주가 새 선박을 파괴할 목적으로 기관옆에 폭약을 설치하고 그것도 안심치 않아 배관을 끊고 걸레뭉치를 틀어박기까지 하다가 체포되였다는 간담이 서늘한 소식을 듣자 떨리는 마음을 도저히 진정할수가 없어 방파제로 나왔다. 한데 방파제에는 이미 강준호가 나와 앉아있었다.

《강동무, 홍학주가 체포된 소식을 들었습니까?》

《들었소. 오매월이년까지 체포되였다고 하오.》

강준호의 말에 허홍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밀려온 파도가 방파제를 들때리며 물방울을 튕겨올렸다. 허홍대는 얼굴에 뿌려진 물을 씻을념도 않고 낯이 꺼멓게 질려 떠듬거리며 물었다.

《아니, 오… 오매월이까지요?》

《그렇소. 듣자니 두 년놈이 다 간첩들이라오.》

《간… 간첩이란… 말요?》

허홍대는 너무도 억이 막혀 말을 더듬으며 입을 쩍 벌렸다. 간담이 서늘했다. 혈관으로는 차거운 피가 쭉 흐르는듯 온몸이 얼어들었고 머리털은 쭈뼛 곤두섰다.

《홍학주는 친일분자인 목재상의 아들이고 오매월은 대지주의 딸인데 리력을 기만하고 조선소에 배겨 갖은 못된짓을 다 했다오.》

강준호의 말에 허홍대는 뚱뚱한 몸을 부르르 떨며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런것도 모르고 년놈들과 한짝이 되여 맞장구를 치며 돌아쳤으니 난 이제 어떡허면 좋단 말인가.

허홍대는 눈앞이 아찔했다. 아니, 캄캄했다.

《강동무, 난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 그놈들이 간첩인것도 모르고 휩쓸려 돌아쳤으니 말입니다.》

허홍대는 주먹으로 동가슴을 쳤다. 자리지킴이나 하면서 남의 눈치나 보며 살다가 홍학주와 오매월의 체메군이 된것을 생각할수록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나는 허동무보다 더하오. 내 눈이 멀어 놈들의 장단에 춤을 췄단 말요.》

강준호는 땅이 꺼지게 숨을 내불었다. 다시금 밀려온 바다물이 방파제를 깨뜨려보련듯 힘껏 들때렸다. 끄떡이 없자 파도는 밸이 난듯 물방울만을 하늘높이 휘뿌려올렸다가 자책에 잠긴 그들의 온몸을 들씌웠다.

강준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위대한 수령님과 당의 신임에 의하여 준엄한 전쟁시기 외국류학을 하고 중요한 직무를 맡았으면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전심전력해야 할것이 아니겠소. 그런데 나는 그 믿음을 저버렸소. 국장을 할 때까지만도 나는 내 머리가 총명하고 나의 사업적수완과 능력이 남보다 뛰여나서 그런 직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단 말요. 나의 어리석음은 한도를 넘어 부장자리까지 넘보게 되였소.

허동무, 내 인생관이 구역질나지 않소? 그래서 난 여기 와서 잘못을 씻으려고 애써 노력했소. 그러나 아직 거리가 머오.》

《강동무야 여기에 내려와서 이미 많은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난… 내 마음에 앉은 때를 어떻게 말끔히 씻는가말입니다.》

허홍대의 탄식을 듣는 강준호의 머리에는 어제저녁 자기를 찾아와 하던 리윤종의 말이 떠올랐다.

《강동무, 내 오늘낮에 지배인동무가 조용히 할 얘기가 있다기에 바다가로 나갔댔소. 자리에 앉자 그는 나에게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도움을? 그래 어떤겁니까?〉 내가 물었소. 그러니까 그는 한숨을 내불고 이렇게 대답했소. 〈당위원장동무, 상동지가 불러서 성에 올라가니까 나더러 자기곁에서 일하는게 어떤가고 묻더군요. 난 딱 거절했지요. 상동지는 껄껄 웃습디다. 난 왜 웃는가고 물었습니다. 상동지는 〈동무는 지배인으로 임명받을 때 그〈고집〉을 버린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여전하구만. 전쟁때엔 대학을 가라니까 끝난 다음엔 갈수 있어도 싸움이 한창인 지금엔 못가겠다고 뻗쳐, 기사장으로 임명을 받고서는 한두해만 더 부기사장을 하게 해달라고 떼질을 해, 오늘은 또 국에 올라와 일을 못하겠다? 그건 안되오.〉라고 하더군요. 내가 〈상동지, 제발 절 조선소에 그냥 있게 해주십시오. 제가 어떻게 국일을 맡아봅니까. 빕니다.〉하고 우는 소릴 하니까 상동지는 〈허참, 세살적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나라 속담이 꼭 맞아. 동무와 길게 얘길 해야 못하겠다는 소리밖에 더 들을게 없으니 그만 하기오. 내려가서 인계준비나 하오.〉라고 하더군요. 〈확답을 받기전엔 절대로 못내려가겠습니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설념을 안하니까 상동지는 〈그럼 동무의 생각엔 누가 국장일을 맡아볼수 있음직하오?〉라고 묻습디다. 〈상동지, 그야 강준호동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는 자신의 지난날을 깊이 뉘우치고 조선소에서 일을 아주 성실하게 하고있습니다.〉 상동지는 대답을 않고 내려가서 일을 더 잘하라고 하더군요. 〈당위원장동무, 내가 능력이 없다고 지원포를 좀 쏴주십시오.〉 지배인동무의 말에 나는 손을 내저었소. 〈능력이 있는데 없다고 하라? 지배인동무는 당위원장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셈이요? 그건 안되오.〉 지배인동무는 사정이 통하지 않자 정색해서 나에게 들이댑디다.

〈당위원장동무, 그럼 내 속심을 툭 털어놓고 얘기하겠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직접 주신 큰 배무이과업을 집행하는 과정에 나자신도 많이 발전했다는것이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국장직무를 맡긴대도 그이상 직무를 맡긴대도 실상 두렵지 않거든요. 그러나 강준호동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는 우리 조선소에 와서 당의 믿음을 저버리고 국장을 타고난 벼슬자리로 여기던 지난날과 완전히 결별했다고 봅니다. 요즈음에 와서 그가 일하는걸 보면 그의 넋도 마음도 언행도 진짜배기 조선공이 되였거든요. 제관에 필요한 여러건의 창의고안을 한것도 그렇지만 며칠전에 그가 추진기가공안을 내놓는것만 보십시오. 그러니 그가 국장직무를 다시 맡아 수행하도록, 받아안은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하도록 우리가 적극 도와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그렇게 하는것이 바로 혁명동지들 호상간에 지켜야 할 도리며 의리라고 생각합니다.〉

강동무, 지배인동무의 말에 나는 대답을 못하고 늠실거리는 너른 바다만을 바라보았지요.》

리윤종의 말을 되새겨보는 강준호의 가슴은 뭉클했다. 최주식의 사람됨됨이 온몸으로 깊이 느껴졌고 그럴수록 지난날 그를 잘못보고 직권을 람용하여 괴롭혔던 자신이 몹시 후회되였다. 더우기 가슴을 쓰리게 하는것은 현도장사고심의회의때 홍학주나 허홍대의 말같지 않은 말에 편중하여 최주식을 인간성이 없고 계급성이 없고 당성이 없는 일군으로 만중앞에서 면박을 주고 무보수로동을 시킨 사실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주식은 자기가 조선소로 철직되여 내려왔을적에 국장으로 있을 때와 꼭같이 대해주었고 이번엔 또 국장으로까지 조문광에게 추천을 한것이였다.

세도에는 아첨이 따르고 믿음에는 마음이 따른다는 말이 과연 옳구나. 최주식이야말로 얼마나 훌륭한 인간인가!

믿음을 받아안는데 그치지 않고 보답을 하는 최주식 그리고 혁명적의리를 그 무엇보다 귀중히 여기는 최주식의 인간됨됨을 두고 강준호는 절절히 뇌이였다.

내가, 나같은게 국장을 다시 하다니? 그건 절대로 안될 말이다. 국장은 최주식이처럼 수령님을 진심으로 받들줄 아는 참된 일군이 되여야 한다.

강준호는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여보, 허동무, 우리 지배인동무와 당위원장동무를 찾아가기오. 찾아가서 티없이 깨끗한 당적량심을 지니고 살아가는 그들, 우리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그들에게 지난날의 오점을 숨김없이 털어놓자구.》

《그럽시다.》

허홍대도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강동무, 그들이 우리의 말을 믿어줄가요?》

《난 그들이 인생길을 다시 걸으려는 우리의 진심을 꼭 믿어줄거라고 생각하오.》

뭍의 대기는 차거웠으나 바다쪽에서는 훈훈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들은 최주식이와 리윤종이 있을 청사를 향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음을 다급히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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