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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의뢰했던 추진기를 자체로 부어낸 조선공들의 기쁨은 이루 형언할수 없이 컸다. 그중에서도 주물직장사람들의 경우는 더하였다. 주물직장장은 범잡은 포수마냥 배를 내밀고 으시댔다.

《여러개의 작은 로에서 실패없이 단번에 추진기를 부어낸것은 주물력사에 없는 일이요.》

누구도 그의 말을 희떱거나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부인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한데 추진기를 부어낸 기쁨이 채 사라지기도전에 걱정이 생기였다. 그것은 룡성기계공장에 보내여 깎기로 했던 계획이 튄 때문이였다. 룡성기계공장에 있는 대형선반기가 며칠전에 대수리에 들어가 해체했다는것이다. 영포조선소에서 추진기를 그렇게 빨리 부어낼줄을 그들은 타산하지 못했다. 자체로 깎아볼 심산으로 청년가공직장으로 추진기를 옮기였다. 그러나 가공직장 선반기로는 어림도 없었다. 추진기가 선반기보다 몇배나 컸다.

조선공들의 얼굴은 꺼매졌다.

추진기가공을 책임진 가공직장장의 마음에는 근심과 우려, 불안과 위구의 바위가 틀고앉았다.

(주물직장에서 애써 부어낸 추진기를 가공할수 없으니 야단이 아닌가.)

그가 덩지 큰 추진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선박작업반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직장장동무, 기일이 늦더라도 애초의 계획대로 할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의 계획대로?》

《룡성에 보내여 대형선반기의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수밖에 더 있습니까?》

《…》

그때 리억석이 청년기계가공직장으로 들어왔다.

《왜 그렇게 우거지상들을 하고있소? 무슨 일이 생겼소?》

가공직장장이 실태를 간단히 이야기했다.

《거 난사로구만.》

리억석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

추진기를 싣고서 룡성으로 가고오고 하는 시간도 적지 않겠는데 대형선반기의 대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모지름을 쓰던 리억석은 이런 경우 최주식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가고 생각을 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회관에서 한 협의회의 장면이 문득 스쳐지났다.

그때 최주식은 리억석이 자기로서는 도저히 용빼는수 없다고 여겼던 난문제들을 조선공들에 의거하여 슬슬 풀지 않았던가.

《기사장동지, 지배인동지에게 얘기하고 하루빨리 룡성에 보냅시다.》

가공직장장이 독촉했다.

《직장장동무, 부을수 없다던 추진기를 우리 주물직장동무들의 힘으로 부어냈는데 가공이 걸려 선박을 제 날자에 완성하지 못한다는건 말이 되지 않소. 여기서 깎을 방도를 좀 진지하게 의논해봅시다.》

《기사장동무의 말이 옳수다. 독틈에도 용수가 있다는데 무슨 수가 있겠지요.》

추진기와 대형선반기를 에워싼 사람들 뒤에 서있던 김석홍이 리억석의 말에 호응했다. 리억석이 눈을 들어 그쪽을 바라보니 김석홍이옆에는 최주식이며 강준호, 류경훈이들이 서있다.

《기사장동무와 김석홍아바이의 말에 나도 찬성이요.》

최주식이 말했다. 그러자 청년기계가공직장안은 자연히 협의회장으로 변하였다. 어떤 사람은 몇대의 선반기를 해체하여 베트들을 련결하자고 했으며 어떤 사람은 선반기의 베트규격이 서로 다른데 그게 될 일이냐고 반박했다. 갑론을박으로 직장안은 벌둥지를 터쳐놓은것처럼 떠들썩했다.

《가만 내 한마디 합시다.》

까만색 작업복을 단정히 입은 강준호가 코등으로 흘러내린 금테안경을 추슬러올리고나서 례의 굵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추진기를 선반기에 물릴것이 아니라 선반기를 추진기우에 태웠으면 하오.》

그의 고견을 기대했던 조선공들의 눈은 퀭해졌다. 어떤 사람은 실망한듯 혀를 찼다. 나이든 선반공이 놀란 눈으로 강준호를 보며 《아니, 선반기를 추진기우에 태우다니요?》하고 어이없어 했다. 그러거나말거나 강준호는 침착하게 제 할 말을 했다.

《비유해서 말하면 리발기로 머리를 깎듯 하자는거요.》

의문에 싸여 머리를 기웃거리던 사람들의 낯빛은 대번에 밝아졌다. 그들은 긴 설명 없이도 강준호의 의도가 충분히 리해되였을뿐아니라 바싹 구미가 동하여 한마디씩 했다.

《리발기로 머리를 깎듯이? 거 아주 그럴듯 하구만.》

《참으로 기발한 착상입니다.》

《될것 같습니다.》

떠들썩 흥성거리는 그들을 보며 최주식은 빙그레 웃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가르쳐주신 방법을 강준호가 때맞추 생각해낸것이 그의 마음을 후덥게 했다. 그때 리억석이 무릎을 철썩 치고 감심한 어조로 다급히 물었다.

《강동무, 그렇게 하면 백번 가능하겠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듯 훌륭한 묘안을 찾아냈습니까?》

강준호는 사람들의 선망에 찬 이목이 일시에 자기에게로 쏠리자 선을 보러온 총각을 대면한 숫처녀처럼 얼굴을 붉히였다.

《이건… 내가 찾아낸 묘안이 아니요.》

《아니, 강동무가 찾아낸 묘안이 아니라니요? 그럼 누가 찾아냈단 말입니까?》

리억석이며 가공직장장, 선반작업반장이며 류경훈 그리고 둘러선 모든 사람들의 눈이 덩둘해졌다.

《이 묘안은 말입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찾아주신것입니다.》

강준호는 벌겋게 달아오른 낯을 들고 굵은 목소리로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수령님께서요?》

리억석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여 격정적으로 되물었다. 강준호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언젠가 룡성기계공장을 현지지도하시다가 그곳 로동계급이 체통이 큰 소재를 외국에 의뢰하든가 대형선반을 수입해와야만 깎을수 있다는 말을 들으시고 〈동무들, 개미가 뼈다귀를 깎아먹는식으로 해보시오. 그러면 될거요.〉라고 가르쳐주시였습니다.》

리억석은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수령님의 이 현지교시를 그 언젠가 들은적이 있었지만 실천에 구현할 생각을 미처 못했었다. 한데 강준호는 그 가르치심을 생각해낸것이 아닌가. 수령님의 뜻대로 살지 못해 과오를 범했던 강준호!

그러고보면 그는 조선소로 내려온 후 자기의 어지러운 지난날과 결별하고 생활을 새롭게 시작한것이 명백했다. 리억석은 금테안경을 끼고 자기앞에 서있는 체소한 강준호가 마치도 우람한 체구를 가진 거인처럼 느껴졌다.

(고맙소. 강동무! 지난날 동무를 못미더워한 날 용서해주오.)

속으로 뇌이며 최주식을 보니 그도 빙그레 웃고있다. 그러니 최주식이도 수령님께서 룡성기계공장을 현지지도하시면서 주신 가르치심을 이미 상기해냈던것이 아닌가.

리억석은 뿌옇게 흐려지는 눈길을 돌려 가공직장장을 보며 자책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가공직장장동무, 이젠 문제없지요?》

《기사장동지, 그야 물어보나마나지요. 수일내로 제꺽 가공해내겠습니다.》

직장장이 손세를 쓰며 하는 장담에 통쾌한 웃음이 와그르르 터지였다. 최주식이도 환하게 웃고 김석홍이도 류경훈이도 허허 웃었다.

화창한 봄날처럼 마음이 개인 조선공들은 껄껄거리며 추진기곁을 떠나갔다. 했으나 리억석은 깊은 생각에 잠겨 한동안이나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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