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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다바람이 불어왔다.

회관문을 나선 윤재수는 옆에서 걷고있는 박성임에게 정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임이, 구내공원에 가서 좀 앉자구.》

《여태껏 회관안에 앉아있었는데 또 앉아요?》

《자, 이런… 모두 모인 회관에 앉아있는것하구 공원에 단 둘이 앉아있는것하구 같애?》

《남들이 보면 어쩔려구? 창피하게스리…》

《창피하긴? 우리가 뭐 같이 못앉아있을 사인가? 성임인 전번날 나에게 용접봉과 용접고대를 수놓은 손수건을 주고도 그런 말을 해?》

《그래두.》

《어랍쇼. 걱정두 팔자다. 성임인 모든게 왜 그렇게두 작아? 키도 몸도 생각도 그리고 내게 준 손수건도…》

박성임은 걸음을 오똑 멈추고 윤재수를 깔끔한 눈매로 맵짜게 쏘아보았다.

《별 싱검둥이 다 보겠네. 전번 준 수건을 도로 내놓고 어서 혼자 가세요. 모든것이 큰 처녀를 찾아.》

윤재수는 처녀가 앵돌아지자 좀 당황해났다. 그러나 그런데 주눅이 들 재수가 아니였다. 그는 처녀를 보며 능글능글 웃었다.

《미안하지만 손수건은 되돌려줄수가 없어. 그건 한 처녀가 이 윤재수를 심장에 둔 표적이기때문이지. 그리고 방금전에 내가 한 말은 롱담이구.》

《그럼 다신 그런 롱담하지 않겠다구 해요.》

《내 다시는 그런 롱담하지 않겠어.》

윤재수가 앵무새처럼 졸졸 따라외우자 박성임은 작은 손으로 작은 입을 가리고 철부지 소녀애마냥 깔깔 웃었다.

두사람은 남산공원의자에 가서 앉았다.

서산으로 기울어진 엷은 해빛이 조선소며 항, 수산사업소며 유리공장, 뭍이며 바다, 공원의 의자며 훈풍에 가볍게 설레이는 몇개 남지 않은 누런 나무잎사귀들을 따뜻하게 비치고있다.

윤재수는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타를 꺼내 한대 붙여물었다.

《담배를 배웠어요?》

《배웠어.》

《그건 왜요?》

《속이 타서.》

《속이 타요? 왜 속이 타요?》

담배를 갓 피우기 시작한 윤재수는 파르스름한 연기를 코로 내보내지 못하고 한숨과 함께 입으로 길게 내뿜었다.

《성임이를 한시라도 보지 못하면 왜 그런지 속이 탄단 말야. 그럴 땐 용접봉을 수놓은 손수건만을 주무르지.》

《거짓말.》

《정말이야.》

박성임은 차오르는 행복으로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좋아요. 그럼 배를 다 무을 때까지 그런 생각을 안하겠다고 약속하세요.》

《그건 왜?》

《그런 생각을 자꾸 하면 배를 뭇다가 사고를 쳐요.》

《하지만 그런 약속은 못하겠어.》

윤재수는 딱 잘랐다. 박성임은 다시금 새침해졌다.

《그럼 난 다른 공장으로 훌쩍 가버리고말테야요.》

《나도 따라가지뭐.》

《배를 안뭇고요?》

《성임이도 안뭇고 가는데 나라고 못갈게 뭐야.》

《엉터리!》

두사람은 마주보며 밝게 웃었다. 그들이 부러운듯 앞나무가지에 앉은 새들이 청고운 소리로 울어댔다.

《윤동무, 난 동무가 오작난 상갑판을 끄떡없이 용접하겠다고 말할 때 눈물이 나도록 기뻤어요. 정말 장해요.》

《나도 그랬어. 난 성임이가 상갑판을 씌우기전에 기중기로 기관을 통채로 들어서 기관실에 넣겠다고 할 때 과연 이만저만 통이 큰 처녀가 아니구나, 내가 저 통이 큰 담찬 처녀를 사랑한다 하구 속으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피, 방금전에 모든게 작다구 나무라구서두요?》

《그건 롱말이라구 하지 않았어. 난 이 세상에서 성임이가 제일 좋아.》

박성임은 마음이 날것처럼 가볍고 온몸에 힘이 솟구치였다.

《윤동무. 난말이예요. 우리 지배인동지의 속은 참으로 깊이를 가늠할수 없을만큼 웅심깊다는것을 날이 갈수록 느껴요.》

《그건 뭘 보구서?》

《오늘도 그렇잖아요. 남들같았으면 상갑판 오작난걸 가지구 냅다 욕설을 퍼붓겠는데 지배인동지는 잘못을 탓하기보다 되려 살려쓸 생각을 했거든요.》

《옳아, 나도 지배인동지가 조선공들을 굳게 믿고 일해나간다는걸 깊이 느껴. 그러니 좋은 안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나왔어. 우린 그 안들을 꼭 실천에 옮겨야 해. 난 용접에 자신있어.》

《나도 그래요. 기중기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기관을 통채로 배안에 들여놓고야말겠어요. 한데 리해안되는건 말예요. 허실장과 홍부직장장의 태도예요. 그들이 어쩌면 안된다고만 내우길가요?》

《겁쟁이, 요령주의, 보신주의자들같은것. 만약 안되는 경우 책임에서 발뺌을 하자는 타산에서겠지. 옳지 않아. 그따위가 무슨 부직장장이구 실장이야.》

윤재수는 제사 분이 치밀어올라 혀를 갈겼다.

《그러기에 말이예요.》

박성임은 이렇게 대꾸하고나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배인동지와 은주언니 사이가 남다르다거니, 지배인동지가 국장을 하다 떨어져내려온 강준호는 물론 조선소에서 나갔다가 온 사람들을 극력 비호한다거니, 지배인동지가 토대나쁜 류선화언니를 머지 않아 버리게 될거라느니 하는 소리들이 회오리바람처럼 돌아다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막 속이 상해 죽겠어요.》

《그게 다 우리 지배인동지를 헐뜯고 사람들사이에 리간을 조성하여 단합을 파괴하고 교시선박을 결의한 날자에 뭇지 못하게 하자는거야. 어떤 개같은 놈들이 그렇게 미친개처럼 마구 짖어대는지 모르겠거든.》

《윤동무, 크고작은 사고들이 련이어 일어나고 말같지도 않은 소문이 망돌돌듯 돌아가는것으로 보아 우리 조선소에 나쁜 놈이 숨어있는게 명백해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숨어든 쥐새끼가 수령님두리에 철통같이 뭉친 우리 대오와 우리 위업을 감히 헐뜯어보려고 쏠라닥거리는게 헨둥하단 말야. 우리 각성을 높여 새 형의 선박을 무어내자구.》

《그러자요.》

윤재수와 박성임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박완성직장을 향해난 둔덕길을 천천히 걸어내려갔다.

그때 리억석은 최주식이와 함께 주물직장으로 가고있었다.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터벅터벅 걷던 리억석은 《지배인동무!》하고 불렀다. 공식적인 장소가 아니고 둘이 있을 때면 대체로 《최동무, 리동무.》하고 격식없이 부르던터라 최주식은 귀에 선 부름에 《왜 그러오?》하고 물었다. 그러자 리억석은 자책에 잠긴 목소리로 나직이 입을 연다.

《지배인동무. 날 용서해주오.》

《아니, 갑자기 용서는 무슨 용서를 해달라고 그러오?》

《실상 난 지배인동무가 회관에서 협의회를 다시 열겠다고 할 때 속으로 좋지 않게 생각하면서 잔뜩 불만을 가졌더랬소. 참모회의에서 토론했는데 날 못믿어 그러는가. 그렇게 서로 믿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앞으로 일해나가겠는가 하고말이요. 한편으로는 참모일군들도 이렇다할 안을 내놓지 못했는데 조선소에서 나갔던 사람들과 기능어린 조선공들이 쓸모있는 대책안을 어떻게 내놓을수가 있을텐가. 이제 지배인이 공연한 시간을 랑비하게 될게고 많은 사람들앞에서 웃음거리가 될게다 하구 말이요.》

《됐소. 그 문제면 그만 하오.》

《아니, 내 말을 마저 듣소.》

마주오던 조선공들이 그들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며 지나갔다.

《내 오늘 지배인동무가 소집한 협의회에 참가하여 참으로 많은걸 느꼈소. 우리 일군들이 지배인동무처럼 조선공들을 믿고 그들에 철저히 의거하여 일을 해나간다면 세상에 못해낼것이 없다는것, 조선공들은 우리 일군들의 참된 스승이라는걸 정말이지 깊이 명심하게 되였소.》

최주식은 얘기가 심각해지자 걸음발을 늦추었다.

《말이 난김에 내 한마디 하기요.

기사장동무, 우리 일군들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니고계시는 고매한 인민적풍모를 따라배워야 하오. 수령님께서는 혁명의 길에 나서신 첫날부터 오로지 인민을 믿고 인민들속에 계시면서 인민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쳐가고계시지 않소. 무더운 여름이나 눈내리는 겨울뿐아니라 생신날에조차도…》

최주식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수령님의 인민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고 불변하듯이 우리 인민의 수령님에 대한 믿음은 영원히 절대적인거요.

믿음, 그것은 인간에게만 고유한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오. 수령님과 혁명전사간의 혈연적인 믿음, 혁명적의리에 기초한 그 절대적인 믿음속에서 인간의 무궁무진한 창조적힘이 태여나고 그 숭고한 믿음속에서 인간의 공고한 단합이 이루어지며 그 믿음속에서 사회의 건전한 발전이 담보되는것이 아니겠소.》

최주식이 열정적으로 부르짖는 말에 리억석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 혁명적의리에 기초한 믿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있는 공고하고 건전한 믿음은 오직 좋은 결실만을 가져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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