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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는 밤이 깊도록 잠못이루고 이리뒤척 저리뒤척했다. 마음을 다잡고 조선공들의 정신세계를 따라배우자고 단단히 결심했으나 뜻밖에 오작사고까지 내고보니 심사가 울적하고 몹시 괴로왔다.

내가 이젠 상갑판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 쓸모없는 인간이 되였단말이지.

입술을 피가 지도록 깨물며 부르짖던 그는 책상앞 벽에 붙여놓은 창의고안계획에 눈길을 주었다. 정성껏 둘레를 친 종이에는 원형 및 타원형 절단기창안이며 철판교정기창안 등 명세가 여라문가지나 정자로 씌여있다.

제 앞채기도 못하는 주제에 창의고안을 한다구? 가소롭기 짝이 없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준호는 자기가 세운 창의고안계획을 뜯어버리려고 손을 내밀었다. 순간 그의 눈앞에는 외국에 병치료를 가서까지 흡진, 흡공기를 창안해가지고 나온 최주식이며 그 창안의 도입으로 2중저밑에서 힘겹게 일하던 도장공들이 기쁨에 넘쳐 웃고 떠들던 모습이 떠올랐다.

남은 병치료를 받으면서까지 조선소를 위해 유익한 일을 했는데 나는?… 그러자 그에겐 제관공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하면서도 그런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자기를 적극 도와주던 갸륵한 마음씨가 상기되였다.

…조선소에 내려온 강준호는 제관작업반에 속해 메로 철판을 교정하기도 했는데 체소한 그로서는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김석홍이며 제관공들은 함마자루의 맨 끝을 꽉 틀어잡고 반원을 그리며 흥그럽게 팔을 휘둘러댔으나 그는 열번을 내리치듯마듯 작업복이 땀주머니로 되여버렸다. 말로 지시하기는 쉬워도 그것을 집행하기는 몇십배나 어렵다는것을 그는 통절히 깨달았다. 제관공들은 제관일을 처음하는 강준호를 탓하지 않았다. 그가 정대가리를 빗맞혀도 절대로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으며 간혹 산소절단기의 카바이드호스로 산소가 들어갈 때엔 어느새 달려와 고무호스중간을 꺾어주면서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

철을 다루어서 겉보기엔 무척 뚝뚝한것 같았으나 조선공들의 심장은 더없이 뜨거웠다.

국장을 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조선공이 되고보니 그들의 일이 하나에서 열까지가 다 무심히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선소에 내려와 그들과 일을 하면서야 지난날 자기가 조선공들의 심장속에 들어가지 못했음을 자인했다.

(일군이 아래에 내려가는것으로 현장에 침투했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조선공들과 흉허물없이 마음속얘기를 주고받게 될 때, 서로 믿고 의지할 때, 그때에야 일군은 현실에, 로동자들속에 들어갔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떠했던가. 선박부문은 내 이상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자처하면서 조선소들에 내려가 현장이나 돌아보고 문서를 료해하고 검토하는것으로 만족해했으며 몇가지 걸린 문제를 풀어주는것으로써 내앞에 맡겨진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능력있는 일군이라고 자부했었다. 그렇다. 비극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 내려가면서도 조선공들과는 실지 동떨어져있었고 믿을수 없는 사람은 믿고 믿을수 있는 사람에겐 믿음을 주지 않았었다.)

영포조선소에 내려와 자신의 지난날을 다시금 깊이 돌이켜본 강준호는 조선공들과 숨결을 같이할것을 재삼 결의다졌고 제관공들을 위해 원형 및 타원형절단기와 철판교정기를 만들 구상을 했다. 그 며칠후 강준호는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고급기능공인 류경훈에게 자기의 생각을 비쳐보았다. 류경훈은 쌍수들어 찬성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것들을 많이 튕겨주었다. 어쩌면 류경훈의 머리속에는 자기가 창안제작하려는 안이 무르익은것도 같았다. 설마 꼭같은 생각을 했을라구? 그는 자기의 지레짐작을 부인했다. 하면서도 강준호는 류경훈의 사심없는 방조와 해박한 지식, 풍부한 경험에 머리가 숙어짐을 어쩔수 없었다.…

벽에 붙여놓은 창의고안계획을 뜯어서 갈가리 찢어버리려고 손을 쳐들었던 강준호는 생각을 고쳐했다. 이런것을 안하면 내가 조선공들을 무엇으로 돕는단 말인가. 육체적힘이 약한 나는 지식으로 그들을 방조해야 한다. 실천으로 내 허물을 씻어야 한다.

강준호는 결심을 굳히자 수건으로 이마를 질끈 동여매고 책상앞에 바투 붙어앉아 탁상등을 켰다. 탁상등은 자기의 다짐이 옳다고 찬성이라도 하듯 밝은 빛을 내뿜는다.

그가 왼손으로 턱을 고이고 원형 및 타원형절단기날을 어느 정도의 크기로 하며 그 각도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고 생각하는데 밖에서 《강동무 있소?》하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강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뜰엔 달빛이 가득한데 리윤종이 토방돌밑에 빙그레 웃으며 서있다.

《아니, 당위원장동무가 이밤중에 어떻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오.》

《집으로 가다보니 방에 불이 켜져있기에 들렸소.》

리윤종은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강준호가 이마를 수건으로 질끈 동이고 팔을 걷어붙인것을 보자 의아해했다.

《밤이 깊도록 쉬지 않고 뭘하고있소?》

《저… 잠이 오지 않기에…》

강준호는 말끝을 흐리였다.

리윤종은 책상우에 여기저기 널린 종이장들과 책상앞 벽에 붙여놓은 창의고안계획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아니, 소문없이 큰일을 하고있구만요.》

리윤종은 반색을 했다.

《그게 무슨 큰일이겠소. 일해보니 배를 빨리 뭇고 일을 헐하게 하자면 저런것이 필요할것 같아서…》

어줍게 대답한 강준호가 자고있는 안해를 깨우려 했다.

리윤종이 만류했다.

《당위원장동무가 모처럼 집에 왔는데 그냥 앉았다가 가서야 되겠소.》

《원, 시간이 어떻게 되였기에 뭘 준비한단 말이요. 밤이 새도록 별식을 먹어도 내 이보다 더 큰 기쁨을 맛보지는 못할거요.》

사람과의 사업에 선차적힘을 넣고있는 리윤종은 강준호와 책상우와 벽에 붙여놓은 창의고안계획서를 번갈아보며 싱글벙글했다. 그는 진정으로 기뻤다.

강준호가 국에서 조선소로 철직되여 내려온 후 몸을 아끼지 않고 성실히 일하고있다는 말을 조선공들에게서 여러번 들은 리윤종이였으나 집에 와서 밤늦게까지 조선공들을 위해 일을 하고있는줄은 차마 몰랐었다.

강준호가 자기의 지난날을 깊이 뉘우치고 새로운 결심과 각오 밑에 생활을 하고있구나. 한데 어쩌다 오작사고는 저질렀을가?

리윤종은 속으로만 생각했을뿐 입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강준호가 자신이 저지른 사고에 대하여 이미 심심히 돌이켜보았을것이 뻔했기때문이였다.

《강동무, 그렇게 일하고 몸이 견디겠소? 건강을 돌보며 일하오.》

리윤종은 권고했다.

《일없소.》

강준호는 한숨을 내쉬며 자책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난 의리를 저버린 배은망덕한놈이였소.

어버이수령님과 당에서는 해방후 건국의 어려운 조건에서도 나를 류학의 길에 세워주시지 않았소. 그래서 나는 조국과 인민이 피를 흘리는 준엄한 전쟁시기에 총포소리, 비행기소리 한번 듣지 않고 외국에서 편안히 공부했단말요. 조국에 돌아왔을 때 수령님께서는 선박공업부문의 중요한 직책에서 일하도록 해주셨소. 그러면 응당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모든 지혜와 열정을 깡그리 바쳐야 할것이 아니였겠소. 한데 이 못난놈은 마치도 내가 잘나서 외국에 류학도 가구 국장도 하는것으로 생각했단말요.》

강준호의 말 마디마디에는 회오와 자책과 속죄가 슴배여있다.

리윤종은 강준호가 심심히 뉘우치는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달아올랐다.

《강동무, 옳게 말했소. 어버이수령님께서 혁명전사들에게 안겨주신 믿음은 우리의 생명이라고 나도 생각하오. 그 생명을 빛내는 길은 믿음에 보답하는것이지요. 만약 믿음에 보답하지 못할 때 그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가치를 상실했다고 보오.》

리윤종은 이렇게 말하고나서 제관일이 힘들겠는데 기술부로 옮겨앉는게 어떤가고 물었다.

강준호는 그 말에 펄쩍 뛰였다.

《당위원장동무의 권고는 더없이 고맙지만 나는 조선공으로 일하겠소. 제관공들이 날 얼마나 따뜻이 대해주고있는지 모르오. 그들과 함께 일하느라면 만시름이 가셔지고 심신이 거뜬해진단말요.》

리윤종은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조선공들속에서 새로운 결심을 품고 인생길을 걷는 강준호가 다시는 삶의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으리라는것이 확정적으로 안겨왔다.

《강동무, 조선공들은 그렇듯 훌륭한 사람들이라오. 동무가 믿지 못하던 류경훈아바이도 그렇지요.

말이 난김에 한마디 더합시다. 내 좀 알아보니 류아바이는 몇년전에 벌써 큰 배를 무어야 할 조선소의 앞날을 내다보고 선대를 늘이려고 했더구만요. 그러다가 본의아니게 사고를 냈지요. 그런걸 강동무는 류아바이를 가정환경, 출신성분 그리고 사고를 구실로 조선소에서 탄광으로 두번씩이나 나가게 했소. 그러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왔겠소. 아마 가슴속에 피눈물이 흘렀을거요. 오죽했으면 내가 몇번씩이나 탄광으로 그를 데리러 갔는데도 다신 조선소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거절했겠소. 그는 탄광에서 얼마나 일을 잘했던지 탄광당위원장이 이렇게 말합디다. 〈첫번엔 최주식지배인이 너무 요구하고 본인의 의사도 참작해서 되돌려보냈지만 더는 못내놓겠소. 그런 보배덩이를 어디에 가서 구하겠소.〉 수령님의 배려로 조선소에 오자 그는 밤낮으로 새형의 배무이를 다그치면서 짬짬이 만능절단기와 철판교정기를 연구했다오.》

《절단기와 교정기를요?》

《그렇소. 하지만 그는 강동무가 제관공들과 한마음이 되여 일하면서 그들의 어렵고 힘든 메질을 없애기 위해 철판절단기와 교정기를 창안하겠다는 말을 듣고 자기가 연구하던 자료를 서슴없이 내놓았다오. 강동무, 류경훈동무는 바로 이런 사람이요. 당을 받드는데서는 사심이 없고 진실하며 량심적이지요. 진심은 일생의 보배라고 하는데 류경훈동무야말로 값진 보배를 가지고있지요.》

강준호는 머리를 푹 떨구었다.

아, 그런 류경훈일 내가 지난날 그렇게도 믿지 못하다니…

리윤종은 깊은 생각에 잠긴 강준호를 보며 말을 이었다.

《강동무, 나는 동무가 조선공들속에서 자신을 부단히 단련하며 그들의 높은 정신세계를 따라배워 당의 믿음에 실천으로 보답하는 참된 일군이 되길 바라오.》

《알겠소. 내 꼭 그렇게 하겠소.》

강준호는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리윤종은 그의 집을 나섰다.

강준호가 집에 와서까지 밤새워 일하는 모습을 최주식이나 리억석이가 보았더라면 얼마나 기뻐할가.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자기 집으로 향한 길을 가벼운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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