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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 들어선 리억석은 《갱생》에서 내리자바람으로 곧장 지배인실로 올라갔다.
문이 잠겨있다.
벌써 퇴근할리는 없는데… 아마도 배에 나간 모양이군.
그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발길을 돌려 선박건조장으로 갔다. 아닐세라 최주식은 리윤종, 김석홍이들과 함께 야외작업등이 비쳐 대낮처럼 환한 갑판우에 서있었다.
《범이 제소리하면 온다더니 속담 그른데가 없구만.》
최주식이 리억석을 반겨맞으며 껄껄 웃었다. 리윤종이도 웃고 김석홍이도 머리를 끄덕이며 가볍게 따라 웃는다.
《왜 없는 사람 소리를 했소?》
리억석이 그들의 웃음에는 개의치 않고 눈을 실그리며 뚝뚝하게 물었다.
《기사장동무와 긴히 토론할 일이 생겨서… 그런데 강선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되였소?》
최주식은 일변 대답하며 일변 되물었다.
《갔던 일은 한마디로 잘되였소. 강선로동계급에게 교시선박을 뭇기 위해 떨쳐나선 우리 조선공들의 투쟁기세를 들려줬더니 그들은 철판과 환강은 절대로 념려말라고 한결같이 얘길 하고. 역시 천리마의 고향, 강선사람들의 정신상태가 다르더군요. 난 그곳에 가서 새형의 선박을 건조하는 영예와 긍지감을 새삼스레 느꼈소.》
《수고했소. 기사장동무가 큰 문제를 풀고 왔구만요.》
리윤종이 치하했다.
《한데 긴히 토론할 일이란 뭐요? 상갑판오작말고 선박건조에서 다른 문제가 또 제기되였소?》
리억석은 강선에 갔던 일을 간추려서 말한 후 의문이 어린 눈길로 최주식을 바라보았다.
세사람의 눈은 약속이나 한듯 일시에 둥그래졌다.
《아니, 그 소식은 어느새 들었소? 혹시 동화에 나오는 귀가 큰 사람, 백리밖에서 나는 소리도 듣는다는 그런 사람이라도 된게 아니요?》
최주식의 롱담이 섞인 말에 리억석은 눈살을 찌프리였다.
《내가 무슨 동화속의 인물이겠소? 오다가 길가에서 머리를 푹 숙이고 제정신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강준호를 만났는데 그가 그러더군요. 그래서 내 길가라는것도 잊고 욕을 한바탕 하고 오는 참이요.》
《그랬었구만. 그런데 거 기사장동무답지 않게 길가에서 욕을 한단 말요? 언제가야 그 욕하는 성밀 고치겠소.》
최주식은 웃음을 거두고 리억석을 나무랐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지나쳤다는 감이 들긴 듭디다. 그런데 상갑판오작을 냈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내 성미에 어디 참을수가 있겠습디까.》
낯이 수수떡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리억석은 불빛에 번들거리는 이마의 땀을 훔쳤다.
《그건 그거고. 강준호를 상갑판제작조에 그냥 두겠소?》
《그럼?》
《내 일전에 말한대루 그를 딴 직종으로 옮깁시다. 창고원을 시키든가 경비원을 시키든가… 그러면 오작이요 뭐요 하는 말이 안나올게 아니겠소. 그 사람을 그냥 그자리에 둬두고선 좀처럼 마음을 놓을수가 없소. 상갑판오작보다 더 큰 사고를 내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겠소.》
리억석은 자못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를 딴데로 옮겨선 절대로 안되오.》
최주식이도 자기의 주장을 명백히 했다.
《왜 자꾸 안된다는거요?》
리억석은 불끈해서 따지고 들었다. 최주식은 어글어글한 눈으로 성이 난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만약 그를 다른 직종으로 옮겨보오. 그러면 강준호의 어깨는 물론 강은주의 어깨가 처질게 아니겠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또 뭐라고들 하겠소. 국장까지 하던 사람이 상갑판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또 밀려났다고들 손가락질 할거란 말이요.》
《지배인동무, 그래두 배야 제날자에 무어내야 하지 않겠소. 이런것저런것 다 생각하다간…》
리억석이 수그러들지 않고 그냥 뻗대자 김석홍이 말참녜를 했다.
《여보게 기사장, 내 생각에는 지배인의 말이 옳으이. 당위원장은 어떤가?》
《아바이, 지배인동무의 말에 나도 동감입니다.》
《…》
리윤종이까지 이렇게 나오자 리억석은 자기의 주장을 더 고집하려들지 않았다. 했으나 볼편을 실룩거리는것으로 보아 세사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있다는것이 헨둥했다.
(사람두, 무슨 고집이 그리도 쇠꼬챙이같은지.)
김석홍은 리억석을 흘끔 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그럼 지배인이 내놓은 문제나 토론하는게 어떤가.》
《어떤 문젭니까?》
리억석이 볼멘 소리로 시큰둥하게 물었다.
《오작난 상갑판의 철판을 그대로 되살려 쓸수는 없겠는가 하는거네.》
《아니, 그걸 되살려 써요?》
리억석이 눈을 치뜨며 철부지애마냥 씩뚝거리자 최주식은 어이없는 웃음을 허허 웃었다.
《기사장동무, 청진에서 조선소지배인들의 회의가 있어서 내 이제 떠나야겠소. 거기에 갔다오는동안 이제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구 참모회의에서 토론해주오. 그리구 추진기문젠데… 상동지의 말에 의하면 외국에 의뢰했던것이 제기간에 될 가망이 없다오. 그래서 급히 룡성에 전화로 알아보니 거기서도 몇달안짝으로 바쁘다고 하누만. 이젠 우리 주물직장에서 우리 힘으로 붓는수밖에 별도리가 없소. 그 문제 역시 참모회의에서 대책안을 토론해보오. 한데 그 참모회의는 범위를 넓혀서 조선소에서 나갔다가 돌아온 기능공동무들도 꼭 참가시키시오. 나는 그들이 좋은 안을 내놓으리라고 생각하오.》
《…》
차시간이 바쁜 최주식은 리억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옆에 서있는 세사람의 손을 차례로 잡고나서 쇠사다리를 밟으며 배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