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강은주는 도장일이 손에 통 잡히질 않았다.

강준호에 대하여 생각을 하지 말자고 혀를 깨물수록 비맞은 수탉처럼 초라해보이는 삼촌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면서 신경을 자극하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바로 오늘같은 엄중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서 그는 그전에 벌써 강준호에게 맡은 일을 책임적으로 성실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머금고 간절하게 얘기했었다. 조선소에 내려와서 유람식지도를 하고 홍학주나 허홍대같은 사람들과 밤새도록 술이나 마시고 돌아간다면, 일군인 최주식에게 기사장일을 시키지 않고 현도장에서 무보수로동을 하도록 처벌을 준다면 다시는 상종을 하지 않겠노라고 따끔히 얘길 했었다. 한데 강준호는 진정에 넘친 자기의 말을 어떻게 대했던가. 한갖 치마두른 철부지의 말로 여기고 귀등으로 흘렸었다. 그리하여 은주는 삼촌 강준호가 철직되여 조선소로 내려왔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었다. 물은 곬을 따라 흐르기마련이고 죄는 지은데로 가기마련이라고 생각했을따름이였다. 그러나 강준호에 대한 시비질이 날을 따라 심해가자 그는 몰려드는 수치감을 금할수가 없었다. 더우기 직장장이노라 으시대는 홍학주에게서 강준호가 갖은 모욕을 받고 지청구를 들으며 마음괴로와하는것을 볼 때 그의 속은 탈대로 탔다. 이랬든 저랬든 강준호는 둘도 없는 삼촌이였다.

(내 마음이 이렇듯 괴로울진대 삼촌의 심정이야 오죽 쓰리랴!)

은주는 휴식시간이 되기 바쁘게 강준호를 찾아갔다. 강준호는 밤일이여서 집에 들어가야 할것이였으나 오작을 내고 마음이 개운치 않아서인지 현장에 그냥 있었다. 은주는 고민하는 강준호를 대하자 눈물이 쿡 솟았다. 하지만 그는 웬일인지 삼촌에 대한 동정이 어디론가 달아나버림을 느끼였다. 그리하여 그의 입에서는 위로해주려고 찾아왔던 애초의 뜻과는 달리 가시같은 말이 저도 모르게 튕겨나왔다.

《삼촌, 좀 똑똑히 말해보세요. 선박부문에서는 제일이노라 뻐기던 삼촌이 어떻게 그런 큰 실수를 할수가 있어요? 최주식지배인은 병원에 입원하여 병치료를 받으면서까지 도장공들을 위해 흡진, 흡공기를 창안했는데 삼촌은 오작을 내요?》

은주가 따지고들었으나 강준호는 애꿎은 담배만을 풀썩풀썩 피울뿐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무맥해졌을가.

강은주는 파래진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노여움과 분기가 끓어오른다. 그는 자기의 말이 지나치다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우정 걸고들었다.

《고의적으로 그랬지요?》

《고의적이라구?》

그전같으면 물에서 뭍으로 나온 물고기마냥 펄떡펄떡 뛰며 길길이 야단을 칠 강준호였으나 기가 푹 꺾인 지금에 와서는 짙은 담배연기와 함께 땅이 꺼지게 한숨만을 내불뿐이였다.

강은주는 의리를 저버린 인간, 믿음에 보답못한 인간의 운명을 준호삼촌에게서 찾아보았다.

그래. 의리를 저버리고 믿음에 보답 못하면 가련한 사람이 되기마련이야.

그는 입속으로 뇌이고 다시금 따져물었다.

《왜 대답을 못해요? 어째서 오작을 냈는가말이예요. 이게 어떤 선박이라구 오작을 내요?》

그제서야 강준호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동지섣달에 뱀한테 물린것만 같단말이야. 도면에 적힌 수치대로 계서하고 절단했는데 오작이 났으니…》

《도면에 쓰인 수치대로 했는데 왜 오작이 나겠어요. 설계사업소에서 친 도면이 현장으로 내려올 때까진 한두명만 보는것이 아니잖나요. 삼촌은 어떻게 되여 조선소에 와서까지 정신을 못차려요?》

은주는 발뺌할 틈을 주지 않고 맵짜게 들이댔다.

강준호는 그의 론박할수 없는 공격에 쩔쩔 맸다.

《그래… 내 이상해서… 그러질 않니. 아무리 생각해도… 꼭 무슨… 도깨비한테 홀린것만… 같다…》

도깨비한테 홀린것 같다는 말을 듣자 강은주의 머리에는 불현듯 반년전에 있었던 현도장사고며 류선화가 여러날을 밝혀가며 새로 제조한 보약, 그것을 먹고 조선공들이 원인모르게 배탈이 나서 허리를 꼬부리고 돌아가던 일이며 그 일을 두고 수군거리던 흉흉한 소문들이 스쳐지났다.

혹시 우리 조선소에 나쁜놈들이 배겨있는건 아닐가. 새형의 배를 무으면서 왜 그렇게도 사고가 잦을가.

《그래 그 이상한 점을 지배인동지에게 얘길 했어요?》

《안했다.》

《왜 안해요?》

《내가 일을 그르쳤는데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단 말이냐. 그런 얘기를 한다고… 내 잘못이 무마되는것도 아닌데…》

《삼촌은 아직 정신이 덜 들었군요. 우린 항상 경각성을 높여 일을 해야 해요. 요지음 국내외정세가 얼마나 복잡한지는 삼촌두 알지 않나요.》

강은주는 그날 일이 끝나자마자 연하게 화장을 하고 최주식을 찾아갔다.

최주식은 마침 방에 있었다.

《제대되여올 때 내 방에 와보군 처음이 아니요? 어서 여기와 앉소. 그래 일은 힘들지 않소?》

최주식은 강은주를 반갑게 맞이하며 벽에 붙여놓은 푹신푹신한 쏘파를 가리켰다.

강은주는 의자에 앉으며 도장일이 이젠 힘들지 않고 무척 재미있다고 했다.

《지배인동지가 창안한 흡진, 흡공기가 정말이지 큰 은을 내고있어요. 2중저안에서 한시간도 일을 못하고 밖으로 바람쐬러 나오던것이 없어지니 능률이 몇배나 납니다. 우리 도장작업반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도장일이 흥겹고 능률이 난다니 나도 기쁘오. 그런데 왜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소?》

《일도 쓰게 못하면서 찾아오기 별스러워 안왔습니다.》

《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정문 영예게시판에 김찬이와 나란히 사진이 나붙은걸 내 봤소. 이젠 당당한 조선공이 되였더군요.》

《지배인동지가 도와준 덕분입니다.》

강은주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다고 비판하는게 아니요?》

《아이참,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뜻대로 도장공일을 하도록 도와주시구 조선소에서 일을 하려면 많은것을 알아야 한다며 조선전문학교에서 공부하도록 권고하지 않으셨나요.》

《그건 오히려 내가 동무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이요. 한데 듣자니까 은주동무는 자기가 맡은 도장공일만 윽윽 내밀면서 김찬동무와도 멀리하고 삼촌도 쓴외보듯한다면서?…》

최주식은 슬쩍 화제를 돌리였다. 그러자 강은주의 동그스름한 얼굴은 익기 시작한 꽈리빛처럼 발기우리해졌다.

《지배인동지, 영예게시판에 사진을 붙여준건 앞으로 일을 잘하라고 그랬겠지요. 실은 맡은 일도 제대로 못합니다. 그러면서 혁신자인 김찬동무와 어떻게… 그리고 삼촌에 대하여 말한다면 전 사실… 삼촌을 무척 존경했더랬어요. 그런데 지내보니 제 생각이 영 잘못되였다는걸 깨닫게 되였어요.》

(옳은 말이다. 하지만 제일 가까운 은주가 마음 괴로와하는 강준호에게 누구보다 더 힘을 주고 용기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과오를 범하고 철직되여 내려왔다고 하여 소닭보듯해서야 안되지.)

최주식은 책상우에 놓인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붙여물었다.

《은주동무, 난 삼촌이 과오를 빨리 씻고 옳은 길에 들어서도록 누구보다 각근히 방조를 주어야 할 사람이 은주동무라고 생각하오. 그렇지 않소?》

《그래요. 그렇지만 삼촌이 하는 행동을 보면 도와주고싶은 생각이 싹 없어집니다.》

강은주는 최주식의 진정에 고마움을 금치 못하며 자기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은주동무, 삼촌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요. 그가 의리를 지키지 못하고 그런 과오를 범한데는 실상 내 잘못두 크오. 지난날 그를 잘 도와주지 못했거든요.》

《!》

강은주는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최주식이란 사나이를 자기가 처음부터 잘못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가슴을 후덥게 했다. 정말 그는 얼마나 도량이 넓고 인간애가 풍부한 사람인가. 웬만 한 사람같으면 지난날 자기를 헐뜯고 코코에 막아나선 강준호에 대하여 앙심을 품고 그 갚음을 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홍학주나 허홍대처럼 삼촌의 턱밑에 붙어 《보호》를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까지 강준호가 성에서 철직되여 내려오자 언제 알았더냐싶게 마구 짓밟고있지 않는가.

한데 최주식은 잘못을 객관에서가 아니라 주관에서, 자기자신에게서 찾고있으며 남의 아픔과 괴로움을 자기 아픔과 괴로움으로 여기고있는것이다.

강은주는 감동에 젖은 눈길로 최주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지배인동지, 삼촌을 만나보니 자기는 도면의 치수대로 상갑판철판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작이 난게 참으로 귀신이 곡할노릇이라고 해요. 제보기엔 삼촌이 고의적으로 오작을 낸것 같지는 않습니다.》

《원,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고의적으로 오작을 내다니…》

최주식은 배무이가 한창 대마루에 오른 이때 상갑판오작난것이 자못 수상하여 그 도면을 가져다 깐깐히 보고 해당 기관에서 알아보도록 이미 조치를 취하였으나 그런 말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지배인동지가 그렇게 리해하여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강은주가 진정을 털어놓는데 사무탁우의 전화기가 따르릉 하고 울었다.

최주식은 송수화기를 들었다.

《예, 지배인 최주식입니다. 선박관리국 부국장동무라구요. 청진에서? 모레 회의가 있단 말이지요? 예 알겠습니다.》

최주식이 송수화기를 제자리에 놓는데 손기척소리가 울리며 허홍대가 들어왔다. 문가에서 주춤거리는 그에게 최주식이 앉으라고 이른후 강은주에게 무슨 더 할 말이 없는가고 물었다.

강은주는 최주식이가 류경훈을 비롯하여 조선소에서 일단 나갔던 사람들을 슬슬 감싸준다는거며 가정주위환경이 복잡한 류선화를 안해로 맞은탓에 더는 출세하지 못할거라는 등 쉬쉬하며 돌아가는 떠돌이말을 하고싶었으나 허홍대가 있는 자리여서 그만두었다.

《없습니다. 지배인동지의 일을 방해하여 안되였어요.》

강은주는 일어섰다.

《별말을… 앞으로 자주 찾아오시오.》

《그러겠습니다.》

강은주는 최주식의 친절한 바래움을 받으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배인실을 나섰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