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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수령의 현명한 령도따라 우리 나라에선 천리마운동이 거세차게 나래치고있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밑에 강선에서 타오른 한점의 불꽃은 삽시에 온 나라에 퍼져 《천리마작업반》, 《천리마직장》, 《천리마공장》쟁취운동에로 활활 타번지였다.

그리하여 《천리마작업반》을 쟁취한 수가 1963년에는 17 057개였다면 1965년에는 26 037개로, 《천리마직장》은 1개로부터 21개로 늘어났다.

그속에는 서해기슭에 자리잡고있는 영포조선소도 들어있었다.

김석홍이네 제관작업반, 김찬이네 배관작업반, 윤재수네 용접작업반, 김용택이네 현도작업반들이 《천리마작업반》칭호를 받았고 의장품직장이 《천리마직장》칭호를 받았다.

우리 시대의 영웅이며 당의 전사들인 천리마기수들은 물론 《천리마작업반》, 《천리마직장》쟁취운동에 궐기한 전체 조선공들은 새형의 선박을 제 날자에 어김없이 무어내기 위하여 말그대로 주야분투하고있었다.

그들은 구내의 길가와 작업현장, 작업반휴계실들마다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1965년 2월 27일 현지교시를 철저히 관철하자!》라는 글발을 써붙이고 세인을 놀래우는 기적과 혁신, 창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리였다.

설계사업소에서는 1년이 걸려야 한다던 방대한 량의 설계를 단 석달동안에 기본적으로 끝내여 현도장에 넘겨주었으며 기중기조립은 이미 완성되여 선체가공 및 조립에서 단단히 한몫을 하고있었고 선대확장공사장도 마감단계에 이르렀다.

작열하던 태양이 서산을 넘은지도 이미 오래고 밤하늘에는 고기비늘같은 비구름이 꽉 끼여 달도 없고 별도 없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깊은 밤 선대장에서는 삼단같은 우등불이 불티를 바다바람에 날리면서 줄기차게 타오르고 촉수높은 야외전등이 여기저기 켜져 조선소구내는 대낮같이 밝았다.

조선소가 드높은 활기에 넘쳐 확신성있게 앞으로, 앞으로만 줄기차게 내닫는 이밤 유독 홍학주네 집에서만은 세사람이 주안상을 마주하고 앉아서 혀꼬부라진 소리로 지껄여대기도 하고 하찮은 얘기에 제법 웃음발도 날리면서 자커니 권커니 술을 마시고있었다.

홍학주, 허홍대, 오매월이였다.

몇달전 강준호가 찾아왔을 때에 비하면 술도 안주도 여지없이 간소했지만 세사람은 독한 술에 잠뿍 취하여 낯짝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화독같았다.

《존경하는 홍형… 내… 거… 거… 전번 현도장사고심의때에 말요. 제노라고 우쭐대던 최주식이가… 강준호국장의 말에… 뻐꾹소리 한마디 못하고… 회의장 뒤구석에… 매본 까투리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있는 꼬락서닐 보니… 10년체증이 다… 내려가는것 같습디다. 돌이켜보면… 그 현도장사고가 참말로 때맞추 일어났단… 말입니다. 그 현도장사고가… 안일어났다면… 어떻게 일만일이라고 내미는… 최주식이를 떼버리겠소.… 이젠 난치의 병에까지 걸렸으니… 다시 소생하긴… 코집이 글렀습니다.》

허홍대는 그전날 곽용주방에서 최주식이한테서 꾸지람을 듣던것과 처조카결혼식에 가려다 최주식이 승인을 해주지 않아 못간 일이 마치도 목구멍에 걸린 가재미가시처럼 딱 걸려 이미 한두번만 말하지 않은 말을 또 지껄여댔다.

《실장동무의 심정은 충분히 알만하오만… 최주식기사장이 난치의 병에 걸렸다고 하니… 어쩐지 마음이 개운칠 않소. 회의때 비판을 과하게 한것도 같구. 말이 났으니말이지 재능과 열정이 겸비된 그런 선박일군이 어디 쉽소? 참, 아까운 인재인데… 솔직히 말하면 난 그의 병이 제발 나았으면 하오.》

홍학주는 허홍대의 말이 깨고소하기 그지없었으나 겉으로는 최주식을 동정하는척 했다. 현도장사고로 주저앉을줄 알았던 최주식이 강잉히 다시 일어서는것을 보고 그를 결코 허수이 볼 인물이 아니라고 이를 사려물었다.

《홍형은 참 인간성도 많습니다. 아, 그런 사람을 다 동정하다니요.》

허홍대는 술을 한고뿌 들이키고나서 안주를 집으며 말을 이었다.

《홍형, 최주식의 병이 나았으면 하는건 구름같은 생각입니다… 그 사람은 … 이 세상에 이미… 없는 사람입니다. 이제 머지 않아… 꽃같은 과부가 하나… 생기지 않나 두고보시오. 아마도 숱한 벌들이… 그 꽃의 꿀을 탐내여… 날아들겝니다. 짙은 향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꽃에… 벌들이 줄을 지어서 날아드는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자연의 법칙이 아니요.》

허홍대는 홍학주의 말에 열을 올려 반박하면서도 제가 한 말이 그럴듯 하게 여겨져서인지 소리내여 껄껄 웃는다.

《향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꽃에 벌나비가 날아든다? 어쩜 실장선생은 그렇게도 말씀을 재치있게 하실가.》

오매월이 허홍대에게 정담긴 눈웃음을 살살치며 사기접시에 놓인 반병들이 유리고뿌에 쪼르륵 소리가 나게 술을 찰랑찰랑 붓더니 두손받쳐 권했다.

허홍대는 기분이 썩 좋았다. 이런 좌석이라면야 온밤이 지새도록 술을 마신들 무엇이 나쁘랴.

몸에 살이 피둥피둥 지고 배에 기름층이 여러겹 앉은 그는 아리잠직한 오매월의 발깃한 낯과 버들가지처럼 가느다란 허리며 커다란 엉뎅이를 정욕이 어린 눈길로 게걸스레 바라보면서 다시금 술을 쭉 들이켰다.

《홍형은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현숙하기 이를데 없는 아주머니와 백년가약을 맺었으니 말입니다.… 인생은 참… 불공평하거든요. 어떤 사나이는… 호박꽃같은 녀편네를 데리고… 할수없이 사는데… 어떤 사나이는… 보고봐도 싫지 않은 장미꽃같은…》

지껄이던 허홍대는 자기의 말이 지나쳤음을 직감한듯 곧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말입니다… 지내볼수록… 강준호국장이… 괜찮은 사람입니다… 키는 작고 몸은 비록 체소하지만… 일처리 하는걸 보면… 결패가 있고… 쇠소리가 나거든요. 리윤종당위원장이며 김석홍령감, 리억석부기사장을… 손안에 꽉… 틀어쥐고 흔드는걸 보우. 그것도 그렇지만 난 그가 홍형을… 직장장으로 임명하라고 하는걸 보고… 홍형에 대한 그의 사랑이 지극할뿐만아니라… 의리 또한 깊다는것을 알았소. 강준호국장이 사람볼줄을 안단 말입니다. 이제 오래지 않아 한등급 더 올리춘다니 그의 일을 잘 도와주시오. 그러면 앞으로 홍형이 기사장이나 지배인이 될지 알겠소…》

《원, 실장선생두… 별말씀을 다하세요. 우리 세대주가 기사장이나 지배인이 되다니요? 전 실장선생이 기사장이나 지배인이 되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세대주를 각근히 좀 돌봐주게…》

오매월이 해죽거리며 허홍대의 들뜬 마음에 부채질을 했다.

《아니, 나보다야 홍형이 몇배나… 났지요. 당성이 강하고… 계급성이 있구… 사업에선 원칙적이구… 게다가 전개력두 있구… 능력이 있구… 인간성이 있구… 홍형은 일군으로서 갖추어야 할 풍모를 빠짐없이 다 갖추고있단 말입니다.

난 강준호국장이 부상이 되는날엔… 알도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그렇습니까? 홍형…》

허홍대의 말에 홍학주는 벌씬벌씬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실장동무, 금방 한 우리 집사람 말마따나 조선소 기사장이나 지배인감이야 실지 실장동무지요.

아는것도 많겠다, 풍채 또한 름름하겠다, 언변 좋겠다. 정말 안성맞춤이지요.》

술에 잔뜩 취한 두사람은 상대방을 춰주느라 서떰벌해서 열을 올리였다.

벽에 걸린 괘종이 세사람의 지지부레한 말에 싫증이 났던지, 아니면 역겨워 더는 듣지 못하겠던지 큰소리로 두번을 뗑뗑 쳤다.

《아니, 벌써 두시인가?》

허홍대는 혼자말처럼 중얼거리더니 일어서기가 아쉬운듯 한참이나 궁싯거리다가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도 깊었는데 우리 집에서 쉬고 가세요. 가시다가 혹시 돌부리에라도 걸려 넘어지면 어찌겠어요.》

오매월이 상냥한 목소리로 권고했다.

《실장동무, 쉬고가는것이 좋지 않겠소?》

홍학주도 한마디 곁들었다.

《호박꽃같은 집사람이 기다리고있겠는데 가보아야지요.… 지난날 홍형과 알고 지내면서도… 이렇듯… 진짜배기 사람인줄은… 정말이지 몰랐댔습니다. 좋은 벗을 알게 되여… 기… 기쁘기가 한량없습니다. 자, 그럼… 페를 끼치고… 난… 갑니다.》

홍학주와 오매월이가 비척거리며 갈지자걸음을 걷는 허홍대를 문밖까지 따라나와 친절히 바래주었다.

《종종 놀러 오세요. 주량이 도량이라는 말이 꼭 맞음을 전 오늘 다시금 확인했어요. 실장선생의 넓은 도량이 저의 마음에 꼭 들어요.》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앞으로… 제 자주 놀러 온다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허홍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오매월의 아래우를 다시금 알알샅샅이 훑어보더니 비척비척 문밖을 나가 얼마쯤 걸어가다가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밀양아리랑》의 가락을 멋들어지게 뽑아댔다.

 

        …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본듯이 날 좀 보소

        …

 

허홍대의 고르롭지 못한 발자국소리와 건드러진 노래소리가 멀어져가자 홍학주와 오매월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쯤하면 하루하루를 얼렁뚱땅 살아가는 저 녀석도 푹 삶아놓은셈이지.》

《그래요. 앞으로 자주 데리고 오세요. 설계사업소 실정도 낱낱이 뽑아낼겸…》

《그러자구.》

홍학주는 술상을 치우려고 허리를 굽힌 오매월의 들린 치마폭을 슬쩍 건드렸다.

《원, 이런… 남 술상도 못치우게스리…》

《여보, 그거야 저쪽으로 밀어놓았다가 래일 아침에 치워도 되잖소.》

홍학주는 술기운이 올라 익은 앵두마냥 발개진 오매월의 밉지 않은 낯이며 웃음이 남실거리는 정찬 눈을 들여다보면서 거칠게 숨을 톺았다.

《좋아요. 몇년전 선대늘이는 일을 책임졌던 류경훈에게 사고를 치게 해서 쫓아냈듯이 태풍이 부는날 현도장지붕의 가름대못을 쥐도 새도 모르게 뽑아내서 최주식이를 잡아제끼고 조선소안을 들썩하게 한 그 공로를 생각해서라도 술상을 래일 치우겠어요. 한데 거기에 만족해선 절대로 안돼요. 그전에 얘기한대로 도면치수를 가지고 오그랑수를 쓰세요. 최주식이 없을 때도 사고가 일어났다는걸 보여줘야 그 녀석을 모함한것이 드러나지 않게 돼요. 그리고 조선소에서 내보냈던 녀석들이 돌아와서 앙심을 품고 일을 쓰게 못한다고 하면 꿩먹고 알먹는 격이 아니예요.》

《아, 참 됐소. 말이 연신기에서 쇠줄 늘이듯 왜 그리 기오. 그쯤한건 내 이미 다 생각이 있소.》

홍학주는 술내가 지독스레 내풍기는 입을 헤 벌리고서 개혀바닥같은 시뻘건 낯짝에 흉물스런 웃음을 띠웠다.

《그럼, 오늘은…》

오매월의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전에 방안의 불은 탁 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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