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물은 곬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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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잘 꾸려진 료양소에서 건강을 회복한 조문광은 강원도를 현지지도 하고계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 료양기일이 끝났음을 전화로 정중히 보고드린 후 곧 평양으로 올라왔다.

둥그스름한 그의 얼굴에서 줄곧 떠날줄 모르던 겹쌓인 피곤은 료양기간에 어디론가 깡그리 자취를 감추었고 원래 장대한 그의 체구는 몸이 나서 엄장이 더 대단해졌다.

조문광은 자기가 없는 사이에 벌어졌을 일들이 어떤것인지 자못 궁금하여 집으로보다 성으로 곧장 차를 몰아가게 했다.

팽팽하게 달아오른 대기와 열기를 확확 뿜어대는 아스팔트길을 조금이라도 식혀보려는듯 한줄기의 저녁바람이 차창곁을 스쳐지나갔다. 그러자 가로수의 푸르른 잎과 활짝 핀 화단의 아름다운 꽃들이 진한 향기를 풍기며 가볍게 설레이였다.

성청사에 도착한 그는 키가 작고 다부지게 생긴 성당위원장에게 자기가 돌아왔음을 얘기하고 내부사업을 담당한 오부상을 자기 방으로 불렀다.

《상동지, 료양기간에 병치료를 잘하셨습니까?》

오부상은 방에 들어서며 깍듯이 인사했다.

《부상동무가 그새 수고많았겠소.》

조문광은 오부상의 크지 않은 손을 따뜻이 잡아주며 친절하게 대답했다.

《내 없는사이 숱한 문제들이 제기되였겠지요?》

《그렇습니다.》

보통키에 몸이 알맞춤하게 난 오부상은 명민한 눈을 깜박거리며 싱글싱글 웃었다.

이어 그는 외국과 계약된 문제들의 리행정형과 촉구, 국내 여러 성들과의 협동작전문제, 성 산하공장 기업소들에서 벌어진 크고작은 문제들에 대하여 장시간에 걸쳐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조문광은 오부상이 한 많은 얘기중에서 크게 감동하고 놀란 문제가 세가지였다.

첫째문제는 몇년전 영포조선소에서 내보낸 조선공들을 위대한 김일성동지께서 한명도 빠짐없이 소환시켜주신것이였고 둘째문제는 난치의 병에 걸린 최주식을 국가수반들과 정부의 고위급간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병원에 자신의 명함으로 입원시키신것이였다.

반면에 조문광이 되게 격분한것은 오부상이 강준호에게 선박부문사업을 마음대로 처리하게 함으로써 영포조선소에 내려간 강준호가 현도장사고를 구실로 최주식에게 무보수로동책벌을 준것이였다.

(석달간이나 애써 한 현도를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으니 최주식이 책임을 지는것은 응당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강준호가 너무 극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는가. 새형의 선박을 뭇는 일이 한창일텐데 지배인도 없는 형편에서 기사장직무를 정지시키다니…)

조문광은 아무리 생각해도 강준호의 처사가 좀처럼 리해되지 않았다.

혹시 강준호가 새형의 선박무이를 해내겠다고 단호히 결의해나선 최주식을 못마땅하게 여기는것은 아닐가? 그렇다면 문제는 다르다. 하지만 설마 그렇기까지야 하겠는가.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는 조문광의 눈앞에는 현도공으로 내려가서 자기의 몸을 돌보지 않고 무리하게 일했을 최주식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아마도 그는 전쟁시기에 입은 부상쯤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현장에서 침식을 하며 몇달간을 꼬박 새웠을것이다. 워낙 일밖에 모르는 최주식이 아닌가.

그러니 그에게 병인들 어찌 접어들지 않을수 있을텐가. 한데 어찌다가 그런 난치의 병에 걸렸단말인가.

조문광은 최주식이가 중병에 걸린것이 마치도 강준호와 오부상에게 책임이 있는것만같이 여겨져 분이 부글부글 괴여올랐다. 그는 여느때같으면 자기 없는사이에 수고한 오부상에게 기분에 거슬리는 소리를 하지 않았을것이였으나 이번만은 도저히 참고 견딜수가 없었다.

《부상동무의 얘기를 듣고보니 제기된 일들을 비교적 원만히 처리했소. 하지만 강준호국장이 하자는대로 최주식기사장을 현도공으로 무보수로동을 시킨것은 잘못했소. 게다가 그 기간 기사장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제재조치를 취한것은 아주 큰 실책이요. 최주식동무가 위대한 수령님의 현지교시를 높이 받들고 새형의 선박건조를 책임지고서 대담하게 배무이작전을 설계하고 있는 힘을 다해 전격적으로 내밀고있는데 현도장에 현도공으로 붙잡아놓으면 배무이는 어떻게 하오? 조선소를 어떻게 지도할수 있느냐말요.》

조문광은 온곱지 않은 목소리로 오부상을 되게 질책했다.

오부상은 낯색이 벌거우리해서 머리를 숙인채 잠착히 앉아있었다. 그는 강준호에게 선박부문일을 자기와 토론을 한것으로 여기고 일체 처리하라고 이미 지시했던 까닭에 조문광앞에서 그 어떤 변명과 항변도 할수 없었다. 더우기 강준호가 최주식에게 준 처벌을 듣고 내심 지나치게 일을 처리한것 같다고 치부하고있던 오부상이였다.

《상동지, 제가 일을 잘못했습니다. 선박부문에 대해선 잘 모르기도 하려니와 다른 성으로 머지 않아 조동되여갈것 같기에 일을 주인답게 하지 못했습니다.》

오부상은 숙였던 머리를 들며 자신이 범한 실책을 심심히 뉘우쳤다.

《당의 요구에 따라 다른 일터로 조동되여 갈 땐 가더라도 가는 날까지야 성실히 일해야 할게 아니요. 앞으로는 그런 실책을 절대로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강준호동무에 대하여는 내가 좀더 알아봐야겠소. 오부상동무가 선박부문일을 전적으로 맡아 처리하라고 하면 열번 재고 한번 자르는 재단사의 심정으로 사업을 해야 할것이 아닌가. 난 강국장동무가 그런걸 분별 못할 일군이라고 보지 않소. 때문에 그의 독단과 주관이 어디에서 그렇게 나왔는지 리해할수가 없단말이요. 최주식동무에 대한 개인적감정인가. 아니면 그 어떤 그릇된 사상으로부터 출발한 문제인가. 어쩐지 내 생각엔 이번 일을 그저 스쳐버려선 안될 문제같소.》

매사에 신중한 조문광은 사리가 밝고 랭철했으며 충실성과 혁명성이 높을뿐아니라 원칙성과 책임성, 인간성과 군중성이 겸비된 일군이였다. 또한 그는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것에서 큰 문제를, 작은 현상에서 그 본질을 명백히 도출해낼줄 아는 능숙한 일군이였으며 나타난 과오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일을 잘해나가자는 립장에서 출발한것이라면 한두마디 따끔하게 충고를 주고마는 너그럽고 아량있는 일군이였다.

《부상동무는 가보시오. 내 강국장동무를 좀 만나보겠소.》

조문광은 오부상이 방에서 나가자 담배를 붙여물고 강준호를 전화로 부르려다가 그의 방으로 찾아가기로 작정했다.

조문광이 강준호의 사무실문을 가볍게 두드리자 안에서 거드름스러운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오시오.》

어찌보면 무심히 들을수도 있는 한마디였으나 조문광은 스쳐버릴수가 없었다.

말은 사상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 인간의 인격이기도 하다.

강준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거만해졌을가.

조문광은 아니꼬운 생각이 들었으나 전혀 그런 내색을 비치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윤기가 번지르르하게 도는 덩실한 사무탁앞에 앉아 무슨 문건인가를 보던 강준호는 방문자가 직속상관인 조문광임을 알아보자 용수철에서 튕기듯 자리에서 냉큼 일어나 언제 거드름스럽게 대답했던가싶게 입가에 상냥한 웃음을 띠우며 문가로 달리다싶이 마주 걸어나갔다.

직급이 아래사람이거나 낯모를 사람이 찾아왔을 때는 옆구리에 팔굽을 붙이고 작고 포동포동한 오른손만을 약간 내미는것이 고작이였으나 자기보다 상급일경우에는 지금처럼 몸이 날새마냥 가벼워지고 고분고분해지는 강준호였다.

《상동지, 료양지에서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강준호는 굵은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상냥하게 물었다.

《오늘 왔소.》

조문광은 그의 친절성이 역겨워 단마디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새 몸이 퍽 좋아지셨습니다.》

《…》

조문광은 말없이 그가 권하는 쏘파에 앉았다.

《상동지가 성청사에 안계시니 성이 텅 빈것만 같았습니다. 세대주없는 집처럼말입니다.》

발라맞추는 그의 말이 쓰거워 조문광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사람이 어쩌면 그리도 경망스럽고 앞뒤가 다를가.

속으로 뇌이는 그의 머리에는 《화살》이라는 잡지에서 본 풍자화가 문득 떠올랐다.

풍자화는 《화살》잡지의 반면을 차지했었는데 거기에는 한사람이 그려져있었다. 풍자화가의 기발한 착상은 바로 그 머리에 있었는데 숙인쪽은 상급앞이여서 아첨과 아양, 지나친 겸손이 넘쳐흘렀고 들린쪽은 군중앞이여서 오만함과 교만이 차있었다.

했으나 조문광은 이번에도 자기의 내심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았다.

《그래 선박부문에서는 사업이 잘돼가오?》

《상동지, 잘돼갑니다. 상동지가 안계시는데 선박부문에서 계획을 미달하면 제 체면은 물론 상동지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올리뛰고 내리뛰고 했는데 뛰여다닌 보람이 있어 동서해안의 조선소들과 선박수리공장, 어구공장들에서 전번달계획을 거의 다 수행했습니다. 다만 영포조선소에서만…》

강준호는 자랑섞인 말을 끊고 슬쩍 조문광을 바라보았다.

《영포조선소에서는 어떻게 되였소?》

조문광은 담화가 스스로 제곬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최주식동무가 일을 쓰게 못하여 현도장사고가 났는데 석달동안이나 애써한 현도가 령으로 되였습니다. 그것을 수습하다보니 그만… 일이 계획대로 추진되질 못했습니다.》

《아니, 최주식동무가 일을 쓰게 못한다는게 무슨 소리요? 그는 워낙 머리가 비상해서 선박부문에서는 그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극구 칭찬하던 국장동무가 아니요?》

조문광은 한입으로 두소리하는 강준호의 말에 더는 참지 못하고 이마살을 찌프리며 자기도 모르게 어성을 높였다.

《상동지, 최주식동무가 기사장으로 되기 전까지는 정말이지 일을 본때있게 잘했습니다. 그런데 기사장이 된 이후부터는 사람이 영 달라졌습니다.

그는 자기의 기술과 재능을 코등에 걸고 공명주의에 사로잡혔으며 교만해질대로 교만해졌습니다.

1년안에 도저히 할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위대한 수령님앞에 당돌하게 나선것이 그 단적인 실례입니다.》

《국장동무, 동문 지금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고있소? 수령님께서 바라시고 우리 당과 시대가 요구하는 배인 새형의 선박을 1년안에 무어내겠다는 최주식동무의 열정과 충성심을 그래 공명과 교만의 산물로 본단 말이요?》

조문광은 강준호를 끔쩍 못하게 다그어댔다.

강준호는 자기의 실언을 깨닫고 가느다란 목을 자라목처럼 움츠리였으나 수그러들지는 않고 교묘하게 발뺌을 했다.

《상동지, 그건 제말인것이 아니라 현도장사고심의회의때 조선소와 설계연구소일군들이 화살같은 비판을 들이댄 비판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국장동무는 최주식동무에게 반년동안이나 기사장직무를 중지시키였고 현도공으로 무보수로동을 하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글쎄 모두들 일어나서 최주식동무는 기사장자격이 없다고 날카롭게 비판을 들이대는데 전들 어떻게 합니까. 그들은 최주식동무에게 공명주의자이고 교만하며 안하무인이라고 하면서 기사장직에서 철직시켜야 한다고까지 강경하게 제기들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가 할수 없는 일이기때문에 상동지와 상급당에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조문광은 강준호의 말을 듣고보니 실로 기가 막혔다.

조선공들이 최주식을 철직시켜야 한다고까지 제기를 했단 말이지.…

조문광은 강준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려면 그들이 그런 제기까지 했을라구. 그러나 강준호가 보태서 말을 한다 해도 근거없이야 이렇게까지 과장할수 있겠는가.

그럼 내가 최주식이를 여적 잘못보았단 말인가. 아니, 최주식은 절대로 그런 인간이 아니다.

하면서도 그는 강준호를 단단히 추궁하려 했던 일을 얼마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런 때는 한쪽말만 듣지 말고 조선소에 내려가 군중의 의견을 들어보는것이 상책인것이다.

군중이야말로 일군들의 참된 스승이며 모든 문제를 가장 정확히 식별하는 시금석이며 사업의 주인인것이다.

조선소에 가본지도 오랜데 수일내로 내려가봐야겠군. 교시선박을 얼마나 무었는지 알아도 보고 제기되는 문제들이 어떤것인지 료해도 하고 최주식에 대한 조선공들의 의견도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조문광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자기 방으로 오니 책상우에는 무기명편지가 두통이나 놓여있었다. 겉봉을 뜯어보니 영포조선소 기사장 최주식은 기사장자격이 없으니 철직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조문광은 속이 영 좋지 않아 얼굴을 찡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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