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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치않은 인생길을 걸어가느라면 사람마다 작거나 크거나간에 서로 상반되는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행복과 불행이 엇갈려 찾아오거나 혹은 어깨나란히 찾아오는 경우가 드문하게 있는법이다.

류선화는 저녁쌀을 일어 가마에 안치고 부엌아궁앞에 앉아 불을 때면서 자기의 삶은 보다 많이 후자에 속하는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어쩌면 자기의 생은 그리도 종잡을수가 없는것일가.

기다란 참나무부지깽이로 아궁에 불을 몰아넣는 그의 머리에는 지나간 나날에 맺히고 얽힌 가지가지의 추억이 둥치굵은 나무에 겹겹이 아로새겨진 년륜마냥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겨우 밥술이나 먹으면서도 왜놈의 등쌀에 갖은 천대와 멸시, 모욕을 받으며 살아오던 그는 희망이 나래치고 새삶이 약동하는 해방년에 마음씨 무던하고 인정이 많던 어머니, 룡강 옥도리출신의 부지런한 어머니, 린근마을에는 물론 남포, 평양에까지 미인으로 소문이 짜하게 났던 사랑하는 어머니를 일찌기도 병으로 잃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슬하에서 사랑을 독차지하고있던 류선화는 전쟁이 일어나자 참된 삶의 보금자리인 조국을 지키려 용약 전선으로 달려나갔었고 사단군의소에서 간호원으로 있는 힘을 다해 일했다.

그때 류선화의 나이는 두번다시 오지 않을 꽃나이시절이였다.

어머니를 닮아 한떨기 장미꽃으로 활짝 피여난 그에게 일부 렴치없는 사나이들이 꽃본 벌나비마냥 달려들어선 없는 너스레, 없는 웃음, 없는 용기, 없는 지혜를 짜내면서 어떻게든 그를 꾀이려고 오그랑수를 다 썼다. 했으나 쾌활하면서도 명랑하고 총명하면서도 현숙한 류선화는 그런 사나이들의 허영에 가득찬 심정과 한때를 즐기려는 그들의 엉터리없는 생활관점을 예리한 눈으로 투시하면서 순정을 지키였으며 진정으로 참다운 한 사나이를 마음속에 점찍어놓았으니 그가 바로 《호랑이소대장》으로 적땅크를 세대나 까부시고 부상당한 최주식이였다.

그와의 사랑이 드디여 열매를 맺어 행복이 무르녹을무렵 가정에 찾아든 불상사들…

류선화는 생각할수록 절통했다.

그런데 심보 고약한 일부 아낙네들은 최주식의 병이 중하여 소생하기 어렵다고 뇌까려댔다.

(아니, 그이는 절대로 잘못되지 않아. 불바다속을 헤쳐온 그이가 행복한 오늘에 와서 잘못되다니…)

류선화는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강잉히 뇌이였다.

《얘, 새아기야. 밥이 타는것 같구나.》

요며칠째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몸져누운 차씨의 말에 류선화는 펀뜩 정신이 들어 아궁속의 불을 서둘러 끄고 뜨겁게 단 밥가마를 부엌바닥에 내려놓았다. 그가 덴듯싶은 두손을 량쪽귀부리로 가져가는데 밥탄내가 부엌이며 방안에 차고넘친다.

《어머니, 미안해요.》

죄송함으로 량볼이 발깃해진 류선화는 진정으로 사과했다.

기나긴 나날 갖은 세파를 다 겪어온 차씨는 최주식이 병원에 입원하자 마음이 텅 빈듯 허전하기 그지없었으나 그런 내색은 조금도 겉으로 내비치지 않고 오히려 아리잠직한 류선화를 동정했다.

속이 깊고 일손이 여문 류선화가 오죽했으면 저녁밥까지 태웠을텐가.

《너무 걱정 말아라. 그애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전쟁때 부상당한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을 너무 무리하게 한 까닭에 몸이 쇠약해질대루 쇠약해졌구 몸이 쇠약해지니 병에 걸릴수밖에 더 있느냐. 평양 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게 되였으니 아마도 이제 병을 깨끗이 털어버리구 개선장군마냥 싱글벙글 웃으며 돌아올게다.》

류선화는 가슴이 찌르르해졌고 쌍겹이 진 고운 눈엔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때보아도 궂은 소리 한마디 안하고 자기를 애지중지 극진히 돌봐주는 차씨였다.

웬만한 녀인같으면 자기가 집안에 들어오자 불행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며 온갖 지청구를 다 했으련만 차씨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병석에 누웠기에 망정이지 류선화가 현장에 나가 조선공들을 성심껏 치료하느라 수고한다며 조석끼니를 어김없이 끓이였고 그렇게 말리는데도 집안의 크고작은 일을 도맡아했으며 입쓰리하는 그의 입맛을 돋궈주려고 상점에 나가 철늦은 딸기며 복숭아며 풋사과 등속을 한구럭씩 사오군 하는 차씨였다.

《새애기야, 내 요지음 몸이 아파서 며칠동안 자리에만 누워있었더니 먹은것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는구나. 그래 누룽지를 좀 먹었으면 했었는데 마침 잘되였다. 숭늉에 말아먹도록 거 누룽지를 한사발 좀 퍼다다고.》

차씨의 정담긴 말에 류선화는 눈처럼 하얀 행주치마를 물기어린 눈굽으로 종내 가져다대고야말았다.

어쩌면 어머님의 마음이 그리도 착하고 선하실가.

류선화는 이렇게 생각하며 차씨와 밥상을 마주하고앉았다.

이윽고 저녁식사를 끝내고 류선화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차씨가 그를 불러앉히였다.

《새애기야, 아버지가 교시선박을 뭇느라 현장에서 침식을 하며 일을 하신다는데 밥이랑, 찬이랑 정성껏 만들어다 대접해드려라. 나이가 들면 그저 밥이 힘이니라. 식사를 잘해야 일을 꽝꽝 할게 아니겠니.

그리고 내 이미 몇번씩이나 말을 했는데도 네 어째 호일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거냐.

조국을 위해 싸우다 잘못된 그애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네나 내가 그애를 잘 키워야 한다.

어른들만 있는 우리 집에, 더우기 네가 일을 나가면 내 혼자 있는 우리 집에 그애를 데려오면 너도 좋고 나도 좋지 않겠느냐. 내 말동무도 되고…

재삼 얘길 한다만 오늘래일중으로 그애를 꼭 데려오너라. 알겠니?》

차씨는 진정을 담아 말했다.

《어머니, 알겠어요. 전 지금껏 그애를 데려오면 병약한 어머니에게 부담이 될가봐 그랬어요. 철없는게 장난질이라도 해서 어머니의 속을 태워드리면 어떻거나 하고말이예요.

어머니의 말을 귀담아 듣고보니 제 생각이 확실히 짧았어요. 제 래일이 아니라 오늘밤에 그애를 꼭 데려오겠어요.》

《그래라. 오늘밤을 넘길게 없지…》

차씨는 이마에 패인 굵고가는 주름을 펴며 환히 웃었다.

그때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다급히 나더니 《어머님 계십니까?》하고 부르며 리윤종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류선화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리윤종에게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고 차씨가 《어서 오시우》하며 친절히 맞았다.

《식사가 늦었군요.》

《그리 됐수다. 식사는 하고왔수? 식찬이 변변치 않지만 한술 더 하시지.》

《전 금방 먹고오는 길입니다. 그래 어머님병은 좀 어떻습니까?》

《새아기가 고수련을 잘해줘서 병세가 한풀 깔아앉았수다.》

리윤종이 자리에 앉으며 하는 우선우선한 말에 차씨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니와 아주머니한테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자고 들렸습니다.》

《기쁜 소식이라니요?》

리윤종은 몹시 궁거워하는 차씨와 류선화를 번갈아보며 격정에 넘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기사장동무의 병상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하시고 국가수반들이나 고위간부들만이 입원할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병원에 기사장동무를 입원시키도록 조치를 취해주셨습니다.》

《국가수반급들이나 입원할수 있는 외국병원에?…》

《아니, 그게 정말이예요?》

차씨와 류선화는 너무나도 뜻밖의 일에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며 반문했다.

《아무렴, 당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

《!》

차씨의 눈에도, 류선화의 눈에도 걷잡을수 없는 행복과 감격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원, 세상에… 이런 꿈같은 일이 다 있다니…》

《참말이지 세상엔 나라도 많고 수령도 많지만 우리 수령님처럼 위대한분이 더는 없을거예요.》

차씨와 류선화가 목메여 부르짖는 말을 리윤종이 받았다.

《그렇습니다. 동서고금  그  어느  나라  력사를  들춰보아도  혁명전사를  그렇듯  아끼고 사랑하시는 위대하고 위대하신 김일성동지같으신분은 없지요.》

최주식의 크지 않은 수수한 단층집에는 온 나라 인민의 크나큰 행복과 기쁨이 다 차고넘치는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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