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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몇년전에 나갔다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배려로 다시 공장으로 돌아온 조선공들속에는 류경훈이도 끼여있었다. 그들을 맞이한 최주식의 마음은 기쁘기 한량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온 다음날 시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입원한 최주식의 살이 빠져 초췌해진 얼굴에는 비를 안은 구름마냥 짙은 그늘이 끼여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조선소에서 뼈가 부서지고 살이 터지도록 마음껏 일을 해보고싶은데 병원에서 그를 《억류》시킨것이였다.
최주식은 담당의사와 간호원을 슬슬 구슬려도 보고 간절히 사정도 해보았으며 나중엔 교시선박을 제기일에 뭇지 못하면 병원에서 책임을 지겠느냐고 문제를 크게 걸어 엄포도 놓아보았지만 그들은 귀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생각다 못해 그는 기술부원장과 원장, 병원의 초급당위원장까지 만나보았으나 허사였다.
최주식은 할수없이 사과밭을 습격하는 장난꾸러기 애들마냥 높지 않은 시병원담장을 넘어 《탈출》하려고 몇번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각성높은 병원 경비원아바이한테 들켜 그 일마저 성공을 보지 못하고 《체포》되군했다.
일욕심은 분초를 다투어 부글부글 괴여올랐다.
최주식의 그런 애타는 심정과 사업의욕에 감복된 병원원장은 그의 상두대에 전화기를 놓아주었고 요일에 관계없이 면회하도록 《특혜》를 베풀어주었다.
최주식은 조선소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일을 손금들여다보듯 환하게 알수 있었다. 그래 그는 배뭇는 일에 조언도 주게 되였다.
최주식은 《배무이방해군》이라고 원장을 욕하던것은 까맣게 잊고 《우리 원장선생이 제일》이라고 입이 닳도록 치사했다.
원장은 허허 웃었다.
《내 기사장동무처럼 〈별난 사람〉은 처음보오.》
《〈별난 사람〉이래도 좋고 〈못난 사람〉이래도 좋습니다. 조선소와 숨결이 이어지니 못살것 같던 병원에서도 살만합니다.》
최주식이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배구선수처럼 키가 큰 보건성의 송두성국장이 내려와 그의 검진결과를 깐깐히 료해하고나서 평양의 큰 병원으로 데리고올라간 때문이였다. 조선소에서 얼마 상거하지 않은 시병원에 있을 때는 전화로, 혹은 짬시간을 내여 찾아오는 조선소일군들과 조선공들, 설계사업소 일군들의 말을 통해 현장에서 벌어지고있는 일들과 배무이진척정형, 제기되는 일체 문제를 환히 알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알수가 없게 되였다.
최주식은 조선소를 떠난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치 몇달이나 흘러간듯 싶었다. 그런데도 평양병원에서는 기러기가 물을 그리워하듯 최주식이 조선소를 한시도 못잊어하는 그 절절한 심정엔 전혀 개의치 않고 체온과 혈압을 재는것으로부터 시작하여 혈액검사며 뇨검사, 심전도와 뇌파, 렌트겐촬영 등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 검진했다.
그 모든 검진에는 유능한 외과의사이며 우리 나라뿐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있는 송두성국장이 직접 참여하였다.
최주식은 일이 무척 바쁜 송두성이 보건성일을 전페하다싶이하면서 자기를 극진히 돌봐주고 생각을 끔찍이 해주는 그 마음이 더할나위없이 고마웠으나 오지도가지도 못하게 병원에 붙들어두는데는 딱 질색이였다.
하루를 열흘맞잡이로 일해도 성이 차지 않을 때인데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화가 머리끝까지 잔뜩 치밀어오른 최주식은 더는 참을래야 참을수 없어 송두성에게 들이댔다.
《국장동지, 이거야 너무하지 않습니까. 어째 저를 중병에 걸린 환자처럼 대합니까? 빨리 조선소로 내려가도록 해주십시오. 전 하루가 아니라 한시라도 배뭇는 현장에 붙어있지 않으면 사는것 같지를 않습니다. 한데 현장을 떠난지 벌써 며칠쨉니까. 여기에 더 있다간 정말이지 속이 타서 온몸이 재로 될것만 같습니다. 승인을 안해주시면 제스스로 내려가겠습니다.》
《뭘? 속이 타서 여기에 있다간 재로 될것 같다? 그리고 제스스로 조선소로 내려가겠다? 자기를 정성다해 돌봐주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오히려 화를 낸단말이지? 내 한생을 보건부문일군으로 지내오지만 동무같이 인정머리없는 사람은 보다보다 처음이요.
기사장동무도 전쟁시기 군대에 복무해봐서 잘 알테지만 하급은 상급에게 절대로 복종하게 되여있지 않소? 의사와 환자간도 마찬가지요. 직급이 아무리 높아도 환자는 의사에게 무조건, 절대 복종해야 하는거요. 하물며 기사장이 국장앞에서 큰소리를 친다? 하긴 내 누구에게선가 동무가 전쟁시기 대학엘 가라고 하는 사단 간부과장동무앞에서 못가겠다고 되게 책상을 두드렸다는 얘길 들었소. 그리고 상동지앞에서까지 기사장으로 못가겠다고 했다는 말도…
여보, 기사장동무. 동무는 고집과 병사이에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것을 알아야 해. 정열이 있구 재간이 있어도 건강치 못하면 무용지물이야. 배도 건강해야 무을수 있는거구 혁명도 건강해야 하는거요. 건강하지 못하면 성쌓고 남은 돌이 된단말요.》
송두성은 웃으며 태연스레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지금 여간만 큰 시름이 배겨있는것이 아니였다.
어쩌면 저렇게도 일욕심이 많고 정열적이고 재능이 번뜩이는 젊은 기사장이 난치의 병에 걸렸단말인가.
위대한 수령님께 이제 과연 어떻게 보고를 드려야 할것인가. 최주식의 병상태를 그대로 말씀드리면 그이께서 얼마나 심려하실텐가.
최주식은 그런것도 모르고 조선소로 내려보내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부리고있다.
《국장동지, 제 병이 도대체 어떤 병입니까?
솔직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시병원에서 일단 검진을 했으면 되였지 무엇때문에 평양까지 와서 검진을 그렇게도 깐깐히 하며 의사협의회를 몇차례씩이나 하는가 말입니다. 전 도저히 리해할수가 없습니다.》
《그건말이요 기사장동무. 하찮은 병이여서 진단을 똑바로 내리기 위해서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보면 일은 항상 하치않은, 아주 별치않은것에서부터 시작될 때가 많단말이요. 그래서…》
송두성이 말을 이으려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나이가 지숙한 병원원장이 방에 들어섰다. 그는 송두성의 옆으로 오더니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국장동지, 위대한 수령님께서 국장동지를 부르십니다.》
《알겠소.》
송두성은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입원실을 나서는 그의 얼굴은 무척 긴장되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