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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시계가 석점을 친지도 퍼그나 오래다.

불을 끈 합숙에서 류경훈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치닥거렸다. 잠에 들려고 해도 좀처럼 들수가 없다.

그의 귀엔 사고심의회에서 한 강준호의 사형선고같은 말이 공명되여 크게 울려왔다.

《류경훈이를 다시 탄광으로 보내도록 하오. 그의 뒤엔 사고가 늘 따라다닌단말요.》

류경훈은 가슴이 아팠다.

평생 배운 배무이기술을 새형의 선박건조에 깡그리 쏟아부으려 한것이 된서리를 맞은것이다.

생각할수록 그는 자기가 처신을 바로하지 못한게 후회되였다.

탄광에서 여기로 오지 않았으면 이런 참혹한 봉변을 당하지 않았을것이 아닌가. 기사장을 하는 사위의 립장을 난처하게 만들지도 않았을것이고.

(아, 내가 어리석었지. 나이를 헛먹고 헛살아왔어. 한번 쓴맛을 봤으면 채심해야 하는건데. 그렇지 못했거든. 한생을 배쟁이로 살아왔다고 하여 최주식의 말을 고맙게 여기로 온게 잘못이지.)

류경훈은 이제와서 그 누구를 탓할게 없다고 단정했다.

(내가 조선소에 있으면 주식이나 선화에게 앞으로 더 큰 마음속고통을 줄수가 있어.

그들의 단란한 생활에 웃음만을, 기쁨만을 보태주어야 할 내가 괴롬을 끼친다는게 말이 되는가. 아니, 그래선 안돼. 그들의 짐이 되여선 안되구말구. 그러자면?… 조선소를 떠나야 한다.)

그는 자기를 우대하던 리윤종이며 리억석, 김석홍이며 김용택 등 조선공들에게 실로 미안한감이 없지 않았으나 정든 조선소를 뜨기로 결심했다.

(선화에게만 얘기하고 탄광으로 가자. 거기 가서 당과 수령을 위해 힘껏 일하면 될게 아닌가.)

그 이튿날은 토요일이였다.

강연회를 마치고 회관문을 나서던 리윤종은 최주식이로부터 류경훈이가 탄광으로 떠나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조선소를 떠나다니?

리윤종은 자기 방에 돌아와서도 오래동안 류경훈에 대하여 생각했다.

강준호의 말을 들은 그의 마음이 무척 괴로왔으리라. 아마도 밤잠을 못잤을수도 있지. 그렇다고 하여 조선소를 떠나기까지 한단말인가.

리윤종은 류경훈을 그런 길로 내몬 강준호에 대한 분격이 치밀어올랐다.

너무하군. 너무해.

그는 입속으로 뇌이며 주먹을 꽉 틀어쥐였다. 하지만 리윤종은 인차 자기를 뉘우쳤다.

내가 왜 가슴아파할 류경훈이를 만나보지 못했을가. 오죽했으면 류선화에게만 얘길하고 슬그머니 떠났겠는가. 이것은 나의 당사업에서 부족점이다.

한편 그는 최주식에게 여간만 미안하지 않았다.

배뭇는데서 제일 애로되는것이 기능공문제라면서 류경훈을 조선소로 데려오기 위해 그 몇번을 탄광으로 오간 최주식이 아닌가. 그렇게 데려온 류경훈이를 내가 따뜻이 품어주지조차 못하다니… 늦었지만 이제라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줄담배를 피우며 방안을 오락가락하던 그는 책상앞으로 다가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조직부위원장동무의 방에 대오. 부위원장동무요? 내 리윤종입니다. 류경훈아바이문제때문에 령대탄광에 좀 갔다오겠소. 예, 이 길로…》

그는 전화를 끝내자 모자를 쓰고 곧 방을 나섰다.

날씨는 그의 마음처럼 음산했다.

서산에 걸려있는 해는 무거운 비구름에 가리워있고 차고 눅눅한 바다바람이 서해에서 불어왔다.

리윤종이 기차를 두번씩이나 갈아타면서 령대역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넘은 깊은 밤이였다.

캄캄한 하늘에서는 비가 줄금줄금 내리고있었다.

그는 비그을 생각이 없어 물고인 진탕길을 철버덕거리며 탄광당위원회로 찾아갔다. 옷은 그사이 함빡 젖었다.

경비를 서던 탄광당위원회 선전부 지도원이 그의 신분증을 보더니 비오는 밤길을 걸어오기에 수고많았겠다며 젖은 옷을 갈아입으라고 작업복을 내놓았다.

리윤종은 사양했다. 류경훈을 한시바삐 만나보고싶었다.

그의 마음을 넘본 선전부지도원은 교대를 깨워 경비를 세우고 리윤종을 합숙까지 친절히 안내했다.

리윤종은 그에게 고맙노라고 인사를 하고나서 류경훈의 호실에 들어섰다.

류경훈은 혼자 있었다.

《아니, 당위원장동무가 어떻게?…》

팔베개를 베고 누워있던 그는 자리에 일어나 앉으며 놀라와했다.

《다른 동무들은 밤일을 나갔습니까?》

류경훈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자기의 여벌옷을 리윤종의 앞에 꺼내놓았다.

리윤종은 홈빡 젖은 옷을 벗고 마른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호실주인이 내놓는 담배를 붙여물었다.

《당위원장동무, 뭘 좀 요기해야지요? 내 식당에 제꺽 갔다 오겠수다.》

《먹고싶지 않습니다.》

리윤종은 담배연기를 내불고 말을 이었다.

《아바이, 얘기도 하지 않고 그렇게 슬쩍 떠나오는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 당위원장이란 사람이 일을 쓰게 못해도 가면 간다고 한마디쯤은 할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내 잘못했수다.》

그러지 않아도 그 일을 자책하고있던 류경훈은 눈을 내리깔았다.

리윤종은 미안쩍어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낮으나 절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바이, 조선소로 다시 돌아갑시다. 배를 뭇는데 고급기능공이 부족해서 쩔쩔매는판에 여기와 있다는게 말이 됩니까. 지금 최기사장은 현도장에 나가 밤을 패우고있습니다. 그런데 한다하는 아바이가 탄광에 와서 배무이를 관망하려 하다니요.》

《당위원장동무, 날 그렇게 믿어주니 고맙기 그지없수다. 하지만 내 다시는 조선소로 되돌아갈 마음이 없으니 그 말을 더 꺼내지 마시우.》

류경훈은 딱 거절했다.

리윤종은 담배를 깊이 들이빨았다가 연기를 길게 내뿜고나서 높지 않은 어조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바이, 조선소를 떠나 여기로 온건 도피입니다. 탄광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바이가 있을 곳은 조선소지요. 손에 익고 몸에 밴 조선소일을 그만두고 탄광에서 일하겠다는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조선공들이 모두 아바이가 돌아오길 기다립니다.》

《당위원장동무, 내 이제도 말했지만 날 설복할 생각일랑 아예 마시우. 도피분자라고 해도 난 절대로… 다시는 가지 않겠소.》

리윤종이 밤새도록 얘길했으나 류경훈의 마음속에 들어앉은 뿌리깊은 《바위》는 쉬이 깨뜨릴수가 없었다.

(화살은 바위를 뚫을수 없어도 락수물은 바위를 뚫는다고 했지. 내 오늘은 비록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지만 열번이고 백번이고 찾아와 조선소로 데려가고야말리라. 진정을 주고 믿음을 주면 그의 마음은 반드시 움직일것이다.)

리윤종은 굳게 다짐하며 령대역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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