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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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기계공업계약차로 퍼그나 오랜 나날 조국을 떠나있던 기계공업상 조문광은 귀국하자마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 외국에서의 사업정형을 일일이 보고드리고나서 곧장 최주식기사장이 일하는 영포조선소로 내려갔다.

해방전 동해안의 어느 기계공장에서 로동자로 일하던 그는 해방후 수령님의 높은 정치적신임과 배려에 의하여 상으로,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성장한 일군이였다. 남달리 키가 크고 그에 맞게 몸이 드레지며 군턱이 질사한 둥그스름한 얼굴에 눈이 억실억실한 조문광은 장대한 체격에 어울리게 사업을 통이 크고 시원시원하게 전개해나갔으며 일욕심 또한 여간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인정미가 후더웠고 다심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것은 속이 좁고 주대가 없으며 열정과 패기가 없고 쪼물짝한것이였다.

조문광은 하늘색 승용차를 타고 조선소정문에 들어서자 대번에 마음이 흡족했다.

쌀쌀한 해풍이 옷깃으로 스며드는 늦은 겨울, 정확히 말하면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이 서로 철다툼을 하던 때에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이곳을 찾았을적엔 길가에 파헤쳐놓은 구뎅이와 흙무지가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쌓여있었는데 지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일매지게 포장한 구내도로가 넓고 곧게 탁 틔여있었으며 갓 심어놓은 애어린 가로수들은 가벼운 살랑바람에 제법 푸른잎새를 한들거렸고 규모있게 꾸려놓은 화단에서는 봄꽃이 한창 떨기떨기 피여 그윽한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있었다. 그리고 조선소구내의 나지막한 남산도 아담한 공원으로, 조선공들의 휴식터로 꾸려져있었다.

(새형의 선박을 무으면서 최주식이 이런 일들을 했을테니 그가 얼마나 수고했을텐가.)

입속으로 뇌이는 조문광의 머리에는 문득 최주식을 불러 당중앙위원회의 위임으로 그를 이곳 조선소기사장으로 임명하던 일이며 그때 얼굴이 꺼멓게 질려가지고 자기는 아직 그런 큰일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제발 취소해달라고 《호랑이소대장》답지 않게 사정하듯 말하던 모습이 마치도 어제있은 일이런듯 생생하게 떠올라 입가에 느슨한 웃음을 띠웠다.

최주식기사장은 역시 내밀성이 있는 일군이야. 한번 하자고 마음먹은 일은 억척스레 해제끼거든!

조문광이 이런 생각을 하며 행정과 당위원회가 함께 들어있는 청사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였을 때 작업복을 입고 현장으로 나가던 최주식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며 반갑게 인사했다.

《상동지, 외국출장길에 무고하셨습니까?》

《별고 없었소. 그런데 동무의 몸이 몹시 축갔구만.》

조문광은 최주식의 살이 내린 얼굴을 보자 가슴이 알찌근했다. 일에 얼마나 넋과 힘과 정열을 쏟아부었으면 둥실하던 얼굴에 광대뼈가 도드라졌겠는가.

그렇게 보아 그런지 몸에 꼭 맞던 옷도 훌렁해보였고 눈도 데꾼해졌다.

《저야 뭐… 지금 조선공들과 기술자들이 배가의 힘을 내여 열성적으로 일하고있습니다.》

《기사장동무, 내 여기로 오면서 다 봤소. 구내도로확장공사도 마감짓고 가로수도 심고 화단도 조성하고 남산에 휴식터도 훌륭하게 만들어놓았더구만. 몇달사이에 조선소가 일신했소. 그 바쁜속에서도 조선소외부를 공원처럼 꾸리느라 정말 수고했겠소.》

조문광은 최주식이가 해놓은 일을 진심으로 치하하고나서 물었다.

《시병원에 입원해있는 지배인동무의 병은 좀 어떻소?》

선뜻 대답을 못하고 주밋거리는 최주식의 얼굴은 단풍나무잎처럼 발개졌다.

《저… 요지음은 일에 다몰려 병문안을 가보지 못했습니다.》

《가볼걸 그랬소.》

조문광은 스쳐지나는 말처럼 한마디 했다.

최주식은 머리를 숙이였다. 너무나도 응당한 지적이였다.

《상동지, 제 잘못했습니다. 꼭 자주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최주식의 머리에는 문득 허홍대가 요덕에 사는 처조카 결혼식에 가기 위하여 휴가를 신청했을 때 설계가 바쁜 이때 실장이 자리를 뜨면 어쩌는가고 승인해주지 않은 일이 스쳐지났다.

조문광은 자기의 말을 깊이있게 받아들이는 최주식의 허심한 태도가 대번에 마음에 들었다.

《부족점을 알았으면 됐소. 고치면 되는거지. 어디 결함없는 사람이 있소? 나부터도 사업과 생활에서 부족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요.》

조문광은 머리를 수굿하고 자책에 잠겨 서있는 최주식의 마음을 눅잦혀주고나서 당위원장이며 리억석부기사장이며 김석홍아바이들도 다 잘들 있는가고 물었다. 최주식은 그들이 현장지휘부에서 침식을 하며 일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도 거기에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문건결재시간만 사무실에 들리군하였으나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기사장동무, 그럼 사무실로 들어갈것 없이 현장을 돌아보기요. 주인없는 방에 들어가선 뭘하겠소.》

《…》

조문광과 최주식은 나란히 서서 현도장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해감내와 짠맛을 안고 불어오는 바다바람이 그들의 봄옷자락을 어리광부리듯 가볍게 날리였다.

《배뭇는 일은 어떻게 돼가오? 설계는 얼마나 진척되고?…》

《상동지, 설계는 절반 좀 남짓했습니다. 새로 지은 현도장에서는 설계가 나오는 차제로 현도를 하고있으며 현도한것은 가공직장에 넘기고있는데 현상태에서 설계와 현도, 가공능력이 딸립니다. 기중기조립은 거의 완성되여가고있으며 선대확장공사도 웃부분은 이미 끝냈고 바다쪽으로 면한 아래부분만이 남아있을뿐입니다.》

《많은 일을 했구만. 그런데 설계와 현도, 가공능력이 딸리는것은 무엇때문이요? 원인을 찾아봤소?》

《저… 그것은…》

최주식은 잠시 말을 갑자르다가 힘없이 대답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문제입니다. 해야 할 많은 일감에 비해볼 때 유능한 기술자들과 경험있는 기능공들의 수가 부족됩니다. 그것은 앞으로 선박을 완성하게 될 선박완성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일것입니다.》

《유능한 기술자들과 경험있는 기능공들이 적어 그렇다? 그래 그 해결책에 대해선 생각해보았소?》

조문광은 걸음을 멈추고 최주식의 옆얼굴을 기대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모색해보았는데 신통한 방안이 서지 않습니다. 그래 앞날을 생각해서 긴장한 일을 하면서도 하루 2~3시간씩 기술기능전습을 시키고있습니다.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조선소일은 더더욱 몸에 푹 배야 제 능력껏 일할수 있는것이 아닙니까. 리론이 곧 실천을 의미하는것은 아니니말입니다.》

《그건 그렇소.》

조문광은 수긍했다.

《상동지, 저…》

최주식은 말을 하려다말고 조문광의 기색을 슬쩍 살펴보았다.

조선소에서 몇년전에 내보낸 여러명의 기술자들과 유능한 기능공들을 믿고 다시 데려다 썼으면 좋겠다고 말하고싶었으나 어쩐지 선뜻 말이 나가지 않았다. 전번날 현장지휘부천막안에서 리윤종, 리억석, 김석홍, 홍학주에게 그런 의향을 비쳤다가 대번에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라는 말을 들은데다 강준호가 전화로 그들을 단 한명도 데려올수 없다고 성이 나서 한 말을 들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춤거리지 말고 생각하고있는것을 그대로 말해보오.》

조문광이 독촉했다.

최주식은 말없이 몇걸음을 더 옮기다가 혹시 조문광만은 이 문제를 풀어줄수도 있지 않을가 여겨져 자기의 마음을 속시원히 털어놓았다.

그러자 조문광의 얼굴표정은 좀전과 달리 퍽 심각해졌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최주식에게 먼저 권하고나서 자기도 한대 붙여물었다.

최주식은 걸음을 옮기는 조문광을 보며 속을 바재였다.

이제 상동지가 뭐라고 할것인가. 어렵지만 그런 문제쯤은 능히 풀수 있는것이라고 할가? 아니면?… 제발 해결할수 있는 문제라고 했으면…

하지만 조문광의 대답은 최주식의 불안에 찬 마음을 무더운 여름날의 단비처럼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했다.

《기사장동무, 그건 어려운 문제구만.》

조문광은 이렇게 대답하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하긴 일단 조선소에서 내보낸 사람들을 다시 데려오는 문제인데 수월치 않을테지.

최주식은 조문광을 딱한 립장에 빠뜨려놓은 자신이 몹시 민망스러웠다.

《상동지, 애타는 저의 마음을 그대로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최주식은 사죄하듯 말했다.

《아니요. 내가 오히려 동무의 청을 선뜻 못풀어주어 미안하오.》

조문광의 가식없는 대답에 최주식의 마음은 더더욱 송구해졌다.

《상동지, 제 우리 참모일군들과 좀더 진지하게 방도를 의논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오. 토론을 거듭하면 좋은 안이 나오겠지. 나도 관심을 돌리겠소.》

두 일군은 현도장에 이르렀다.

유지와 비닐로 지붕을 해씌운 넓은 면적의 현도장에서는 류경훈이며 김용택, 김영백 등 현도공들이 1:1 현도를 하고있었는데 그들의 눈은 벌겋게 충혈이 지고 입술은 조갈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정기로 빛났고 몸에서는 지칠줄 모르는 정력이 넘쳐 흐르고있었다.

《수고들하오. 아마 밤을 꼬박 밝히며 일들을 하는 모양이구만.》

조문광은 종전의 기분을 가시고 환히 웃으며 머리숙여 인사하는 그들에게 담배곽을 통채로 내놓으면서 피우라고 했다.

《상동지, 현도를 제 힘으로 맡아할만한 현도공들이 도제 몇명뿐이여서 이 동무들이 밤을 밝혀가며 긴장한 전투를 진행하고있습니다.》

최주식이 설명했다.

조문광은 여기로 오는 길에 최주식이가 한 말이 상기되면서 일단 일에 몸을 잠그기만 하면 우는 소리를 전혀 할줄 모르는 그가 오죽했으면 조선소에서 몇년전에 내보낸 기술자들과 기능공들을 다시 데려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겠는가 하는것이 새삼스럽게 되새겨졌다.

《동무들, 일이 힘에 부치지요?》

《상동지, 힘에 부칩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새형의 선박을 무어내는 긍지와 자부심이 더 큽니다.

수령님께서 우리 조선소에 찾아오시여 새형의 큰 배를 무으라고, 그래야 인민들의 식탁이 푸짐해지고 국방력도 강화할수 있으며 대외무역도 발전시킬수 있다고 하신 교시를 관철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 피곤과 잠은 멀리로 달아나고 가슴속에서는 용기가 솟아납니다.》

다부지게 생긴 김용택의 열정적인 말을 체소한 김영백이가 제꺽 받았다.

《반장동무의 말은 우리 현도공들모두의 심정입니다. 상동지, 우릴 믿으십시오.》

조문광은 최주식이 제기한 안을 풀어주지 못한것으로하여 무겁던 마음이 불시에 가벼워지면서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로동계급속에 들어가면 매양 느끼는바이지만 이곳 조선공들의 기개는 얼마나 높고 강직하며 의지는 얼마나 투철하고 신념은 또한 얼마나 확고부동한가.

그의 머리에는 문득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이곳 조선소로동계급은 왜놈들이 무으려고 애쓰다가 끝내 무어내지 못한 강철선 《신흥호》를 해방후 3년만에 맨주먹으로 무어낸 영웅들이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수령님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이곳 조선공들은 과연 훌륭한 로동계급이로구나!)

조문광은 수령님의 교시를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는 이들의 드팀없는 관점이 썩 마음에 들었다.

《동무들, 수고하오. 나는 동무들이 새형의 선박건조에서 반드시 큰 성과를 거두리란것을 믿어 의심치 않소.》

조문광은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고 현도장을 나섰다. 그리고는 최주식의 안내를 받으며 선체가공직장과 청년기계직장, 의장품직장과 주물직장 등 여러 직장들과 기중기조립전투장이며 선대확장공사장까지 깐깐히 돌아보고서야 현장지휘부로 향했다.

그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그것은 조선소외부를 공원과 같이 꾸리고 내부를 궁전처럼 꾸린데만 있지 않았다. 조선소는 거창하게 큰 로속의 잘 익은 쇠물마냥 새형의 선박무이로 부글부글 끓고있었으며 조선공들의 기세는 충천했다.

마음에 걸리는것이 하나 있다면 최주식이 제기한 문제, 부족되는 기술자와 기능공 문제였는데 그것은 실로 시급히 해결을 요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 문제도 조문광에게는 일정하게 안이 서있었다. 성에 올라가 선박관리국 일군들과 대책을 토론해보고 신통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동서해 바다기슭에 자리잡고있는 조선소들과 선박수리공장들에서 기술과 기능이 가장 높은 일군들을 몇명씩 뽑아 이곳 조선소로 1년간 동원시켜주면 될것이였다.

조문광이 최주식을 대동하고 현장지휘부로 쓰는 천막앞에 이르러보니 입구에는 《현장지휘부》라고 활달한 필체로 내려쓴 표쪽이 걸려있었고 그안에서는 무슨 문제를 그리도 열렬히 토론하는지 굵고 가늘고 웅글고 석쉼한 목소리들이 서로 엇바뀌거나 하나로 어울리면서 천막틈사이로 흘러나오고있었다.

조문광은 천막안으로 들어갔다.

책상우에 펴놓은 도면을 둘러싸고 앉거나 서서 혹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서 한껏 열을 올리던 리억석이며 리윤종, 계획지령장 주병삼이며 김석홍, 기중기조립돌격대장 윤재수를 비롯하여 작업복을 입은 몇명의 조선공들이 조문광을 반겨맞는다.

조문광은 그들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고나서 무슨 문제때문에 그렇게들 열을 올리는가고 친절하게 물었다.

리억석이가 여러 사람들의 의사를 대신하여 지금 조립하고있는 20t기중기로 이제 무어낼 25t 배토막을 들어올릴수 있는가 없는가, 50 와이야로프가 그 무게를 감당할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로 론쟁을 하던중이라고 했다.

《25t의 배토막이라니? 그렇게 큰 배토막도 있소?》

조문광은 처음 듣는 말에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상동지, 기사장동무가 수령님의 현지교시를 1년안에 관철하기 위해 생각해낸 새로운 배무이방법입니다.》

리억석이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새로운 배무이방법?》

조문광의 물음에 리윤종이 한발 나서며 《지상 확대식 배무이조립방법》을 최주식이가 연구하게 된 사연을 자초지종 설명했다.

《!》

조문광의 느낌은 컸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지교시를 대하는 최주식의 자세와 립장이 얼마나 옳바른가.

최주식이 이렇게 일하니 조선공들이 그를 따르고 아낄수밖에 없지.

그는 속으로 뇌이며 오늘에서 래일을 사는 참다운 조선공들, 기중기가 채 조립되기도 전에, 배무이가 아직 시작되기도 전에 기중기로 이제 무을 배토막을 들어올릴수 있는가 없는가 하며 유익한 론쟁을 활발히 벌리고있는 믿음직한 조선공들을 정겨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최주식에게 물었다.

《기사장동무. 기중기로 큰 배토막을 꽤 들어낼것 같소?》

선박설계나 기술에서 막히는것이 없는 최주식은 잠간동안 머리속으로 계산을 해보더니 와이야로프는 일없고 기중기가 좀 무리한데 기중기팔의 반대쪽 다리통에 얼마만큼의 중량을 덧붙여 달아놓으면 일없겠다고 확정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조문광은 물론 갑론을박하던 천막안의 사람들은 최주식의 명석한 두뇌에 깜짝 놀랐고 다음엔 밝은 얼굴로 역시 아는것이 힘이라고 하며 명랑하게 웃었다.

《그래서 힘센 아들 낳지 말구 머리좋은 아들을 낳으란 말이 생겨나지 않았겠나.》

김석홍이 빙그레 웃으며 느릿느릿하는 말을 윤재수가 받았다.

《아바이, 그런데 그게 어디 제 뜻대로 되는 일인가요?》

《녀석두. 사람으루 생겨나서 제 뜻대로 못할 일이 어디 있어.》

《그럼 이 세상엔 천재들만 태여나게요?》

《점점 한다는 소리가. 아, 머리좋은 사람만 태여나면 좋지 나쁠건 또 뭔고? 조선공업두 발전하구, 사회두 발전하구 좀 좋아…》

성수가 나서 말을 이으려던 김석홍은 해묵은 나무처럼 적지 않은 나이를 건사한 자신이 조문광의 앞에서 기쁜김에 철부지 애들마냥 너무 방자하게 굴었음을 때늦게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조문광은 그런 김석홍의 내심을 낌새채고 호탕하게 웃으며 권고했다.

《일없습니다. 계속하십시오.》

했으나 화제에 올랐던 얘기는 더 아지를 치지 않았고 최주식이와 리억석, 리윤종을 내놓고는 현장지휘부에서 자기 일터로들 나가버렸다.

《허, 이거… 내가 좋은 얘기판을 깨뜨려놓았나보군.》

조문광은 자기에게 례절바르게 깍듯이 인사하고 나가는 김석홍이며 윤재수 등 조선공들을 따스한 정이 담긴 눈길로 바래우며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현장지휘부안에 네사람이 남자 리윤종이 입을 열었다.

《상동지! 내려오셨던김에 조선공들앞에서 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아니, 그만두겠소. 평양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조선소에 내려가 연설을 한바탕 하리라고 단단히 결심을 굳혔댔는데 여기 와보니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게 되였소.

수령님의 현지교시를 심장깊이 간직하고 선박건조에 있는 지혜와 열정, 힘을 깡그리 쏟아붓고있는 조선공들에게 무어 더 할 말이 있겠소.

동무들이 일하는 실태를 수령님께 보고드리면 아마도 무척 기뻐하실거요.》

조문광은 이렇게 말하고나서 최주식이와 리억석을 번갈아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와보니 조선공 한명한명이 정말 그 무엇에도 비길수 없이 귀중하오. 동무들은 조선공들에게 일만 시키지 말고 그들의 생활과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돌려야겠소. 진료소가 떨쳐나 현장치료대를 뭇고 예방치료를 하는것은 물론 후방사업을 알심있게 잘해줘야겠소. 일년내내 밤을 패우며 일할수 없다는거야 너무나 명백하지 않소. 교대제로 일도 시키고 또 일이 아무리 긴장하고 바쁘더라도 묘향산이나 금강산, 칠보산에 휴양도 조직해주시오. 배를 뭇는것도 다 인민들을 위한것이 아니요. 내 말뜻을 알겠소?》

《알겠습니다.》

최주식이 대답했다.

그는 사람과 일을 대하는 조문광의 정신세계가 역시 다르구나하고 감심했다. 자기는 일만 일이라고 윽윽 내밀기만 하는데 조문광은 일을 생각하기 전에 조선공들을 먼저 념두에 두고 사고하고 사색하는것이였다.

인민이 주인인 우리 나라에서 실상 그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문제였고 일군이면 누구나 다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품성의 하나였으나 자기는 그면에서 너무나 미흡했고 거리가 멀었다.

최주식이 자책에 잠겨있는데 조문광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기사장동무는 아직도 미혼이라면서? 전쟁때 약속한 처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됐소?》

《저… 일에 몰리다보니…》

대답하는 최주식의 얼굴은 불그레해졌다.

《보란말요. 확실히 기사장동무는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조문광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긋고나서 빙그레 웃었다.

리억석이가 난처한 처지에 빠진 최주식을 대신하여 입을 열었다.

《상동지, 제가 보건대 두사람은 열렬히 사랑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선화동무가 우리 기사장동무를 마음속깊이 고이 간직하고 평생을 혼자 살겠다고 하는겁니다.》

《아니, 그건 또 무슨 어망처망한 소리요? 사랑하면서도 가정을 이룰수 없다니?…》

조문광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리억석은 류선화의 가정주위환경이며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데 대해서며 최주식의 전도에 그늘이 질가봐 의식적으로 멀리하고있는 문제며를 이야기했다.

조문광은 가슴이 뭉클했다. 처녀의 몸으로 10여년 총각애를 기른다는것이 수월한 일이 아닌것은 물론 그런 결심을 실천으로 옮겼다는것자체가 선화의 인간됨을 여실히 보여주고있기때문이였다. 한편 조문광은 그런 기특한 처녀를 아직까지 혼자 내버려둔 최주식이가 심히 못마땅했다.

《기사장동무가 그런 처녀를 두고 망설이다니… 그것도 화선에서 약속한 처녀를. 내 〈호랑이소대장〉이라고 하는 동무를 오늘 다시 보게 되오.》

조문광은 최주식의 처사가 나무랍기 그지없어 어성을 높여 한마디 더 덧붙였다.

《동문 정말 일에선 최우등생이지만 인간생활에서는 락제요. 락제.》

최주식은 안절부절했다. 낯은 벌겋게 상기되였다. 곁에 앉아있던 리윤종이 몸둘바를 모르고 쩔쩔매는 최주식을 보다못해 루루이 사연을 설명했다.

《상동지, 실은 기사장동무도 령대탄광에 갔었고 그와의 사랑을 날이 흐를수록 깊이깊이 간직하고있습니다. 한데 선화동무자신이 너무 강경히 나오고 기사장동무의 어머니조차…》

그제서야 조문광의 마음은 좀 누그러졌고 어성도 부드러워졌다.

《선화동무야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 그리고 어머니도… 아들의 전도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는 어머니란 세상에 없는법이니까. 그럴수록 어머니에게 잘 말씀드려 납득시켜야 할게 아니요.》

《저도 기사장동무의 집에 가보았는데 어머니가 무척 바재이고있습니다. 그래서…》

리윤종이 말끝을 맺지 못했다.

《수고스러운대로 당위원장동무가 어머니를 다시 찾아가 잘 말씀드리오. 난 어머니가 꼭 리해할거라고 보오.》

《알겠습니다.》

리윤종의 대답에 조문광은 빙그레 웃었다.

그는 선박건조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료해한 다음 결속지을것은 결속짓고나서 말했다.

《자, 그럼 이젠 지배인동무의 병문안을 가보기요.》

세사람은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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