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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나 현도에 못지 않게 진수대와 선대확장공사 역시 매우 힘겨웁고 아름차고 긴장했으나 활기있게 진행되고있었다.
밀물이 들어왔을 때에는 구내의 나지막한 남산에 면한 선대웃부분의 진수대건설에 력량을 집중했으며 하루에 한시간이 되나마나하게 물이 찌는 썰물때에는 진수대아래부분의 토대작업을 진행하군 했다.
토대작업이란 진수용레루를 놓기 위한 기술작업으로서 바다물이 밀려나간 후 드러난 감탕판에 모래와 자갈, 돌을 처넣고 몰탈을 치며 그것이 밀물에 밀리지 않게 모래넣은 가마니를 덮는 일이였다.
애초에 생각하기는 모래가마니를 두겹덮으면 되리라고 여겼었는데 바다물의 힘이 얼마나 드센지 애써 처넣은 몰탈이며 그우에 덮었던 모래가마니가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밀려가버리고말았다.
그래서 모래가마니를 여섯겹으로 쌓게 되였는데 그러고보니 차마 웃지 못할 일로 아이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였다.
하지만 그것은 꼭 해야 될 일이였다.
최주식이 선대장에 이르렀을 때는 분초를 다투어 일해야 하는 바로 그 썰물시간이였다.
바다쪽으로 림한 진수대확장공사장은 마치 벌둥지를 쑤셔놓은듯 왁작 끓고있었다.
기업소방송차의 처녀방송원은 전투원들의 사기를 돋구고 힘을 주며 그들의 벅찬 투쟁을 고무하느라 목청을 돋구어 정열적으로 방송을 해댔고 고동대원들은 소리가 여무지고 독특한 꽹과리와 징, 대고와 소고를 손목, 팔목이 뻐근하도록 두드렸으며 주둥이가 둥그런 나팔을 신이나게 불어댔다. 그런가하면 기동대원들은 씩씩하고 격동적이며 호소적인 《적기가》와 《유격대행진곡》을 기백있게 불렀다. 또한 얼핏 들으면 불협화음을 이룬듯싶으나 귀기울여 음미해보면 안삼불이 째인 타악기와 현악기의 힘있는 선률이 억대우같은 조선공들의 불타는 심장을 한껏 높뛰고 부풀게 하면서 흰구름이 점점이 떠있는 가없이 높고 푸른 하늘과 누렇고 넓은 바다로 끝없이 울려퍼지고있었다.
작업장을 둘러보던 최주식의 눈길은 기중기우에 선 청년에게 못박혔다.
곤색 작업복을 가뜬히 입은 그는 선대확장공사돌격대 대장 김찬이였는데 일상 생활에서 숫처녀나 새각시처럼 얌전하고 수집음을 잘 타던 기색은 간데없고 줄을 늘여 목에 건 자그마한 호각과 량손에 갈라쥔 빨간 수기와 흰 수기로 붐비는 사람들과 기중기와 자동차를 대담하고 날렵한 솜씨로 능숙하게 지휘하고있다. 그 모습은 흡사 전장에서 싸움을 지휘하는 장수같았다.
최주식의 눈가엔 흐뭇한 미소가 어리고 입귀는 저절로 벙글써하니 벌어졌다.
과연 김석홍아바이의 아들답구나!
최주식은 입속으로 중얼거리고나서 작업장을 일별했다.
돌격대원들과 지원자들은 큼직한 돌이나 자름자름한 자갈을 목고나 질통에 가득히 싣거나 지고서 누런 바다물에 잠겼던 감탕판으로 주저없이 성큼성큼 뛰여들고있다. 그들속에는 당위원장 리윤종과 리억석, 김석홍과 강은주도 섞여있다. 옷은 온통 거멓고 질쩍질쩍한 감탕으로 게발려있다.
최주식은 김석홍이가 감탕판에 자갈을 부리고 뭍으로 나오자 그의 앞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서 제잡담 질통을 뺏어지였다. 그리고는 무슨 말인가 하려는 김석홍에게 명령조로 강경하게 말했다.
《아바인 의장품직장에 가서 대패밥과 절두목을 가져다 우등불을 좀 피우십시오.》
최주식은 김석홍이 혀를 차는 소리엔 아랑곳하지 않고 법석 끓어번지는 인파에 뛰여들었다.
질통을 지고 몇차례를 냅다 뛰여다니고나니 부상당한 자리가 쿡쿡 쑤셔나면서 온몸에는 땀이 쭉 솟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머리와 마음은 거뜬했다.
그것은 아마도 일판에 차넘치는 티없이 밝은 웃음과 들을수록 통쾌한 해학과 유모아탓인지도 모른다.
목고를 멘 리윤종은 평소의 무뚝뚝한 당위원장답지 않게 앞에 선 제관공젊은이를 괜히 시까슬렀다.
《여 박영만동무, 힘을 내라구. 장가도 안간 주제에 굼벵이 천장하듯 천천히 걸으면 어쩌는가.》
질통을 지고 옆으로 지나가던 꽃나이 처녀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깔깔거렸다.
박영만은 웃음헤픈 처녀들을 우정 도끼눈으로 찔 흘겨보더니 느릿느릿 대답했다.
《당위원장동지, 아 총각때에 기운을 다 써버리면 장가들어선 어찌합니까. 전 그때를 생각해서 기운을 아끼는데요.》
깔깔거리던 처녀들의 얼굴은 삽시에 빨갛게 익은 앵두볼이 되였다. 그들은 애개개 소리를 련발하며 호들갑을 떨었고 리윤종은 껄껄 웃으며 눈을 쯩긋했다.
《박동무, 그런 걱정일랑은 아예 마오. 장가들어 새각시를 보기만 하면 힘이 절로 생긴다니…》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아무렴. 당위원장이 거짓말을 하겠소. 내 말을 믿으면 절대로 랑패가 없소. 그러니 있는 힘을 아끼지 말고 다 쓰라구.》
《그러면야 젖먹은 힘까지 깡그리 써야지요.》
일터에 차넘치는 명랑한 웃음소리와 노래소리, 격조높은 말소리와 주악소리를 돌격대장 김찬이의 거쉰 목소리가 일시에 눌러버렸다.
《동무들, 밀물이 들어옵니다. 하던 일을 중지하고 빨리 모래가마니를 덮으십시오.》
천군만마를 지휘하는 장수의 호령인들 이보다 더 힘이 있고 위력할것인가.
진수대확장공사에 떨쳐나선 돌격대원들과 지원자들, 왁새기중기와 화물자동차들은 김찬의 지휘에 절대복종하며 불이 번쩍나게 일을 해제끼였다. 누런 밀물이 늠실거리며 소리도 없이 밀려들어왔을 때는 돌과 자갈을 넣고 몰탈을 친 몇m의 구간에 여섯겹으로 모래가마니를 덮어놓은 뒤였다.
사람들은 누구라없이 초조와 긴장으로 꽉 찼던 얼굴에 담뿍 웃음을 담고 안도의 숨을 길게 내그었다.
《휴식!》
김찬이 불어대는 야무진 호각소리와 웅근 웨침소리가 담없는 공간으로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김석홍아바이가 여기저기에 피워놓은 우등불두리로 웃고 떠들며 몰려들었다.
어느새 오락회가 벌어졌다.
청년들의 힘은 마치도 지심깊이에서 끝없이 솟아나는 샘을 방불케 했다. 그렇듯 힘든 일을 했음에도 지친 기색이란 전혀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고 땀배인 구리빛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여났으며 팔다리엔 생기가 넘쳐흘렀다.
활달한 강은주가 오락회를 운영했다.
생기기도 잘 생기고 성격마저 호방한 그는 그 많은 사람들의 각이한 마음을 능숙한 언변으로 움직였다.
그의 지명으로 몇곡이 넘어가자 어느 약삭바른 청년이 강은주와 김찬의 2중창을 요구했다. 그런데 김찬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어려운 일에선 맨 선코에 서나 이런데서는 존재를 찾아보기 힘든 김찬이였다.
《빨리빨리 나오시오. 안나오면 졸장부!》
청년돌격대원들이 힘차게 박수를 치며 목소리를 높여 김찬이와 강은주를 호출했다.
무차별급 레스링선수처럼 체격이 우람찬 제관공 뒤에 까투리처럼 몸을 숨기고 앉아있던 김찬이가 할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은주의 곁으로 슬밋슬밋 걸어나갔다.
《어느 노래를 부를가요?》
강은주가 김찬에게 물었다.
《글쎄…》
김찬이 어줍어하며 말끝을 여물구지 못하자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피워올렸다.
최주식은 문득 기사장으로 임명을 받고 《ㅎ》조선소로 내려가는 기차칸에서 낯모를 처녀(박성임)와 2중창을 부르던 일이 떠올랐고 전쟁시기 사단군의소 입원실에서 부상병들의 초청을 받고 류선화와 나란히 서서 어느 노래를 부르겠는가고 속삭이던 일이 상기되였다.
지난날 노래지명을 받고 쩔쩔매던 자기의 처지와 지금 김찬의 립장이 어쩌면 그리도 비슷할가. 하지만 그때 자기는 뜻밖에도 재청까지 받았었다. 그것은 자기의 목소리탓이 아니고 류선화와 비슷이 생긴 기중기운전공 박성임의 덕분임을 모르지 않는 최주식이였으나 어쨌든 하찮은 생활의 갈피중에서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인상적인 토막이였다.
아, 류선화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있는지?
최주식이 리윤종이며 김석홍, 리억석이들과 감탕에 게발린 젖은 신발을 우등불에 말리우며 명상에 잠겨있는데 김찬이와 강은주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가렬한 전투의 저기 저 언덕
피흘린 동지를 잊지 말어라
…
그들이 격조높이 부르는 《결전의 길로》를 기동대가 반주했는데 장엄하고 전투적이고 격정적인 노래의 선률과 가사는 듣는 사람들의 심금을 뜨겁게 울리였다. 준엄하고 가렬처절한 전화의 나날을 직접 겪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 심정이 더하였다.
최주식은 새형의 배를 제기일에 어김없이 무어내리라는 각오와 결심이 세차게 끓어올랐다. 그러자 배뭇는데서 제일 애로로 제기되는 기능공문제가 다시금 뇌리를 쳤고 몇년전에 해임되여나갔거나 스스로 떠나간 조선공들을 불러올수는 없을가, 수령님의 교시관철에 그들이 한몫 맡아나서도록 할수는 없을가 하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류경훈을 데려오듯 그들을 조선소로 데려오면 얼마나 좋을가, 그들도 기뻐하고 배무이일도 쭉 펴일텐데…
최주식의 깊어지던 생각은 리윤종의 물음에 동강이 났다.
《기사장동무,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하오?》
최주식은 리윤종의 웃음띤 얼굴을 보며 속으로 잠시 바재이다가 《당위원장동무, 제 뭘 좀 의논해보고싶은것이 있는데 들어주겠습니까?》하고 반문했다.
《들어주다마다.…》
리윤종의 말에 최주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리억석, 김석홍을 불러가지고 천막으로 들어갔다.
《우선 한대씩 피우십시오.》
최주식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권하고 자기도 붙여물었다.
《무슨 문제를 의논하자고 그러나?》
김석홍이 묻는데 홍학주가 들어왔다. 그는 모두에게 고개를 갑삭 숙여보이고나서 《사업토의중입니까?》하며 돌아서 나가려했다.
《무슨 비밀얘기가 아니니 일없소. 부직장장동무도 거기 앉소.》
최주식은 홍학주에게 빈자리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담배를 깊이 들이빨았다
가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새형의 배를 뭇기 위해 일판을 벌려놓고보니 처처에서 기능공과 기술자가 부족합니다. 설계는 물론 현도, 선박완성 지어 의장품이나 도장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조선소의 전망을 생각해서 기술기능전습을 벌리고있지만 기능공문제를 인차 풀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고급기능공인 류경훈아바이를 믿고 데려온것처럼 현도공 최정형을 비롯하여 몇년전에 조선소에서 내보낸 조선공들을 모두 데려다 썼으면 어떨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사람은 놀랐다.
그가 너무나도 엄청난 궁냥을 하고있었기때문이였다.
《그 일이 성사되면 얼마나 좋겠소만 그게 어디 될 일이요? 아예 그런 생각일랑 마오. 류경훈아바이를 조선소로 데려온것에만도 강국장의 신경이 곤두섰을텐데 그 소리를 들으면 기절초풍하겠소.》
리억석이 길게 생각하지 않고 반대했다.
《당위원장동무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최주식이 말없이 앉아 담배만 피우는 리윤종에게 물었다.
리윤종은 절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를 재털이에 끄고나서 정색하여 입을 열었다.
《기사장동무, 여기서 일하다 나간 사람들의 마음속 그늘을 가셔주려는 기사장동무의 심정은 십분 리해되오. 그러나 일단 내보냈던 조선공들을 모두 다시 불러오는 문제는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니 심사숙고합시다.》
그 말에 김석홍아바이며 홍학주도 머리를 끄덕인다.
낯색이 어두워진 최주식은 한숨을 길게 내그었다.
천막밖 근처에서는 오락회가 절정을 이루었으나 천막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짙게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