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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낮이였다.

현도장지붕공사를 하던 최주식이 현도반장 김용택과 몇명의 현도공들을 데리고 모자라는 나무오리대와 못, 비닐, 유지 등을 가지러 중앙자재창고에 갔다오니 령대탄광에서 며칠전에 조선소로 온 류경훈(현도일이 급하기때문에 림시로 현도작업반에 그를 배치하였다.)과 홍학주가 마주서서 노려보며 얼굴이 벽돌장처럼 벌개가지고 붉으락푸르락 어성을 높이고있었다.

《왜들 그럽니까?》

어깨에서 비닐퉁구리를 내려놓은 최주식이 정색해서 묻자 류경훈이 숨을 거칠게 내쉬더니 마깝지 않은 눈초리로 홍학주를 쏘아보며 대답했다.

《글쎄 홍부직장장이 제일이나 똑똑히 할것이지 남의 일에 뛰여들어 감놔라 배놔라 하질 않소.》

《감놔라 배놔라 한다니 무슨 말입니까?》

최주식이 흥분하여 어깨를 들먹이는 류경훈에게 물었다.

《새로 건설한 현도장지붕을 비닐로 씌우고 유지로 덮은게 미타하다는거지요. 태풍에라도 날리면 어쩌는가구.》

종전의 작은 현도장대신 기계직장과 선체가공직장사이에 현도장을 새로 크게 건설하였는데 홍학주가 지나가다 들려서 지붕을 두고 가타부타한 모양이다.

《그게 어째 남의 일로 됩니까? 새형의 배를 뭇는 일이 그래 남의 일인가요. 현도를 다 한 다음에 지붕이 태풍을 못이겨 훌 날아가버리면 어쩔텐가말입니다. 현도한것이 비에 씻겨 지워지면 다시 현도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그만큼 배뭇는 기간이 늦어질게 아닌가요. 난 그게 걱정이 돼서 그럽니다.》

홍학주는 앙바틈한 목을 빼들고 만만찮은 자세로 서서 눈을 가로 뜨고 류경훈을 흘겨본다.

《방정맞은 소리 좀 작작하게. 내 그쯤한건 다 타산해보고서 지붕을 비닐과 유지로 얹고있어. 나무오리대도 촘촘히 대고…》

《아따, 몇년전에 선대늘이는 일을 발기해나섰을 땐 뭐 로대가 일없다고 장담하질 않았습니까? 그렇게 큰소리친것이 균렬이 가고 그래서 나라에 막대한 손실을 주었지요. 그때 여기서 지배인을 하던 강준호국장까지 여기저기 불리워다니게 하면서. 그런 고배를 맛보았으면, 탄광에까지 갔다가 기사장동지 덕에 조선소로 다시 왔으면 채심을 해야지요. 채심을! 아름드리나무까지 뽑아서 넘어뜨리는 태풍을 그래 가느다란 오리대가 막아낸답니까.》

홍학주는 류경훈의 약을 바싹 올려주고나서 최주식이쪽으로 몸을 돌리며 간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장동지, 제가 뭐 못할 말이라도 했습니까.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배무이의 주인이지요. 주인이면 주인답게 처신하고 심사숙고해서 매사를 대해야지요.》

최주식은 모박아하는 홍학주의 말이 십분 타당하고 더할나위없이 옳았으나 기억에서 삭막해진 몇년전의 일까지 끄집어내여 류경훈의 상처입은 가슴을 허비려드는데는 참을수가 없었다. 더우기 그 전날 강준호앞에서 비굴하게 행동하던 모습과 그 척기선저예망선의 배관공들속에 있지 않으면서 있었노라고 거짓말을 꺼리낌없이 하던 불쾌한 일이 불시에 뇌리에 떠올라 언짢은 목소리로 시답지 않게 응대했다.

《부직장장동무, 기와나 스레트를 지붕에 얹으면 얼마나 좋겠소. 하지만 당장 그렇게 할수 없는 형편에서 비닐과 유지를 그 대용으로 쓴것이고 또 류아바이가 말한것처럼 타산을 해보고서 한것이니 동무는 마음놓고 가보오.》

《기사장동지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전 할 말이 없습니다. 단지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제때에 관철못할가보아 그게 걱정이 돼서…》

홍학주는 언제 다투었던가싶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흔연히 현도장을 나가버린다.

최주식은 그의 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지자 현도공들에게 좀 쉬고 하자고 말한 후 류경훈을 작업반휴계실로 데리고 들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바이, 목소리를 낮춰 얘기할걸 그랬습니다.》

《따는 그런데… 홍부직장장의 말에선 어쩐지 진정이 느껴지지 않는단말요. 그래서…》

《진정이 느껴지지 않다니 그건 무슨 소립니까?》

《내가 잘못보고 잘못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웃사람을 대할 때는 눈과 입에 미묘한 웃음을 짓고 아래사람을 대할 때는 괜스레 게사니처럼 꽥꽥거린단말요. 그리고 조선소일은 제혼자 마음을 쓰는척하구.》

최주식은 홍학주의 행동과 발언에서 그런 느낌을 여러차례 감촉했으나 그렇다고 철부지애들이나 다사한 녀인들처럼 류경훈의 말에 편중하여 맞장구를 치고싶지는 않았다.

《아바이, 그것이 사실이라면 마주앉아서 차근차근 얘길해줘야지 않을가요? 속담에두 말이란 툭해 다르고 탁해 다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류경훈은 머리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요. 아마도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홍부직장장을 대한것 같소.》

최주식은 류경훈이가 허심하게 접수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의논조로 물었다.

《그런데… 홍부직장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 않을가요?》

《내 아침에도 말했지만 그건 절대로 일없소. 바람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현도장지붕을 비닐과 유지로 두겹이나 씌우고 오리대를 촘촘히 대고서 못을 박아놓기만 하면 그 어떤 광풍에도 끄떡없을거요.》

무릇 모든 일은 그 부문을 책임지고 일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안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좋습니다.》

최주식은 밖으로 나와 류경훈이며 김용택 그리고 현도공들에게 담배를 한대씩 권하고나서 자기도 붙여물었다.

《용택반장동무, 지붕공사도 하고 현도도 하는데 현도에서는 뭐 제기되는것이 없소?》

김용택은 담배를 뻐금뻐금 빨더니 능력있는 현도공이 적다며 한숨을 내그었다.

《반장동무, 능력있는 현도공이 많지 못하다고 우는 소리 말고 류아바이와 함께 기능이 약한 동무들에게 기능전습을 부지런히 시키면서 현재 있는 사람들로 한번 다그치기요. 일이 어렵고 힘들수록 그것을 해냈을 때의 보람과 기쁨은 곱절로 커지는것이 아니요.》

《알겠습니다.》

김용택은 낯에 드리웠던 그늘을 지워버리고 선선히 대답했다.

《자, 그럼 또 일해보기요.》

최주식이 다 피운 담배불을 재털이에 끄고나서 자리를 일었다.

《기사장동지, 이젠 그만두십시오. 우리가 마저 하겠습니다.》

김용택이 만류했다.

《일없소. 오늘 내 계획은 현도장지붕공사를 하는것이니까. 그래야 후날 현도장을 보면서 저기에 내 땀도 들어있다 하고 생각할것 아니겠소.》

(참, 기사장동지두!)

김용택은 눈부리가 달아올랐다.

어느때보다 기업소에서 제기되는 크고작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느라 자기 몸은 영 돌보지 않는 열정적인 기사장 최주식이였다.

《반장동무, 뭘 아직 그러고있소? 해넘어가기 전에 지붕마무리를 해야지요.》

최주식이 사다리를 타고 현도장지붕우로 올라가며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붕우에서 꽤 일해낼만 합니까?》

김용택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며 묻는다.

《자, 이런… 날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요? 이래뵈도 내 전쟁시기 〈혀〉를 잡아 둘러메고 아름드리나무꼭대기로 다람이처럼 기여올라가 적들의 추격을 벗어났던 사람이요. 그래서 내게 〈호랑이소대장〉이란 별호까지 붙었다오.》

김용택이며 류경훈이며 현도공들은 소리내여 웃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기사장동지가 그렇게 날파람이 있었어요?》

《믿어지지 않습니다.》

《허, 이것참, 녀편네 자랑하는건 배안의 병신이구 제 자랑하는건 머저리라고 하지만 내 한마디 해야겠구만.》

최주식은 이렇게 말꼭지를 떼더니 롱을 달았다.

《한번은말요. 사단정찰참모가 날 부르더니 미군 〈혀〉를 한놈 잡아오라고 하질 않겠소. 그래서 난 련락병을 데리고 적후로 들어갔소. 전화선을 끊고 엿들으니 괴뢰군 군단으로 미군련락장교가 간다고 하더란말요. 이게 무슨 떡이냐 하구 우린 길가에 매복했소. 서너시간후 우리 앞에 〈스리쿼다〉 3대가 나타났소. 련락장교는 가운데 차에 앉아 앞뒤로 호위를 받으며 오더란말요. 나는 앞차를 맡고 련락병은 뒤차를 맡아 수류탄으로 삽시에 해제끼였소. 한데 미군련락장교가 어떻게나 무거운지, 아마 90는 실히 될것 같더란말요. 몸이 애리애리한 련락병은 그놈을 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오. 그래서 살찐 돼지같은 그놈을 내가 등에 지고 산길로 접어들었소. 얼마후 한개소대가량 되는 적들이 따라왔소. 어떻게 한다? 정황은 매우 급했소. 한데 어려운 모퉁이에 들면 수가 생긴다고 그때 얼핏 내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소. 나무우로 올라가면?… 순식간에 내 혁띠와 련락병의 혁띠를 련결해가지고 〈혀〉를 아이업듯 업었소. 동무들도 알겠지만 초인간적힘은 상상을 초월한다오. 나는 그놈을 업자 옆에 서있는 아름드리나무로 기여오르며 련락병에게 말했소. 백여메터를 앞으로 나가다가 나무우에 올라 수류탄을 힘껏 던지라고… 놈들은 수류탄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윽 밀려갔소. 우린 밤이 되자 어둠을 리용하여 그곳을 빠져나왔소.

한데… 세상을 살아가느라면 별일이 다 있지요.

글쎄 내가 미국놈을 등에 업을줄 어찌 알았겠소. 어떤 때는 등에서 노린내가 나는것 같소. 그래 목욕할 때는 등을 각별히 씻군한다오.》

최주식은 껄껄 웃었다.

현도공들도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현도장지붕을 씌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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