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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부터 밤 1시가 넘도록 기중기조립장에서 기중기제작문제와 산형강굴곡기창안문제를 토론해주고난 최주식은 기술혁신조원들과 윤재수들에게 등을 떠밀리워 집으로 가고있었다.

인적없는 밤, 희여스름한 달빛에 비친 길을 사색에 잠겨 스적스적 걷는 그의 마음은 몹시 무거웠다.

새형의 선박을 건조하는 일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제기되는 고급기능공과 기술일군들, 경험있는 조선공들이 요즈음에 와서는 더더욱 긴절한 문제로 나서고있었다.

선체실장 허홍대처럼 내놓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수령님께서 맡겨주신 새형의 선박을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무어내겠다는 욕망과 의욕밑에 배가의 힘을 기울이는 조선공들이 절대다수였으나 최주식은 날이 갈수록 사람문제, 특히 기능공과 기술일군문제가 절박하게 요구되는데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을수가 없었다.

리억석이나 곽용주, 김석홍을 비롯한 오랜 조선공들이나 김찬, 윤재수, 강은주, 박성임 등 젊은 세대 조선공들은 최주식의 얼굴이 눈에 띄게 축가는것을 보고 너무 근심하지 말며 무리하지 말라고, 선박은 계획대로 건조될것이라고 진정을 담아 각근히 얘기했으나 해박한 선박전문가이고 새형의 선박건조를 총적으로 책임진 최주식이로서는 마음속에 스며드는 불안과 우려를 좀처럼 가실수가 없었다.

위대한 수령님께 새형의 선박을 1년에 무어내겠다고 굳게 결의를 다진 내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자신을 다잡군했지만 지금처럼 혼자 있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사람문제로 신경이 씌여졌다. 더도말고 조선소적으로 경험있는 고급기능공과 유능한 기술일군이 다문 몇십명만 더 있어도 최주식은 마음을 푹 놓을것 같았다. 그런데 능력있는 기능공이나 기술일군은 한두달이나 한두해사이에는 도저히 키울수 없는것이였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것인가. 다른 조선소나 선박수리공장에 있는 선박전문가를 수십명 보내달라고 국에 손을 내민다?

이렇게 생각하던 최주식은 전번날 강준호의 부름을 받고 선박관리국으로 찾아갔을 때 일이 떠오르자 고개를 옆으로 젓고 말았다.

국에 손을 내밀다니? 그건 안된다. 그럼?

모지름을 쓰는 그의 머리에는 문득 김석홍이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류경훈이랑 참 훌륭한 사람들이 일부 편협한 일군들때문에 여러명 나갔다네. 그들이 있었으면 한몫 단단히 해제꼈을텐데…》

아, 류경훈이뿐아니라 그때 나간 사람들을 조선소로 다시 데려올수는 없을가. 한생을 배무이로 보냈다는 그들을 데려오면 마음에 덮인 그늘도 가셔줄수 있을텐데… 그리고 새형의 배무이도 크게 도움을 받고.

생각을 달리는 최주식의 눈앞에는 류경훈을 찾아 령대탄광에 두번째로 갔던 일이 떠올랐다.

국에 올라가 강준호와 어성을 높이고 내려온 다음날 밤, 그는 류경훈을 찾아갔었다. 그날은 류선화가 약품을 타러 군에 가고 류경훈이가 마침 집에 있었다. 류경훈은 최주식이가 영포조선소에서 왔다고 하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최주식이가 자기를 찾아온 사연을 듣고는 펄쩍 뛰였다.

그는 탄광당위원장한테서 전번에 자기를 찾아왔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하면서 출신성분이 어떻소, 경력이 어떻소 하며 등을 밀어낸 조선소에 무슨 미련이 있어 다시 가겠는가, 어디서나 당을 받들어 성실히, 량심껏 일하면 된다, 조선소로 갈 마음이 없으니 두번 다시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최주식은 속이 탔으나 강준호한테서 들은 모욕적인 언사를 털어놓을수는 없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해있는 홍연구지배인이며 리윤종당위원장이며 조선공들이 류경훈에 대하여 큰 기대를 걸고있다는거며 한생을 《배쟁이》로 지내온 류경훈이같은 고급기능공들이 새형의 선박건조에 빠진다는게 말이 되는가고 여러 시간을 설복했다.

요지부동이던 류경훈의 마음은 바다우에 뜬 배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럼 내 생각을 해보리다.》

최주식은 반승낙을 받자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는 속으로 이번에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다시 탄광을 찾아오리라고 여겼었다. 류비도 제갈량의 초막을 세번이나 찾았다고 하지 않는가. 류경훈을 데려가는 일이 제갈량을 데려가는 일에 비길텐가고.

류경훈이 마음속 그늘을 날려버리고 빨리 조선소로 왔으면 좋겠는데…

스적스적 걸음을 옮기던 최주식은 뙤창가로 밝은 불빛이 흘러나오는 단층자기 집(원래 김석홍이네가 살던 집인데 최주식은 어머니와 토론하고 새로 받은 아빠트를 막무가내로 아바이에게 넘겨준 후 여기에 눌러앉았다.)앞에 이르자 무거운 기분을 의식적으로 날려버렸다.

김석홍아바이가 보낸 전보를 받고 보름전에 이곳으로 이사나온 어머니가 자기의 퇴근을 기다려 아직 주무시지 않고있을것이기때문이였다.

아닐세라 최주식이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니 병약한 차씨는 자리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이제 오느냐. 좀 일찍 들어오지 않구.》하며 여느때없이 반갑게 맞아준다.

살빠진 얼굴에는 웃음이 흐늘어졌다.

집에 무슨 기쁜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최주식은 밥을 먹고싶은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으나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쳐드릴것 같아 눈처럼 하얗고 깨끗한 보를 들치고 방가운데 놓인 밥상에 앉아 억지로 밥사발의 밑굽을 냈다.

차씨는 빈밥그릇이 담긴 밥상을 부엌에 내다놓고 들어오더니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최주식이와 마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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