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선소문화회관의 활짝 열려진 문으로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환희와 기쁨에 넘쳐 물밀듯 쏟아져나왔다. 방금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지교시관철을 위한 궐기모임이 끝난것이다. 그속에는 밤색외투에 눈처럼 하얗고 포근한 목수건을 두른 강은주도 끼여있었다.

《은주언니, 같이 가요.》

기중기운전공 박성임이 챙챙한 목소리로 부르며 따라왔다.

《그래 같이 가자.》

강은주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박성임을 기다렸다.

그들은 합숙 한호실에 들어있었다.

사람들이 웃음속에 떠들썩거리며 그들의 곁을 활기있게 걸어지나갔다.

《언니, 기사장동지가 정말 대단하지요?》

박성임이 강은주와 나란히 서자 발걸음을 옮기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정말 훌륭해. 우리 심정을 담아 새형의 대형선박을 1년에 뭇겠다고 결의다졌으니 대단하구말구. 우리 본때있게 일해보자꾸나.》

《그래요. 본때있게 일해서 위대한 수령님께 꼭 기쁨을 드리자요.》

박성임은 대답하고나서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언니?》

《왜 그러니?》

강은주가 박성임을 보며 되물었다.

《그렇듯 훌륭한 기사장동지가 어떻게 서른이 넘도록 혼자 계실가요.》

《애두 참, 내가 그걸 알게 뭐냐.》

강은주는 얼굴을 붉히며 박성임의 뚱딴지같은 물음에 혀를 찼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박성임의 동실한 어깨를 툭 건드렸다. 선체가공직장 용접공 윤재수였다. 호리호리한 키에 숱짙은 눈섭, 그 아래서는 정기도는 눈이 웃음을 담고있다.

《아이, 간떨어지겠네.》

박성임이 눈을 곱게 할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간이 떨어지면 내 붙여주지 않으리.》

윤재수가 벙글거렸다.

강은주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아닌보살하는 두사람을 정찬 눈매로 보며 한마디 건늬였다.

《윤동무, 한상을 내야 하지 않겠어요?》

《내라면 내지요.》

윤재수는 여전히 싱글거린다.

그는 기중기제작청년돌격대 대장으로 궐기모임에서 임명된것이였다.

《내라고 해서 내면 되겠나요? 자진해서 스스로 내야지요.》

《그럼 자진해서 스스로 냅시다.》

윤재수는 모든 일이 그저 기쁘기만 한듯 크고작은 별이 반짝이고 달빛이 비단결처럼 흐르는 유정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소리내여 웃는다.

《좋아요. 그날을 기다리겠어요. 그럼 천천히들 오세요. 난 좀 들려볼데가 있어서…》

강은주는 이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재우쳤다.

《언니, 같이 가다가 그렇게 슬쩍 혼자 가버리는 법이 어디 있어요.》

박성임이 뒤에서 자못 토라진 목소리로 종알거렸으나 그 말속엔 둘이 있고싶어하는 자기의 속심을 알아준데 대한 은근한 고마움이 배여있었다.

강은주는 윤재수조차 《은주동무, 같이 갑시다.》하고 소리쳐부르는것을 못들은척하고 사람들의 물결속에 스며들었다.

그길로 공장합숙에 온 강은주는 책상앞에 마주앉아 습관대로 일기장을 펼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965년 2월 28일. 날 맑음

오늘 위대한 수령님의 현지교시 관철을 위한 종업원궐기모임이 문화회관에서 있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리 조선소에 주신 교시내용을 리윤종당위원장이 전달한데 이어 최주식기사장이 보고를 하였다.

성문화하지 않고 대략 15분가량 한 그의 보고는 류달랐다. 아니, 보고라기보다 조선공들앞에서 자기 비판을 했다고 해야 더 정확할것이다.

그는 수령님께서 1 000t급이상의 선박을 무을데 대하여 제기하셨을 때 자리에서 선뜻 일어나 우리 조선소에서 뭇겠다는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현조건에서 대형선박건조가 과연 가능하겠는가를 속으로 따져보았다고 하면서 무엄하고 옳지 못한 자기의 태도와 행동, 그릇된 사상관점을 허심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수령님께서 구상한 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철석같은 각오가 자기에게는 부족했다고 하면서 김석홍아바이와 리윤종당위원장, 리억석부기사장이 우리 조선소에서 뭇겠다고 대답을 올리라고 귀띔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말씀을 올렸다고 하면서 격조높이 이렇게 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우리 조선공들을 믿으시고 〈영포조선소 조선공들은 참으로 훌륭하다, 당에서 요구하는 일이면 그 어떤것이든 솔선 맡아나서 혁명적으로 해제끼는 영웅적 조선공들이다, 나는 이곳 조선소동무들을 믿는다.〉라고 하시면서 크나큰 사랑과 신임을 베풀어주시였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고 감격에 잠긴 장내를 둘러보고나서 계속했다.

《내가 이런 말하기는 매우 멋적지만 동무들중 어느 한사람도 나와 같은 그런 엄중한 과오를 범해서는 절대로 안될것입니다. 재삼 말하지만 수령님께서 요구하는것이면 우리 조선공들은 무조건 해낸다는 투철한 립장과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재로 1년안에 운반선을 건조하고 위대한 수령님께 승리의 보고, 기쁨의 보고를 꼭 드립시다.》

나는 기사장동지의 솔직성에 그리고 티없이 깨끗한 량심에 탄복했다. 웬만한 일군같으면 숱한 종업원들앞에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기의 속마음을 그렇듯 낱낱이, 허심하게 털어놓지 못했을것이다.

그런데 배뭇는것이 〈시기상조〉라고 했다는 선박부문 일군이 혹시 강준호삼촌이 아닐가? 후에 꼭 알아보아야겠다.

최주식기사장동지의 구두보고에 이어 제관공 김석홍아바이, 선박완성직장 배관공 김찬동무, (토론할 때에야 비로소 나는 김찬동무가 조선소의 〈산력사〉인 김석홍아바이의 아들임을 알았다.) 선체가공직장 용접공 윤재수동무, 리억석생산부기사장이 토론하였다.

토론들은 매우 감동적이였다. 나는 자리에 앉아있을수 없어 높뛰는 심장을 안고 연단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겨우 몇마디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장내가 떠나갈듯한 박수갈채를 나에게 보내주었다.

뒤이어 우리 도장반장 림선실아주머니가 랑랑한 목소리로 결의문을 읽었다.

결의문랑독이 끝나자 리윤종당위원장이 어제 당위원회확대집행위원회에서 토론된 돌격대명단을 발표하였다.

총책임은 최주식기사장, 부책임은 리억석생산부기사장, 설계부서를 담당한 돌격대 대장은 설계원 곽용주, 선대확장공사돌격대 대장은 김찬, 기중기제작 돌격대 대장은 윤재수, 다음은 돌격대에 망라된 돌격대원들의 명단을 쭉 발표하였다.

내 이름은 선대확장공사돌격대원 명단에 들어있었다.

아, 얼마나 가슴이 높뛰는지 모르겠다.

수령님의 교시관철에서 일선에 선 병사!

그렇다, 나는 일선에 선 병사다.

그런데 자칫 한걸음 늦궜더라면 나는 영예로운 돌격대원명단에서 빠질번 했다. 그 일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저리다. 글쎄 홍학주부직장장이 오늘 아침에 나를 만나서 하는 말이 어제저녁 당위원회확대회의가 있었는데 내가 돌격대명단에 들어갔기에 돌격대원명단에서 빼고 선박완성직장 도면관리원자리로 옮겨놓았다는것이였다. 그것이 강준호삼촌의 뜻이라면서…

나는 너무나도 기가 차고 억이 막혀 잠시 얼나간 사람처럼 멍청히 서있다가 펀뜩 제 정신이 들어 〈나를 끔찍이도 생각해주는〉 홍학주부직장장을 호되게 닦아세웠다.

돌격대원명단에서 내 이름이 빠졌으면 오히려 넣어주어야 할 형편에 뺐다는게 무슨짓인가, 그리고 허리를 잘못쓰는 도면관리원을 현장으로 내보내고 그 자리에 나를 넣으면 내가 거기서 일할상싶은가, 나를 도대체 어떤 처녀로 보는가, 이제 당장 당위원회로 가서 내 이름을 그자리에 다시 적어넣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부직장장동무에 대한 문제를 당위원장동지에게 정식 제기하겠다.

나의 날카로운 항변에 뻐꾹소리 한마디 못하고 서있던 홍학주부직장장은 슬몃슬몃 당위원회쪽으로 걸어가는것이였다.

나는 그의 역겨운 뒤모습을 보면서 그를 부추긴 강준호삼촌에 대한 인상이 그전과 같지 않아짐을 인식했다.

어린 시절 내가 학교에 다닐 때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복무할 때, 아니, 제대되여 이곳 조선소로 올 때까지만 해도 나는 삼촌을 무척 따르고 존경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요즈음에 와선 그에 대한 존경심이 점점 사그라져간다.

그대신 기사장동지에 대한 공감은 날이 흐를수록 커만 간다.

그 시발이 혹시 구내도로확장공사문제에 있는것이 아닐가.

지난해에 여기로 지도를 내려온 삼촌은 겨울철에 길을 넓히는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최주식기사장을 비판하고 비난했었다. 조선공들이 배를 뭇는것이 기본이라고…

나도 삼촌의 말처럼 그렇게 여겼었다. 한데 그 문제에서 나의 생각이 아주 짧았음을 나는 오늘에야 똑똑히 깨닫게 되였다. 도로가 넓어야 많은 물동량을 거침없이 나를수 있고 그래야 앞으로 큰 배무이에 지장이 없다는것을…

그러고보니 삼촌은 눈앞의 일에나 매달려 돌아가는 근시안이 아닌가.

반면에 최주식기사장은 우리 조선소의 먼 앞날까지 내다보는 참된 일군이고…

정말이지 어쩌면 나는 그것을 몰랐을가.

나의 시야는 물론 배무이에선 자기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는 삼촌의 안목이 그렇게도 좁은가.

나의 직종문제도 그렇다.

삼촌은 나를 도장공에서 떼내여 도면관리원을 시키려고 했다.

최주식기사장이 나의 뜻을 리해해주었기에 망정이지 어찌될번했는가…

 

강은주가 장문의 일기를 쓰다말고 잠시 달빛밝은 창밖을 내다보고있는데 가볍게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강은주의 대답에 이어 문이 살그머니 열리였다. 바라보니 문가에는 배관공 김찬이 얼굴을 붉히고 서있었다. 조선소정문 영예게시판에 붙어있는 사진그대로의 새색시처럼 수집은 모습이였다.

《뭘하고있소? 문을 그냥 두드리는것도 모르고…》

《일기를 쓰댔어요. 들어오세요.》

《들어가지 않겠소. 처녀들방에 괜스레…》

활달한 강은주는 처녀들앞에서 쩔쩔매는 김찬이 제대군인이 옳긴 옳은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고 그런 김찬이가 배관공일은 어쩌면 그렇게도 걸싸게 잘할가 하고 생각되여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우정 토라진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럼 여긴 어떻게 왔어요?》

《저… 은주동무와 함께 선대장으로 나가볼가 해서…》

《선대장으로요? 매일 보는 그곳엔 뭣하러 나가요? 그것도 밤에… 난 오늘저녁에 할 일이 많아요.》

속심을 감추고 하는 강은주의 정색한 대답에 김찬의 둥그스름한 얼굴에는 실망의 그늘이 짙게 어린다.

《그렇소? 그럼 할수 없지요. 나혼자 나가볼수밖에… 궐기모임을 한 오늘같은 날에 방에 있다는것은… 그럼 수고하오.》

강은주는 더없이 고지식하고 순박한 김찬이 할 말도 못하고 시름에 겨워 돌아서자 그만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야말았다.

《왜 웃소? 내 부탁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김찬은 볼멘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같이 나가보지요 뭐.》

《그게 정말이요?》

강은주의 한마디 말에 김찬의 어둡던 낯빛은 대뜸 밝아졌다.

《정말아니문요. 남을 기분상하게 하고서 내 마음이 편하겠나요?》

《그건 뭐 전번날에 있은 일에 대한 앙갚음이요?》

《…》

강은주는 대답없이 입을 가리고 방그레 웃었다.

…그것은 강은주가 조선소 안전교양실에서 안전교양을 받고 첫 작업을 하는 날이였다.

배관퉁구리를 메고 작업장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던 김찬이 도장공들속에 섞여오는 얼굴이 환한 강은주를 보고 길복판에 우뚝 서며 불쑥 입을 열었다.

《동무는 어디서 날아왔소? 여기서 며칠을 일하려고…》

맑은 하늘에 울리는 뢰성마냥 동에 닿지 않게 쏟아져나온 불손스러운 김찬의 말에 강은주도 도장공들도 깜짝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대범한 강은주가 흠칫 놀란것은 처음으로 상대하는 김찬의 입에서 례의에 맞지 않는 비꼬는투의 말이 감히 나온것이였고 한편 도장공들이 놀란것은 처녀들앞에서 얼굴을 붉히기 일쑤인 김찬이가 갓 온 처녀를 시까스르는것이 전혀 뜻밖의 일이였기때문이였다.

강은주는 평시에 무척 활달하고 쾌활한 처녀였지만 일이 너무나도 예상밖에 벌어진 까닭에 《아이참, 어쩜!》하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김찬이는 김찬이대로 자기가 한 말이 어처구니없이 느껴졌던지 울기가 차오른 얼굴을 숙이고 쩔쩔매다가 황급히 자리를 뜨고말았다.

아마도 남녀간의 사랑은 연분인지 그 일이 있은다음부터 두사람사이는 어성버성한 속에서 남달리 가까와졌다…

합숙을 나선 강은주와 김찬은 1호직장쪽으로 향한 도로로 꺾어들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쌀쌀한 밤바람이 옷깃속으로 살며시 스며든다. 하지만 그들은 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활기있게 걸었다.

강은주는 슬쩍 김찬을 곁눈질했다. 자기가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그는 선대장에 이를 때까지 묵묵히 걷기만 할것이다. 조선소에 와서 강은주가 본 김찬은 입보다 귀와 눈을 더 중히 여기는 사색과 관찰에 몰두하는형의 과묵한 사나이였다. 아마도 입을 열면 침묵보다 더 좋은것을 말해야 하며 말할수 없으면 잠자코 있는것이 낫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고 여겨서인지 모른다. 강은주는 자기의 이런 견해를 한번 더 확인해볼 심산으로 그냥 걷기만 할가 하다가 그것은 객적은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 김찬에게 무슨 말이든 하라고 했다.

《…》

김찬은 몇걸음을 더 걷다가 강은주가 재촉해서야 입에 질렀던 빗장을 뽑았다.

《은주동무, 난말요. 오늘 동무가 궐기모임에서 토론하는걸 듣고…》

강은주는 그가 입을 연것이 반가와 다그쳐물었다.

《토론하는걸 듣고 어쨌단말이예요?》

《감탄을 금치 못했소.》

강은주는 우뚝 서며 김찬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김찬이도 그를 따라 그자리에 섰다.

《거짓말 마세요.》

《아니, 정말이요. 동무는 내가 하려다 못한 말까지 슬슬 퍼내는데…》

《아이참, 별일두… 내가 어떻게 동무의 마음을 퍼낸단 말이예요?》

강은주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일단 입을 열자 별말이 다 나온다. 참, 남자들이란 엉큼도 하지. 어쩌면 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가.

김찬은 자기의 말을 강은주가 곧이 듣지 않자 고집쟁이애마냥 한 말을 곱씹는다.

《동문 퍼냈소. 내 마음을…》

그리고는 잠시 말을 끊고 볼수록 정겨운 강은주의 아름다운 얼굴을 넋없이 바라보다가 진정을 담아 뒤를 이었다.

《저… 우리 한가지… 약속을 하지 않겠소?》

약속을? 점점 한다는 소리가…

강은주는 웬일인지 심장이 활랑거렸다. 그는 김찬이가 툭 터놓고 하는 그 말이 자기의 인생길에서 어쩌면 리정표로 될 그런 말일수도 있을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저와 무슨 약속을 한단말이예요?》

처녀는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두손으로 모두어잡고 기다란 속눈섭을 살풋이 치뜨며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김찬은 뜨거운 입김을 후 내뿜는다. 달빛에 눈이 번쩍했다. 처녀의 심장은 다시금 후두두 뛰였다. 김찬은 결심한듯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새형의 선박무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영웅, 배무이영웅이 될것을말요.》

《어마나! 영웅이 될 약속을요?!》

강은주는 자기가 기대했던 말이 아니라는것을 감촉할새도 없이 가슴우에 얹었던 손을 꼭 모두어쥐며 놀라서 부르짖었다.

얌전하기 그지없는 김찬의 속통은 정말이지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강은주는 그의 생각이 너무나도 웅심깊어 자기로선 좀처럼 따라갈바가 못된다고 내심 혀를 찼다.

《왜 못될것 같소? 세상에 태여나며부터 영웅은 없지 않소?》

강은주는 묵묵히 몇걸음을 걷다가 대답했다.

《좋아요. 우리 약속하자요. 그런데…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말이요?》

이번엔 김찬이 눈을 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우리 둘이 다 공장 조선전문학교에 입학하여 힘껏 공부를 하면서…》

《그러니 영웅두 되구 준기사될 공부도 하잔말이지요? 그것참, 내 마음에 꼭 드오. 사실은 나도 공장 조선전문학교에 들어갈 마음이 있었으나 이번의 배나 무은 후 들어가려 생각했댔소. 우리 시대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니까 지식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수 없지요. 은주동무, 좋은 생각을 일깨워주어서 정말 고맙소.》

강은주는 다시한번 감심을 했다.

김찬의 사색과 궁냥이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깊고 넓은것이였다.

《모를것이 있으면 서로 돕고 그래도 모를것이 있으면 기사장동지한테 물어보자요. 그이는 참 대바르고 학식이 높고 훌륭한 사람같아요.》

《훌륭하구말구. 거… 종업원들앞에서 허심탄회하게 자기 비판을 하는것을 보오. 웬만한 일군같으면 남이 모르는 일을 가무리고말았을텐데…

우리 아버지말을 들으니 기사장동지의 아버지가 또한 훌륭했다오.

해방전에 왜놈십장놈을 쥐락펴락하구 해방후엔 우리 조선소를 보위했다오. 〈신흥호〉를 무을 때도 맨 앞장에 서구. 그러던 그는 전쟁시기에 군함을 수리하다가 적기의 기총탄에 돌아가셨다질 않소.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꼭 맞는것 같소. 우리 기사장동지를 잘 도와 새 선박을 훌륭히 무을뿐아니라 그에게서 많은 지식을 배웁시다.》

강은주와 김찬은 굳게 결의다지며 선대장을 향해 더욱더 힘있는 걸음을 내짚었다.

하늘중천에 건듯 떠오른 둥근 달이 그들의 속삭임을 축하해주듯 환히 웃음을 짓고 걸어가는 앞길에 밝은빛을 한가득 뿌려주고있었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