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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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천지를 얽어매고 횡포와 호기를 부릴듯싶던 추위는 자연의 법칙에는 도저히 항거할수 없었던지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했다. 벌써 양지쪽 둔덕에는 철이 든 할미꽃의 야들야들한 햇싹이 두터운 땅껍질을 헤치고 뾰조름히 솟아났고 잎없는 개나리는 노란 꽃망울을 터치려 하고있다.

습관대로 새벽 일찌기 출근하여 조선소구내를 한바퀴 돌아 자기 방에 들어선 최주식은 솜옷을 벗어 옷걸개에 걸어놓고 7시를 가리키는 벽시계를 쳐다보고나서 부기사장들을 전화로 불렀다.

생산부기사장 리억석을 선두로 옆구리에 책 한권씩을 끼거나 손에 든 부기사장들이 방으로 들어섰다. 부기사장들이 앞상에 놓인 의자들을 차지하고앉는데 기사장의 책상우에 놓인 전화기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최주식은 얼른 송수화기를 들었다.

조선소교환수처녀의 맑고 랑랑한 목소리가 쟁쟁하게 울렸다.

《기사장동지십니까? 평양에서 선박관리국장동지의 전화가 있습니다.》

잠시 웅- 하고 전류흐르는 소리가 들리였다.

《내 강준호요. 그새 잘 있었소? 오늘 상동지와 함께 그곳에 내려가겠소.》

강준호의 전화는 길었다.

그는 전국선박공업부문일군협의회를 오늘 조선소에서 하기로 했다는것, 안건은 전번에 말한 큰 배무이라는것을 말하고나서 최주식에게 타산을 잘해보고 협의회에 참가하는 상동지에게 대답을 하라는것, 2년전에 2척기선저예망선을 제대로 뭇지 못해 위대한 수령님으로부터 지적의 교시를 받았는데 이번에 과학적인 타산없이 주관적욕망만을 앞세워 객기를 부렸다간 돌이킬수 없는 랑패를 보게 된다는것, 자기는 큰 배무이가 현상태에서 《시기상조》라고, 500t, 700t짜리 배를 무어 경험을 쌓은 다음에 1 000t급이상의 큰배를 뭇자고 상동지에게 구체적으로 다시금 설명을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기어이 전국의 선박공업부문일군협의회를 조직했다고 푸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기사장동무. 우리 선박전문가들, 까놓고 말해서 선진기술을 소유한 기사장동무의 발언이 이번 협의회에서 매우 중요하오. 그러니…》

《국장동지, 제 생각을 깊이 해보겠습니다.》

《좋소. 그렇게 하오. 그리구말요, 공장주변정리와 손님맞을 준비도 잘하오. 회의참가자들은 평양에 모였다가 뻐스를 타고 가기로 했소.》

《알겠습니다.》

송수화기를 놓은 최주식은 눈이 둥그래서 자기의 얼굴을 쳐다보는 부기사장들을 둘러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 조선소에서 전국선박공업부문일군협의회를 하게 된답니다.》

《토의문제는 무어랍니까?》

얼굴이 기름한 기술부기사장이 자못 궁금한듯 다급히 물었다.

최주식은 잠시 그를 보고나서 대답했다.

《전번에 국장동지가 내려왔을 때 1 000t급이상의 배를 무을데 대한 문제가 우에서 론의되고있다는 말을 했더랬습니다. 이번에 협의할 문제가 바로 그거라고 합니다.》

그의 말에 부기사장들은 깜짝 놀란다.

어떤 부기사장은 《아-니?》하는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어떤 부기사장은 눈을 크게 떴으며 어떤 부기사장은 입을 항하니 벌린채 다물지를 못한다.

얼마후에야 그들은 자기들의 생각과 견해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견해들을 종합, 요약하면 선박건조를 지금보다 7~8배나 올려뛰게 한다는것인데 현재 우리 나라 선박공업부문의 설비와 능력, 조선공들의 기술기능상태를 가지고 가능하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최주식은 그들의 놀람과 의문, 의혹과 우려가 결코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몇100t급의 배나 무어내는 우리 나라 조선소에서 1 000t급이상의 선박을 건조하는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선박공업부문에서 일대 전환이고 비약이였다.

그래서 강준호조차 그토록 왼심을 쓰는것이 아니겠는가.

《동무들, 이건 정말 심중한 문제요. 모두들 깊이 생각들을 해봅시다. 손님맞을 사업을 포치하는동안 한대씩들 피우십시오.》

최주식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고나서 송수화기를 들었다.

부기사장들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붙여물었다.

최주식은 행정부지배인을 불러 회의장준비와 일터, 구내정리를 잘하도록 일렀다. 그리고 후방부지배인에게는 손님들의 점심식사를 성의껏 마련하라고 했다.

이어 부기사장들의 모임이 시작되였는데 모임은 얘기가 얘기를 낳아 예상외로 빨래줄처럼 길어졌다.

그들이 배건조를 계획대로 본때있게 내밀면서 대상설비에 보다 큰 력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일을 어떻게 짜고들어야 하겠는가를 두고 열렬히 갑론을박하고있는데 정문쪽에서 우렁찬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최주식을 비롯한 방안의 사람들은 뜻밖의 일에 한결같이 놀라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요?》

《혹시 위대한 수령님께서 선박공업부문일군협의회를 지도하러 오시는게 아니요?》

그때 리억석의 예언을 확증하듯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 《만세!》하는 웨침소리가 창문을 드르릉 울리며 들려왔다.

최주식이며 부기사장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감격에 목메인 환호성이 천지를 진감하는 정문쪽으로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지척이 천리같았다. 최주식이 정문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뒤짐을 지시고 구내도로확장공사를 하느라고 파헤쳐놓은 흙무지들이며 공장전경을 바라보고계시였다.

그이의 두리에는 수행원들이 서있었고 바로 옆에는 한발 먼저 나온 조선소 당위원장 리윤종이 차렷자세로 서있었다.

최주식은 위대한 수령님께 허리굽혀 정중히 인사를 올리였다.

《기사장동무, 수고하오.》

수령님께서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우시고 최주식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그이께서는 전쟁시기 대학으로 가라고 하는 사단간부과장과 대들이를 하던 결패가 센 최주식, 외국류학을 하고나와 동해기슭에 자리잡고있는 조선소의 부기사장으로 일하면서 1960년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참가하여 배무이를 수입자재로가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재로 써야 한다고 열렬히 토론하던 최주식을 생생히 기억하고계시였다.

《결패가 센 〈호랑이소대장〉이 여기에 와서도 일을 잘하고있겠지?》

수령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최주식에게 물으시였다.

《저…》

최주식이 머뭇거리자 리윤종이 말씀드렸다.

《수령님, 기사장동무가 온 다음부터 우리 조선소에서는 계획을 미달해본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12월계획은 103%, 올해 1월계획은 105%, 2월계획은 106% 넘쳐수행하였습니다. 기사장동무는 오자마자 고질적으로 남아있던 〈계절병〉과 〈월초, 월말병〉을 뚝 떼버렸습니다.》

《그렇소? 일을 아주 잘하는구만.》

그이께서는 최주식의 어깨를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다정히 두드려주시며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수령님의 뒤에 서있던 수원들도 그이를 따라 밝게 웃었다.

《그런데… 누가 겨울철에 구내도로확장공사를 이렇게 벌려놓았습니까?》

수령님께서는 도량이 작아가지고는 도저히 엄두도 낼수 없는 일을 시작한 일군이 알고싶으시여 웃음을 거두시고 리윤종에게 물으시였다.

《기사장 최주식동무가 부임되여오자마자 시작한 첫 일입니다.》

《기사장동무가?…》

리윤종의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최주식을 바라보시며 반문하시였다.

《오자마자 도로공사부터 벌려놓았단말이지?》

《…》

최주식은 머리를 숙이였다. 으름장을 놓던 강준호의 말이 떠오르면서 위대한 수령님께 혹시 심려를 끼쳐드리지나 않았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령님, 겨울철에 이런 공사를 벌려놓았기에 제가 전번에 내려왔을 때 단단히 추궁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강준호가 불만기어린 목소리로 말끝을 얼버무렸다.

《선박관리국장동무가 추궁을 단단히 했음에도 기사장동무가 그냥 내민단말이지요?》

수령님께서는 강준호쪽으로 시선을 보내시였다.

《그렇습니다.》

강준호는 금테안경속에서 깜빡거리는 작은 눈으로 최주식을 흘끔 바라보았는데 그 눈길에는 《보오, 동무가 내 말을 안듣더니 어떻게 되였나?》하는 속대사가 스며있었다.

그이께서는 의미있게 머리를 끄덕이실뿐 그에 대하여는 더 묻지 않으시고 도로공사를 하느라 울퉁불퉁해진 구내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하시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따라 걷는 최주식의 마음은 송구하고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공사를 보다 빨리 다그쳤더라면 그이를 이런 길로 모시지 않았을것인데…

그는 옆에 선 강준호가 자주 못마땅한 눈길을 자기에게 보내는터여서 더욱 안절부절했다.

그이께서는 최주식의 마음을 헤아리시고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조선소안에 들어와서는 조선공들의 힘찬 메질소리와 기계의 우렁찬 동음을 들으면서 걷는것이 제격입니다. 게다가 불어오는 바다바람을 한껏 마시면 마음이 상쾌해지고 기운이 절로 솟는단말입니다.》

수령님께서는 조선소구내를 돌아보시고나서 남산의 양지쪽에 자리잡고있는 아담한 협의회장으로 들어가시였다.

그리 넓지 않은 협의회장은 동행한 일군들과 동서해조선소일군들, 선박수리공장일군들, 관계부문 일군들로 립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그이께서는 좌석이 정돈되자 먼저 국내외정세를 알기 쉽게 상세히 분석하신 다음 배무이의 중요성과 의의에 대하여 지적하시였다.

《인민생활을 향상시키자고 해도 조선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국방력을 강화하자고 해도 조선업을 발전시켜야 하며 대외무역을 발전시키자고 해도 조선업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수령님께서는 장내를 둘러보시고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도 잘 알고있는바와 같이 우리 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습니다. 우리 나라 바다에는 수산자원이 매우 풍부합니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는 물고기더미우에 앉아있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실태는 어떻습니까. 물고기더미우에 앉아있는 우리 인민이 물고기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있습니다.

전번에 동해안의 어느 한 수산사업소 선장의 말을 들어보니 배가 작아서 잡은 물고기를 뭍으로 날라오지 못해 바다에 처넣고있다고 합니다. 어로공들이 애써 잡은 물고기를 배가 작아서 가져오지 못한다니 이보다 더 가슴아픈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배를 크게 무어 바다에 띄울 생각을 하게 되였습니다. 그것도 1~2년안으로 1 000t급이상짜리를 말입니다. 한데 기계공업상동무의 말을 들어보니 선박부문의 일부 일군들속에서 현재 큰 배를 뭇는것은 〈시기상조〉라고 한다고 합니다.

동무들, 그러면 우리가 언제까지 200t급의 배무이에 머물러있어야 합니까? 재능있는 우리 조선공들이 과연 우리 힘, 우리 기술, 우리 자재로 1 000t급이상의 배를 무을수 없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직접 배를 뭇는 동무들과 의논하려고 여기에 나왔습니다. 어디 배를 뭇는 동무들의 얘기를 좀 들어봅시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멈추시고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협의회장은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그 침묵속에서 최주식의 가슴은 터질듯 높뛰였다. 이제보니 큰 배무이는 기계공업상 조문광의 생각이 아니라 인민생활을 보다 유족하고 풍부하게 하시려는 위대한 수령님의 직접적인 구상이고 발기였다. 하지만 최주식은 이번에도 선뜻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200t급 배무이에서 1 000t급에로의 이행이 현조건에서 가능한가? 그것도 1~2년안으로?…

최주식은 눈을 지그시 감고 랭철한 리성으로 선박건조에서 제기될 문제들을 하나하나 따져보기 시작했다.

방대한 설계량과 설계원들의 실태, 진수대며 기중기를 비롯한 설비들과 그 능력, 지도일군들의 수준과 조선공들의 기술기능상태…

생각을 깊이 할수록 최주식은 자기가 아득히 높은 절벽을 마주하고 서있는듯 한 감이 들었다.

참으로 아름찬 일이로구나. 정말 간단치 않아.

저도 모르게 긴숨을 내쉬며 입속으로 부르짖는 순간 그의 머리에는 노한 아버지의 엄한 모습이 떠올랐다.

《이녀석, 네 지금 무슨 얼빠진 생각을 하고있느냐. 너의 그런 몰골을 보시려고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국이 피를 흘리는 그 준엄한 불바다속에서 대학공부를 시켜주신줄 아느냐. 믿음과 은덕에 보답을 못한다면 그것은 벌써 인간이 아니다.

수령님께서 널 믿고 말씀하시는데 멍청히 앉아 수판알이나 튕기고있어? 일어서라 당장! 일어나서 네가 맡아하겠다고 말씀드려라.》

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지자 이번엔 강준호의 굵은 목소리가 우뢰소리마냥 귀청을 때렸다.

《여보, 기사장동무. 동무가 뭇지는 않았지만 2척기선저예망선을 잘못 무어 수령님으로부터 2년전에 비판의 교시를 받지 않았소. 그런데 이제 객기를 부려 나섰다가 뭇지 못할 때는 기사장동문 끝장이요. 그러니 심중히 생각하고 똑바로 처신하오.》

최주식은 입술을 깨물었다.

《기사장!》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누군가 나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에 최주식은 생각에서 깨여나 뒤를 돌아보았다.

김석홍아바이가 어서 일어나 대답을 올리라고 눈짓을 한다. 그옆에 앉은 리윤종이도 아바이의 뜻에 머리를 끄덕여 동감을 표시했다.

어떻게 할것인가?

얼핏 앞을 보던 최주식의 눈길은 자기를 지켜보고있는 강준호의 눈과 딱 마주쳤다.

최주식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는데 김석홍아바이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여보게 기사장, 수령님께서 우리를 믿고 찾아오셨는데 어서 일어나게. 일어나서 우리 조선소에서 1년안짝에 건조해내겠다고 말씀드리라구. 앞으로는 몇백t급의 배가 아니라 천t급, 만t급의 배를 무어 어버이수령님께 기쁨을 드리겠다고 말일세. 〈신흥호〉진수식때 결의를 다진 아버지의 뜻을 펼 때가 지금이야. 자네 아버지 〈항우〉같았으면 벌써 일어난지도 오랬을거네.》

최주식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왜 이러고있을가. 수령님의 바라심은 곧 우리 인민의 의사이고 우리 시대와 우리 혁명의 요구가 아닌가. 내 삶의 전부는 오직 수령님께 기쁨만을 드리는데 있다고 생각해온 내가 어쩌면 타산부터 앞세우고있는가.

최주식이 자신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강준호가 먼저 일어났다.

그는 옷매무시를 바로잡고나서 체소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굵은 목소리로 자기의 생각을 천천히 말씀드렸다.

《수령님, 수령님의 말씀은 천만번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령님 말씀처럼 우리가 언제까지나 수백t급의 배만 무을수는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서두를 떼고나서 우리 나라의 어선수와 선박건조실태를 분석했다.

1963년말 현재 어선 총수와 그중에서 5t미만의 쪽배 척수, 50t급이상배와 동력없는 범선수, 동력선중에서 10t미만짜리 배척수, 100t이상 선박수… 조선소들에서 지금 건조하고있는 200t급 척기선저예망선 수… 등을 분석하고나서 《이런 실태를 놓고볼때 1~2년안으로 1 000t급이상의 큰 배를 무어내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설계도 선대도 현도장도 기중기도 지금은 다 걸렸습니다. 지금부터 한 2~3년간 500t급을 무으며 토대를 닦고 큰 배를 건조했으면 합니다.》

《2~3년간 준비를 하고 그후에 배를 뭇기 시작한다? 그러면 5년후에야 1 000t급이상 배를 바다에 띄울수 있단 말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말씀드리기 죄송스럽지만… 제가 류학하고 온 나라는 선박공업이 발전한 나라인데도 3~4배를 올려뛰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앉으시오. 어디 이번엔 배를 직접 뭇는 동무들의 얘기를 좀 들어봅시다.

영포조선소 기사장동무!》

《예.》

최주식은 힘있게 대답하고나서 의자를 약간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했다.

《기사장동무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동무도 국장동무의 견해와 같습니까?》

수령님께서 물으시였다.

최주식은 자기에게 쏠린 일군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이께 자책어린 목소리로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수령님, 수령님께서 부르셔서야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난 이 못난놈을 용서해주십시오.》

그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가 하고 손에 땀을 쥐고 주시하던 사람들은 대번에 눈이 둥그래졌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가볍게 끄덕이시며 어서 말하라고 다정히 이르시였다.

《수령님, 국장동지나 제가 류학한 나라에서 종전에 뭇던 배보다 몇배 올려뛰는데 10년이 걸렸다는것은 사실입니다. ××조선소를 비롯한 여러 조선소를 가보았는데 다 그랬습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선박공업이 발전했다는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데 남들이 오래 걸렸다고 하여 우리도 그렇게 걸려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나라는 천리마를 탄 기세로 내달리자는 당의 호소를 높이 받들고 남이 한걸음을 걸을 때 백걸음을 걷고 남이 열걸음을 걸을 때 천걸음을 걷고있습니다. 온 나라가 이처럼 천리마를 타고 날아가는데 우리 선박부문만 거부기를 타고 뚱기적거리며 걸어갈수는 없습니다.

수령님, 그 과업을 우리 조선소에 주십시오. 일이 방대하고 아름차긴 하지만 우리가 해내겠습니다. 5년이 아니라 1년동안에 기어이 배를 무어 바다에 띄우겠습니다.》

《1년동안에?》

장내엔 희열의 파문이 크게 일었다.

하지만 최주식이 한 너무도 뜻밖의 대답에 놀란 강준호의 눈만은 화등잔만 해졌다.

그이께서는 낯에 어렸던 한가닥의 그늘을 활 날려보내시고 만면에 환한 미소를 담으시였다.

《여기서 1년동안에 무어내겠단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수령님!》

최주식은 씩씩한 목소리로 엄숙하게 대답을 올렸다.

수령님께서는 확신에 넘쳐 말하는 최주식을 무척 자애로운 시선으로 이윽히 바라보시다가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내 기사장동무가 그렇게 나올줄 알았습니다. 외국에 가서 공부해도 제 나라를 생각하며 해야 합니다. 우리 당이 최주식동무를 헛키우지 않았습니다.

나는 1960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수입자재가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재로 배를 뭇겠다고 토론하는 최주식동무의 말을 듣고 이미 그렇게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기사장동무에 대한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최주식이가 대견하시여 거듭 치하하시였다.

최주식은 눈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이께서 어쩌면 그렇게도 자기의 마음을 속속들이 꿰뚫어보실수 있으실가.

그는 한없이 부푼 가슴속 격정을 누르지 못하고 수정처럼 맑은 눈물을 쏟고야말았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머리를 숙인 최주식을 바라보시고나서 조문광에게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상동무, 최주식동무를 여기로 보낸건 아주 잘했습니다. 전쟁때 잘 싸운 그의 본심이야 어데 가겠습니까. 그의 피줄엔 당과 조국에 충성다한 아버지의 고결한 넋과 정신이 맥맥히 흐르고있습니다.》

순간 조문광의 머리에는 위대한 그이께서 최주식을 영포조선소 기사장으로 보내는것이 좋겠다고 하시면서 《내가 최주식동무를 기사장으로 보내자고 하는건 그가 소유한 기술이나 해박한 지식때문만은 아니요. 그의 아버지가 무으려다 못무은 큰 배를 아들이 뭇게 하기 위해서고 또 큰 배무이과정을 통해 최주식동무를 유능한 선박일군으로 키워주기 위해서요. 그것이 바로 인간으로서, 혁명동지로서 지녀야 할 의리가 아니겠소. 그 동무를 기사장으로 보냅시다.》라고 하신 말씀이 스쳐지났다.

조문광은 위대한 김일성동지를 수령으로 모시고 일하는 긍지와 자부심을 다시금 가슴뿌듯이 느끼며 후더워오르는 마음으로 정중히 말씀올렸다.

《수령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머리를 끄덕이시더니 최주식을 보며 말씀하시였다.

《기사장동무, 1 000t급이상의 선박건조과업을 이곳 조선소에 정식으로 줍니다.》

최주식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수령님, 고맙습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주식을 미더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나는 최주식동무를 믿듯 진정으로 이곳 조선소동무들을 믿습니다. 이곳 조선공들은 1948년 6월 23일 철선 〈신흥호〉를 무어 바다에 띄웠습니다. 내가 그때 김정숙동무랑 김책동무랑 여기 와서 진수식에 참가했댔는데 배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여기서는 그후에도 배를 잘 무었습니다. 기사장동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시작한 2척기선저예망선은 비록 날자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질도 썩 신통치 못해 비판을 받았지만 오늘 와보니 부족점이 많이 퇴치되였습니다. 일하는 과정에 잘못을 범할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접수하고 고치면 됩니다. 지내보니 이곳 조선소동무들은 하자고 달라붙으면 기어이 해내는 좋은 동무들입니다. 나는 1 000t급 물고기운반선도 꼭 해내리라고 믿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영포조선소 로동계급을 높이 치하하시고나서 최주식에게 물으시였다.

《기사장동무, 그런데 방안은 있습니까?》

최주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씀드렸다.

《수령님, 아직은 이렇다 할 방안이 없습니다. 하지만 설계를 하고 선대를 앞뒤로 늘쿠면서, 다시말하여 일을 하면서 방안을 세우겠습니다. 먼저 일에 달라붙겠습니다.》

《기사장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선 시작을 해놓고봐야 합니다. 목표가 명백히 섰는데 뭘 우물거리겠습니까. 일을 해나가면서 모두가 달라붙어 머리를 짜내면 안나던 생각도 떠오르고 묘책도 나옵니다.》

수령님께서는 최주식에게 앉으라고 이르시고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1 000t급이상의 배를 뭇는것은 우리 나라 선박공업발전에서 리정표로 될뿐아니라 일대 전환점으로, 비약으로, 혁명으로 됩니다. 왜냐 하면 1 000t급배무이는 단순히 1 000t급배나 한두척 뭇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어내야 할 만t급, 수만t급, 십만t급 아니, 그보다 더 큰 선박건조의 발판을 닦는것으로 되기때문입니다. 이처럼 이번에 뭇게 되는 1 000t급배가 인민생활향상, 국방력강화, 대외무역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대형선박건조의 발판으로 되기때문에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생각을 좀 해보았습니다. 들어보고 의견이 있으면 기탄없이 제기하시오.

내 보기엔 우선 기구를 통합해야 할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선소와 선박설계연구소가 따로따로 갈라져있는데 그렇게 해가지고는 유일적인 지도를 할수가 없으며 배를 빠른 시일안에 무어낼수도 없습니다.

설계연구소를 결정적으로 조선소안에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설계를 하는족족 합의를 보고 현도에 넘겨야 하며 현도한것은 지체없이 선체직장으로 보내야 합니다. 말하자면 흐름식으로 일해야 합니다.

다음은 설계와 현도를 하는동안 선대확장공사를 빠른 시일안에 내밀어야 합니다. 타산해보니 남산이 있는 선대우쪽은 주야로 일을 할수가 있어 크게 문제시될것이 없는데 선대아래쪽에는 바다물이 있어 레루를 바다밑으로 늘이는 문제가 어려울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잘 짜고들면 얼마든지 할수가 있습니다. 지형지리적조건을 보면 서해는 동해와 달리 해안선의 기복이 완만하며 밀물과 썰물 시간이 있는만큼 썰물때에는 감탕판에서 일할수 있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이외에도 기중기를 크게 만들데 대한 문제를 비롯하여 선박건조에서 제기되는 여러가지 실천적인 방도문제를 일일이 밝혀주시였다.

《이 모든 일을 해나가는데서 중요한것은 어느 하나를 끝내고 다른것을 하는 식으로가 아니라 설계, 기중기조립, 선대확장공사 등 문제들을 동시에 통이 크게 벌려나가는것입니다.》

장내에선 요란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제지하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사상론을 주장합니다. 때문에 동무들은 조선공들에게 사상교양사업을 짜고들어 해야 합니다. 1 000t급 운반선을 왜 무어야 하는가, 배를 뭇는 의의가 어디에 있는가를 조선공들이 알게 되면 이제 기사장동무가 결의한것처럼 1년동안에 반드시 배를 무어낼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최주식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들을수록 온몸에 힘과 용기가 부쩍부쩍 솟아나고 눈앞이 환히 트이였다.

그이께서 선박공업의 비약적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연구를 깊이 해오셨다는것이 대번에 느껴졌다.

아, 수령님께서는 정녕 얼마나 비범하고 위대한분이신가. 그이께서는 조선혁명과 세계혁명을 령도하시는 그 바쁘신 속에서도 선박전문가들조차 미처 생각지 못한 혁신적이고도 창발적인 문제들을 포착하시고 그 대책안까지 환히 밝혀주시는구나!

크나큰 감격과 격정에 잠긴 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하고 목청껏 웨쳤다.

협의회장은 폭풍같은 만세소리와 우뢰같은 박수소리로 떠나갈듯 했다.

수령님께서는 환희로 차고넘치는 일군들을 손을 들어 제지시키시고 최주식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기사장동무, 어떻소? 그렇게 하면 될것 같지 않소?》

최주식은 머리를 버쩍 쳐들고 신심에 넘쳐 목멘 소리로 말씀드렸다.

《수령님, 자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담으시고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자신있다? 기사장동무가 자신있다면 됐습니다. 문제는 배를 뭇는 사람의 신념에 달려있습니다.

정준택부수상동무, 최주식동무가 제기하는것은 무슨 문제든 내각에서 책임지고 우선적으로 풀어주시오. 알겠습니까?》

푸른색 천가위를 한 자그마한 수첩에 그이의 말씀을 열성스레 적어넣고있던 정준택부수상이 일어나 정중히 대답올렸다.

《수령님, 알겠습니다. 수령님 교시대로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큰 배무이문제는 이만 토론하고 다음문제로 넘어갑시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배수리문제와 먼바다고기잡이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이윽고 수령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모두들 희망과 신심에 넘친 밝은 얼굴로 따라 일어섰다.

밖으로 나오신 그이께서는 협의회에 참가한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말씀하시였다.

《기사장동무가 이미 점심식사를 시켰다니까 동무들은 여기서 식사를 하고 떠나시오. 나는 이제 유리공장과 제련소 그리고 항에 들려보아야 하기때문에 먼저 가겠습니다. 자, 그럼 수고하시오.》

위대한 김일성동지께서는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만세의 환호성이 천지를 진감하며 다시금 터져올랐다. 그런데 천천히 움직이던 차는 몇m를 달리지 않아 스르시 서고 닫겼던 문이 활짝 열리였다. 수령님께서 차에서 내리시더니 최주식을 가까이로 부르시였다.

《기사장동무, 큰일을 하자면 심장이 커야 합니다. 우리가 해방전에 왜놈의 백만관동군을 쳐물리친것이 결코 인원수가 많아서가 아닙니다.》

최주식은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령님, 알겠습니다. 수령님 말씀을 꼭 명심하고 기어이 제 기일안에 선박을 건조해내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오.》

수령님께서는 최주식의 손을 굳게 잡아주시고 차에 오르시였다. 그러나 수령님께서 타신 승용차는 몇m를 달리지 못하고 다시 멈추어섰다.

위대한 김일성동지께서 차문을 열고 내리시였다.

《최주식동무, 1 000t급이상의 배를 뭇는 일은 협의회때도 내 말했지만 앞으로 건조하게 될 만t급, 수만t급, 수십만t급 선박의 발판으로 되오. 높이 올라설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 어찌 수월하겠소. 애로되는것이 아마 한두가지가 아닐거요. 그러니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힘에 부치거나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면 혼자 속을 썩이지 말고  서슴없이  내게다  전화를  거시오. 내게다 직접 말요. 그러면 내가 도와줄수 있는건 죄다 도와주겠소. 나는 동무를 믿고 동무는 나를 믿고 시대와 인민이  요구하는 배를 기어이 무어냅시다.》

《수령님!》

최주식은 참고참던 격정을 누르지 못하고 흐느꼈다.

선박공업이 나갈 길을 환히 밝혀주시고도 그길로 제대로 못갈가보아 못내 마음을 쓰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정녕, 세상엔 나라가 많고 나라마다 수령이 있지만 우리 수령님같은분이 그 어디에 또 있을것인가.

《최동무, 배가 다 되면 내게 꼭 알리라구. 내 만사를 제껴놓고 여기로 오겠소.》

《수령님, 알겠습니다.》

우리 나라 선박공업력사의 새 장을 마련한 이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주식에게 크나큰 믿음과 힘과 용기를 안겨주시고 조선소를 떠나시였다.

최주식을 비롯한 협의회참가자들과 이곳 조선공들의 감격에 넘친 열화같은 만세소리는 대지를 뒤흔들며 오래도록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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