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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호가 탄 《갱생》은 1호정문을 지나 닻거리를 질풍같이 달리였다. 그때 합숙쪽에서 한사람이 숨을 헐떡거리며 급히 길가로 뛰여나오더니 오른손을 버쩍 쳐들었다. 홍학주였다.

《왜 그러오?》

최주식의 일로 하여 속이 채 풀어지지 않은 강준호는 차문을 열고 온곱지 않은 목소리로 위엄있게 소리쳤다. 시어미역정에 개옆구리차는격이다.

《국장동지, 저… 집에 잠간만 들렸다 가십시오.》

홍학주가 비죽이 웃으며 차가까이로 다가왔다.

강준호의 갱핏한 얼굴은 대번에 불깃하게 달아올랐다.

오늘 새벽 홍학주의 집에서 남모르게 슬그머니 빠져나온 일이 먼산의 아지랑이처럼 눈앞에 아물거렸다.

그의 집에 가지 말았어야 할걸…

그는 어제 있은 일을 후회했다. 하지만 후회란 항상 때늦은것이다.

《제길할!》

그는 자신을 탓하는지 아니면 홍학주를 탓하는지 저도 모를 말을 입속으로 뇌이며 미간을 찌프렸다.

《집엔 왜? 무슨 일이 생겼소?》

《글쎄 잠간이면 됩니다. 들렸다 가십시오.》

홍학주의 태도와 말투가 그의 불안한 마음을 더 둔장질했다.

혹시 이 사람이 어제밤 저네 집에서 자고온것때문에 그러는것이 아닐가.

잠시 망설이던 강준호는 쪼프린 눈으로 자기앞에 장승처럼 서서 능글거리는 홍학주를 보며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마지 못해 대답했다.

《타오.》

홍학주를 태운 《갱생》은 해빛에 반짝이는 눈우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제밤일때문이라면 정말 맹랑하기 그지없는데… 그 녀인은 이제 나를 어떻게 맞으며 이 사람은 집에 가서 나를 어떻게 대할것인가.

강준호는 홍학주의 숭글숭글 얽은 곰보얼굴우에 오매월의 해반주그레한 낯이 덧놓이자 마치도 요강뚜껑으로 물을 마신듯 기분이 나쁘고 께름직했으며 가슴이 답답했다. 한편 술을 자꾸 권하던 오매월이 얄밉기도 했다.

망신이로군. 망신이야. 엎질러놓은 물을 줘담을수 없으니 망신할수밖에… 그들이 제발 술에 취한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것, 왜냐하면 과주한 사람은 짐승과 구별되는 인간고유의 리성을 잃었기때문이라는것을 리해하여주었으면 좋으련만…

허나 그런 허황한 기대와 어리석은 희망은 가지지도 말라고 경고나 하듯 《갱생》이 삐익 소리를 내며 홍학주의 집앞에 멎어섰다.

강준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딱 감아버렸다. 차문이 열리고 홍학주가 뛰여내리는것을 그는 륙감으로 느끼였을뿐이였다.

종내 일은 멋적게 되고마는가.

강준호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오셨어요?》하는 오매월의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고 차창밖을 내다보니 어제보다 더 진하게 화장을 한 오매월이가 방긋방긋 웃으며 차쪽으로 걸어오고있다. 강준호는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아이, 국장동지, 평양으로 가시는 길이세요?》

방그레 웃으며 무랍없이 대해주는 녀인의 생기넘친 모습을 보자 강준호는 갇혔던 숨이 저절로 쑥 새여나왔다.

홍학주와 오매월이 어제밤일때문에 날 집으로 이끈것은 아니로구나!

그는 간밤일에 아닌보살하는 오매월이가 고맙게 여겨졌다.

《일을 다 봤으니 올라가야지요.》

그들이 말을 주고받는데 홍학주는 낑낑거리며 포장한 상자를 차에 싣는다.

《저게 뭐요?》

《말린 낙지와 뱅어생선, 소회갓이예요. 변변치 않지만 사모님 맛이나 보시라구요.》

《그건 뭘… 집에서나 두고 먹지.》

《우리 먹을것은 남겨두었으니 걱정말고 가져가세요.》

오매월이 해죽이 웃으며 정찬 눈을 깜빡거린다.

《인제 가시면 언제쯤 내려오세요?》

《래달 중순경쯤…》

《그렇게 오래 계시다가 오세요?》

《혹 그전에 내려올수도 있소.》

《자주 내려오세요. 그래서 우리 주인이 과오를 범하지 않고 일을 잘하도록 이끌어주세요. 그리고 〈부〉자도 좀 떼주시고요.》

《알겠소. 내 꼭 그렇게 하지요.》

강준호는 선선히 대답하고 차에 올랐다.

《안녕히 가십시오.》

《부디 건강하세요.》

홍학주와 오매월은 떠나는 차뒤에 대고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는 손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차가 굽인돌이로 사라지자 홍학주가 벼룩씹는 개상을 해가지고 중얼거렸다.

《존경하는 국장동지, 그걸 공짜로 여기지 마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니 앞으로 회계할 때가 꼭 있을거요.》

오매월이 그 말을 듣고 카멜레온처럼 눈이 올롱해서 사방을 둘러보더니 귀속말로 소곤거렸다.

《여보, 누가 들으면 어쩔려고 그래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걸 잊었어요.》

《누가 듣긴?》

하면서도 홍학주는 겁먹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방에 들어가 한대 피우고 가라요.》

《그러지.》

홍학주는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오매월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여보, 국장이 이모저모로 낚시를 단단히 물었으니 이젠 됐소.》

《그래요.》

오매월은 대답하더니 간드러진 웃음을 터뜨렸다.

홍학주는 얼떠름해졌다.

《왜 웃소? 갑자기…》

오매월은 목소리를 낮추어 귀속말하듯 속살거렸다.

《국장이 내 계교에 감쪽같이 속은게 통쾌해서 그래요. 국장이 차에서 내릴 때 쩔쩔매는 꼬락서니를 당신도 보았지요. 그는 밤새 술을 마시고 혼자 쓰러져자다가 내빼고는 마치도 무슨 큰일을 저지르기라도 한듯이 생각하고있단 말이예요. 호호… 참말 우스워 죽겠네. 술이란 내노라 하는 남자들도 바보로 만든다니까요. 바보로…》

(참말이지 매월인 서태후를 찜쪄먹겠어.)

오매월의 웃는 내속을 그제서야 안 홍학주는 입이 벙글써해져가지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오매월을 달이 뜬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그 녀자의 가는 허리며 실한 엉뎅이, 동실한 어깨를 슬슬 어루쓸었다.

낯빛이 새파래진 오매월은 눈을 세모지게 뜨고 쏘아붙였다.

《대낮에 무슨 추태야요? 꼭 개같다니까…》

《자, 이거 정말…》

퉁을 맞은 홍학주는 쩔쩔매며 뒤더수기로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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