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장

 

우리 나라 동서해안에 자리잡고있는 조선소들과 선박공업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네 책임일군인 리억석을 흔히 《선박사령관》이라고 부른다.

그 까닭을 물으니 어떤 사람은 해군출신의 기질이 칠십가까운 오늘까지 그냥 남아있어 무슨 일이 제기되면 군대식으로 결단성있게 내밀기때문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그의 몸에서 어딘가 모르게 범접할수 없는 위엄과 완강한 기품이 느껴지기때문이라고 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다르게 부를수 없는 그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했다.

이랬든저랬든 그 호칭이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였다.

나 역시 한두번 만나보는 사이에 과시 그를 《선박사령관》이라고 부를만 하다고 생각하였다.

비내리는 늦여름의 어느날 오후, 나는 서해안에 위치하고있는 영포조선소로 취재를 떠나기에 앞서 선박공업부로 그를 찾아갔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선박공업부문에 주신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그의 구상과 작전, 결심을 먼저 알고싶어서였다.

한데 그는 방에 없었다. 아니, 방에 앉아있을 사람이 아니였다.

아래사람들은 무슨 문제가 제기되면 반드시 조선공들을 찾아가군 하는 그가 두어시간전에 영포조선소로 내려갔다고 했다.

(역시 오늘도 사령관이 서야 할 위치에는 변함이 없구나!)

나는 한발 빨리 오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런데 제기된 문제는 무엇일가? 무슨 문제이기에 조선공들을 찾아갔을가?

부서의 한 지도원은 속달아하는 나의 심중을 엿보고 지금 한창 벌리고있는 만t급 선박을 마저 뭇는데 필요한 적잖은 량의 강재와 의장품을 외국에서 사들여오기로 했던것을 우리 나라 원료와 자재로 대용하자는 안을 그가 내놓았는데 그 안을 들은 일부 일군들이 머리를 기웃거렸기때문이라고 했다.

(외국에서 사들여오기로 했던 철강재와 의장품을 모두 우리 나라 원료와 자재로 쓴단 말이지. 그렇게 해서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할수만 있다면 그이상 좋은 일은 없을것이다. 한데 그것이 가능할가? 혹시 그의 주관적욕망,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것은 아닐가. 그가 내놓은 안을 조선공들은 어떻게 대할가.)

생각을 굴리며 선박공업부청사를 나선 나는 전차를 타고 역으로 나가 평양-영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비는 억수로 쏟아지고있었다.

영포역에 도착하여 역전거리를 얼마쯤 걸으니 어느새 신발이며 바지가 홈빡 젖었다.

우산도 큰비에는 무맥했던것이다.

해안거리에 잡아드니 위대한 수령님께서 서거하신지 달포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통한 마음을 안고 그이의 동상을 찾는 사람들의 물결이 끝없이 흐르고있었다. 그들과 함께 어버이수령님의 동상에 삼가 조의를 표시한 나는 영포조선소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있는 외래자합숙을 찾았다.

려장을 풀고 한대 피우며 젖은 바지를 짜입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천둥소리는 더 커지고 칼날같은 번개는 더 자주 번쩍거렸다.

창문유리를 타고 비물이 내물처럼 흘러내렸다.

지금 그는 어디 있을가? 현장에? 아니, 그는 청사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협의회를 하고있을지도 몰라.

나는 조선소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외래자합숙부터 찾은 자신을 자책하며 호실을 나섰다.

조선소에 들어가니 사무실들은 거의 비여있었다.

생산과의 교대지령장은 그가 현장에 나갔으며 조선소일군들도 직장으로들 나갔다고 했다.

나는 작업장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현도장, 청년기계직장, 주물직장…

위대한 수령님을 잃은 크나큰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만t급 배무이에 떨쳐나선 조선공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현도공 김영백아바이 현측 현도에서 일별계획을 200%로 넘쳐 수행!》

《대형기계작업반원들 집체적힘을 모아 만능가공기 창안. 날마다 150%!》

나는 조선공들의 드높은 열의에 감탄하면서 리억석이 이들속에 있지 않을가 하여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선체가공직장까지 돌아보고나서 야외작업등이 비발을 뚫고 뿌옇게 빛을 뿌리는 선박완성직장으로 갔다.

길이가 길어서 앞과 뒤가 보이지 않는 선대우에는 집채만 한 배토막이 두세개 놓여있었다.

(조립이 벌써 시작되였구나.)

놀란 눈으로 선대를 더듬는데 야무진 호각소리를 따라 200t 문형기중기가 커다란 배토막을 물고 선대우를 기운차게 달리고있다. 그밑에선 용접공들이 내리는 비, 번쩍이는 번개, 천지를 진감하는 우뢰소리도 아랑곳않고 빨간 불꽃을 련속 날리고있다.

둔중한 철판교정기소리, 솩솩 하는 산소절단기소리…

그것은 당의 부름대로 살며 일하는 조선공들의 힘찬 맥박이였다.

넋을 잃고 조선공들의 작업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제관공청년에게로 다가가 선박완성직장장을 어디에 가야 만날수 있는가고 물었다.

《우리 김찬직장장을 찾으십니까? 그는 방금전에 저기 선대우쪽에서 〈선박사령관〉동지와 같이 있었는데요.》

나는 제관공청년이 가리켜준쪽으로 갔다.

작업장의 동음과 비소리를 누르며 웨치듯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선박사령관〉동진 부에 올라가 오래 계시더니 이젠 퍼그나 소심해지셨군요.》

《그건 무슨 말이요?》

《제보기에 〈선박사령관〉동지는 우리와 함께 이곳 조선소에서 천t급랭장운반선 〈천리마〉호를 무을 때 일을 잊어버린것 같단 말입니다. 그때 위대한 수령님의 사랑과 믿음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배를 무었습니까? 그런데…》

《…》

나의 출현에 그들의 대화는 끊어지고말았다.

《아니, 작가선생이 어떻게?…》

몸이 보기 좋게 나고 얼굴이 둥그스름한 칠십나이의 비옷입은 리억석이 이렇게 말하더니 자기앞에 서있는 쉰서넛났을 사나이를 나에게 소개했다.

《로력영웅인 선박완성직장장 김찬동무요.》

《수고합니다.》

나는 조선공들의 생활과 투쟁을 취재하기 위해 평양에서 왔다고 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공연히 여기까지 오셨군요. 평양에서 〈선박사령관〉동지를 만나보면 될것인데…

우리 나라를 다 뒤져도 〈선박사령관〉동지만큼 배무이에 대해 잘 아는 일군은 없습니다.》

선박완성직장장 김찬은 조선공답게 손이 크고 뼈대가 굵은 사람이였는데 온몸엔 힘이 넘쳐흐르는듯 했다. 그가 소탈하고 시원시원한 사람이라는것이 대뜸 알렸다.

《허, 말재간이 이젠 퍼그나 늘었구만. 천톤급배를 무을 땐 처녀를 보고도 얼굴을 붉히군하더니… 김석홍아바이의 아들답지 않게 변했어.》

리억석이 말참녜를 했다.

《발전했지요. 저라고 왜 망두석처럼 한자리에만 있겠습니까. 그리고 말이 났으니 말이지 총각때야 누구든 다 그렇지요. 모름지기 〈사령관〉동지도 총각때엔 그랬을겁니다.》

김찬은 스스럼없이 응대하며 웃는다. 보매 그에게선 어떤 얘기든 손쉽게 들을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조선공들의 배무이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한데 이런 난감한 일도 있는가.

그는 오른손을 획 젓더니 나의 청을 단호하게 일축해버리는것이였다.

《작가선생, 배무이에 대해서는 〈선박사령관〉동지한테 물어보십시오.》

김찬직장장은 이러고나서 리억석을 바라보며 말하는것이였다.

《〈선박사령관〉동지, 여기 일은 마음을 푹 놓고 합숙으로 들어가십시오. 들어가서 작가선생에게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대로 만t급선박건조를 앞당겨 꼭 해낼수 있다는걸 지난날 천t급배를 뭇던 때의 사실로 증명해주십시오.

작가선생이 그 얘기를 듣고도 믿지 않으면 5천t급배를 뭇던 때의 일도 들려주구요.

저도 직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지원포를 쏘러 합숙으로 가겠습니다.》

그리하여 나와 리억석은 영웅인 그에게 등을 밀리워 그자리를 뜨게 되였다.

물탕을 튕기며 합숙으로 걸음을 옮기던 나는 선대우쪽에서 그들이 어성을 높여 주고받던 말이 문득 떠올라서 넌지시 물었다.

《참, 김찬직장장동무는 뭘보고 〈사령관〉동지가 부에 올라가 오래 계시더니 소심해졌다고 하는겁니까.》

《작가들이란 정말… 어느새 그 말을 다 엿들었소?》

그는 허허 웃더니 말을 이었다.

《만t급선박건조를 마감결속짓기 위해 외국에서 수입해오기로 했던 철강재와 의장품을 그만두기로 내 결심했는데 로력영웅인 직장장동무 생각엔 어떤가, 그걸 협의하러 여기에 내려왔다, 그랬더니 글쎄 김찬동무가 하는 말이 〈그거야 너무나 응당한건데 아까운 시간을 내여 협의회까지 하겠습니까. 지금의 조건은 천t급배를 무을 때와 대비도 할수 없게 좋습니다. 그때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의 사랑과 믿음이면 어떤 선박이든 다 무어낼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에 보답하는 길에 조선공의 참다운 삶이 있다고 여기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지금도 같습니다. 그런데…너무나도 명백한 문젤 협의하러 내려왔다니 〈사령관〉동지도 이젠 퍼그나 소심해진것 같습니다.〉 이러는게 아니겠소.》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만t급선박건조의 발판으로 된다는 천t급배 〈천리마〉호, 그것이 도대체 어떻게 무어졌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천t급 천t급 하는것일가?)

합숙에 이른 나는 그와 마주앉자 마음속 의문을 쏟아놓았다.

《그걸 얘기하자면 밤을 꼬박 밝혀야겠는데…》

그는 담배를 붙여물며 말했다.

《저와 우리 독자들을 위해 좀 수고해주십시오.》

나는 간청했다.

그는 비내리는 창밖을 추연한 눈길로 점도록 내다보다가 담배불을 재털이에 비벼껐다.

《좋소. 그럼 말합시다. 지루할수도 있겠지만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시오.

그러면 김찬동무가 나에게 한 말이 리해될거요. 그리고 그 천t급배무이가 우리 나라 선박공업력사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위대한 수령님께서 안겨주신 사랑과 믿음이 낳은 힘이 얼마나 큰지, 우리 조선공들의 참된 삶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게 될것이요.

나는 그때 있은 일을 최주식동무를 중심으로 말하겠소.

부탁할건 의문나는점이 있더라도 내 얘기를 중도에서 절대로 꺾지 말아달라는거요. 나는 내 말을 중도에서 꺾는것을 제일 싫어하오.》

《알겠습니다. 꼭 그러겠습니다.》

나는 쾌히 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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