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4

 

《네 이름자 뜻이 뭐라고?―》

책상우의 종이장을 내려다보던 고즈나끼순사부장의 얼굴에 능글 웃음이 피였다.

성민은 자기가 쓴 이름자의 《별 성》을 바꾼것이 문제시되였음을 알았다.

천연스럽게 말했다.

《제 이름은 참한 백성이 된다는 뜻입니다.》

《백성이라?! 백성이라는데는 머슴도 있고 종도 있다. 그래, 넌 그 머슴노릇, 종노릇도 좋단 말이냐?》

《네, 사람은 사람에게 서로가 종이 될 마음을 가지는것이 좋다고 봤습니다.》

고즈나끼의 얼굴이 벌레씹은 상으로 되였다.

《네 나이가 지금 몇살이냐?》

《열한살입니다.》

《에익, 발칙한 녀석!》

고즈나끼의 눈알이 튀여나올듯 했다.

개밥바라기(순사별에 대한 비칭) 하나를 단 망둥어가 한걸음 나섰다. 1주일이 멀다하게 성민이네 집을 찾아와서는 대두병소주 한두병씩은 꼭꼭 비우고가는 순사다.

《부장님, 이녀석은 좀 별난데가 있습니다. 제가 알건대 이름자를 그렇게 쓴것은 천황페하의 으뜸가는 적자가 되겠다는것으로 쓴건데, 헤헤… 죄를 짓다보니 그런 말만은 감히 못하는것 같습니다. 이녀석! 아가릴 똑바로 놀리지 못해!》 망둥어의 손이 성민이의 뺨을 철썩 울렸다.

고즈나끼는 싱그레 웃으며 성민에게 다시 물었다.

《집안에서 넌 누굴 제일 따르느냐?》

《전 집안어르신님들을 다 따릅니다.》

《너의 그 외삼촌이라는 불온선인도 좋단 말이냐?…》

《네, 저의 외삼촌은 저를 한번도 때린적이 없구 큰소리로 욕한적두 없습니다.》

《그놈이 대일본제국을 반대하여 너의 집안을 결딴나게 하는데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음, 네녀석두 가막소콩밥을 먹어봐야겠다. 아니, 목을 매달아야겠다. 너 개새낄 목매다는걸 봤느냐?》

《…》

성민은 겁이 더럭 났다. 하지만 류치장에 갇혀 열흘이 다되도록 목매다는 일은 없었고 몇번의 문초와 가벼운 매찜질을 당한 뒤 열흘만에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였다. 나오게 된 날 고즈나끼가 또 그를 찾았다. 그전처럼 험상궂은 인상이 아니라 사탕, 과자까지 들라고 하며 싹싹히 대했다.

《그래, 넌 광명단이 뭔지 모른단 말이지.》

《네, 그렇수꾸마. 궁끼놀이를 재미나게 하기때문에…》

동무들과 약속된 말을 되풀이하자 고즈나끼는 더 들을 생각이 없다는듯 손을 젓고는 자기 하던 말을 계속했다.

《광명단이란건 아주 나쁘다. 그건 너희같이 잘사는 집안을 죄다 없애버리자는거다. 그래, 너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땅도 재산도 다 잃고 가난뱅이들한테 맞아죽는것이 좋겠냐. 속히우지 말어라. 대일본제국은 사실 너희와 너의 집안사람들을 위해 여러모로 분투하는거다. 그러니 이제 집에 돌아가면 공부를 착실히 하며 네가 말했다는대로 대일본제국의 착실한 신민이 되기 위해 노력해라. 그리구 이제 더는 나쁜 애들과 섭쓸리지 말아라.》

고즈나끼가 말한 《나쁜애》들 전부와 함께 주재소밖을 나서니 마을사람들 거의가 와있었다.

그들모두앞에서 고즈나끼가 일장의 연설을 하였다.

《에, 이번 면안의 광명단사건은 매우 엄중하다. 하지만 다들 어린이들로서 공산당패거리들의 꾀임에 속은것으로 관대히 용서하기로 했다. 에, 또 이번의 용서가 마지막이란걸 알아야 한다. 그런고로 이제 또 나쁜짓을 하면 대일본제국의 법에 따라 아이새끼들은 물론 여기 모인 당신들까지 엄정처분하겠다.》

고즈나끼는 잔뜩 눈알을 부릅떠보이고는 빈 마차옆에 서있는 성민의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지상, 잠간 들렸다 가지 않겠습니까.》

《아니, 일후에 한번 들려보지요.》

아버지는 침울한 눈길로 어른들과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성민을 손짓해 찾았다.

《꽤 걸을만 하냐.》

《전 죄꼼도 일없수꾸마.》

《그럼 됐다.》

아버지는 두루마기자락에서 10원짜리 지전 한장을 꺼내 성민에게 주었다.

《다들 걸을수 있을것 같으니 가며 매식들을 해라. 난 마을어른들과 함께 갈테다.》

아버지가 마을안의 늙은이들과 마차에 오를 때 성민은 10원짜리 지전과 《매식》(음식을 사먹는것)이라는 말에 환성을 올리는 아이들과 함께 직판 바다가로 달려갔다.

점방에서 밥과줄, 깨엿, 말눈깔사탕을 한아름씩 사들었다. 다들 개선장군의 기분이였다.

순사놈들을 속이고 광명단의 비밀을 지킨것이 모두의 자랑이고 기쁨으로 되였다.

성민이 이들과 한동아리로 된것은 아버지의 돈심부름때문이였다고 할수 있었다.

외삼촌이 관계한 공산당사건으로 여러 사람들이 잡혀간 뒤 아버지는 그런 집들과 체포를 면하고 숨어버린 사람들의 집들에 돈을 보내주군 하였는데 그 심부름을 성민이가 맡아했다.

외삼촌과 함께 탈출한 안수길이라는 사람네 집에 그중 많이 다녔다.

어느날 그 집으로 갔을 때 이상스러운 노래를 듣게 되였다. 순사들이 들으면 당장 잡아갈 불온창가였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인기척을 내고 문을 여니 방에는 수길의 동생인 영길이와 함께 여러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다들 잡혀갔거나 숨어버린 사람들 집의 아이들이였다.

성민이를 보자 무척 반기면서도 당황해하는 기색이였다.

수길의 동생인 영길이가 집뒤 굴뚝모퉁이로 그를 데려갔다.

《너 이자 우리가 부른 창가를 들었니?》

《들었어.》

성민에게는 그가 4살 우의 실장정맞잡이였으나 이 고장의 습관대로 너나들이를 했다. 영길은 언짢게 물었다.

《어떤 창가 같으니?》

《혁명군의 노래지.》

성민은 방금 들었던 노래를 그대로 외웠다.

 

       혁명군은 왔고나

       우리 마을에 왔고나

       붉은기 휘날리며 왔고나

       …

 

《그만해라.》

영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너 그런 노래 불렀다간 어떻게 되는지 알지.》

《순사놈들한테 일러바칠가봐 그러니.》

《아니야, 넌 그런 아이가 아니니까.》

영길은 굴뚝밑에 흩날린 벼짚오리들을 발로 헤집다가 뜻밖의 물음을 건넸다.

《너 우리하고 놀지 않을래?》

《어떤 놀음인데.》

《놀음이 아니라 김일성장군님의 부하가 되기 위한 련습이다.》

성민은 깜짝 놀랐다. 가슴이 후두둑거렸다. 하지만 두말없이 찬성했다.

《놀겠어.》

그 말에 영길은 다소 안심하는 기색이였다.

《우리 형님은… 너희 집 사람들은 다 좋다고 했어. 넌두 김일성장군님을 따르지?》

《그렇지 않는 애들도 있니.》

이렇게 되여 성민은 광명단에 들게 되였다.

광명단은 외삼촌이나 영길의 형같은 어른들의 심부름을 해주는것과 불온창가를 배우는것이 기본으로 되여있었다.

그렇게 노래를 배우거나 할 때면 아버지한테도 궁끼놀이(군기놀이)를 하러 간다고 했다. 그것은 광명단의 규률이였기때문이였다.

성민은 이 《광명단》에서 제일 나이가 어렸지만 인차 두각을 나타냈다.

외삼촌의 책에서 본 글귀들과 외삼촌을 찾아왔던 손님들이 주고받던 이야기들속에서 귀가 번쩍 틔였던 말들을 고스란히 옮길 때면 이 광명단의 책임자인 영길이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태민형의 소학교 1년 후배였던 영길은 자습으로 중학교강의록을 뗐고 수길형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주의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어 아는것이 많았다.

이번에 그들이 무사히 놓여나오게 된데도 영길이의 공이 컸다.

그를 지도하는 어른들의 귀띔도 있었겠지만 영길은 모든데서 비밀을 잘 지키는것이 첫째라고 했고 잡히는 경우에는 군사놀이를 했다는것으로 뻗치라고 했다.

하여 외삼촌과 관계한 어느 심지 약한 어른이 불어댄 광명단사건은 고즈나끼가 말한대로 어른들의 꾀임에 넘어간 철부지들의 소행으로 치부되고말았던것이다.

바다는 좋았다.

첨벙, 첨벙 물에 뛰여들 때 너무나도 좋아 고함들을 질렀다. 성민이도 뒤질세라 소리를 내질렀고 물장구를 치며 곱등어흉내도 냈다.

뻗쳤고, 살았고, 사탕과자까지 배불리 먹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모래불에 나왔을 때 성민은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니, 죄스러운 감정이였다.

다른 애들의 어깨와 잔등에는 검붉은 채찍자리들이 무수했으나 자기 몸엔 굴뱀자리 하나 없었다. 살갗이 유난히 흰것까지 마음에 걸렸다.

고즈나끼가 아버지한테만 인사를 차린것까지 죄스럽게 돌이켜졌다.

잘사는 집안, 도유사집 아들, 그때문에 너는 매를 안 맞았지? 모든 애들이 이렇게 보는듯싶었다. 더 참기 어려워 영길을 찾았다.

《왜?》

의아히 보는 영길이의 눈에도 그런 비난기가 담겨져있는것 같았다.

성민은 서름서름한 기색으로 이 고장 애들로서는 누구도 생념을 못하는 누런 가죽띠를 뽑아들었다.

《이걸로 날 때려줘, 순사들이 때리던것처럼.》

《뭐라구?》

모래불에 누웠던 아이들이 일어났다.

《난 고문이 어떤건지… 알고싶고… 또 늬들과 같아지고싶어.》

《엉…》

《야, 붓기 쓰지 마.》

《넌 한대면 까무라쳐.》

다들 반대했다. 고마왔다. 하지만 그때문에 더 우기게 되였다.

《정말이야, 맞고파.》

《꽤 견딜만 하니?》

영길의 낯빛은 매우 진중했다. 성민이의 말없는 고개짓에 영길이 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죽띠를 받아쥐였다.

《정말 때리려고 그러니.》

누군가 아부재기를 치였으나 영길은 돌아보지조차 않았다.

《엎뎌라, 눈을 꼭 감구… 그리구 이발은 꼭 악물고―》 휙 하는 바람소리가 울렸다. 순간 잔등살이 터갈라지는듯 하며 발끝까지 저릿했다.

《살살 쳐라…》

《아프면 소릴 질러, 소릴!…》

《크게 소리쳐라. 그러면 덜 아프다.》

휙휙 하는 바람소리가 잦아졌다. 눈에서 별찌가 튕겼다.

《저런!》

《영길아, 너 진짜루 치는구나.》

《아― 피가 난다, 피가.》

그때에야 매질이 멈춰졌다. 한동안 모두가 조용한 속에 영길이의 헐떡거리는 숨결만이 높았다.

《너무했어.》

누군가 말할 때 성민이의 몸이 겅중 들렸다.

말없이 그를 안아든 영길은 바다물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용쿠나.…》

젖어든 소리였다. 그의 손에서 몸을 빼치고 물속에 몸을 담그었다.

잔등이 몹시 쓰렸지만 처음 바다물에 뛰여들 때보다 더한 쾌감에 눈이 감겨졌다.

모래불에 나와 눕자 모두가 달라붙어 그의 잔등에 모래를 뿌려주었다.

《이게 독빼는데 제일이야.》

《작은도유사님이 대단해. 신음소리 하나 안 냈거던.》

《도유사님이라고 하지 마. 이 앤 영웅이야. 〈셋뿌꾸〉(칼로 배를 가르는것)하는 사무라이들보다 더 쎄.》

성민은 행복했다.

그만 떠나자고 하여 다들 옷을 주어입을 때 영길이가 그의 잔등에 남아있는 모래를 마저 씻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저녁이였다.

병석에 누워계시는 할아버지방에 들렸다가(할아버지는 주무시고있었다.) 아버지방에 이르니 손님이 와있었다. 미닫이문짬에서 새여나오는 말소리를 듣고 망둥어가 왔음을 알았다. 그 말하는 내용이 자기와 관련된것으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녀석이 똑똑하기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종이 된다!〉 이건 사회주의자들이 떠드는 소리와 같다는거지요.》

《이보게, 그건 공맹지도(공자, 맹자의 유교철학)에도 있는걸세.》

《원, 일본어른들이야 그렇게 봅니까. 고즈나끼순사부장은 이 집안전체를 의심합니다, 백두산공비들과 내통하지 않는가 하고…》

《그러니 내가 자네나 고즈나끼순사부장한테 준 돈도 맥을 못쓴다는거구만.》

《아, 그렇지야 않습지요. 성민이랑 이곳 애녀석들이 무사히 놓여나온것두 그리구 거 있잖습니까. 성민이 외삼촌이 이 집에 들렸다가 간도로 간것두 제가 덮어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조심하면 아무 탈 없을겁니다.

성민이를 잘 신칙해야겠습니다. 태민이야 공부와 체육밖에 모르는 학도니… 하긴 태민이에 대해서도 말들이 있는데 동척(일본의 동척주식회사)어업의 젊은이들을 두드려패는데 그도 가담했다는 자료가 있었습니다.

물론 협기놀음의 막싸움이긴 했지만… 그러나 너무 근심하진 마십시오. 툭 불거져나오는 일이 없는 이상 쓱싹해치울테니까요. 이번에 새로 내려오는 고등계형사도 제가 있으니 소경에 귀머거리로 될것입니다.》

《하여간 고맙네. 자, 이젠 그만하고 들자구.》

성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태민의 방에 갔다.

그런데 태민의 방에도 손님이 있었다. 서울의 경성1중에 가있는 어업조합장의 아들이였다.

성민이 꾸뻑 절을 하자 경성1중은 환한 웃음을 머금고 태민을 돌아보았다.

《난 이 애한테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군은 형님이라고 해도 절을 해야 돼. 사회주의운동자가 아닌가.》

《객적은 소린 그만하라구.》

태민은 잔뜩 눈살을 찌프리고 성민을 보다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왜 이렇게 늦었니?》

《멱을 감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꼴 좋다. 아직도 혼이 덜 난게로구나. 그래, 매는 더 맞지 않았니?》

그동안 태민은 경찰서로 올 때마다 늘 성민에게 묻는것이 매를 맞지 않았는가 하는것이였다.

《안 맞았수꾸마.》

《바지를 걷어라.》

걷었다.

《음, 그럼 웃동을 벗어라.》

《네?!…》

《벗으라니까.》

태민의 말에 경성1중까지 고개를 끄덕이는 바람에 마지못해 벗었다.

《저런.》

경성1중의 웨침에 이어 태민의 목소리가 방을 쩌렁 울렸다.

《어느놈이, 어느놈이 때리던?》

눈에서 불이 펄펄 이는것 같았다.

성민은 선뜻 입을 떼지 못했다.

류치장에 있을 때 표독스럽게 놀던 순사 몇놈을 상기했으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설사 이름을 안다 해도 거짓말을 할수 없었다.

《사실은―》 성민이 몇마디 채 떼기 전에 태민은 벌떡 일어섰다.

《영길이가, 그 새끼가 널 때렸단 말이냐!》

성민은 무서웠다. 성미가 유순한듯 하면서도 일단 성이 나면 누구도 걷잡지 못하는 태민인것이다.

《아니, 그가 위정 때린것이 아니라 내가 위정 맞겠다고 해서.》

성민은 황급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영길이가 자기를 안아들고 목욕시켜준것까지 말해서야 태민의 분기가 어느 정도 풀렸다.

《원, 보다보다…》 태민은 드륵 하고 책상서랍을 열더니 옥도정기와 약솜을 꺼냈다.

학교의 기마대대장이고 유도와 축구에서 단연 1인자로 꼽히는 태민은 쩍하면 팔다리에 상처를 내가지고와서는 그 약을 바르군 한다.

《돌아서.》

옥도정기를 묻힌 약솜이 피터진 자국에 닿을 때마다 몹시 쓰렸으나 그때마다 후후 하고 불어주는 입바람에 아픔이 사그라졌다.

《과시 대장군이로군.》

방안을 꽉 차고도는 옥도정기냄새때문인지 뙤창을 열어제낀 경성1중은 주섬주섬 옷을 걷어입는 성민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다가 거들진 자세로 가위다리를 하였다.

《너 흰까마귀가 뭔지 아니?》

《못 봤습니다.》

《흠, 네가 흰까마귀가 되는중이다.》

잔뜩 교만기가 어린 말에 성민은 기분이 뒤틀려졌다.

《그건 무슨 뜻으로 하는 놀림입니까?》

《흰까마귀란 변절한 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변절이요. 제가 무슨 변절을 했습니까?》

성민은 물론 태민이까지 어리뻥한 눈길로 보자 경성1중은 자못 득의양양한 태도로 계속했다.

《그러니 너의 광명단에선 그걸 배워주지 않은게구나. 하긴 너희들로서는 알수 없지. 흰까마귀란 쏘베트로씨야에서 생겨난 말이야. 건 자기 계급을, 자기를 낳아주고 품어준 계급을 반대해싸우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로씨야에선 꼴론따이라는 녀자를 첫째로 꼽는다.

그 녀자는 대단한 귀족출신이였지만 짜리와 자기 계급을 반대해싸웠거던. 태민군, 꼴론따이의 〈붉은 사랑〉을 봤나?》

《그따위 련애소리는 하지도 말게.》

《아니, 그건 련애소설이 아니야. 임자는 그렇다치고 성민이가 꼭 봐야 할 책이지. 흰까마귀가 되려면 철저히 알고 변신해야거던.》

《여, 까마귀타령은 그만 하라.》

《왜, 나도 지금 흰까마귀가 되느냐, 마느냐 연구중인데 하긴 내 처지로 보면 원래부터 까마귀지만…》

이날 밤 성민은 그 흰까마귀의 뜻을 해명하느라 잠까지 설쳤다. 외삼촌한테서 들은 지식과 광명단에서 얻어듣게 된 밑천으로는 도저히 풀이해낼수 없었다.

외삼촌으로 말하면 아버지도 놀랄 정도로 유식한 사람이였으나 그 비슷한 소리마저 언제한번 한적이 없었다.

외삼촌이 성민에게 진정으로 속을 터놓는다고 할 때도 그런 말은 없었다.

보천보소식으로 온 집안이 술렁거릴 때 외삼촌은 김일성장군님에 대해 알고싶어하는 성민을 데리고 바다가로 나갔다. 그날 외삼촌은 진짜배기인간이 되자면 어떻게 돼야 하는가를 말하며 독립된 조선의 밝은 미래까지 황홀하게 그려보였다.

《진짜 모든 사람이 골고루 잘사는 세상이 올수 있습니까.》

성민의 말에 외삼촌은 못내 흡족한 기색이였다.

《온다, 오구말구.》

《조선이 독립되기도 어렵다구들 하잖았습니까.》

《물론 쉽지는 않다.》

외삼촌은 무연히 트인 바다를 보다가 모래무지들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크고작은 봉우리들이 주런이 늘어섰다.

《이게 뭔지 알겠니?》

외삼촌은 제일 높은 모래무지우에 해당화 한송이를 꺾어놓고는 진중한 기색으로 성민을 보았다.

《전 그런 애들 놀음은 몰라요.》

《으―음, 그럼 여기 높은걸 백두산이라구 생각해봐라. 그다음 이 봉우리는 저기 관모산이구. 비슷하지 않니. 이건 손으로 허물수 있다만―》 외삼촌은 모래무지 하나를 허물며 계속했다. 《진짜산은 없애지 못한다. 또 산 하나를 없앤다 해도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지맥과 산줄기를 없앨수 없는거구. 지맥이라는게 뭔지 아느냐?》

《알아요.》

《그럼 더 들어봐라. 이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지맥이 관모산을 이루고 저 남으로 뻗쳐 한나산까지 이루었듯이 우리 조선사람들이 김일성장군님을 따라 하나의 산줄기를 이루면 왜놈들을 삽시간에 쫓아낼수 있구 만사람이 다 잘살 새 조선이 서게 된단다.》

《그러니 외삼촌두 나두 김일성장군님을 따라야 한다는거지요.》

《암, 그야 더 말할것 있니.》

경성1중이 왔다간 얼마후 낯선 손님 하나가 집에 찾아들었다. 그 손님과 사당방에서 진종일 이야기를 나누고 나온 아버지의 얼굴은 그믐밤처럼 흐려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모모한 대가집사람들이 나타나더니 대대로 물려온 가구들을 들어내가기 시작했다. 뒤미처 집과 전답까지 팔리웠다.

울안의 앵두나무잎들이 서리맞아 떨어지는 어느날 조상묘들에 올라 인사를 하고난 성민이네는 소달구지 한대분의 짐짝을 역소화물취급소에 맡기고 중국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언제 돌아오겠는지―》

기차에 오른 어머니가 눈물을 쥐여짤 때 창밖만 내다보던 태민이 어머니를 나무람했다.

《너무 상심말아요. 저두 있구 성민이도 있는데… 집과 땅은 꼭 되찾고말것입니다.》

성민은 그때 태민이도 자기와 같은 생각, 조국해방의 래일을 그려본다고 믿었다.

집에서 고향을 떠날 때는 어업일이 잘 안되여 조양천이나 룡정쪽으로 간다고 하였지만 성민이네가 닿은 곳은 목단강이였고 이곳에서 정미업을 하던 외삼촌이 왜놈경찰들에 잡혀간것을 알게 되였다.

이렇게 볼 때 고향을 떠나게 된것은 여러가지 연유가 있겠지만 이 외삼촌의 뒤바라지와 그가 운영하던 정미소와 가산을 넘겨받기 위해서였다.

성민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밤마다 수군거리는 말을 듣고 외삼촌이 무슨 군량미절취건과 횡령죄에 걸려들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런데 이런 《죄》는 경제건으로 되겠건만 외삼촌은 아버지의 극성스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일본제국》을 반대한 사상범으로 되여 20년형을 선고받고 려순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게 되였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