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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천리에 자리잡고있는 보안간부훈련대대부청사는 일제때 병기창고로 쓰던 여러동의 건물을 개조한것이였다.
장차 한 나라의 무력전반을 통솔하게 될 군지휘기관의 청사로서는 너무도 초라하고 비좁았다. 당장 창고자리를 품들여 칸칸이 막을 형편이 못되여 여러개의 부서들이 가름막을 치고 한방에서 일을 보고있었다.
그러나 한푼의 자금이라도 쪼개쓰지 않으면 안되였던 당시의 실정에서 누구나 이것을 응당한것으로 여겼다.
참모장인 안길의 사무실 역시 다른 방들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는데 남다른것이 있다면 그의 수수한 책상우에 석대의 군용전화기가 놓여있는것뿐이였다.
《우리가 산에서 싸울 땐 엄동설한에도 천막 하나 치고 생활하군 했소. 거기에 비하면 여기야 선생이지. 지금 새로 조직된 일부 중대들은 병실도 없이 야전조건에서 생활하고있소. 그러니 청사개조요, 보수요 하는건 꿈도 꾸지 마오. 군인들의 병실문제부터 해결하는게 급선무요.》
안길은 이렇게 아래일군들을 각성시키는 한편 자기가 직접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의 해당 부서들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장군님께서 제2소의 부족되는 병실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몸소 그 머나먼 길을 가시겠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하나 여기서 방도를 찾아내여 그이의 고생을 덜어드리고싶었던것이다.
그러나 일은 좀처럼 그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해당 부서의 일군들은 애초에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보안간부훈련소들이 적산으로 넘겨받은 건물들을 많이 차지하고있는데 그것들을 일부 조절하여 개인상공업자들에게 임대해줌으로써 나라의 긴장한 재정형편을 조금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를 설복하려드는판이였다. 안길은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복도에 나와 분을 삭이고 섰노라니 정말이지 나라를 찾기 위한 투쟁보다 나라를 세우는 투쟁이 더 어렵고 힘겨울것이라고 하신 장군님의 가르치심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사무쳐왔다. 그럴수록 그 복잡다단한 건국사업을 이끄시느라 애쓰며 속태우시는 장군님의 사업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지는 못할망정 부담만 얹어드리는 자신이 화가 날 정도로 민망스러웠다.
안길이, 넌 도대체 뭘하는 사람이냐? 경제사업이나 다른 일들이라면 몰라도 어째서 군대일 하나만도 씨원스레 받들어드리지 못하고있느냐? 우리에게 사람이 없는가? 최현, 강건, 김일, 최춘국, 최광, 류경수, 오진우, 최용진… 군대일에서는 말그대로 제노라 하는 빨찌산의 용장들만 한가득 모여있지 않는가.…
장군님께서는 새 조국건설에서 그처럼 많은 일군들이 절실하게 요구되셨지만 항일전에서 단련되고 검열된 절대다수의 투사들을 정규군창설사업에 아낌없이 다 돌려주시였다. 이것은 정규군창설사업이 가지는 중요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 중대한 사업을 믿음직하게 수행해나가길 바라시는 그이의 커다란 기대를 말해주는것이였다. 그런데 군건설의 중책을 맡은 참모장이 이렇게 앉아뭉개고있으니.…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안길은 발길을 돌려 김책을 찾아갔다. 그한테라고 무슨 용빼는 수가 있으랴만 그래도 그를 통해 함경북도인민위원회사람들을 움직여볼 생각이였다.
김책의 사무실은 몹시 분주하였다. 산업국과 교통국사업까지 맡아보는 부위원장의 방이여서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길줄 몰랐고 한번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무엇을 그리 끈덕지게 조르는지 좀처럼 쉽게 나올념을 안했다. 기다리다못해 난처해하는 서기의 얼굴을 못 본척 하고 방안에 들어섰으나 일여덟명의 사람들에게 에워싸인 김책은 그에게 얼핏 눈인사만 보낼뿐 마주볼 생각도 못하였다.
한참후에야 김책이 자기를 둘러싸고있는 일군들에게 안타깝게 어조를 높이였다.
《자 자, 동무들! 우리가 첫 인민경제계획을 그 무슨 재정적담보나 그 누구의 원조를 믿고 세웠소? 바로 동무들의 애국열의와 건국의지를 믿고 세운거란 말이요. 그에 대해서야 일군들인 동무들자신이 더 잘 알고있는 문제가 아니요. 물론 동무들의 그 심정만은 리해할만 하오. 그러나 그 자금만은 절대로 넘겨다보지 마오. 그건 이미 새 나라를 일떠세우는데서 가장 절박한 사업에 쓰기로 결정되였단 말이요. 내가 말할것은 이상이요. 다들 돌아가 일들을 보시오.》
일군들이 방에서 나가자 김책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미안하오, 오래 기다리게 해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안길은 지친 기색으로 의자에 앉는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 자금이라는건 대체 뭡니까?》
《허, 이젠 안길동무까지도 욕심이 나는 모양이다?》
《하하… 아닌게아니라 귀가 버룩해집니다. 요새 구분대들의 병실문제때문에 신경을 쓰다나니…》
안길은 그의 곁에 앉으며 자기의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책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심정도 안길동무와 다를바 없소. 우리가 언제면 장군님의 사업부담을 덜어드릴수 있겠는지.
장군님께서는 래일 아침 라남으로 떠나시겠다오.》
《예? 래일 당장 말입니까?》
《그렇소. 한지에서 고생하는 우리 전사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중임을 걸머지고 안타까와하는 안길동무를 도와주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내려가 문제를 풀어줘야겠다고 하시였소. 정말 동무나 내나 장군님앞에 면목이 없게 됐소.》
그의 자책어린 말을 들으며 안길은 머리를 푹 수그렸다.
어떻게 해서나 장군님의 로고를 덜어드릴수 있도록 자기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일은 우려했던대로 번져지고만것이다.
《그럼 나도 함께 가겠습니다.》
《동무야 어제 돌아온 사람이 아니요. 장군님께선 동무의 건강을 걱정하시면서 이번 길엔 떨구고 가자고 하시였소.》
《장군님께서요?》
온몸으로 전류같은것이 찌르르 흘렀다.
그래서 장군님께서 라남으로 가시는 문제를 이 참모장이 아니라 김책동지에게 말씀하시였구나!…
《김책동지, 나도 꼭 가야겠습니다. 나야 참모장이 아닙니까.》
《원, 사람두…》
안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출입문가까이에 이르러 그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김책동지, 아까 말하던 난데없는 그 자금소리는?…》
《오― 난데없다니?! 아무렴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소? 애국미 말이요, 우리 농민들이 장군님께 삼가 올린 그 애국미를 두고 하는 소리요.》
《예―에.》
리해가 되였다. 어제 허가이가 애국미를 두고 하던 말들이 생각났다. 역시 그걸 넘겨다보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런데 애국미를 어디에 쓰기로 결정했습니까? 아까 분명 그렇게 말씀하는걸루 들었는데…》
안길은 말끝을 흐리였다. 김책의 얼굴에 진중한 빛이 어렸던것이다.
《그렇소, 오늘 아침 일군들의 협의회에서 애국미를 종합대학교사와 유자녀학원을 세우는데 쓰기로 토론되였소.》
《예? 종합대학과 학원… 말입니까?》
안길은 뜻밖의 소식앞에서 굳어져버렸다.
《동무도 놀라는군. 하긴 다들 그렇게 놀랐소.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에게 우리는 애국미를 의의있고 빛이 나게 써야 한다고 하시면서 내가 여러 동무들의 제기를 받고 지금껏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는데 애국미는 혁명가유자녀들을 공부시킬 학원건설자금으로 쓰는것이 좋겠다고, 오늘 우리앞에 나선 수많은 건국사업가운데서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사업은 혁명의 미래를 키우는것이라고 절절하게 말씀하시였소.…》
김책의 말은 계속되였으나 안길의 귀에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왜서인지 그의 머리속에서는 《애국미》,《학원》이라는 두 단어가 전기로에 박힌 두 전극처럼 붕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세찬 방전을 일으키고있었다. 심장에서는 그 무엇인가가 쇠물처럼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였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그 단어들이 이제는 어쩐지 하나의 동의어처럼 그의 가슴을 울리고있었던것이다. 물론 장군님께서 유자녀들을 위한 학원을 세우실 결심을 오래전부터 품고계시는바를 안길이 몰랐던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해야 할 일이 많은 때에, 어렵고 힘겨운 때에 그런 용단을 내리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던것이다. 그로서는 장차 정규군창설과 공화국창건을 이룩하고 나라의 경제형편이 일정하게 펴이는데 따라 진행할수 있는 사업으로 보고있었던것이다. 그런데 그 사업이 이렇게도 빨리 진척될줄이야!…
《안길동무, 장군님께서 애국미를 조국의 먼 앞날을 위해 쓰실 결심을 내리시기까지 얼마나 심중이 복잡하고 무거우셨겠소.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절박성을 내세우면서 매일같이 장군님께 손을 내밀고있는 지금의 나라형편에서 말이요. 사실 나부터도 전혀 그런 생각은 못하고 있었더랬소.》
김책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리였다.
《지난해 우리 아들녀석이 날 찾아왔을 때 장군님께서는 오늘 동무의 아들을 찾고보니 먼저 간 혁명동지들의 자녀들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고 몇번이나 외우시였었지.…
그런데 이 김책인 자기 하나의 행복에 겨워 지금껏 장군님의 그 아픈 마음을 미처 헤아려드리지 못했거던.》
《…》
《멀었어, 정말 멀었어. 늘 장군님곁에서 그이의 가르치심을 받으며 살면서도 장군님의 뜻을 받드는데서는 아직 소학교학생수준이거던. 하긴 늘 성상을 바라보며 산다고 하여 누구나 다 성인이 되는건 아니랬지?! 허허…》
《김책동지!…》
안길은 달아오른 가슴을 애써 누르며 그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격정에 싸인 두사람의 강렬한 눈빛이 마주쳤다.
《이제 애국미를 학원창립을 위해 쓰면 유자녀들을 위한 사업이 전인민적인 사업으로 진행되는 의미에서도 정치적의의가 클것이요. 또 우리 농민들의 애국지성도 길이길이 전해지게 될거구.》
그러더니 김책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참, 이번에 림춘추의 부탁을 못 들어줬다면서? 그 동무가 좀 섭섭해하는것 같더군.》
《춘추동무가요?》
《그야 그럴수 있지. 림춘추야 조국개선이후로 장군님으로부터 혁명가유자녀들을 찾는 사업을 책임질데 대한 과업을 직접 받은 동무가 아니요. 또 어디 그것뿐이요? 평남도당사업두 맡았지, 문예인들과의 사업두 맡았지, 독불장군이라구 우리가 곁에서 다들 도와줘야지 혼자서야 어림이나 있는 일이요?》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도 나무라는 기색이 없었지만 부드러운 잠자리가 더 배긴다는 격으로 안길은 조용한 그 어조가 가슴에 찔려왔다.
그는 불그스레해진 얼굴로 김책을 바라보며 말했다.
《림춘추보다 김책동지가 더 섭섭해하는것 같군요.…
사실 난 지금 온 정신이 정규군창설사업에 가있습니다. 먼저 간 동지들이 이 안길일 리해해주리라고 자신을 위안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생각이 많아집니다, 허허…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끄고는 나도 춘추동무의 일을 적극 돕겠습니다.》
《안길동무한테 언제 그런 통시간이 차례질가?》
《글쎄 그렇긴 한데…》
두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가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