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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오래간만에 저녁 일찌기 댁으로 돌아오시였다.

며칠 있으면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인 조선인민군으로 강화발전시키는 선포식을 하게 됨으로 하여 여느때보다 더 바쁘시였으나 이날만은 큰 마음을 먹고 우정 시간을 뚝 떼내시였다.

댁에서는 이미 부르심을 받고 온 리종익원장이 기다리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와 인사를 나누시고나서 김정숙동지께서 성의껏 준비하여놓으신 식탁으로 이끄시였다.

《원장선생과는 학원에서 자주 만나 사업이야긴 나누었지만 언제한번 수고많은 선생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려 차린것이니 어서 많이 드십시오.》

《예?!》

리종익은 너무도 황송하여 선뜻 수저를 들 생각을 못하고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뭘 그럽니까. 후날에 가서 이 김일성이 숱한 자식들을 맡겨놓고도 인사불성이더라고 나무람하실 작정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송구스러움을 금치 못해하는 그의 마음을 풀어주시느라 우정 이렇게 말씀하시며 큰소리로 웃으시였다. 아닌게아니라 리종익은 이내 굳어진 몸가짐을 풀며 스스럼없이 따라웃었다.

《사실 장군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전 섭섭합니다.》

《섭섭하다니요?》

《장군님께서 그 애들을 저에게 맡겨주실 때 전 대를 이을 자식 하나 없던 이 리종익에게 장군님께서 끌끌한 아들딸들을 안겨주셨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로친네의 마음도 저와 꼭 같지요. 장군님처럼 그 애들의 친부모가 되고싶은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원장선생!…》

김일성동지께서는 조금도 가식이 없는 그의 결곡한 진정이 가슴에 사무쳐오시여 뜨겁게 그를 부르시였다.

《고맙습니다. 선생의 그 소원을 난 존중해드리고싶습니다. 자, 그럼 이 술을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사랑하는 우리 자식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듭시다.》

그이께서는 술잔을 들어 깊은 의미를 담아 말씀하시고나서 리종익과 함께 잔을 내시였다. 그리고 또다시 그의 술잔을 채워주시며 음식그릇들을 가까이로 놓아주시였다.

《참, 내 이틀전에 학원에 갔을 때 방학을 갔다가 미처 돌아오지 못한 애들이 몇이 있었는데…》

《예, 모두 돌아왔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민순희는 어떻습니까? 공부가 많이 밀렸는데 꽤 따라갑니까?》

《이악쟁이입니다. 밤잠을 자지 않고 공불 합니다.》

《백산이는요? 그 애와 싸움을 했던 아이들이 이젠 돌아왔겠는데 잘 섭쓸려 놉니까?》

《예, 그녀석들이 백산이가 다시 학원에 돌아오게 된 사연을 듣고는 동무들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하하… 그러니 서로들 화해를 한셈이군요. 우리 애들이 얼마나 기특합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보시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식사를 마치신 후 그이께서는 리종익에게 사진기를 내놓으시였다.

《이 사진기는 내가 쓰던것인데 학원에 가지고가서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주십시오. 당장은 좋은 사진기를 구할수 없어 그러니 량해하십시오.》

리종익은 펄쩍 놀라며 받으려 하지 않았다.

《장군님께서 쓰시던 사진기를 어떻게 가져가겠습니까. 그 애들은 아직 사진이 뭔지도 잘 모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그래서 더욱 그러는겁니다. 그전날에야 그 애들이 숨어살면서 당장 먹고살 근심때문에 사진이란걸 찍어볼 엄두도 못냈지만 이제야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이 사진기야 어떻게…》

리종익은 그냥 고집을 부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얼굴을 정겹게 바라보시며 생각깊은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원장선생, 난 일전에 학원에 나가 몰라보게 자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향에 있는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들에게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보내면 그들이 자식들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그들이 바지와 팔소매에 붉은 줄을 띠운 학원제복을 입은 자식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혁명가유가족으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더욱 느끼게 될것이고 새 조국건설에도 더 열성적으로 참가할것입니다.

그러니 사양하지 말고 이 사진기로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 집에 보내주도록 하십시오.》

《장군님…》

리종익은 더이상 어쩔수 없어 그이께서 주시는 사진기를 정히 받아들었다.

《내 생각에는 사진을 재학기간에 한번만 찍어 보내주지 말고 그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수 있게 해마다 찍어 보내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한창 자라는 때이므로 한해사이에도 몰라보게 클거란말입니다.

그리고 학습과 생활에서 모범인 학생들에게는 영예사진도 찍어주어 그것을 그들의 고향에도 보내주고 영예게시판에도 붙여주면 학생교양에도 좋을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학원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기뻐하겠는가를 곰곰히 생각하시며 차근차근 이르시였다.

리종익원장은 슬며시 고개를 숙이였다.

《장군님께선 어쩌면 유가족들의 심정까지… 아무래도 전 그 애들의 부모자격을 못 가질것 같습니다. 아무리 왼심을 써보아도 장군님의 그 심정의 만분의 하나도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그저 아이들을 어루만질줄이나 알았지…》

그는 언제인가 정치부원장이 자기에게 주던 충고가 떠올라 이렇게 말끝을 흐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말뜻을 알고도 남음이 있으시였다.

학원에서 원장이 학생들을 끔찍이 사랑하기는 하나 일체 과외로동은 물론 운동장 눈치기나 마당쓸기, 지어 복도청소도 못시키게 하고 교직원들이 대신 하게 한다고 일부 의견들이 제기되고있었던것이다. 지난해말 학원에서 열병이 발생했던 이후로는 더욱 그러하다는것이였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직 그 문제를 한번도 꼬집어 이야기하지 않으시였다. 학원아이들에게 온 정과 넋을 정신없이 쏟아붓고싶어하는 원장의 진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계셨기때문이였다. 그래서 정치부원장에게 옆에서 잘 도와주라고만 이르군 하시였는데 원장이 먼저 그 말을 하는것으로 보아 아마 무슨 충고를 들은 모양이였다.

그이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하하… 아이들이니 어루만져도 주어야지요. 다만 그것이 눈먼사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건 희생된 그 애 부모들이 바라는바가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기 자식들을 먹여주고 입혀달라고 부탁한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뒤를 잇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원장선생도 아까 학생들을 자기의 대를 이을 자식들로 맡아안았다고 했는데 난 선생이 말한 그 대가 결코 어떤 가문의 대가 아니라 선생이 지닌 그 애국의 뜻을 이어줄 대라고 생각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왕 말이 난김에 그에게 똑바로 인식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래서인지 그이의 목소리는 절절해지시였다.

《가정의 대는 낳아주고 먹여주고 입혀주면 저절로 이어지겠지만 혁명의 대는 결코 그렇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선대의 혁명사상과 투쟁정신을 심어주고 키워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가슴아픈 타이름도 해주고 로동을 통해 단련도 시켜야 합니다. 눈먼사랑으로 어루만져서는 그 애들에게 로동을 사랑하고 조직과 집단을 사랑하고 동무들을 사랑하는 혁명가의 품성을 키워줄수 없습니다.

원장선생, 난 혁명가의 자식들인 그 애들이 그 어떤 글뒤주나 귀공자가 아니라 제 아버지들처럼 혁명가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장군님, 간곡한 그 말씀을 페부에 새기겠습니다.》

리종익이 두손을 가슴에 모두어잡으며 생각깊이 말씀올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잡아 내려주시며 소탈하신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원장선생, 내 사실은 그 무슨 훈시를 하자고 이렇게 초청한건 아니였는데 우리의 화제가 곬을 잘못 탔군요. 하긴 이렇든저렇든 다 우리 애들을 위한 이야기니 얼마나 좋습니까. 정말이지 난 시간만 허락하면 매일이라도 학원에 나가 그 애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싶습니다.》

그이께서는 창문가로 다가가시며 추연한 시선으로 밤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보고싶은 아이들의 얼굴너머 자꾸만 보여오는 그리운 전우들의 모습을 그 하늘가에서 찾으시려는듯…

《이제 며칠 안있어 우린 북조선인민위원회창립 2주년을 맞이하면서 정규군의 선포를 온 세상에 알리는 경축열병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날을 맞게 되니 어쩐지 요즘은 생각이 많아집니다.

항일무장투쟁시기 함께 싸우던 동지들이 다 살아서 지금 우리와 함께 이 뜻깊은 날을 맞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얼마전에 사망한 안길동무도 정규군창건을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하다가 아쉽게도 우리곁을 떠나갔는데 그가 살아서 이날을 본다면 얼마나 기뻐했겠습니까. 좋은 날을 보지 못하고 일찌기 우리곁을 떠난 동지들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장군님!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장군님의 말씀대로 그들의 자식들을 부모들의 뒤를 이을 혁명가로 키우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뜨거운것을 삼키며 대답올리는 원장을 돌아보시다가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시였다.

《원장선생의 임무가 무겁습니다. 유자녀들을 잘 키워 그 애들이 부모들의 뒤를 잇게 하는것이 우리가 먼저 간 동지들앞에 의리를 다하는것으로 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장군님!》

《원장선생, 그런 의미에서 내 생각에는 이번 경축열병식에 학원학생들을 참가시키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원장선생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아니, 학원학생들을 열병식에… 말입니까?》

리종익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이므로 좀 얼떠름한 표정으로 그이를 바라보았다.

《걱정할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군사훈련을 통해서 정보행진하는 법은 다 배운거구 또 좀 서툴면 뭐랍니까. 이제라도 학원학생종대를 준비합시다. 그들이 비록 군대는 아니지만 앞으로 부모들의 뒤를 이어 우리 혁명의 지휘성원으로, 인민군대의 핵심골간으로 될 후계자들이 아닙니까.

난 희생된 동지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자식들을 꼭 열병식대오에 세워주고싶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결연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이의 확고부동한 의지와 숭고한 념원을 받아안은 리종익원장의 가슴은 크나큰 격정으로 벅차올랐다.

 

1948년 2월 8일 오전 10시.

평양역전광장에서는 정규적조선인민군의 위용을 온 세상에 과시하며 성대한 경축열병식이 진행되였다.

저 멀리 안도의 수림속 토기점골의 자그마한 등판에서 시작된 이 나라의 진정한 혁명무력의 발걸음이 험준한 백두의 산발을 넘고넘어 오늘 이렇듯 드넓은 열병광장에로 이어진것이다.

정규무력의 열병종대들이 보무당당히 지축을 울리며 열병광장을 행진해나갔다. 륙해공군 열병종대들의 장엄한 흐름…

그 억세고도 자랑찬 대오에 뒤이어 만경대혁명학원열병종대의 도도한 흐름이 광장으로 들어섰다. 어제날 짚신감발에 베잠뱅이를 걸치고 장군님품에 울며 안겼던 유자녀들이 오늘은 인민군군인들과 꼭같이 름름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위풍있게 행진해갔다.

사람들은 누구나 김일성동지의 사열을 받으며 보무당당히 광장을 행진해가는 만경대혁명학원 열병종대의 모습을 보면서 조선혁명의 밝은 미래를 더욱 굳게 확신하게 되였다.

척척척…

척척척…

그들의 힘찬 발구름소리는 열병광장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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