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어머니, 이젠 면회오지 마세요. 난 다 나았어요. 의사선생님들도 인츰 퇴원시켜주겠다고 했는데요 뭐.》

어린 마음에도 추운 겨울날 김정숙동지께서 자기때문에 자주 병원에 찾아오시는것이 죄송스러운듯 민순희는 그이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하면서도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감출수 없는 무한한 행복감과 응석기가 짙게 어려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언제 보아도 늘 사랑스럽게 노는 그의 볼에 자신의 볼을 가볍게 부비시고나서 저으기 엄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순희가 그렇게 퇴원하겠다고 자꾸 그러니 장군님께서 걱정하시질 않니?! 장군님께서는 네가 자꾸 의사선생님들에게 퇴원시켜달라고 조른다는 말을 들으시고 공부가 걱정되여 그러는것 같은데 우선 병부터 깨끗이 고쳐야 한다고 이르시였단다.》

《예?…》

순희는 시무룩해져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가 오래동안 입원해있다나니 동무들과의 즐거운 학원생활이 무척 그리울것이라는 생각이 드시였으나 장군님께서 순희의 마음을 잘 다잡아주라고 간곡히 당부하셨으므로 얼른 눈길을 돌리시였다.

그이께서는 한손을 뻗쳐 침대머리맡에 매달아놓은 체온표를 들어 찬찬히 들여다보시였다. 곡선그라프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있었다.

《봐라. 아직도 열이 올랐다내렸다하질 않니?! 의사선생님들이 그러는데 네가 외투도 입지 않고 몰래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얼음지치기를 하군 한대?!》

《…》

《네가 그러면 장군님께서 더 걱정하셔. 의사선생님들이 하라는대로 해야 빨리 병을 다 고치고 학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니. 그렇게 할수 있지?》

그이께서는 순희의 얼굴을 다정히 바라보시였다.

순희는 눈물이 가랑가랑 고인채로 얼굴을 끄덕였다.

《어머니, 다시는… 장군님께서 걱정하시지 않게 의사선생님들의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

《용타. 아무렴, 우리 순희야 똑똑한 애지.》

김정숙동지께서는 소녀의 얼굴을 가슴에 꼭 대이시였다.

어쩐지 짜릿한 아픔이 전류처럼 온몸으로 퍼져갔다. 해방된 조국땅에서 반동놈들의 손에 피살된 그 애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가슴에 맺혀오시였던것이다. 비록 한번도 만나본적은 없었지만 일제식민지통치시기부터 국내에서 장군님의 혁명로선을 받들어 잘 싸운 미더운 동지, 살아있었다면 새 조국건설에서 한몫 단단히 하였을 귀중한 혁명동지.

얼마나 아까운 동지들이 우리곁을 떠나갔던가. 이런 귀여운 자식들을 품에 안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많은 동지들을 생각하니 불시에 가슴이 미여져오셨던것이다. 그들을 대신하여 언제까지라도 소녀를 품에 안고있고싶으시였다.

그러나 더이상 시간이 없으시였다. 이제 곧 남포로 떠나셔야 했던것이다. 한시간전, 장군님께서 저택에서 점심식사를 마치시고 다시 나가시며 민순희의 병치료를 깨끗이 해주어야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북조선애국투사후원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내용인즉 남포내무서에서 련락이 왔는데 백산이로 짐작되는 한 소년을 찾았다는것이였다. 그 소년이 자기는 백산이가 아니라고 딱 뻗치기는 하지만 그 애의 소지품속에 학원제복이 정히 싸여있는것으로 보아 틀림없는것 같다는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그 애가 여러번 집을 뛰쳐나갔던 아이기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서는 데려오지 못할것이라며 걱정이 크시였다.

그때 김정숙동지께서는 장군님께서 하시는 그 말씀의 뜻이 헤아려지시였다. 백산이는 결코 그 누구의 말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을것이다. 학원제복을 눈앞에 놓고도 자기가 학원학생이 아니라고 뻗댄다는것만 보아도 그 애의 심정을 충분히 알수 있는것이 아닌가. 이제 다시 도망질을 하면 그땐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아무래도 정숙동무가 내 대신 그 앨 데리러 가야 할것 같구만. 이제 며칠 있으면 양력설인데 설날까지 한지에서 떨게 할수야 없지 않소.》

《장군님, 너무 근심마십시오. 제 꼭 그 앨 데려오겠습니다. 병원에 들렸다가 곧바로 남포에 나가겠습니다.》

바로 이렇게 집을 나서신 그이이시였다. 지금 병원정문밖에서는 장군님의 책임부관 손종준이 기다리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담당의사에게 민순희의 병치료를 다시금 부탁하시고나서 병원을 나서시였다. 승용차가 남포내무서마당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3시가 가까와올무렵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백산이가 이제 어떻게 자신을 맞아줄가 하고 생각하며 서장방을 찾아들어가시였다. 그런데 그이를 맞이한 서장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것이였다.

《한발 늦었습니다. 글쎄 그녀석에게 점심밥을 주며 이제 널 데리러 학원에서 올거라고 말해주고 좀 있다 가보니 달아나질 않았겠습니까.》

《아니, 달아났단 말이예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놀라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예, 우린 그저 밥을 먹고있으려니 했는데 창문을 뛰여내려 저 뒤담장을 넘어 달아날줄이야… 일두 참.》

중년나이의 서장은 애녀석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운지 얼굴이 벌개져서 중언부언하였다.

《아니 서장동무,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는거요? 어떻게 아이를 지켰길래 놓쳐버린단 말이요?》

손종준이 참지 못하고 성이 나서 소리쳤다.

《그렇다고 그 애가 무슨 범죄자라고 구류장에 가두어놓겠소? 우리야 애국투사후원회와 학원에서 찾는 아이라기에…》

손종준을 학원 아니면 애국투사후원회사람으로 생각한 서장은 사실이 그렇지 않는가고 묻는 투로 맞갖지 않게 대답했다.

《하긴 빨래줄에 널어놓은 남의 옷가지를 채서 입고 장마당에서 음식을 덮쳐먹었다는 혐의가 제기되긴 하였지만… 설마하니 당신네가 찾는 아이가 그런 자식인줄이야…》

《됐어요. 서장동무, 이러구있을새가 없습니다. 우린 그 애를 꼭 찾아야 합니다. 서장동무의 생각엔 그 애가 어디로 갔을것 같애요?》

김정숙동지께서는 성이 나서 푸르락거리는 손종준을 자제시키고나서 서장에게 기대어린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그이의 절절한 눈빛과 마주치자 서장은 죄스러운듯 다시금 얼굴을 붉히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글쎄… 달아난지 두시간밖에 안되니까 그리 멀리 가지는 못했을거구, 장마당 아니면 역기다림칸…》

그로서도 특별히 짚이는 곳이 없는 모양이였다. 이제는 백산이가 가있을만 한 곳을 다 돌아보는 길밖에 없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손종준에게 직접 나가서 찾아보자고 하시였다.

《아주머니, 나도 함께 갑시다. 그녀석을 잡기만 하면 내 그저…》

서장이 모자를 쓰고 따라서며 하는 말이였다. 그가 김정숙동지를 보고 아주머니라고 부르는데 화가 동한 손종준이 가뜩이나 좋지 못한 감정을 터뜨리려고 하였다.

김정숙동지께서 얼른 눈짓을 해서야 그는 쓰겁게 입을 다시며 돌아섰다.

일행은 길가의 상점들과 음식점들에도 들어가보고 인파로 붐비는 장마당도 구석구석 다 돌아보았으나 백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자기를 찾으러 다닐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디 조용한 곳에 숨지 않았을가요? 분명 그랬을것 같아요. 어디 숨어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딴 곳으로 쉽게 달아나려고 할거예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그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였던 그때에도 화물역의 어느 창고자리에서 백산이를 찾아냈다고 하던 차영진의 말이 떠오르시였다. 임의의 시각에 달아날수 있는 그런 곳이 방랑자들에게는 리상적인 은신처로 될것이였다.

《우리 역으로 나가보자요. 그 애가 점심도 굶었다는데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요.》

《헛 참, 아주머닌 별걱정을 다하십니다. 제가 좋아 달아뺀 놈 굶겠으면 굶고 말겠으면 말지…》

《이 동무가 정말?!…》

손종준이 또다시 서장에게 눈을 흘겼다.

《아니, 동문 왜 아까부터 나보고 해보지 못해서 그러우?! 시에미역정에 개배때기 찬다더니만…》

《됐어요. 서장동무, 종준동무도 하두 안타까워 그러는거예요.》

《놓고보면 방랑생활하는 녀석들두 천성적인데가 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부모가 있구 집도 있는데도 뭐 좀 맞갖지 않으면 힝 하니 뛰쳐나가군 하지요.》

서장은 리해할수 없다는듯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정색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시였다.

《세상에 그런 천성이 어디 있겠어요. 다 일제놈들과 가난때문에 생겨난 불행이지. 우리가 찾고있는 그 애도 왜놈들에게 아버지, 어머니를 다 잃고 장군님의 품을 찾아왔던 혁명가유자녀예요. 뜻밖의 일로 해서 이렇게 되였는데… 서장동무, 지금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집무실에서 이제나저제나 백산이를 찾아 데려왔다는 보고를 손꼽아 기다리고계십니다.》

《예―에? 김일성장군님께서요?》

서장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제서야 그는 자기앞에 서계시는분이 그저 평범한 보통녀인이 아니라는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묻는듯한 눈길로 손종준을 바라보았다.

《자, 그러니 빨리 그 앨 찾기나 하기요.》

손종준이 여전히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하며 그의 눈길을 외면했다.

벌써 시간이 퍼그나 흘러갔다. 좀 있으면 짧은 겨울해가 서산에 주저앉고 사위가 거밋거밋해질판이였다.

《우리 셋이서 이렇게 다같이 다니지 말고 각기 흩어져서 찾읍시다. 서장동무는 역기다림칸안을 보구 종준동문 역전주변을 살펴보세요. 난 화물역쪽으로 들어가보겠어요.》

《알았습니다.》

그들과 헤여지신 김정숙동지께서는 차갈이를 하느라 분주히 오고가는 차량들사이를 지나 화물창고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하시였다.

어쩐지 여기 어디에서 꼭 백산이를 찾을것만 같은 예감이 드시였다.

백산아!― 너 어디에 있느냐? 제발 이 어머니의 속을 태우지 말고 어서 나타나주렴!…

이때 창고쪽에서 갑자기 욕지거리소리같은것이 들려왔다.

화물역로동자들로 보이는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다툼질을 하는지 아니면 그 누구를 욕하는것인지 저마끔 목청을 돋궈 소리치고있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마음이 급하시였으나 그들이 무슨 일로 그러는가싶어 그리로 다가가시였다. 사람들이 어깨성을 쌓다싶이하고 서있어 안쪽은 보이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만 가려들으실수 있었다.

《이 콩창고에서 지난밤에도 콩 한마대가 없어졌는데 그것도 다 저 녀석이 도적질해갔을거요.》

《당장 내무서로 끌구가서 변상을 시켜야 해.》

《그래도 자세히 알아보구 그래야지 그거야 너무하지 않나.》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당장 저녀석 부모들을 불러오게 해서 단단히 혼쌀을 내줘야 한단 말이야.》

왜서인지 후두둑… 가슴이 떨리시였다. 자신의 예감이 맞아떨어진것 같은 생각이 드시였던것이다.

바로 그 순간 그 사람들속에서 아이의 항거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아니예요. 난 콩마대를 도적질하지 않았어요. 난 기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오늘 처음 여기에 왔어요.》

《하긴 저녀석은 오늘 처음 보는 애야. 아직까진 여기서 얼씬거리는걸 못 봤소.》

《그놈의 말을 어떻게 믿어? 그녀석 보따리를 뺏으라구. 도적질한 물건일수 있으니까.》

《안돼요. 이건 안돼요!》

아, 저 목소리… 그것은 분명 백산이의 목소리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허둥지둥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시였다.

《여보세요, 그 애를 다치지 마세요. 그 애를, 그 애를…》

《아니, 이 아주머니가 왜 이러는거요?》

사람들은 못마땅한 눈길을 던졌다.

하지만 김정숙동지의 귀전에는 그들의 그런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한걸음한걸음 그 애한테로 다가가시였다. 보고 또 보아도 틀림없는 백산이의 얼굴이였다.

백산이는 방금전에 사람들이 빼앗자고 하던 보따리를 가슴에 꽉 부둥켜안은채 섧게 울고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워 그런지 그는 어머님을 알아보지 못하는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더 참지 못하고 소리쳐 부르시였다.

《백산아!―》

백산이가 뚝 울음을 그쳤다.

펀뜻 눈길을 들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디여 김정숙동지를 알아보았던것이다.

《백산아!―》

《…》

그이께서 두팔을 벌리시고 애타게 부르셨지만 당장 안겨들듯싶던 백산이는 웬일인지 주춤주춤 뒤걸음치기 시작하였다. 그 누군가가 그의 팔을 붙잡지 않았더라면 무작정 달아날 기상이였다.

《아주머닌 도대체 누구요?》

한 젊은 청년이 어딘가 거칠게 느껴지는 소리로 물었다. 수많은 호기심어린 눈길들이 김정숙동지에게 와닿았다.

《난… 저 애의 어머니입니다. 우리 애가 잘못한것이 있다면 내가 대신 용서를 빌겠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그들을 향해 깊이 머리를 숙이시였다.

그이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백산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안돼요! 그러시면… 안돼요. 난 잘못한게 없어요. 정말이예요.》

아이의 그 모습이 처량해보여서였던지 아니면 그의 피타는 부르짖음이 믿어져서였던지 로동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기만 하였다.

《어쨌든 아들교양을 잘하시우. 꼴을 보니 방랑생활을 하는 애가 분명한데 아들건살 어떻게 했길래…》

《어머니가 때마침 찾아온줄 아시우. 그렇지 않으면 우린 저 앨 내무서에 넘겼을거우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며 하나둘 헤쳐가버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백산에게로 다가가시였다.

그 애는 울먹울먹하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백산아, 너 왜 그러고섰니? 벌써 이 어머닐 다 잊었단 말이냐? 응?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흑…》

참고참으셨던 눈물이 끝내 솟구쳐올랐다. 그것은 사람들이 모욕적으로 던진 말때문이 아닌 백산이를 찾은 기쁨의 눈물이였고 그에 대한 죄스러움의 눈물이였다.

《어머니!》

백산이가 김정숙동지의 품에 와락 달려와안겼다. 안기여 엉엉 소리내여 울었다.

《나를 용서해라. 내가 널 잘 돌봐주지 못했구나. 너의 부모들은 널 부탁하고 갔는데… 널, 널 제때에 지켜주지 못했구나.》

그이께서는 백산이를 꼭 품에 안으시고 더부룩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였다.

백산이가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간절한 기대가 어린 눈빛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어머닌… 우리 아버질 믿으…시나요?》

《믿는다, 믿구말구. 김일성장군님께서 믿고계시는 너의 아버지인데 이 어머니가 왜 믿지 못하겠니?!…

백산이 아버지는 왜놈들과 용감히 싸우다 희생된 훌륭한 애국자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다시는 아버지를 욕되게 하지 말어라. 넌 애국자의 아들이야!》

《애국자의 아들…》

백산이는 입속으로 소중히 그 말을 되뇌여보았다.

《자, 어서 가자. 장군님께서 지금 널 기다리고계신다.》

《예? 장군님께서 나를요?…》

《그래. 너때문에 장군님께서 밤잠이나 제대로 주무신줄 아니?! 정말이지 장군님의 속을 더이상 태워드리지 말아. 이제부터 너는 진짜 장군님의 아들이 되여야 한다!》

《어머니!―》

백산이는 다시금 그이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더니 한껏 머리를 들고 하늘에 대고 목청껏 소리쳤다.

《난 장군님의 아들이다!―》

그의 애된 목소리는 어스름이 깃들기 시작한 하늘가 멀리에로 나래를 편 수리개마냥 살같이 날아갔다.

사람들이 달려왔다. 손종준과 내무서장이였다.

《찾았구나, 찾았어!》

《끝내… 찾으셨군요.》

그들은 너무 기뻐 백산이를 얼싸안았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백산이가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리도 품에 꽉 그러안았던 그 보따리를 풀었다. 보자기를 헤치니 생각하셨던대로 그것은 학원제복이였다. 비록 학원을 뛰쳐나오긴 하였지만 어린 마음에도 그 옷만은 이 세상 제일 소중한 보물로 간직하고싶었던 모양이였다.

그이께서는 백산이에게 그 옷을 다시 입혀주시였다.

《장군님께 가면서 장군님 주신 학원복을 입고 가야지 어떻게 훔친 남의 옷을 입고 가겠니?!》

김정숙동지께서는 내무서장에게 백산이가 입고있던 옷을 보자기에 싸서 돈과 함께 주면서 주인을 찾아 꼭 돌려주고 사죄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하시였다. 서장이 펄쩍 놀라며 받지 않으려 했으나 그이께서는 《이건 내가 사죄하는것이 아니라 우리 백산이가 사죄하는겁니다. 이런 생활과 영영 리별하겠다는 맹세의 뜻으로 말이예요.》 라고 하시며 거듭 부탁하시였다.

《서장동무, 오늘 수고많았소. 어쨌든 앞으로는 일을 좀 더 잘해야겠소!》

손종준이 서장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는 서로 마주보며 소리내여 웃었다. 서장과 헤여진 후 승용차는 평양을 향해 달렸다.

총총한 밤하늘의 별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따라섰다. 그러다가는 아무래도 안되겠던지 멀리 차뒤로 사라지며 아쉬운듯 반짝반짝 빛을 뿌리며 바래주었다.

김정숙동지의 마음은 마냥 기쁘시였다. 이제는 장군님께서 한시름 놓으실것을 생각하니 더없이 즐거우시였다.

《운전사동무, 속도를 좀 더 내세요. 오늘 저녁 백산이에게 특식을 해줘야겠는데 빨리 가야 장군님께서 집에 들어오시기 전에 준빌하지요.》

《예, 좀 더 밟겠습니다.》

승용차는 달렸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옆에 앉은 백산이의 어깨를 다정히 그러안으시였다.

그러시며 백산이가 학원에서 동무들과 잘 섭쓸릴 때까지 더 자주 나가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시였다.…

다음날도, 그 이튿날도 김정숙동지께서는 학원에 나가 백산이와 함께 아이들속에 계시였다.

1948년을 맞는 양력설날에도 사업이 분망하신 장군님을 대신하여 학원에 나가시여 방학을 가지 못한 학생들과 함께 온 하루 설날을 보내시였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