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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10월 12일, 이날 오전 9시 30분, 김일성동지께서는 만경대혁명학원(당시 평양혁명자유가족학원)의 창립을 온 세상에 선포하시기 위하여 개원식장에 나오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도 아드님과 함께 뜻깊은 개원식에 참가하시였다.
학원운동장은 개원식을 축하하기 위하여 온 북조선 각 정당, 정권기관, 사회단체대표들과 항일혁명투사들, 혁명가유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뿐만아니라 재령군인민들의 애국지성을 담아 5대의 자동차에 239가마니의 쌀을 싣고 온 김제원농민과 유창림농민을 비롯하여 애국미헌납운동선구자들과 학원지원사업에 공로가 있는 애국적인민들도 참가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체 개원식참가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시면서 학원학생대렬을 사열하시고 주석단에 오르시였다. 개원식시작을 알리는 《애국가》의 장중한 주악이 끝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먼저 조국의 독립과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하여 싸우다 희생된 혁명렬사들을 추모하여 묵상할것을 제기하시였다.
희생된 혁명동지들을 추모하여, 혁명선렬들을 추모하여 그리고 부모들을 추모하여 참가자들은 깊이 머리를 숙이였다.
묵상이 끝난 후 개원사와 보고에 이어 학원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학원개원식을 축하하여 연단에 나서시였다.
학원제복을 그쯘하게 차려입은 300여명의 학생들이 소대, 중대단위로 대렬을 짓고 서서 머루알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연단에 나서신 그이만을 우러러보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뜨거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시였다. 아이들의 그 름름한 모습, 티없이 맑은 그 눈동자들이 가슴뻐근하도록 안겨오시였다.
잊을수 없는 모습들, 잊혀지지 않는 얼굴들이 언뜻언뜻 눈앞에 비껴왔다.
그래… 안도의 수림속에서 반일인민유격대창건의 첫 대오에 서있던 저 애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저러했지… 조국진군의 원정대오속에서 나를 바라보던 저 애 아버지의 눈빛도 신통히 저러했어…
그이께서는 자꾸만 갈마드는 이런 생각을 애써 털어버리시며 깊은 호흡을 들이키시였다. 어쩐지 연설을 제대로 할것 같지 못한 생각이 드시였다.
시작부터 목소리가 심하게 갈리시였다.
《학생여러분!
오늘은 만경대혁명학원을 개원하는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나는 이 영광스러운 날에 제하여 조국의 광복을 위하여 강도 일본제국주의자들과 용감하게 싸우다 희생된 혁명렬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하는바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혁명적지조를 굳게 지켜 영웅적으로 싸우다가 희생된 혁명가의 유자녀들이 모였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민족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애국자로서 나라와 인민을 위하여 생명의 최후순간까지 피를 흘리며 싸우다 희생된 혁명렬사의 자녀들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여러분은 우리 민족이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 나라의 귀중한 보배들입니다.
나는 전체 인민들과 북조선인민위원회를 대표하여 당신들에게 뜨거운 축하를 드리는바입니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운동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박수를 칠수가 없으시였다.
또다시 잊을수 없는 전우들의 모습이 가슴에 사무쳐오시였던것이다.
이 기쁜 날에 이러면 안되겠다고 몇번이나 마음을 다잡으셨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내려다보기만 하면 자꾸만 눈굽이 젖어들고 눈앞이 흐려지시였다. 이 자리가 공식적인 연단만 아니였더라도 그이께서는 더이상 연설을 하지 못하시였을것이였다.
그러나 하셔야 했다. 학원아이들이, 유가족들이 아니, 모든 행사참가자들이 자신을 지켜보고있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마음을 진정시키시느라 다시한번 깊이 호흡을 들이키시였다.
《…
여러분의 부모들은 우리와 함께 싸우다가 광복된 조국을 보지 못하고 애석하게도 희생… 되였습니다. 그들은… 희생되면서 자기들은 비록…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보지 못하지만 조국이 해방되는 그날 자식들을 공부시켜 인민의 훌륭한 충복이 되도록 잘 키워달라고 부탁… 하였습니다.》
끝내 그 갈리던 목소리마저 더 이을수가 없으시였다. 눈물이 걷잡을새없이 흘러내리셨던것이다. 몇번이고 손수건을 눈가에 가져가시였지만 눈물은 자꾸만 샘솟아 앞을 가리웠다.
운동장의 여기저기에서도 흐느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도 울고 어른들도 울었다. 아이들은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어른들은 입술을 깨물고 소리를 참아가며 울었다.
김일성동지께서도 지그시 입술을 깨무시였다.
어떻게 하나 자신을 다잡으려고 모지름을 쓰시였다.
(얘들아! 날 용서해라, 이 기쁜 날 너희들까지 울릴줄은 미처 몰랐구나. 하지만… 하지만 너희 아버지, 어머니들은 날 리해해줄거다. 너희들의 그 끌끌하고 대견한 모습을 보면서 오늘은 너희 부모들도 너무 기뻐 땅속에서나마 소리내여 울게다. 그래서, 그래서 나도 이렇게 우는거란다. 너희 부모들과 함께… 너희 부모들과 함께!…)
김일성동지의 혁명활동 전생애에서 공식적인 행사연단에서 이렇듯 연설을 도중에 멈추신것은 이것이 처음으로 있은 일이였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그이께서는 연설을 계속할수 있으시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국에 개선하자 곧 혁명렬사의 유자녀들을 찾았으며 여러분들을 공부시키기 위하여 이 학원을 세웠습니다.
나는 오늘 이 뜻깊은 날에 제하여 여러분이 우리 전체 인민이 기대하는 새 조선의 씩씩하고도 새로운 민족간부가 될것을 축원합니다.
여러분은 돌아가신 부모들의 뜻을 이어 어느 학교의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한 학생이 되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여야 하겠습니다.
…
나는 여러분이 과거 부모들이 모든 곤난과 희생을 무릅쓰며 용감히 투쟁한것을 항상 잊지 말고 자기 조국과 자기 인민과 자기 학교를 사랑하며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명심하여 훌륭한 새 국가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하는바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 력사적인 훈시를 마치시였다.
순간 장내에는《김일성장군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10월의 맑고 푸른 하늘가로 끝없이 울려퍼지는 그 환호성은 한없이 고결한 혁명적의리심과 숭고한 미래관을 지니시고 그처럼 어렵고 복잡다단한 새 조국건설의 첫시기에 벌써 혁명가유자녀들을 위한 학원을 세워주신 위대한 혁명가, 위대한 인간, 위대한 아버지에 대한 다함없는 존경과 흠모, 끝없는 고마움과 감사의 인사가 뜨겁게 어려있었다.
개원식에서는 이어 북조선인민위원회와 북조선민주주의전선중앙위원회, 북조선애국투사후원회, 항일혁명투사들과 혁명가유가족대표들의 축사가 있었고 전국각지에서 보내온 수많은 축기와 축전, 축문이 소개되였으며 학원학생대표의 피끓는 선서문이 랑독되였다.
《김일성장군의 노래》합창으로 개원식이 끝난 다음 학원에서는 학생들의 분렬행진과 체육대회, 예술공연과 경축연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진행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온 하루 학원학생들과 유가족들속에 계시며 그들의 생활을 따뜻이 보살펴주시였다.
뜻깊은 개원식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갔다.
《그 애들의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니 나도 가슴아프고 설음많던 옛일들이 잊혀지고 기분이 명랑해지누만. 김책동무나 정숙동무의 마음도 그렇겠지.》
개원식을 마치고 돌아오시면서 김일성동지께서는 승용차뒤좌석쪽으로 고개를 약간 돌리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예, 학원아이들만이 아니라 나도 다시 세상에 태여난 기분입니다. 정말이지 이젠 장군님께서 한시름 놓으셔도 되겠습니다, 허허…》
김책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김일성동지께서도 김정숙동지께서도 함께 웃으시였다.
《김책동무의 말대로 정말 한시름 놓을수 있을가?…
정숙동무의 얼굴을 좀 보오, 얼굴색이 좀 어두워보이질 않습니까?》
김정숙동지께서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시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저… 개원식을 마치고나니 어쩐지…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유자녀들을 더 훌륭한 학원교사에서 공부시키지 못하는것도 마음에 걸리고 또…》
《또 아직도 찾지 못해 산설고 물설은 이국땅에서 남의 집 아이보개나 심부름군노릇을 하고있을 전우들의 자식들생각이 더 가슴에 맺혀오겠지.》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늘의 즐거운 기분을 흐릴가봐 저어하며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는 김정숙동지의 심정이 헤아려져 그뒤를 이어주시였다.
《개원식에 참가한 학생들속에는 동북에서 온 아이들이 얼마 안되오. 아마 림춘추동무의 사업이 헐치 않은 모양이요. 동북땅의 그 애들도 모두 찾아서 하루빨리 학원으로 데려와야 할텐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먼 산발들을 오래도록 말없이 바라보시였다.
저 산발들너머 그 어디에선가 헐벗고 굶주려 쓰러진 유자녀들의 신음소리가, 설음에 젖은 그 애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듯싶으시였다.
…이제 그 애들을 모두 찾아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가셔주어야 할텐데 그 일이 결코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 않다.
지금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학원을 세운데 대하여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혁명가유자녀들이 얼마나 많아 그들을 위한 새 교사까지 따로 세우겠는가고 시비하고있다. 그까짓 시비는 두렵지 않지만 아닌게아니라 건물을 하나 짓자고 해도 아직은 나라사정이 어렵다. 해야 할 큰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정규군문제, 공화국창건문제, 첫 인민경제계획수행문제…
그러니 개원식을 하였다고 해서 한시름 덜어졌다고 볼수 없다. 오히려 만시름이 앞에 있다. 학원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기시여 차창밖을 바라보고계시였다. 지금 그이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계신다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계시는 김정숙동지께서도 아무 말씀없이 창밖을 바라보시였다.
김책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즐거운 날의 무거운 침묵을 싣고 승용차는 조용히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