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비슬나무

제 14 장

 

비는 억수로 쏟아져내리고있었다. 30년만에 처음 보는 무더기비라고 한다.

창대같은 비줄기가 한시도 멎지 않고 땅바닥을 두드려댄다.

정옥은 안타까운 눈길로 차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혹시 이러다 길이 막히지는 않을가.

그는 지금 어머니의 유해를 모시고 평양으로 가는 길이였다.

평양에서는 혁명렬사릉에 어머니의 유해를 안장하기 위한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있을것이다.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준비로 온 나라가 그처럼 들끓는 바쁜 때이지만 이 행사를 잘 진행하도록 세심히 보살펴주시였다. 정옥은 이번에 어머니가 최후를 마친 그 비슬나무까지 돌아보았다.

정말 감회도 깊었다.

어머니의 시신을 안치해준 고마운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었다.

《난 그때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오는 길이였수다. 베이징대학에서 공부할 때인데 방학이 되여 외할머니네 집에 와 있었지요. 홀로 사는 늙은 할머니를 위해 산에 가서 나무를 한짐 해지고 저 바위가 있는 곳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이 비슬나무쪽에서 무슨 웨침소리같은것이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무짐을 내려놓고 자세히 바라보니 글쎄 이 비슬나무밑에 한 녀자가 묶이운채 서있고 털외투를 입은 계집년이 그앞에서 오락가락하는데 그뒤에는 또 깜둥이경찰놈들이 총을 들고 서있지 않겠습니까.

마침내 그 계집년이 맥없이 돌아서서 얼빠진년처럼 걸어가자 경찰놈들이 총을 황급히 겨눕디다. 두손을 묶이운 녀자는 목청껏 만세를 불렀수다.

김일성장군 만세!〉〈조선독립 만세!〉하고 말이우다. 다음엔 총소리가 울리고… 그분은 쓰러졌지요.

그놈들이 물러간 다음에야 난 황황히 달려가 그 시신을 안아들었습니다. 아직 온기가 있는것 같았수다. 혹시 그놈들이 다시 덤벼들면 어쩌겠는가 해서 허둥지둥 산속으로 들어갔수다. 이렇게 얼마쯤 가서 남들 모르게 도끼로 언땅을 찍어내고 시신을 안장했지요. 다음날 가슴을 조이며 살펴보니 아닌게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와서 시신을 찾아 헤매는게 알립디다. 그중엔 웬 녀자두 있더군요. 총살할 때 본 그 계집년은 아닙디다. 그들은 집집을 찾아다니며 시신을 보지 못했는가 캐여묻습디다. 숨이 나갑디다. 나만 입을 다물면 안전할게 아닙니까. 며칠이 지나 다시 준비를 잘 해가지고 가서 멀찍이 누구도 찾아볼수 없게 다시 안장했지요. 그 투사의 몸에서 나온 꽁다리연필과 단추를 유지로 잘 싸서 함께 묻었지요. 후에라도 그분을 알게 될 날이 있으리라 믿었지요. 그리고는 인차 대학으로 갔수다. 그때로부터 세월이 하도 흐르다나니 나도 기억이 삭막해지구 이따금 그때 일이 떠오르기도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그 녀투사가 누구인지, 이름은 뭐고 또 어떻게 싸웠는지 알수가 없더군요. 외할머니도 인차 세상을 떠나서 이 이도강쪽에는 오게 되지도 않더군요. 그러다가 조선에서 그분을 찾는다는것을 알고서야 비로소 그분이 누구란걸 알게 되였구 편지도 쓰게 된거지요.》

정말 고마운 사람이였다.

장백사람들은 그 비슬나무를 다들 영웅나무라고 부르고있었다. 렬사의 피가 스며 더더욱 억세게 자라 푸른 아지를 한껏 펼치고 솨솨 설레이는 아름드리 비슬나무… 그것은 정녕 어머니의 넋은 아닌가.

갑자기 렬차가 멎었다. 철도역도 아닌것 같은데… 밖을 내다보니 어느 산골짜기이다.

정옥은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려객전무를 찾아갔다.

《산사태로 철길이 묻혔습니다. 기일이 좀 걸려야 할것 같습니다.》

손맥이 풀렸다. 끝내 우려했던 일이 생기고야만것이다.

렬차는 다시 후진을 해서 이미 떠나왔던 역구내에 들어갔다.

정옥은 차에서 내려 역장실로 찾아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평양에 급히 전화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전화를 할수 있습니까?》

귀밑머리에 흰서리가 내린 늙수그레한 역장은 어서 그러라면서 송수화기를 들어주기까지 했다.

마침 당력사연구소 부소장과 련계가 지어졌다.

정옥은 사연을 말하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무래도 행사를 좀 미루어야 할것 같습니다. 여기 사람들 말에 의하면 3~4일은 걸려야 길이 열릴것 같다는데…》

《3~4일이라, 참 무슨 비가 이렇게 오는지… 할수 없구만. 어쨌든 차가 떠날수 있게 되면 인차 알려주오.》

《알겠습니다.》

정옥이 송수화기를 놓으려는데 《아 참!》 하는 소리가 나더니 《정옥동무!》하고 다시 불렀다.

정옥은 의아해서 그대로 송수화기를 들고 서있었다.

《말씀하십시오.》

《은경이가 퇴원했소.》

정옥은 반색을 했다.

《그렇습니까?》

《은경인 퇴원하자바람으로 또다시 건설장으로 나갔소. 보통 이악하지 않아… 집에선 모두 잘있소.》

정옥은 그 다심한 보살핌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맙습니다. 집소식을 알려주셔서…》

정옥은 인사를 하고 송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역장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하고는 렬차칸으로 돌아왔다. 비내리는 차창밖을 내다보며 은경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 기초콩크리트를 치는 현장으로 무너져내리는 감탕사태, 《비키세요.》하고 소리치며 한몸을 던져 동지들을 구원하고 쓰러지는 처녀… 그우로 덮씌워지는 감탕…

은경은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가 점적을 달고있는것을 보고 떠났는데 퇴원을 해서 건설장으로 나갔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엄만 내가 그렇게두 어린애처럼 보이나? 막 마음이 놓이지 않나?》

은경이가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 침대머리에서 밤을 밝히는 정옥에게 응석비슷이 묻던 말이였다.

《그건 무슨 소리냐?》

《맨날 훈시만 하니까 그러지. 굴착기를 얻으러 갔을 때두 그렇구 기초파기를 할 때두 그렇구…》

정옥은 자기가 은경이네 일터에 갔던 이틀후 건설지휘부에서 굴착기를 보내주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굴착기가 없이는 도저히 공사공정기일을 보장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은경이네가 옳게 판단한셈이였다.

정옥은 자기의 지나친 로파심이 오히려 은경의 자존심을 건드리였다는것을 깨닫고 빙긋 웃었다.

《됐다. 원 애두… 난 네가 패뜩패뜩하는게 어이가 없었지만 다 리해했댔다. 아무렴, 네가 누구라구…》

정옥은 이러며 은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부터는 내 마음을 놓으마. 네가 이젠 다 자랐구나.…》

《정옥동무! 정옥동무!》

차창밖에서 역장이 우산을 쓰고 급히 왔다갔다하며 정옥을 찾고있었다.

정옥은 얼른 승강대로 나갔다.

《제 여기 있습니다.》

《빨리 오시우. 당력사연구소 소장동지가 빨리 전화를 바꾸랍니다.》

《그래요?》

정옥은 역장과 함께 급히 역장실로 달려갔다. 송수화기는 내려놓은채 있었다. 무슨 급한 일이 생겼을가.

《김정옥이 전화받습니다.》

《정옥동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그이께서…》

소장은 격정이 북받치는듯 인차 말을 잇지 못했다. 침을 넘기는 소리가 나더니 그제서야 불같은 어조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이께서는 저의 보고를 받으시고 계순렬사를 렬사릉에 안치하는 행사를 절대로 미룰수가 없다구, 리계순렬사가 수령님품으로 돌아오는데 어떻게 순간인들 지체할수가 있는가고 하시면서 비행기를 보내주자고 하시였소.》

《네? 비행기를요?》

《그렇소. 공군부대에 명령하시겠다고 하시였소.》

정옥은 가슴이 쩡해왔다. 뜨거운것이 왈칵 치밀어올랐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더 말을 할수가 없었다. 한없이 고마운 그분을 그저 목메여 부르고 또 불렀을뿐이였다.

 

비행기가 날았다. 동음소리도 요란히 하늘땅을 뒤흔들며 리계순렬사가 수령님품으로 돌아오고있었다.

 

×

 

어머니의 유해를 혁명렬사릉에 안치하는 행사가 끝난 뒤였다.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향하던 정옥은 문득 생각되는것이 있어 다시 렬사릉으로 올라갔다. 어머니의 반신상쪽으로 향하던 정옥은 우뚝 서버렸다.

아닌게아니라 어머니의 반신상앞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한 녀인이 서있었던것이다.

이윽토록 그를 쳐다보던 정옥은 천천히 그 녀인에게로 다가갔다.

《어머니!》

나직이 불렀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바로 그 리정애였다. 주름깊은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 되여있었다.

정옥을 본 리정애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며 스르르 무너져내렸다.

정옥은 얼른 다가가 리정애를 부축했다.

《어머니,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구… 고맙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기야 무슨… 죄많은 늙은이인데…》

《어머니, 아닙니다. 어머님께 무슨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님이 그 실화를 쓰게 하시였기에 이렇게 저의 어머니 유해도 찾아올수 있은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아니우다. 이 모든게 다 저의 죄로 이렇게 되였수다. 어머니를 잘못되게 한것두… 어머니를 구원해내지 못한것두 다 이 못난년탓이우다.》

리정애는 자책의 아픈 눈물을 쏟으며 손으로 가슴을 허비였다.

《어머님, 진정하세요. 그것이 어떻게 어머님 잘못이겠어요.》

리정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또다시 반신상을 쳐다보았다.

《왜 내 잘못이 아니겠수. 나때문에 잘못된것이나 같은데 그 시신마저 거두어주지 못했으니… 흑…》

《어머님.》

《난 그때… 계순언니가 한미영이년들한테 잘못되였다는 소식을 듣구 오빠와 함께 허둥지둥 달려갔지유. 오빠네 그 〈형제〉들두 같이 갔구… 그러나… 때가 늦었지요. 글쎄 시신이 없어진게 아니겠소. 억이 막혔수다. 오빠가 계순언니를 구원해보겠다구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이에 왜놈들은 벌써 선손을 써서 이렇게 죽이구… 시신까지 없애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수. 처음 우리는 한미영이네가 시신을 어찌했는줄 알았지요. 그래서 그를 불러다 음식대접두 하면서 구슬렸수다. 그년은 술에 얼근해지자 타락한 년처럼 울며 불며 속을 말짱 털어놓습디다. 그년에 대해 실화에 쓴게 다 그년의 입에서 나온것이우다. 룡정때부터…계순언니를 총살하던 얘기까지 다 말하더군요. 주제에 욕망은 커서 뭐… 뭐가 되려다가 계순언니때문에 다 망했다구… 눈물까지 질질 흘리면서…

시신은 그년도 어떻게 없어졌는지 모르더군요.

그년은 그날에야 자기가 일본계집이라는걸 알았다고 하더군요. 애비가 일본내각의 요직에 있는데 제 추행이 드러날가 두려워 피덩이같은 딸을 한희문에게 주고는 지금껏 모르쇠를 해온다고… 눈물까지 질질 흘리면서… 그게 무슨 애비인가고… 다나까까지 자기를 속였다고…

넉두리를 많이두 합디다. 그까짓 애비는 애비이고… 자기가 신세를 망친건 다 계순언니때문이라고 하면서 끝까지 해보겠다나요. 자기는 이름도 류학할 때 부르던 다마꼬로 다시 고쳤다고 하면서 자기 다마꼬가 계순언니를 어떻게 복수하는가 똑똑히 보라는거우다. 계순언니가 놓아주라던 그 애를 다시 잡아들이고 계순언니의 딸도 끝까지 찾아내서… 어떻게… 죽이겠다고… 그게 너무 억이 막히구 치가 떨려서 오빠는 더 참지 못했수다. 그년을 요정내고말았지요. 독사는 죽여버려야 화를 입지 않는다면서… 그게 발각되여 오빠는 왜놈들에게 잡혀 잘못되였수다. 그 울화루 이모의 병은 더 도지구 …난 경찰서에 잡혀갔던 그 애와 이모를 데리구 급히 장백땅을 떠났수다. 계순언니가 그렇게 구원해낸 애인데 또 잘못되면 어떻게 하겠수.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옥계동으로 가다가 이모의 병이 너무 도져서 그냥 어느 산골마을에 눌러앉고말았지요. 그 어린애의 이마에 난 상처자리도 독을 쓰는데다가 약을 구하러 갔던 나까지 벼랑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다행히도 마음좋은 할머니를 만나 그 집에서 함께 살았수다. 이모는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해방이 되는 해에 세상을 떠났수다.

난 아이들만이라두 잘 키워보자구… 그 애들에게 어머니구실을 해보자구 이름까지 고치구… 조국에 나와 일이라두 힘껏 해보자구 했지만… 》

리정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옥은 가슴이 확 달아올랐다. 무엇인가 의문스럽다고 생각했더니 이 리정애가 바로 정선화였다.

그런걸 지금까지도 숨겨온것이다.

어쩌면… 어쩌면 그럴수가 있는가.

《난 어머님네 집에 가서 수령님을 모시고 찍은 사진이랑 표창장이랑 다 보았어요. 그거면 떳떳하지 않을가요? 더구나 일제때 있은 그일은 수령님께서 이미전에 다 백지화해주시지 않았어요.

그때〈민생단〉에 몰려 고생하다가 근거지를 떠나간건 그들 죄가 아니라고 말이예요.》

《수령님께서는 다 용서해주시였지요. 세상에 우리 수령님처럼 도량이 넓으신분이 어디에 또 있겠수. 하지만… 용서는 받았어도… 량심은 떳떳치 못했수다. 허물이 생긴 인생이야 어떻게 하겠수. 거울에 난 흠집처럼… 거울 한귀퉁이가 깨진것처럼… 깨진 거울이야 아무리 풀로 붙인대두 깨진 자리가 남지 않수. 그건 도저히 어찌할수가 없구려. 지금 와서 아무리 후회를 해야 무슨 필요가 있겠수. 처창즈에 갔을 때 계순언니가 부채붓꽃을 안겨주면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되라고 한 말이 그냥 가슴에 맺혀있었수다.

그래 맏이한테 실화를 쓰라고 하면서도 내 본이름을 밝힐수가 없었구려. 지어 자식들에게까지도 말이우다. 나를 구원해주구 참답게 사는 길을 배워주구 이끌어주려구 그리도 애썼는데 난 계순언니를 오히려 고생시키구 한미영의 공모에 걸려 마지막길을 가는 언니한테 아픈 못을 박아주구 언니를 구원하기는커녕 시신마저도 거두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임자를 보기가 괴로웠구… 얼굴을 들수가 없었소.

계순언니는 저 푸른 숲도 근본은 개개의 나무라고 하면서 나라를 찾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나라라는것이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것이였소. 어랑촌근거지에 갔을 때 그리도 희한한 세상을 보구 이제 나라가 해방되면 그런 세상이 된다는걸 알고있었지만… 끝없이 동경하면서두… 나만을 생각해왔지요. 계순언니처럼 미래를 사랑하구 미래를 확신한것이 아니라 그저 내 사랑, 내 집 …앞날을 믿지 못했지요. 그래서 주저앉구… 남은것이 뭐겠수.…》

리정애 아니, 정선화의 주름깊은 얼굴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라가 해방되였을 때 난 계순언니가 우리 오빠한테 했다는 말을 생각했수다. 이제 나라가 해방되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살겠는가고 했다는 그 말을 …그 말이 가슴을 쳤수다. 정말 그렇게 되지 않았수. 그때부터 나는 이제라도 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애써오기는 했지만 역시 가슴속에는…》

정옥은 무엇인가 가슴을 쿵 치는것을 느꼈다.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의 반신상을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웃고있었다.

혁명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같은 사랑과 불굴의 신념을 안고 한치의 드팀도 없이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곧바로 걸어온 어머니… 바로 그로 하여 어머니는 얼마나 떳떳한가. 저 웃음은 얼마나 밝고 깨끗한가.

수령님의 추억속에 사는 어머니.

수령님께서 잊지 못해하시는 전사들이라면서 영생의 언덕에 내세워주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아까 유해를 안장하는 행사때 당력사연구소 부소장이 한 연설 한구절이 떠오른다.

《리계순동지는 누구보다도 미래를 사랑하였고…언제나 그 아름다운 미래를 락관하며 살며 싸웠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는것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정옥은 어머니의 모습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정옥에게 처음 어머니의 모습으로 나타난것은 한줌의 달비뿐이였다. 그런데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어머니를 혁명렬사릉에 실지의 모습으로 내세워주시였다. 그리고 오늘은 유해까지 찾아주시였다.

정녕 어머니는 위인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어머니의 넋은 잠들지 않고 세월이 갈수록 더더욱 억세게 태동하면서 참된 삶의 진리를 사람들에게 깨우쳐주고있다. 후대들의 심장에 깊이깊이 새겨주고있다.

자기를 위해 산 사람은 죽으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나라를 위해, 혁명을 위해, 미래를 위해 자기를 사심없이 바친 사람은 나라와 더불어, 그 찬란한 미래와 더불어, 그 모든것을 이끌고 꽃피우는 수령의 위업과 더불어 길이길이 영생한다는것을…

정옥은 불같이 뜨거운것을 삼켰다.

어머니는 여전히 밝게 웃고있었다.

나는 앞으로 자식들앞에 저렇게 웃을수 있을가.

그리고 은경이네들은 또 자기 자식들앞에서 저렇게 웃을수 있게 될가.

저렇게 티없이 밝게…

미래를 끝없이 사랑하는 사람만이 후대들앞에 저렇게 웃을수 있는것이다. 미래를 확신하는 사람만이…

정옥은 살아있는 어머니에게 말하듯 조용히 속삭였다.

《어머니,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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