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비슬나무

제 9 장

 

김일 부주석이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정옥은 곧장 집으로 찾아갔다. 마침 일요일이였던것이다.

부주석은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건설장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병이 도진것이다. 병원에 면회를 가니 바쁠텐데 왜 병원에까지 오는가고 나무람을 했다.

《내 병은 그저 그러루하다가 낫는거란다. 우리 로친말은 듣지도 말아라. 우리 로친이란게 원래 엄살이 많단다.》

정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주석동지 병은 그렇게 심상히 여길게 아니예요. 어버이수령님께서 걱정하시는 병이 아니나요.》

《그러게 내 인차 일어선다고 하지 않니. 참, 그 실화는 어떻게 되였니?…》

이제야말로 김일과 얼마든지 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 사업과 유리되여 병원에 누워있자니 시간이 지루하기도 할것이기때문이였다.

물론 김일도 누우나 일어서나 자나깨나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나마 옛추억을 더듬으며 머리쉼을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그 실화는 정선화라는 녀성이 쓴게 분명해요. 전 실화를 보고 정선화에 대해 알만큼은 알았어요.》

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를 깎는 정옥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나직이 석쉼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까운 녀성이 그렇게 되였지. 내가 근거지에 오래 있지 않구 구국군부대에 나가있어서 그 녀자에 대해 잘은 모른다만… 혁명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그런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억이 막혔겠니. 그때 숱한 사람들이 그렇게 잘못되였어. 그래, 그 실화가 어떻던. 어머니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가 좀 있어?》

《우리 어머니를 제일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바로 그 정선화였어요.》

《뭐라구?》

김일이 눈을 치떴다. 숱진 하얀 장미가 꿈틀거렸다.

정옥은 다 깎은 사과를 김일의 손에 들려주었다.

《그 녀성은 제가 모르던것두 많이 알고있어요. 어머니가 품속에 늘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달아주려던 단추와 꽁다리연필을 품고 다닌것이랑… 그리구 어머니가 희생된 곳도 정확히 알고있더군요. 어떻게 희생되였는지도… 지금까지는 그렇게까지 정확하게는 모르고있잖았어요.》

김일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러니… 어머니유해는?… 알고있대?》

《그 녀자도 그것만은… 쓰지 않았더군요. 모르는것 같아요.》

《음―》

김일은 신음비슷한 소리를 냈다.

지금 혁명렬사릉에는 리계순의 유해가 없다.

리계순이 어떻게 희생되였는지도 정확히는 모르고있다.

1959년도에 동북지방에 갔던 박영순도 리계순의 유해를 찾으려고 장백지방을 샅샅이 훑으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고 한다.

어버이수령님과 우리 장군님께서 항일혁명렬사들의 유해를 다 찾아와야 한다시며 그토록 마음쓰고계시는데… 정선화가 리계순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라면 유해를 찾을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가.

김일은 저으기 흥분해서 정옥이가 하는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었다. 그처럼 과묵한 그도 《흠―흠― 그래서…》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다가 눈을 치떴다.

《그래, 그 정선화를 만나보았니?》

《만나지 못했어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아요.》

《음, 어쨌든 찾아보자. 서성에 없으면 평양시를 다 뒤지구 평양에 없으면 온 나라를 다 뒤져서라두 찾아야지. 어쨌든 우리 나라에야 있을게 아니냐.》

《예, 꼭 찾도록 하겠어요.》

《그 실화도 당장 출판하도록 하자.》

《그런데 저자이름을 모르니… 어떻게 당장…》

《하긴 저자이름을 쓰지 않았다고 했지. 그것 참…》

김일 부주석은 맹랑한듯 입을 다셨다.

《그건 제가 어떻게 하든 알아서 하겠어요. 난 그저 오늘 부주석동지와 이야기를 나누고싶어서… 거기엔 부주석동지가 우리 어머니를 춤판에 끌어내던 이야기도 씌여있더군요. 첫 전투가 있은 날 저녁에…》

《그래? 첫 전투가 있은 날 저녁에?》

김일은 잠시 눈을 쪼프렸다가 히뭇이 웃었다.

《음, 생각이 나. 내가 처창즈때 생각만 하고 장군님부대라는건 생각못해 네 어머니를 망신시켰지. 그런데 그 녀자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어머니가 말했대요.》

《흠, 제 결함을 뭘하러 남한테까지… 그리구 그 녀자두 그렇지. 리계순렬사에 대해서야 좋은 추억만 해두 끝이 없는데 골라골라 망신하던 이야길 하다니. 너의 엄만 정선화에 대해선 좋은 이야기만 하군 했는데…》

《그건 엄마가 저에게 쓴 편지래요.》

《편지?》

김일은 또 의아해서 정옥을 쳐다보았다.

《엄마는 잠자리에 눕기 전이면 그 꽁다리연필을 꼭 쥐고 이 딸에게 마음속으로 편지를 쓰군 했대요.》

《그래?》

김일은 슬며시 눈길을 돌렸다.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생각이 난다.

오락회가 끝난 그밤에 자그마한 돌우에 앉아 어딘가 먼 남쪽하늘을 바라보던 일이… 그때 숙영지를 돌아보다가 뭘하는가고 물으니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수집게 웃더구나. 딸 생각을 하느냐고 물으니 지금 한창 딸하고 춤을 배우댔다나, 허허허. 롱을 하는줄 알고 웃고말았댔는데…》

《편지에 그때 춤을 배우던 얘기도 했어요.》

《흠― 그렇댔구만… 그런 일은 종종 있었어.》

김일은 그때가 생각나는듯 미소를 지은채 성수가 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말 너의 어머니는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었단다. 장군님 친솔부대에서 추던 총대춤도 인차 배워냈어. 네 어머니성미에 가만 있니?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 다음다음날엔 제일 잘 추는축에 속했지. 난 대뜸에 네 어머니짝패에서 밀려나고말았어.

〈덕산동무도 이젠 안되겠소. 계순동무한테 어울리지 않아.〉하고 장군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시더군. 〈계순동무짝패가 되려면 밤잠을 안자구 련습을 해야겠소.〉하고 말이야.

그날 밤 장군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시더군. 너의 어머니가 발을 상하지 않았는가고 물으시더라니까.

난 고개를 기웃거렸지. 저렇게 춤 잘 추구 행군도 잘하구 하는데… 싸움판에선 펄펄 나는데 무슨 말씀이실가 하구… 어제 매복전투땐 아홉놈이나 왜놈을 쏘아잡구 육박전때엔 두놈이나 찔러잡았다니깐… 맨 앞장에서 달려나가서…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조용히 말씀하시더군.

〈아무래도 계순동무의 발이 심상치 않소. 동상을 입은것 같애. 저 동무가 그걸 숨기자고 더 극성스레 춤을 추는것 같은데… 내 눈을 속이지 못하오. 동상입은 발이 어떠하리라는것은 내가 잘 아오. 그 모진 동통을 참고 이겨내자니 오죽하겠소. 하여튼 덕산동무가 지금껏 함께 생활해서 그중 가깝겠으니 한번 조용히 알아보오.〉하며 걱정하시더군.

난 가슴이 뭉클했어. 지금껏 백두산으로 함께 행군해나오구 또 한중대에서 함께 생활해오면서두 전혀 모르고있었으니 나같은게 무슨 지휘관이고 동지이겠니.

내가 너의 어머니네 천막으로 가는데 그때도 너의 어머니가 진대나무우에 조용히 걸터앉아 어딘가 바라보고있더구나.

내가 무얼 하느냐고 물으니 수집게 웃더니 또 〈우리 정옥이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는데…〉하는 생각을 했다는거야. 허― 이제 보니 너의 어머닌 그때 너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있은 모양이구나.

그런데 이 덜퉁한건 그런걸 전혀 몰랐으니… 무뚝뚝하다나니 묻는것도 단도직입적이였지. 〈발이 동상을 입지 않았소?〉하구.

너의 어머닌 펄쩍 뛰더군.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해요? 내 발이 어떻다구 그런 말씀을…〉하면서 아예 손을 내두르더란 말일세. 너무 그런 내색이 없기에 난 고개를 기웃하면서 〈장군님께서 걱정하시던데…〉 하고 중얼거렸지.

그러자 너의 어머닌 눈을 크게 뜨더니 큰일이라도 난듯 날 몰아대더군.

〈아니, 덕산동지는 나하구 같이 행군해오구 또 지금껏 같이 생활을 해오면서 그것두 몰랐습니까? 정말 한심하네. 당장 장군님께 가서 말씀드리십시오. 가보니 아무렇지도 않더라구. 빨리요, 장군님께서 인차 마음을 놓으시게… 자, 어서요.〉하구 막 몰아대구 등을 떠미는게 아니겠나.

그래서 도로 가서 말씀드리니 장군님께서는 이윽토록 나를 보시다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으시였어. 〈모를 소리군. 덕산동무가 그 동무한테 업히운건 아니요? 공모를 하던가…〉

난 절대 그런게 아니라고 말씀드렸지.

어쨌든 그건 내 덜퉁해서 그런것이고… 어머니가 늘 정옥이 생각한건 사실이였어.》

정옥은 그 편지가 생각났다.

그때 어머니는 안타까와하며 이렇게 썼다고 한다.

《정옥아, 정말 이 발을 어쩌면 좋니. 자꾸 진물이 나구… 동통이 오는게 견디기가 힘들구나. 행군할 때두 그렇구… 밤에 잠을 잘 때에두 정 힘들어서 잠간 잠들었다가는 동통때문에 소스라쳐 깨여나서는 잠을 못들군 해. 그러나 남들에게 근심을 끼칠가봐 전혀 내색을 안하군 했어. 사람들이 알면 당장 후방병원으로 보낼테니 야단이 아니냐. 나야 싸우자구 너를 떼여놓구 혁명군에 입대했지 후방병원에서 편안히 치료나 받자구 온건 아니지 않니. 발이야 이렇게 좀 애먹이다가 낫겠지. 그래 남들이 눈치를 못채게 더더욱 춤도 많이 추구 나무 주으러두 먼저 가군 했어. 전투나 행군때도 앞장서구…

그런데 글쎄 그걸 장군님께서 다 알고계실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니. 덕산아저씨가 와서 물어보았을 때엔 아무렇지도 않다구 큰일난것처럼 쫓아보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 불안했어.

아, 장군님께서 이 엄마의 발을 보시자고 하면 어떻게 할가.

정옥아, 정말 그러시면 난 어떻게 할가. 난 계속 이렇게 장군님부대에서, 제일선에서 싸우고싶은데…

그래, 절대로 물러설수는 없어.

설사 그 어디로 보내겠다 해도 난 버틸테야. 떼를 쓸테야. 정옥이 너한테 부끄럽지 않게 끝까지 싸울테야. 이 엄마를 믿어줘…》

 

어머니는 장군님께서 후방병원으로 가라고 하시자 눈물을 흘리며 졸랐다고 한다.

《장군님, 전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저를 일선에서 계속 싸울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지금까지도 일없지 않았습니까. 난 후방병원엔 죽어도 못 가겠습니다.》

그리고는 앉아버티기를 하였다.

그러나 동상은 너무도 험상했다고 한다. 진물이 나오다못해 살이 물크러지기 시작했던것이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후날에 그때의 일을 가슴아프게 회고하시였다.

…나는 리계순을 위해서 그 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동상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몰라서 그러는것 같은데 싸울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지금 당장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라, 우리 아버지도 동상때문에 돌아가셨다, 발가락이 몽땅 썩어 문드러져서 지팽이를 짚고다니는 불구자가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고 하였더니 그는 마지못해 병원치료를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의 발은 병원에 가서도 쉽게 낫지 않았다. 너무도 험한 동상이였던것이다.

정옥은 오래동안 김일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는 벌써 기자들이 와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정옥이 의아해하자 한 젊은 기자가 빙그레 웃는것이였다.

《우리의 후각은 이런데 특별히 발달되여있답니다. 그 실화를 좀 보여주십시오.》

정옥은 어이가 없었다. 아마도 남편이나 막내딸이나 아니, 투사동지들에게도 실화이야기를 했댔으니 어쨌든 어느 사람에게서 흘러나갔을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기자들의 귀에 들어갔을것이고…

《물론 보여드려야지요. 그런데 좀 제기되는것이 있어서 그럽니다. 전 아직까지 이 필자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건 우리도 힘을 합쳐보겠습니다. 어쨌든 그 실화를 보고 한쪽에서 편집을 하면서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시간도 앞당길수 있지 않습니까.》

역시 기자들다운 말이였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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