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편 비슬나무

제 8 장

 

정옥은 정말로 어머니가 자기에게 쓴 편지를 읽는것만 같았다. 아니,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것 같았다.

그만큼 내용들이 생동하고 실감이 있었다. 진정 그것은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나서 이때껏 이처럼 다정하고 이처럼 다심한 어머니의 애무를 받아본 기억이 없는 정옥이로서는 자기도 모르게 애틋한 심경에 아니, 행복의 무아경에 잠겨드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정옥은 잠시 눈을 감고 걸상등받이에 몸을 기대였다. 편지에서 울려나오는 어머니의 애무에 한껏 취하고싶었다. 지금껏 누가 이렇게 불러봤던가. 아침에 일나갔다가 들어와 할머니품에서 애기를 받아안으며 나누는것만 같은 그 행복스런 목소리.

《정옥이, 오늘 할머니말씀 잘 들었나요?》

《정옥아, 귀여운 내 아가야.》

《보고싶은 내 딸아!》

《이 엄마하고 입맞추자요.》

《얼마나 무거워졌나 엄마가 안아보자요.》

가슴이 그들먹해진다.

갑자기 정옥은 누구인가 뒤에서 살며시 자기 목을 감싸안으며 매달리는 바람에 눈을 뜨며 뒤를 돌아보았다. 막냉이였다.

《호호, 엄마, 뭘 생각해? 그건 무슨 글이나?》

정옥은 금시 추억속의 애기로부터 이제는 다 큰 막내딸을 둔 어머니로 되돌아왔다. 엄마의 감미로운 사랑을 취할듯이 받아안던 딸로부터 사랑을 부어주는 엄마로 되였다.

정옥은 딸애의 포동포동한 손을 어루쓸며 감개에 젖어 말했다.

《네 외할머니가 이 엄마에게 쓴 편지를 읽댔다.》

《뭐? 외할머니?》

막내딸애는 눈이 둥그래져서 책상에 달라붙었다.

《이거 정말이나? 정말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가 쓴거나?》

《할머니가 진짜 편지를 쓸 처지는 못되는거구… 그래서 늘 마음속에 쓰시군 했다는구나. 너두 읽어봐라.》

《응―야, 이 편지 어디서 났나?》

《어느 고마운분이 이렇게 외할머니에 대한 실화를 써왔구나.》

《음… 그래서 아버지가 아침밥을 짓댔구나. 엄마가 이 편지를 보라구…》

정옥은 놀랐다.

《응? 아버지가 아침밥을 짓는다구?》

정옥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탁상시계를 보았다. 벌써 다섯시가 넘었다.

정옥은 황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얜, 나한테 그것부터 알릴게지.》

《아버지가 엄마한테… 조용히… 말을 시키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가만히 들어와보니 엄만 눈을 감구 혼자 웃고있잖아. 무슨 좋은 일이있나 해서 함께 기뻐해주자고 했지 뭐.…》

《애두 참… 넌 언제야 철이 들겠니.》

《언제 철이 들겠어요. 철들자 망녕든다던데…》

《뭐라구?》

《내가 이제야 철이 들었구나 하고보니 그때는 벌써 늙어서 망녕이 시작되였다나요?》

《그만둬라. 입만 잔뜩 까가지구… 너도 짬짬이 그 실화를 보거라, 외할머니가 어떤분인가…》

정옥은 서둘러 앞치마를 두르며 부엌으로 나갔다. 부엌에서는 남편이 한창 닭알지짐을 부치고있었다. 정옥이 자기가 류달리 좋아하는 닭알지짐이다. 아들딸 넷을 낳아키우도록 집안일에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고 투정질은 많이 하지만… 남편은 어쩌다 기회가 생기면 이렇게 닭알지짐부터 지지군 한다. 안해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이 고맙긴 하지만 정옥은 남편이 부엌일을 하는것만은 질색이였다. 아무리 힘든 때에도 부엌에 만은 얼씬 못하게 하군 했었다. 남자들의 집안일에 대한 관심은 부엌일을 도와주는것으로 표현되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정옥이였다.

《미안해요. 내가 그만 시간가는줄도 모르구…》

《일없소. 가서 마저 읽소. 오늘 아침은 내 솜씨를 보이겠소.》

《그만두세요, 애들이 웃어요.》

《웃으면 뭐라우, 내 좋으면 되는거지.》

《좋은걸 배워주겠수다. 진짜 저 막냉이버릇은 당신이 굳혀주고있어요. 막냉이라고 그저 어자어자하니까…》

《허허허… 이거 험터구는 다 나한테 씌우는군.》

《당신은 정말…》

정옥은 남편을 방안으로 떠밀었다. 남편은 껄껄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자 막냉이야, 제꺽 아침운동하구 방안을 정신이 번쩍 들게 청소해놓자. 엄마의 관점이 홱 달라지게…》

정옥은 풀어놓은 닭알로 지짐을 마저 지지고 국을 끓였다. 밥은 이미 끓고있었다.

이윽고 밥상을 차렸다.

흰쌀밥을 한그릇씩 담고 구수한 토장국을 푸고 닭알지짐이며 남새볶음이며 김치며 밥상에 한가득 올려놓던 정옥은 갑자기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어머니가 자기를 낳고도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씹으며 왜놈들과 싸웠다던 글줄들이 눈에 밟혀와 눈굽이 쓰렸다. 목이 메여올랐다.

우리에게 바로 이런 부럼없는 생활을 안겨주기 위해 엄마는 그렇게 힘겨운 싸움을 하였다. 그것을 어머니의 의무로 여겼다.

그럼 나는 자식들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의 미래는 이제 얼마나 더 아름다와질가.

 

정옥은 직장에 나가자 어제 문의한 구역과 동, 리들에 전화를 걸어 정선화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정선화라는 사람은 아홉명이나 되는데 중국에서 나왔다는 녀성은 한명뿐이였다.

그 녀성은 제산리에서 살고있었다.

정옥은 저으기 흥분되는 심정을 안고 그 녀자를 찾아갔다.

올 때는 실망을 안고왔다. 두 량주가 단동에서 1957년도에 나왔다는데 그 렬사릉에서 만났던 늙은이도 아니고 실화와는 전혀 련관이 없는 사람들이였다. 혹시 해방전에 중국에서 나온 사람들이 있지 않을가 해서 나머지 여덟명을 더 찾아가보았다.

하루종일 얼마나 걸었는지 저녁에 집을 돌아오자니 발바닥이 띠끔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래일은 찾는 범위를 더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정옥은 송수화기를 들고 실화이야기를 투사동지들에게도 하고 부서사람들에게도 해주었다. 전화를 받은 그들은 모두들 놀라면서 그 실화를 출판부터 하자고 하는것이였다. 정옥이도 찬성을 했다. 그런데 그 실화를 출판하자면 저자를 알아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더더욱 정선화를 찾아야 하는것이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정옥은 또다시 실화원고와 마주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고싶었다.

 

― 네번째 편지 ―

 

정옥이! 오늘도 울지 않고 잘 놀았나요? 어이구, 이젠 제법 무거워졌구만요. 자, 그럼 이젠 한번 걸어보자요. 몇발자국 늘었나 어서 걸어봐요. 어서 이리 온. 자, 하나, 둘… 열, 용아요. 조금만 더… 잘해요. 또또… 호호호, 잘 걷는구만요. 이젠 엄마가 안아보자요. 아유, 고와라. 요 내 귀염둥이… 이젠 다 컸구나. 제발로 걸어다니게 되였으니… 정옥이가 이 엄마를 기쁘게 해주었으니 엄마도 정옥이를 기쁘게 해주어야지요.

정옥이, 오늘 이 엄마는 첫 전투에 참가했어요. 부대의 식량을 구입하기 위한 전투였는데 장군님께서 직접 지휘하시였어요.

왜놈 《토벌대》놈들의 수송대를 쳤는데…

이 엄마는 장군님가까이에서 싸웠어요.

장군님께서 신호총소리를 울리시기를 기다리면서 놈들을 겨누는데 글쎄 난 깜짝 놀랐어요. 첫번째 자동차 운전칸에 앉아있는 놈이 꼭 정옥이 외삼촌을 학살한 그 오가사하라같지 않겠어요. 안경을 낀 놈이… 틀림없는것 같았어요. 가슴속 밑바닥에서부터 참을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올랐어요. 치가 떨렸어요. 저 원쑤놈만은 내 손으로 죽이리라. 내 룡정에서는 놓쳤지만 이번에만은… 하면서 총을 겨누는데 마침 《땅!》하고 장군님께서 신호총소리를 울리시였어요. 아, 이 철천지원쑤놈아, 죽어라… 나는 이를 사려물고 힘껏 방아쇠를 당기였어요. 그러자 창유리가 깨지면서 그놈이 운전칸밖으로 맥없이 데구루루 굴러떨어지는게 아니겠어요.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런 놈이 그렇게 허재비같이 죽다니… 그처럼 악착한 놈이… 눈을 부릅뜨고 보니 꿈쩍도 못하더군요. 나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어요. 어랑촌이나 처창즈유격근거지에서는 부녀부장으로서 부녀회원들을 이끌고 유격대원들을 도와나서는것이 의무였지만 지금은 이 손에 총대를 틀어쥐고 왜놈들과 직접 맞서싸우는 조선인민혁명군 대원이라는 자각이 이 가슴을 더욱 높뛰게 한거예요.

이번엔 자동차에서 뛰여내린 왜놈호송병놈이 자동차바퀴뒤에 숨어서 총질하는게 눈에 띄였어요. 철갑모를 쓰고 누런 군복을 입은걸 보니 바로 정옥이의 증조할아버지를 불태워죽이던 그 왜놈처럼 생각되더군요. 어떻게 용서할수가 있겠어요. 또 쏘았어요, 뒈진게 분명했지만… 쏘고 또 쏘았어요. 저 왜놈들은 왜 우리 나라를 빼앗고 우리 혈육들까지 빼앗아간단 말이냐. 정옥이 아버지가 목숨을 잃은것도 결국은 저 왜놈들의 간계로부터 시작된것이 아닌가.

또 한놈이 눈에 띄였어요. 불타는 자동차적재함에서 뛰여내려 길옆 바위돌뒤로 달려가는 놈… 그놈은 틀림없이 바로 금곡촌의 우리 학교를 불태우던 그놈 같았어요. 그렇게도 배우고싶던 내 작은 소원마저 깡그리 불태워버리려고 피를 물고 날뛰는 놈… 우리의 미래까지 빼앗으려는 놈인데… 어떻게 용서할수가 있겠어요. 그다음엔 또… 정옥의 친삼촌인 동산삼촌을 죽인 놈…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겠어요. 이제 겨우 다섯놈밖에 못 잡았는데 벌써 전투가 끝났다는 나팔소리가 울리는게 아니겠어요. 놀라서 바라보니 전장엔 왜놈들의 시체가 누렇게 깔려있을뿐 대항하는 놈은 한놈도 없었어요.

전장을 수색하고 전리품들을 빨리 수송할데 대한 명령이 떨어졌어요. 엄마는 당장 뛰여나가 그 안경낀 놈이 오가사하라가 분명한지 그것부터 확인해보고싶었어요. 하지만 우리 중대는 급히 방차대를 지원할데 대한 명령을 받았어요. 정말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난 생각을 달리했어요. 내가 죽인 놈이 오가사하라놈이면 어떻고 다른 놈이면 어떻단 말인가. 다 우리 수많은 조선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철천지원쑤놈들이 아닌가. 나는 오가사하라 그 한놈뿐이 아니라 오랑캐놈들모두와 결산할테다. 우리 나라를 빼앗고 우리 조선민족모두를 살륙하고있는 왜놈들 네 모두를 용서치 않을테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엄마는 더더욱 부끄러웠어요. 글쎄 왜놈들을 몇놈잡지도 못했는데 벌써 전투가 끝났으니…

식량포대들과 탄약상자들, 무기들을 메고 철수해온 동지들은 모두 웃고 떠들었지만… 이 엄만…

전투총화때 장군님께서는 온 대오가 정렬한 앞에서 이 엄마의 이름을 부르시였어요.

《리계순동무, 앞으로 나오시오.》

이 엄만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어요. 고개를 숙이고 대오앞에 나서자니 창피해서 견딜수가 없었어요. 장군님께서는 뜨겁고도 절절한 어조로 이렇게 말씀하시였어요.

《동무들, 이미 알고있는 동무들도 있겠지만 이 동무는 바로 젖먹이를 떼여놓고 희생된 남편의 몫까지 다하자고 우리 혁명군에 입대한 리계순동무입니다. 이 리계순동무는 오늘 첫 전투에 참가하여 왜놈을 다섯놈이나 쏘아잡았습니다. 우리모두 이 리계순동무를 축하해줍시다.》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어요. 머리우에선 이깔나무가지들에 쌓였던 눈가루가 흩날려내리는게 꽃보라가 내리는것 같았어요. 이 엄마는 깜짝 놀랐어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글쎄 왜놈을 잡은건 도제 다섯놈뿐인데… 그리고 또 왜놈을 잡은건 나혼자만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장군님께서 어떻게 아셨을가. 그러니 장군님께서는 내가 싸우는걸 다 보고계셨구나. 장군님의 그 크나큰 기대와 관심속에 내가 살고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 끓어올랐어요.

저녁에는 우등불가에서 오락회가 벌어졌어요. 노래도 부르구 춤도 추구…

이 엄마는 사실 어랑촌과 처창즈유격근거지에서 부녀부장을 하면서 연예대에 많이 관여하여 노래랑 춤이랑 어지간히 잘한다는 말을 들었댔는데… 정말 우물안의 개구리라더니 꼭 그 격이였어요. 장군님 친솔부대대원들은 노래도 얼마나 잘하고 춤들도 또 얼마나 멋있게 추는지 난 그만 홀딱 반해버리고말았어요. 그래 춤추는 모습을 부러워서 바라보는데 장군님께서 웃으시며 물으시였어요.

《계순동무는 춤을 안 추오?》

엄만 부끄러워 미처 대답을 못했어요. 얼굴이 모닥불앞에 선듯 화끈화끈 달아올라 몸둘바를 몰라하는데 박덕산아저씨가, 글쎄 그 무뚝뚝하다고 소문난 아저씨가 내 손을 잡아끌겠지요.

《계순동무는 어랑촌에서두 처창즈에서두 춤에선 으뜸이였습니다.》 하고 장군님께 말씀드리면서 말이예요. 내가 덴겁해서 도망치려고 하자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어요. 《한번 본때를 보이오.》하면서… 할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에라 춰보자, 저 친솔부대동지들처럼은 못 춘다 해도 망신이야 안하겠지 하고 나섰지요.

그런데 어마! 글쎄 이를 어쩌면 좋아요. 내가 춤판에 뛰여들어 막 춤을 추려는데 아니, 글쎄 노래가 바뀌면서 내가 전혀 모르는 그런 춤이 시작된것이예요. 세상에… 어쩌면 이런 일이…

난 온몸의 피가 순간에 발끝으로 다 빠지는듯 눈앞이 아뜩했어요. 그대로 주저앉고만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날수도 없었어요. 까짓거 해보자, 남들이 추는대로 해볼판이지.

호호호, 정옥이. 이 엄마 춤추는걸 못 봤지요? 남들이 왼쪽손을 쳐들면 오른손을 쳐들구, 남들이 왼발을 쳐들면 오른발을 쳐들구, 굿거리장단이라 춤동작들이 빠르니 글쎄 남들이 하는걸 보고 인차 따라하는데도 남들이 한동작 끝내고 다른 동작을 시작할 때야 처음 동작을 하다나니 웃음판이 됐지요 뭐.

손발이 얼어 더 그런것만은 사실이지만…

장군님께서는 크게 소리내여 웃으시며 《아주 좋소. 눈썰미가 있어서 인차 배우겠소. 보시오, 저 춤은 처음인것 같은데 다 따라하지 않소. 춤판에 처음 뛰여들었는데… 얼마나 용감하오.》하고 치하해주시겠지요.

엄만 그만 부끄러워 동무들뒤에 들어가 숨고말았어요.

정옥이, 이 엄마가 못난이지요? 그러나 장군님께선 기뻐하셨어요. 그러면 됐지요? 그런 춤은 처음이였으니까 배우면 되지요.

자, 우리 정옥이 이 엄마하고 춤이나 배울가요?

자요, 요렇게 왼발 오른발… 또 왼발… 팔은 요렇게 올리구요.… 우리 정옥이 잘하누만요. 이번엔 요렇게 돌구요. 호호호, 넘어지겠어요. 이게 장군님부대에서 배운 빨찌산춤이야요. 우리 정옥이도 장군님의 빨찌산춤을 배워야지요. 알았어요? 이제 크면 빨찌산이 돼서 멋지게 춤추자요. 엄마봉창을 해야지요. 그래서 우리 장군님께서 더 기뻐하시게 하자요.

자, 그럼 잘 자라요. 정옥이랑 엄마랑 오늘 좋은 꿈을 꾸자요. 정옥이 안녕!

 

정옥은 실화원고에서 고개를 들고 그윽한 눈길로 어딘가 창밖멀리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것은 어머니가 감방에서 희생되기 전날밤에 선화에게 해주었다는 말이다.

정말 어머니는 이렇게 편지를 쓰는것처럼 이야기를 해주었을가? 아니면 정선화가 실화를 쓰느라 그런 형식을 취했을가.

정옥은 자기가 엄마의 심정으로 그때의 환경에서 어떻게 했겠는가 생각해보았다.

사랑하는 딸과의 영영 리별을 앞둔 그 시각… 그랬다. 어머니는 생의 마지막 그밤 밤새도록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싶었을것이다. 밤도 짧았을것이다. 그래서 자기의 한생을 딸에게 알려주고싶어서 자기 한생을 딸앞에 총화짓는 심정으로 그리도 절절히 온넋을 다 바쳐 이야기를 했을것이다. 결코 실화를 쓰자고 취한 형식이 아닐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앞날을 그리도 간절히 축복했다는 어머니이고보면 십분 이런 《편지》를 남겼을만 한것이다. 미래에 대한 열렬한 사랑, 신념…

이건 분명 어머니가 남긴 편지이다. 어머니의 목소리이다. 정옥은 가슴이 뻐근해왔다.

이런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게 해준 그 정선화가 정말 고마왔다.

그때 유격근거지에서 도망친것은 정선화의 심리, 정선화의 준비상태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고 보아야 할것이였다. 그는 어머니처럼 단련된 혁명가도 아니였다. 혁명의 길에 갓 들어선 연약한 새였다. 나래를 억세게 단련하기도 전에 생각지도 않았던 광풍에 부딪쳐 나래를 꺾이웠다. 창공으로 날아보지도 못하고 주저앉고말았다.

그래서 수령님께서 그때 일을 다 백지화해주신것이 아니겠는가.

선화도 수령님의 이 대해같은 도량을 모르지 않을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과거와 깨끗이 결별하고 청산을 하는 심정으로, 렬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썼을것이다.

마땅히 그를 찾아 마음을 풀어주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것이다.

이 실화도 꼭 출판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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