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돌아오다

 

2

 

졸지에 부모없는 아이처럼 된 현수일은 동생과 함께 이모한테 의지하고 학교에 다니였다. 자기네 오누이를 남겨두고 종적을 감춘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컸다.

한해가량 지나면서 그의 마음은 달라졌다. 더는 왜놈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부모님들의 반일감정을 수일은 점차 깨닫게 되였고 나중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식들을 내버린것이 아님을 깊이 느끼였다.

수일은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하였다. 《학도병》으로 끌려갈 위험도 컸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이모네에게 얹혀지낼수가 없었던것이다. 하지만 동생 수희만은 어떻게 하나 공부시키려고 했다.

수일은 《징병》이나 《징용》을 겸하는 군수공장을 물색하고 거기에 입직하였다. 일은 고되고 힘들었다. 그보다 더 참기 어려운것은 놈들의 수모와 학대였다. 반장 리택이 아니라면 그 천대와 굴욕에 못이겨 당장 공장에서 뛰나오고싶었다. 리택은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였다. 그는 세 자식을 먹여살리는 고된 생활난을 겪고있었지만 수일을 친동생처럼 사랑해주면서 머리도 틔워주고 살림도 돌봐주었다. 그 나날에 수일은 점차 로동계급의 진정어린 사랑을 눈물겹게 감수하였고 그들의 정의감과 정신력을 몸에 익혀나아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마감단계에 이른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수일은 무더위속에서 땀을 흘리며 리평택과 함께 조립작업을 하고있었다. 기관차연소실의 원형덮개를 조립하는 일이였다. 원래 이 작업은 기중기틀 리용해서 하였다. 그런데 그날은 기중기가 고장나서 무거운 원형덮개를 인력으로 들어올려야 했다. 원형덮개를 끌어올려 조립하는 로동자들의 얼굴에 시퍼런 피줄이 일어서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순간 리택의 다리가 비칠거리더니 육중한 덮개에 사정없이 깔리웠다. 힘이 약한 수일의 몫까지 감당하다가 그만 물체의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친것이다. 그 바람에 기관차연소실의 꼭대기에 있던 사람도 아래로 떨어졌다. 여럿이 달라붙어 무거운 덮개를 웠으나 택은 의식을 잃었다. 허우대만 컸지 속은 빈 택이였던것이다. 우에서 떨어진 사람은 다리를 절었고 수일의 팔에선 피가 흘렀다.

《기중기도 없이 이런 일을 시키는건 사람을 잡자는게 아닌가!》

작업장로동자들이 분격에 차서 항변을 하였다.

《무슨 허튼소리야. 덮개가 변형되면 몽땅 처벌하겠다!》

왜놈감독이 두눈을 부라리면서 을러멨다. 그놈은 중태에 빠진 사람들은 전혀 안중에 없이 원형덮개가 잘못되지 않았는가를 살펴보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로동자들은 왜놈감독의 기색을 훔쳐보며 숨을 죽이였다.

《수일아, 네놈이 빨리 가서 설계를 가져오라구.》

감독놈은 먹이감을 앞에 놓은 짐승들처럼 날쳤다.

부상당한 평택의 팔과 허벅다리의 피를 닦아내던 수일의 손이 전기에 감전된듯 흠칫 떨렸다.

(끝내 흠집을 찾아내자고드는구나?!) 이런 생각이 수일의 혼신 조이였다. 그는 왜놈감독의 지시를 어길수 없어 설계실로 찾아갔다. 하고는 마쯔다기계직장장의 물음에 간신히 대답했다. 마쯔다는 왜놈의 신임을 얻고 공장의 요직을 차지한 유일한 조선사람이였다. 수일이한테서 사건경위를 들은 마쯔다는 제가 현장에 가보겠노라고 했다. 수일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어김없이 사고부위를 들춰낼것이라는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다. 몸을 상한데다 벌까지 받게 되면 택반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설계실을 나선 마쯔다곁으로 웬사람이 다가왔다. 몸가짐이 준수한 그 사람은 마쯔다에게 몇마디 귀띔을 하였다. 마쯔다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현장에 도착한 마쯔다는 평택의 상처부터 살펴보더니 어서 빨리 치료를 받게 하라고 했다. 하고는 덮개를 일일이 검사했다. 로동자들은 곱지 않은 눈길로 그의 일거일동을 지켜봤다. 설비제작을 주관하는 직장책임자인만치 그의 발언에 따라 사고의 결과가 판별될수 있었다.

한동안 설비를 깐깐히 훑어보던 마쯔다는 마침내 허리를 폈다.

《흙을 말끔히 털어내시오. 이대로 조립해도 무방하겠소.》하고 작업장 저쪽으로 걸어가며 말을 덧붙였다.

《고장난 기중기부속을 깎아줄테니 기중기를 수리한 다음 조립작업을 하시오.》

한껏 긴장했던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수일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멀어져가는 마쯔다를 바라보았다.

며칠후였다. 공장구내전주대에 달린 확성기가 정각 12시에 중대방송이 있다는 소식을 반복하여 전하였다.

넓은 앞마당으로 사무청사와 각 직장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포탄상자를 싣던 군용차들과 광산기관차를 인수하러온 출장자들과 조립중의 기관차에 기여올랐던 로동자들도 확성기가 달린 전주대밑으로 달려왔다. 삽시에 청사앞마당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무슨 중대방송인가?》

《어디에 또 원자탄이 떨어진게 아니야.》

《밤낮 하는 그 소리겠지.》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각이하였다.

드디여 낮 12시가 되였다.

뜻밖에도, 참으로 놀랍게도 죽어가는 생소한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하여 흘러나왔다. 슬픔에 잠긴 《천황페하》의 목소리였다. 그는 일본이 련합국측이 제기한 무조건항복서에 조인했다는것과 이 시각부터 정권이 련합군측에 이관된만치 일본군은 전쟁을 중지하고 무기를 바치라고 하였다.

《천황》의 명의로 된 무조건항복선언이였다.

경악실색한 왜놈들의 비명소리와 통곡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렸다. 《대일본제국이 망하다니? 하느님 맙소사.》 하며 풀썩 주저앉는 상관을 겁에 질린 하급이 부축하면서 달아빼기도 하였다.

《아니 그럴수 없다. 천황은 미쳤다. 배신자다!》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전주대에 머리를 짓쫏는 정신이상자들도 있었다.

청천벽력같이 닥친 일제의 패망소식은 류창한 조선말방송으로 하여 왜놈들을 더더욱 혼비백산케 하였다. 방송원이 금지됐던 조선말로 감옥에서 방금 나온 안재홍선생의 연설이 곧 있겠다고 알리였다.

방송에 출연한 선생은 격동된 목소리로 장기간 암흑에 잠겨 신음하던 삼천리강산에 해방의 새아침이 밝아왔다고 웨치였다.

참으로 꿈만 같은 력사적전변이였다. 일일천추로 고대하던 민족의 대경사였다.

오랜 세월 무서운 폭압과 살벌한 전시환경에 시달리면서 일방적인 허위보도와 어용선전에 중독됐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선자리에서 굳어지고말았다.

바로 이때 조립중의 기관차꼭대기로 급히 뛰여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사고가 난 날 마쯔다직장장에게 뭐라고 귀띔해주던, 몸가짐이 준수한 그 사람이였다. 얼굴이 길숨하고 눈섭이 진한 그는 로동자들을 빙 둘러보고나서 힘있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 형제들! 일제는 패망됐습니다. 강도 일제는 제놈들이 지른 불길에 타죽고말았습니다. 여러분! 우리 민족은 드디여 새세상을 맞이하게 되였습니다. 오늘의 이 대사변을 안아온분은 민족의 구세주이신 위대한 김일성장군님이십니다.》

《조국해방 만세!》

《위대한 김일성장군 만세!》

환호성이 천지를 진감하였다.

그칠줄 모르는 환성속에서 그의 연설은 계속되였다.

《여러분! 우리모두 손잡고 건국사업에 떨쳐나섭시다. 력사적인 이 시각부터 조선은 명실공히 조선사람의 조선이며 공장은 우리 로동계급의 공장입니다.》

《우리에게 저런분이 있었는가. 사고가 난 날 마쯔다가 문제를 세우지 않은건 바로 저 사람이… 그랬구나.》

가슴이 당장 터져나가는듯 한 흥분과 격정에 자신을 걷잡지 못하고 있는 리평택의 품에 수일이가 왈칵 안기였다.

《평택형님, 이젠 우리 세상입니다.》

《그렇소. 나라가 해방되였소. 하지만 나라의 주인, 공장의 참다운 주인으로 되는건 우리 로동자들에게 달려있소.》

흥분에 넘친 리평택의 말을 수일은 주의깊게 그리고 심장에 깊이 새기였다.

그날부터 수일은 몸가짐이 준수한 사람(박용구)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였다. 그의 연설은 수일의 마음을 삽시에 꽉 틀어잡았던것이다.

박용구는 민족의 태양이신 장군님께서 파견하신 국내정치공작원의 지도를 받아온 공업학교출신으로서 군수공장으로 들어와서 은밀히 룡산지구의 공장들에 지하조직망을 꾸려나간 지하공작원이였다. 리평택을 통하여 이런 내막까지 알게 된 수일은 그가 신비로운 존재처럼 여겨졌다. 평택은 이미전부터 박용구와 관계가 있었던것 같았다. 수일은 공장자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용구의 지시에 따라 리평택을 비롯한 로동자들과 함께 왜놈들의 파괴암해책동으로부터 공장을 지키며 또한 왜놈들의 사무실과 집에서 기밀문건들과 설계들을 빼앗는 일에 한몸을 내대였다.

공장에서는 변천된 환경에 맞게 수일이가 일하던 군수공장을 모체공장으로 꾸려나갔다. 일본과의 협동생산이 없어진 조건에서 모든것을 공장이 독자적으로, 자체힘으로 해나가야 했다.

사방에 널린 광산들의 대형설비들과 기관차보장문제, 일본에서 오던 제품들을 대신할 공장기업소들을 선발하고 시급히 협동생산을 계약해야 했던것이다.

한편 공장에서는 창고의 물건들을 해방기념품으로 로동자들에게 공급하는 사업도 동시에 밀고나갔다. 공장은 명절날처럼 흥성거리였다.

수일은 공급물품들을 한보따리 타가지고 나는듯이 집으로 달려갔다.

《수야! 이걸 받아. 해방기념이야!》

수일은 범잡은 포수인양 성수가 나서 물품들을 수희에게 안겨주었다. 흰쌀 5키로와 광목천 5메터, 로동화와 작업용장갑 2걸레였다.

《아이, 좋아라! 이걸 모두 오빠가 타온거나. 오빠덕에 흰밥을 먹게 됐네!》

는 깡충깡충 춤을 추었다.

《이제부턴 우리 로동자들이 공장의 주인이야!》

《그게 무슨 소리나. 공장주가 그렇게 많은가?》

《공장주가 따로 없어. 박용구동지가 그랬어. 그리고 우리 공장이 광산들에 설비들을 대주는 모체공장으로 되구.》

수일은 으시대며 약간의 흰쌀과 로동화와 장갑을 따로 내놓으라고, 이모부가 화물역짐을 나를 때 쓰도록 하자고 일렀다. 실상 수일이네도 살기 어렵지만 지난봄에 맏아들을 병으로 잃어버린 이모네는 더 어려웠던것이다.

《수희야-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오시면 환영연을 크게 차리자. 그때 나는 공장에서 내준 이 기념품들을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보여드리겠어 !》

《정말! 그러자, 난 찬성이야.》

수희의 귀여운 두손이 짜락짜락 맞장구를 다.

《오빠,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오시면 학교에 꼭 다녀야 해.…》

《학교? 그래, 공부를 해야지. 때를 놓칠것 같아 나도 안타까와.》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빠를 학교에 보내여 공부를 시킬거야.》

《공부를 하게 되면 그동안 못한것까지 봉창하겠어.》

희망찬 날이 눈앞에 닥쳐올것만 같아 수일의 얼굴엔 홍조가 피여났다.

남매는 매일같이 부지런히 서울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다. 그때마다 걱정과 실망에 차서 돌아오군 하였다.

학수고대하는 부모는 안 오고 서울에 미군이 들어왔고 《군정》이 실시되였다. 민족재생의 감격은 군화에 짓밟히고 숨죽었던 왜정때의 고약한 악페들이 하나, 둘 《미군정》의 포고령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오빠, 나라에 38도선이 생겼다지? 난 어쩐지 불안해.》

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일없어. 그곳도 우리 땅인데 다니지도 못할가. 아버지와 어머니도 겨울전으로 오실거야.》

수일은 들은 소리가 있어 동생을 달래였다. 그러나 그의 속은 께름직하였다. 왜놈을 등지고 떠난 부모가 이번에는 미군때문에 못 오실것 같아서였다. 그는 조선사람들을 못살게 구는데는 왜놈이나 미군이나 같고같다는 반감을 감출수 없었다. 그의 반감은 억측으로 끝나지 않았다. 실지로 그것을 확증하는 통탄할 일에 부닥친것이다.

어느날이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공장으로 쓸어들었는데 그중의 한 신사가 종이장을 내밀었다. 종이장을 가진자를 공장주로 파견한다는 《미군정청》의 증서였다.

자치위원회는 즉석에서 그것을 부인했다.

《미군은 해방자라고 하면서 남의 나라의 재물에 손을 대면 되는가. 물러가라!》

사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조선의 모든 재부는 항복한 일제의 소유였기때문에 군정이 몰수해서 처분할 권리를 가진다는걸 아시오.》 중절모를 쓴 《공장주》가 하는 말이였다.

《그건 날강도적인 궤변이다! 조선의 모든 재산은 왜놈들이 강제로 수탈했던것이다. <군정> 은 간섭말라.-》

량측의 주장은 갈수록 격렬해졌고 실력행사에로 번져졌다. 경찰의 개입으로 형세가 최악의 상태에 이르자 공장측에선 갓 조직된 로조의 이름으로 총파업을 선포하였다.

수일이도 파업투쟁에 참가하였다.

그러던중에 그는 로조의 지시를 따로 받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공장자치위원장 박용구가 집에 혼자 있는 어린 동생을 생각하여 그런 조치를 취했다는것을 수일은 후날에야 알게 되였다. 그는 동생과 같이 서울역을 마중나갔고 소식 없는 부모로 하여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

어느날 고향으로 갔던 하숙생인 리성아가 돌아왔다. 그의 고향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의 주원이였다.

《성아언니! 힘들었지요.》

가 달려나가며 반기였다.

《촌에서도 경사가 났겠지요? 부모님들이랑 모두 안녕하시던가요?》

《 …》

성아는 대답대신 무너지듯 마루우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였다. 처녀의 고운 얼굴은 시름에 차고 눈빛은 긴 눈섭에 가리워졌다.

《무슨 일이 있었소?》

옆에 서있던 수일이가 다급히 물었다. 해방의 기쁨을 안고 고향으로 달려갈 때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얼굴모습에서 수일은 숨을 죽이고 처녀를 지켜봤다.

잠시후에야 성아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수희 오빠, 해방은 됐어도 농촌에선 조금도 달라진것이 없어요.》

《그건 무슨 소리요?》

《일제시기처럼 땅을 여전히 지주들이 차지한다고 해요. 소작인들이 들고일어나 지주측과 담판을 벌렸는데 승산이 보이지 않자 울화에 치민 종안동무가…》

성아는 북받쳐오르는 설음에 말끝을 맺지 못했다. 급기야 그의 눈에 물기가 고여올랐다.

《종안이가 어떻게 되였소?》

《그 동무는 자결하려고 농약을 마셨어요.》

《뭐요? 농약을 마셨다구?》

《간신히 목숨은 구원하였어요.》

성아의 두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건 세상이 되돌아가는게 아닌가?! 이럴수 있는가, 종안이가 농약까지 마시다니…》

수일은 너무 격한 나머지 주먹으로 마루바닥을 내려치면서 울분을 토했다.

《수 오빠, 으세요. 경찰이 지주편을 들고있어요.》

성아가 황급히 말리였다.

《종안이가 농약까지 마셨다는데 내가 어떻게 참을수 있겠소. 나는 주원에 가봐야겠소.》

수일은 길떠날 차비를 서두르며 동생에게 말했다.

《수희야, 내 잠간 갔다올테니 공장에서 련락이 오면 그렇게 말해 다오. 너도 알지, 종안이가 이 오빠의 둘도 없는 딱친구라는걸…》

오빠의 불같은 성미를 잘 알고있는 수희는 더 만류하지 못했다. 그대신 성아가 앞을 막아나섰다.

《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경찰이 막아나서서 농민들도 어쩌지 못하고있어요. 》

《걱정마오. 난 종안이를 돕고싶소. 그리고 땅문제에서는 우리 집도 무관심할수 없소.》

수일은 흥분을 억제 못하며 끝내 촌으로 떠나갔다. 종안이는 수일이보다 먼저 학교를 중퇴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원래 시골서당훈도였는데 토지조사에서 생계수단인 농지가 리왕조의 부업지로 판명되여 소작인으로 전락되였다. 그후에 학비를 충당할수가 없게 되자 종안이는 고향으로 돌아갔던것이다. 사실 수일과 종안은 성격도 지망도 서로 달랐다. 수일은 성격이 과격하였고 종안이는 색시처럼 양순하였다. 지망도 수일은 사회과학인 력사학이였고 종안은 자연과학인 생물학이였다.

주원 하촌으로 내려간 수일은 먼저 종안이를 찾아갔다.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구원한 종안이는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뜻밖에 나타난 수일이를 눈굽을 훔치면서 반겨맞아주었다. 두 친구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동안 눈물만 쏟았다. 한참후에야 종안이가 지금 농촌에서 벌어지고있는 사태를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종안의 말을 들으면서 수일은 농촌의 형편도 공장의 경우와 꼭같다는것을 깨닫게 되였다. 그것이 수일의 피를 더 끓어번지게 했다. 그리하여 성아의 아버지 리운학을 찾아가서 토지를 되찾기 위한 소작인들의 투쟁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도를 토론하였다. 리운학이와 수일의 주도적역할에 의하여 주원 하촌에서는 소작인들이 한결같이 투쟁에 떨져나섰다. 소작인들의 투쟁은 격렬하였다. 경찰과 소작인들이 공방전을 벌리였다. 의협심에 불탄 수일은 그 투쟁의 앞장에 서서 경찰과 싸우다가 체포되였다. 군경찰서에서는 수일이가 서울에서 내려온 로동자라는것을 알게 되자 곧 서울경찰청으로 압송하였다. 그리하여 특별수사실의 심문을 받은 수일은 현재 서울형무소 미결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있었다.…

성아한테서 아들의 상세한 소식을 들은 현구부부는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였다.

부모없이 몇해동안 고생살이를 한 두 자식을 만나보려고 늦어진 걸음을 다그쳐온 그들로서는 눈앞이 캄캄했다.

《수일이가 감옥살이를 하다니… 세상에 이런 변도 있단 말인가?》

정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성아가 급히 응급처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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