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장  분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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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구국장은 세명의 토지전문가를 망라한 소조를 거느리고 지방출장의 길에 올랐다.

그는 령남일대에 대한 소조사업을 경북도의 초입에 있는 태백지사로부터 하기로 하였다.

남부조선의 험산준령을 넘어온 차는 중낮에 이르러 조용히 태백지사 앞마당에 당도하였다. 신한공사지사들은 지방의 출장소들을 장악관리하면서 공사에 매인 농군들을 머슴처럼 부리는 지역적거점으로서 도마다 5~8개 정도씩 널려있었다.

태백지사건물은 왜정때 《동》이 쓰던 목재단집인데 보수를 하지 않아 초라하였다.

현구일행이 현관에 들어섰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정중히 마중해주었다. 신임군수와 사법관들, 경찰서장, 친미단체요원들과 고유지들이였다.

토지소유관계가 바뀌는 기간이여서 누구나 공사의 중앙간부들에게 관심이 컸던것이다.

현구네는 사무실에서 인사를 마치고 담장이 막힌 솔밭속의 래빈관으로 안내되였다. 합각지붕의 래빈관은 주변의 풍치에 잘 어울리였다. 너렁청한 대에 차린 진수성이 현구네를 맞이했고 대구와 부산에서 데려온 기생들이 술을 부었다.

사업용무를 사무실이 아니라 주로 연회석에서 진행한다는 미국식이 산골에도 들어온것이다.

이 오른 군의 유력자들이 너도나도 머리를 들었다. 그들은 중임을 안고 멀리 내려오신 중앙의 어르신께서 시골뜨기들을 위하여 귀중한 말씀을 해달라고 하였다.

현구는 앉은자리에서 몇마디했다.

장내에 아첨하는 박수가 터지고 이어서 축음기가 쟈즈음악을 울렸으며 부산의 기생이 미군기지에서 배운 엉뎅이춤을 추었다.

현구는 색스런 잡소리에 구역질이 났다. 내드는 기생의 엉덩짝에는 숫제 눈을 감아버리였다.

문득 썩은 사과알이 담장을 넘어 날아들었다. 뒤따라 물크러진 감과 가시돋힌 밤송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밤송이가시를 맞은 기생들의 자지러진 비명과 식탁의 음식들이 어지고 그릇들이 깨지는 소리가 연회장을 란장판으로 만들었다.

일반손님의 출입을 금지시킨 래빈관밖에는 숱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신한공사의 역원들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인데 서양의 가무에 먹자판이 커지는것을 보고 분노한것이였다.

치안관계자들이 덤벼치자 소란은 더 크게 번져졌다. 유력자들이 현구네를 빼내여 거리의 지사장으로 피신시키였다.

얼마 군간부들이 찾아와 위안하며 경비강화를 다짐하였으나 현구는 진정하기 힘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우릴 달가와하지 않는다. 이건 이곳 지사와 유지들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지만 《미군정》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는것을 말해주는게 아닌가.)

무거운 생각으로 뜬눈으로 밤을 밝힌 현구는 머리를 못 드는 지사성원들에게 엄숙히 말했다. 당신들이 일을 어떻게 했기에 이곳 주민이 그렇게 나오는가고, 그리고는 모든 비법적인 거래들과 협잡행위들을 엄단하겠다는것, 소조성원들과의 개별적인 면담도 승인없이는 못한다는것 등을 강조했다.

소조는 사업상 방해가 없도록 필요한 대책을 세우게 하고 지사가 별도로 제공한 골방에 틀고앉았다. 그들은 선차적으로 《군정》에 보내려는 신소건들과 토지분쟁건들을 료해장악하고 검토에 수하였다.

어느날 현구는 수원이 내미는 문건을 받게 되였다.

《국장님, 고견을 받자고 합니다. 왜놈이 패망하기 직전에 강탈당한게 틀림없는데도 적산토지로 보아야 하겠는지요. 신소내용과인서들을 보니 왜놈에게 수탈당한게 분명합니다.》

현구는 수원의 말을 류의해들었다. 머리가 아팠다. 왜놈들에게 강탈당한 토지를 《적산》미명하에 신한공사의 토지로 만든다는것은 공정치 못한것이였다.

현구는 그런 건들을 따로 장악하는 한편 《군정》에 제기하여 재심의에 붙일 생각을 했으나 그것으로 수습할수 없는 보다 험한 자료들이 조사장악되였다. 《적산》의 명목으로 몰수된 토지들을 지주들과 투기업자들, 모리간상배들이 제 개인수중에 사들인 건들이 상당한 수자로 제기되였다. 현구로선 예상조차 못했던 비정상적이고 비법적인것이였다.

스미스와 신한공사, 《미군정》은 이런 식으로 배를 불리우고있었고 해방전의 불공정한 토지소유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기들의 수중에 틀어쥐려고 하였다. 현구는 경악해마지 않았다.

(뭐 그리구두 우릴 도와주러 왔다구?)

문득 현구의 머리속에 자기가 미국놈에게 기만당하고있다고 한 아들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기가 복잡하게 제기되는 토지분쟁건들 현지에서 알아보고 바로잡기 위해 출장가려 한다고 했을 때 주눅이 들었던 스미스가 활기를 띠며 당신은 하느님의 사도요, 뭐요하며 요설을 떨던 말도 되새겨졌다.

(그래 나는 지금껏 그의 하수인노릇을 해온게 아닌가. 내 일신상의 문제와 가정문제들을 풀어주고 고관직에까지 올려놔주었다고 해서… 스미스는 그런 방법으로 나의 머리속에 미국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부려먹으려 하지 않았는가?)

현구는 생각이 이에 이르자 의분이 끓어올라 이마의 피줄이 풀떡떡 뛰였다. 그리고 그런 행위들을 그냥 두고서는 토지문제의 공정한 해결은 물론 제 땅을 찾으려는 농군들의 소원도 성취될수 없고 따라서 미군의 철수와 조선의 독립도 빈말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무엇에 짓눌린듯 했다.

현구는 당장 스미스에게 달려가 한바탕 해대고싶었다. 내 비록 약소민족의 한 성원이지만 불의를 보고 참을줄 알았느냐고…

현구는 이런 심정을 안고 경북일대에서 서둘러 일을 끝내고 경남으로 향했다. 그곳 실태까지 료해하고 자료를 종합해서 스미스에게 들이댈 작정이였다.

경남으로 넘어온 현구는 수원들에게 과업을 준 자신은 권준범로인이 살고있는 천산을 찾아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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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구가 탄 차는 몹시도 들춰대며 신록이 무르익는 심산계곡을 굽이굽이 돌아나갔다.

산중에도 봄빛은 짙었으나 산자락 다락밭들과 골짜기 뙈기논들에서는 농군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차가 산모이를 돌아서니 별천지와도 같은 류다른 광경이 원경으로 나타났다. 솔밭속으로 2, 3층의 양옥채와 색기와를 올린 단들, 관상용 련못과 꽃밭들, 동물사도 있었다. 바로 이곳이 권로인네를 비롯한 토착민들의 고향을 강제로 수시키고 왜놈들이 들어앉은 별장지대같았다. 미군이 들어온 이로는 《미군정》관계자들과 그 족속이 며칠씩 묵어간다고 하였다.

차는 포장길에 들어섰다가 단속되여 멀리로 돌아서 초라한 산간마로 들어섰다. 별장지대에서 쫓겨난 농가들이 사는 함석지붕들은 세월과 함께 벌겋게 녹이 쓸었고 초가막들은 고삭아서 비를 긋기가 어려울것 같았다.

풀을 뜯어먹고 사는지 얼굴들이 퉁퉁 부은 아낙네들과 흙물이 오른 옷가지를 걸친 남정들이 여기저기에서 하나, 둘 모여들었다. 현구가 다녀보는 고장들치고도 그중 가난한 극빈자들이 모인 산촌같았다. 차에서 내린 도회지 양복쟁이를 지켜보는 그들의 눈길에는 적의가 비껴있었다.

《물러들 가! 경찰맛을 덜봐서 그래-》 하며 사무실에서 달려나온 캡을 쓴 사나이가 현구에게 깊숙이 머리를 숙이였다.

《고관님, 먼길에 수고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지난해부터 기다렸습니다. 제가 여기 출장소의 관리원입니다.》 관리원은 농군들이 밀려들가봐 두팔을 펴들고 현구를 사무실로 안내하였다. 여느곳들과 마가지로 이곳 출장소 담벽도 긁히웠고 유리도 깨여져 종이를 발랐다.

관리원은 성한 걸상을 골라서 내밀면서 푸념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농사는 망태기입니다. 약수터에서 밀려난 농군들이 해방을 빗대고 빼앗긴 땅을 내놓으라지. 그런데다가 지주들이 헐값으로 왜놈에게 팔린 땅을 도로 찾겠다면서 성화이지…》 관리원이 한 주어대는데 차가 멎는 소리에 이어 신수가 한 장년이 레벌떡 문안으로 들어섰다.

《중앙에서 내려오신 어른께 문안드립니다. 소인은 밀양에 사는 박가올시다.》 박지주는 왜놈에게 눅거리로 린 땅이 너무도 원통해서 어른의 대해같은 은혜를 입자고 허위단심 산을 넘어왔다고 하였다.

현구의 곱지 못한 눈길이 개기름이 번지르르한 박가에게 못박혔다.

《이를테면 억울하다는것이겠소. 그래 땅을 내놓은 대신에 왜놈에게서 얻어먹은건 없소? 친일한게 있소, 없소?》

《옛?!… 아니…》 박가의 얼굴이 컴컴하게 질리였다.

《지주어른도 적산토지군정이 관할하는 신한공사의 소유지로 된것을 모르지 않겠지요. 정 억울하다면 지주의 소유지들을 따져보는수밖에 없지.》

《중앙어른, 노염을 푸시오. 소인이 처신을 잘못했다면 물러가겠시다. 밀양에서 다시 찾아뵙겠니다.》

박가는 주눅이 들어 뒤걸음을 다.

관리원이 꽁무니를 빼는 지주를 보고 깨고소해 하였다.

《고관님, 이곳에선 관청에서도 저 지주를 못 다지요. 농군들의 부당한 요구도 그렇게만 처리해주십시오.》

현구는 담배를 꺼내물었다.

《고관님, 뭘 준비할가요? 본사가 내려보낸 문서부터…》

《그건 에 보기로 하고 농군들의 신소장들을 내놓소.》

《예, 예.》 관리원은 아무렇게나 건사했던 신소장철을 서류안에서 끄집어냈다.

《여기 있습니다. 보셔야 머리만 아플겁니다.》

관리원이 모자를 밀어올리자 이마의 런 멍자리가 드러났다.

한동안 신소장을 한장두장 검토하던 현구는 농군들을 만나겠으니 부르라고 하였다.

《우리에게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워낙 무지막지한 산골내기들이 돼서.》

《념려말고 로인들 몇분을 데려오시오.》

《예, 예. 여기 가까이에 있습니다.》 관리원은 며칠전에 군경대가 소동을 진압하고 고에 가두어둔 주동분자들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음- 오래되오?》

《닷새째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합니다. 을 내주십시오.》

현구는 관리원을 앞세우고 사무실 원으로 나갔다.

여러칸으로 된 고 끝에서 달구지바퀴를 치우고 고문짝을 열어제끼였다.

《나왔!》 경비자가 고함을 으나 안에선 반응이 없었다.

허리를 구부린 현구가 침침한 고안으로 들어섰다.

어지러운 멍석구리와 마사진 농쟁기들에 걸터앉은 농군들의 눈총은 매우 날카로왔다. 허줄한 무명옷에 주름살이 깊은 로인과 장년, 그중에는 상투를 튼 령감도 있었다. 멍석에 누운 로인이 쿨럭럭 기침을 하였다. 경찰의 매를 맞고 움직이지 못하는 로인같았다.

흰머리칼이 수세미처럼 엉키고 두볼이 고랑처럼 패인 주름살에 파묻혔는데 곤두선 흰눈섭이 유표하였다.

(아니? 권로인이 아닌가.) 현구의 시선이 로인에게 못박히였다.

《로인님! 권로인님!》 현구는 무릎을 으며 소리쳤다. 《제 서울의 현구올시다. 얼마나 고생을 하십니까!》

《뉘시라구?… 엉?》 몸을 일으킨 권준범은 짓눌린 두눈을 슴벅거리며 현구의 팔을 덥석 잡았다.

《이게 꿈이요, 생시요. 여기가 어디라구 심심산골에까지… 오겠다고 하던 말을 이 늙은인 믿지 않았었지.…》

로인의 주름진 두이 푸들거리였다.

《로인님, 밖으로 나갑시다.》 현구는 진작 찾아오지 못한 자신을회하였다.

《아직 날씨가 데 이런데 오래 있으면 안됩니다. 밖으로 나가 의논합시다.》

《고맙네. 하지만 둬두게. 놈들은 가두었지만 우리로서도 땅을 찾기 전에는 안 나가자는거네.》

권로인은 현구에게 울분을 터치였다.

《북에서는 농군들에게 귀한 땅을 무상으로 나누어주었다는데 이곳에서는 제 땅도 못 찾게 하고있으니 이게 어디 됐소- 왜놈때에는 왜놈들이 다 빼앗아가고 오늘은 미국놈들이 땅을 앗아가고있으니 우리 농군들은 어떻게 살아가라는거요?》

로인은 기침이 나서 피맺힌 원한과 울분을 제대로 터치지 못했다.

권준범로인도 아들처럼 북반부에선 땅없는 농민들에게 땅을 무상으로 나누어주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진 내가 곧이듣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런것 같다. 여기 남쪽에선 빼앗긴 제 땅조 찾지 못하고 죄인취급을 받고있지 않는가. 이것은 권준범이네 농군들에게만 한한것이 아니다. 이들이 이렇게 되게 된것은 각지의 토지들을 《적산》의 명목으로 몰수해서 신한공사에 집중시키는 한편 뒤문으로 투기업자들과 모리간상배들에게 적지 않게 팔아넘긴 《미군정》때문이 아닌가.

나는 현지에 나와서야 그걸 알게 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속수무책이다. 고작해서 스미스에게 들이댈 생각을 했을뿐이다. 현구는 권로인앞에 앉아있기가 몹시 괴로왔다.

북에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수가 있었는지? 북에 가보고싶었다.

《고관님, 나오십시오. 중낮입니다. 요기도 하셔야지요.》

현구의 귀전에 관리원의 요이 들려왔다.

《중낮… 벌써 그렇게 됐는가.》

현구는 마침이라 생각되여 차린게 있으면 여기로 가져오라고 관리원에게 일렀다.

《여기서야 어떻게… 나오십시오.》

《일없소. 로인네들을 두고 혼자 하겠소? 있는대로 내오시오.》 현구는 엄하게 요구했다.

《예, 령대로 하지요.》

관리원은 마지못해 고안을 정돈하고 멍석을 털어놓았다. 출장소것들은 고관대접을 게삼아 자기들도 먹자던것까지 들여오게 되여 볼들이 부어났다.

현구는 음식들을 권로인네들 앞으로 밀어주며 술도 권하였다.

《고마우이. 이 늙은게 뭐라구 이러시우. 내 서울에 올라가면 또 들리겠네.》 권로인이 하는 말이였다.

《예, 우리 집 사람들도 로인님을 보고싶어합니다. 그때엔 친들도 데리고 오십시오.》

《아무렴, 그러구말구…》

권로인은 술잔을 비우고나서 말을 이었다.

《북에 있는 애들은 소원을 풀었으니 잘들 지내겠지- 정말 여기서도 땅을 받구 복을 누리고싶네. 자나깨나 그리운게 마누라이고 손자이고 맏이를 빼앗긴 며느리라네. 죽기 전에 만나보겠는지…》

로인은 북쪽을 바라보며 흰머리를 저었다.

《로인님, 고정하십시오. 잃은 땅을 찾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믿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현구는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관리원에게 말하였다. 별장지에 대한 대토를 해결하겠으니 로인네들을 박대하지 말라고 그리고 경찰의 허락이 없이는 주모자들을 석방시킬수 없다는 관리원에게 토지문제는 우리가 책임진다는걸 경찰에 통고할테니 안심하라고 일러주었다.

잠시 현구는 고에서 풀려나온 권로인을 부축하고 함께 가자고 하였다.

이때 공교롭게도 그에게 긴급통지서가 전해졌다.

현구는 부득불 로인에게 용돈을 쥐여주며 땅문제를 꼭 성사시킬테니 그리 알고 쉬염쉬염 돌아가라고 하였다.

2

5

 

경호차를 앞세운 차는 봄빛이 짙은 천황산을 멀리하여 읍으로 향하였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현구는 경호원들이 타고온 《스리쿼다》(반트럭)에서 받은 통보서를 꺼내보았다.

《각하, 통지를 접수하면 그 시각부터 소조사업을 중단하고 밀양으로 가셔야겠습니다.》

발신자의 이름도, 소환하는 사연도 없는 급보였다. 밀양은 그가 소조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거기엔 소조책임자실이 있었다.

(급보,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구는 소조사업정형을 스미스나 신한공사에 보고한것이 없었다. 경남까지 돌아보고 돌아가서 종합적으로 보고할 생각이였던것이다.

(혹시 누가 우리 소조사업에 대해 우에 고해바친게 아닌가?)

현구는 실상 그럴수 있다고 짐작하였다. 미국에 아부하며 제 배를우려는자들이 수두룩 할진대 그들속에 스미스와 결탁된자들이 없리 만무하였다.

는 해가 질무렵에 밀양지사에 도착했다.

지사의 현관에 나와있던 서울의 농산국장이 현구를 마중하였다.

《현국장어른,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우리는 령남에서 만나게 되였군요.》

몸이 비대한 황국장이 선웃음을 지으며 현구를 소조책임자실로 데리고갔다.

《?…》

현구의 신경이 바늘끝같이 예민해졌다. 이 머나먼 남해가에서 그를 보게 되다니? 봄철파종실태를 장악하려고 내려오는 길에 받은 부탁으로 짐작되긴 했으나 어쨌든 현구는 불쾌한 기분에 불길한 예감이 겹치였다. 평소에 현구와 황국장은 쥐와 고양이 사이처럼 미묘한 알륵관계에 있었던것이다.

황국장은 토지관리국에 내재하는 약점들을 끈질지게 고발로하면서 농산국의 한개 부서로 흡수하려고 꾀하는 로회한이며 음으로, 양으로 현구의 인기를 깎아내리는 적수였다. 때문에 현구로선 지체없이 그에게 보복을 안겨야 하였으나 그럴수가 없어 기회를 엿보며 지내오는터였다.

걸상에 앉은 황국장이 먼저 말을 뗐다.

《현국장어른, 수고가 크겠습니다. 얼굴이 다 상했군요.》

《본사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 관리국은 더 볶이우겠지요.》

현구는 자기가 없어서 더욱 애먹고있을 관리국을 생각했다.

《마음놓으십시오. 국에선 국장어른의 분부대로 모두들 분발하고있는것 같습니다.》

황국장은 그통에 농산국에서도 일감이 늘어났다고 현구를 올리춰주었다.

《예- 그래서 황국장어른이 현지로 내려오셨겠군요.》

황국장은 눈웃음을 짓더니 간수했던 사각봉투를 내밀었다. 그것은 스미스가 보내는것이였다.

현구는 한식경이 지나서야 그것을 내놓는 상대방의 심보가 고약해 그에게 눈총을 쏜 스미스의 서한을 펼치였다.

《존경하는 현국장각하! 각하의 로심초사에 심심한 사의를 표시합니다. 》

스미스는 이렇게 쓰고나서 다음과 같이 계속했다.

《현국장각하만이 감당할수 있는 관건적인 중대사가 각하의 손길 기다리고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농촌의 개인소유지문제입니다. 현시기 이 문제가 공사의 토지문제에는 비할수도 없이 복잡하고 긴급한 문제로 제기되고있습니다.

군정수뇌부는 기본적으로 결속된 공사의 토지관계문제는 황국장에게 위임하고 각하를 군정의 특사로서 경기도 주원지방으로 파견하기로 하였습니다.… 개인소유지문제는 공사의 소유지문제처럼 일일이 품을 들이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우리 군정은 주원에서 시범을 보이고 모든 지방들에서 그 방식대로 하자고 합니다.》

스미스는 이어 현구의 불의적인 공작이동에 량해를 구하고 새 임지에서 신변에 주의할것을 권고하였다.

《각하! 특사의 소임까지 훌륭히 수행하고 빨리 올라오십시오. 각하를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의 친근한 벗 스미스.》

(공사의 토지관계문제가 기본적으로 결속되였다는건 무슨 소린가? 비법적인 건들이 수두룩한데… 기본적인 결속이란 말도 되지 않는다. 개인소유지문제와 관련하여 주원에서 시범을 보이고 각지에서 그렇게 하도록 하자는건 또 무슨 소린가?)

생각에 잠겼던 현구는 황국장에게 시범조직과 관련해 들은 소리가 없는가고 물었다.

《하, 그런 일이 있는가요? 그건 주원에 가야 알수 있을것 같군요. 난 여기에서 그 편지를 전하고 소조사업을 인계받으라는 지시를 받았을뿐이웨다.》

(그러니 당신이 소조사업?…)

현구는 기가 막혔다. 황국장은 토지관계전문가가 아니였다. 현구는 이런 비전문가를 소조책임자로 보내고 자기를 다른 사업에 돌려놓는 스미스가 몹시 이상했다.

중위견장을 단 젊은 미군장교가 들어왔다.

《존경하는 각하, 다시 뵙게 되여 반갑습니다. 본관은 각하를 주원으로 모셔가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수고하겠소.》

현구는 그때 집에도 스승댁에도 못 가게 하던 장교의 무례성이 상기되면서 더욱 기분이 상하였다.

《각하, 오늘중으로 떠날수 있게 준비하셔야겠습니다.》

《그렇게는 안되오. 공작지를 이동하는 책임적인 사업인데… 어디에서 받은 명령이요?》

《스미스참사관각하의 명령입니다.》

장교는 정할수 없는것이 명령이라고 잡아뗐다. 그리고는 렬차시간에 맞게 차를 가지고 오겠다면서 나가버렸다.

(이것이 특사를 대하는 태도란 말이지.)

현구는 속이 꿈틀거리는것을 걷잡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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