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장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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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청》은 본질에 있어서 군사독재기관이였다.
《군정청》은 괴뢰사법, 검찰, 경찰 반동단체들의 우두머리들로서 《전국시국평정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그것을 막뒤에서 조종하고있었다. 서울시와 각도에는 《시국평정대책반》을 내오고 여기에 무장경찰과 악질행동대를 배속시키였다.
《경찰청》 전대산처장은 대책반의 무장기마대를 거느리고 오전시간에 공장지구들의 파업현장들을 순찰하였다. 말우에 오른 대산의 큰키가 오만스레 거들먹거리였다. 룡산지구 초입에 자리잡은 《유한상공서울공장》의 널직한 정문에는 차단물이 쌓이고 옆문들은 굳게 닫겨있었다. 공장자위대원들이 바깥동정을 살피고있었다. 공장의 철옹성같은 방비와 기세높은 로동자들을 쏘아보는 대산의 눈에는 독기가 서리였다. 은밀히 밀정들과 《대한로총》패거리를 들여보냈으나 맥을 추지 못했다.
공장실태를 돌아보고 청사에 온 대산은 대책반모임에서 무장력을 출동시키기로 토의한 다음 군정의 승인까지 받았다. 곧 행동이 개시되였다.
굴복하라는 함화공작에 이어 기마대를 내몰았다. 기세좋게 공장정문으로 돌입하던 기마대는 무엇에 걸렸는지 더 나가지 못했다.
굵은 전기선에 걸려 저지당한것이였다.
전대산은 일단 퇴각을 명령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자 대오를 편성한 적지 않은 로동자들이 《적기가》를 부르며 공장밖으로 밀려나왔다. 룡산역으로 가는 지원대원들이였다.
현수일이 박용구에게 파업정형을 보고하라는 평택의 지시를 받고 대오에서 떨어져 한참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자동차 두대가 급히 멈춰섰다.
《수일이!》 맨 앞차의 운전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종안이가 뛰여내렸다.
《야, 이 친구!》 수일은 종안을 얼싸안으며 급히 물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차들이야, 촌에서 이렇게 차까지…》
《서울 로동계급을 돕는데 우리도 촌티는 벗어야 하지 않겠나.》하고 종안은 식량이 적어서 두차분밖에 안된다고 미안해하였다.
《두차나 가져왔다구! 그렇게 많이!》
《성의로 알아주게. 농조의 젊은이들이 따라왔네.》
《청년들까지! 싸움판에서 상하지 않게 각성을 높여주게.》
《그만한 각오도 없이 나섰겠나. 로동계급의 투쟁에서 우리도 배우자는거네. 》
《!》
깊이 감동된 수일은 적재함의 세 젊은이에게 손을 들어보이였다. 그리고는 종안의 차에 올라 자전거수리소 앞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각 로조대표들과 모임을 하던 박용구가 차에서 내리는 그들을 맞이하였다.
《박용구동지, 주원군농조에서 식량을 보내왔습니다.》 수일이가 흥분된 어조로 보고했다.
《감사하오. 우리도 농촌의 식량사정을 모르진 않는데 이건 대단한 지원이요.》 하며 박용구는 종안이와 그 일행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수일에게 대오의 뒤에서 식량차를 끌고오라고 지시하였다.
잠시후 집결되였던 대오가 포위된 룡산기관구를 향하여 움직이였다. 기발들이 나붓기고 우렁찬 구호소리가 가을하늘을 진감하였다. 기관구를 통하는 외통다리앞에서 적과 맞다들었다..
박용구의 두눈에선 불이 일었다. 무슨 방도가 있어야 하였다. 일단 대렬의 전진을 멈춰세운 그는 수일에게 공장로조위원장을 불러오라 하였다. 미구에 평택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공장전과는 들었소. 잘 싸웠소. 언제 전기망설치와 같은 묘안을 생각해두었댔소?》 긴박한 정황속에서도 박용구는 여유있게 웃으며 물었다.
《평택동문 저 저지선을 어떻게 뚫고나갔으면 하오?》
《로동계급답게 냅다 밀고나갑시다.》
《냅다 밀고나간다, 단결된 힘으로 말이지.》
《그렇습니다.》
단결이라는 그 말이 수일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졌다. 우린 그 힘으로 공장을 지켜냈고 기관구동무들을 도우러 나왔다.
수일은 지난날 그 힘을 보지 못하고 제혼자 뛰여다닌 자신이 깊이 돌이켜졌다.
《그럼 나가봅시다.》
박용구는 앞장에 서서 종대의 돌파를 통솔하였다. 절대로 대오에서 리탈해서는 안되며 부상을 당하면 서로 부축하면서 굴함없이 저지선을 뚫고나가라고 지시했다.
대오의 앞쪽에서 구호판들이 담벽처럼 일떠섰고 오색기발들이 무성한 수풀처럼 솟아 나붓기였다. 어깨를 결은 대오가 숨쉬는 산악같이 움씰움씰 앞으로 나갔다. 다리목을 봉쇄한 기마대들이 최후발악을 하였으나 대오는 끄덕없었다. 파죽지세로 밀려가던 대오가 마침내 다리목을 차지하였다.
이때 건너편 동뚝우에 전대산처장이 나타났다. 미국제안경을 끼고 말우에 오른 대산은 갈팡질팡하는 기마대들에게 《미시리들…》 하고 쌍욕을 퍼부었다. 그의 두눈은 살기를 띠고 악에 받친 두볼은 피를 탐내듯 푸들거리였다.
평생 사냥개노릇을 해오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였다. 왜정때 로동쟁의와 동맹휴학, 농민항쟁들을 진압하는데서 한번도 가슴이 떨리거나 뒤가 켕겨본적이 없었던 그였다.
해방된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다시는 노예살이를 할수 없다는 그 신념, 새 조선 건설에 일떠선 북반부처럼 자기네도 살아보자는 그 념원을 안고 로동자들이 억척같이 일떠선것이다.
대산은 입술을 짓씹으며 살기뻗친 눈길로 대오를 쏘아보다가 소래기를 쳤다.
《내 명령을 들으라! 사정보지 말고 진격하라, 무자비하게 짓조겨라!》
기마대가 달려갔다. 먼지가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피할 곳도 숨을곳도 없는 다리우에서 두 적대세력이 마주 다가서고있었다.
굳게 뭉친 로동자대오는 《하나! 둘! 하나! 둘!》 힘있게 웨치며 도도히 굽이쳐왔다.
가슴을 조이는 순간과 순간, 드디여 두 세력이 맞부딪쳤다. 문득 돌진하던 선두말이 대오의 함성에 겁을 먹은듯 내닫던 앞발을 쳐든채 더는 나가려 하지 않았다. 기마수가 고삐를 나꾸어채며 옆구리를 걷어찼으나 말은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몸부림쳤다.
불시로 갈기를 곤두세우고 돌따서 내달았다. 그 바람에 기마수가 떨어져 옆의 말발통에 짓밟혔다. 선두말을 뒤따르던 여느 말들도 기수의 말을 듣지 않고 되돌아 내빼였다. 로동자들의 드높은 함성과 펄럭이는 갖가지 색갈의 기발에 된겁을 먹는 모양이였다. 선두말들이 앞발을 든채 울부짖으며 돌아서자 협소한 다리안에선 대혼란이 빚어졌다. 흥분한 말들이 서로 충돌하고 악에 받친 기마수의 악다구니가 팽팽한 공기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전대산의 낯색이 삽시에 꺼멓게 죽었다. 지리멸렬해진 기마대를 돌려세울 방도가 나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피진 두눈이 감전된듯 화등잔만 해졌다.
대오의 선두에서 금속로조서기장과 주먹을 내두르는 젊은이를 발견했다. 젊은이는 분명 현수일이였다. 대산은 지금 당장 수일의 목을 잡아비틀고싶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현구가《군정》소속의 고관으로 등용된 뒤여서 서뿔리 손댈수 없었다.
(기회가 있겠지. 넌 절대로 내 손에서 무사치 못할것이다.)
전대산은 다리를 돌파한 로동자대렬이 기관구를 둘러싸고있는 경찰들을 역포위하고 몰아대는 광경을 뻔히 보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을 개탄하며 뿌드득 이를 갈았다.
박용구네는 기관구로동자들과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동무들이 왔구만! 수고했소! 다친데는 없소? 고맙소.》 기관구로동자들의 목소리는 갈리였다. 얼기설기 뻗어나간 철길들과 층고가 높은 건물들에서도 상봉의 기쁨이 터져오르고 청굵은 목소리들이 울려나왔다.
대오의 뒤를 따라서 두대의 식량차와 적십자표식을 한 치료대가 당도하였다.
미구하여 열린 합동모임에서 련대투쟁을 지휘한 박용구가 격조높이 웨쳤다.
《동무들! 우리는 놈들의 포위를 격파하고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우리는 간고한 련대투쟁에서 해방된 로동계급의 불패력과 필승의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힘은 계급적신념과 단결에 있습니다.
동무들! 앞으로 우리의 투쟁은 더 어려워지겠지만 승리는 단결된 우리의것입니다. 포위속에서도 굶주림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지조를 지켜낸 그 정신, 그 투지로 우리의 요구조건들이 관철될 때까지 굴함없이 싸워나갑시다.》
박수소리, 함성소리… 바로 이때 수일은 차에서 내리는 종안이를 만났다.
《로동계급이 다르긴 달라. 빈손뿐인데도 끄떡없이 돌파해나가더구만!》
《나도 같네. 단결된 집단의 힘! 난 이걸 가슴에 받아안았네.》
그들앞으로 용구가 다가왔다.
《용구동지! 상한데는 없습니까?》
《난 일없소. 종안동무, 돌아가면 농조에 우리 전평로조의 인사를 전해주오. 이번에 농조가 큰 몫을 해주었소.》
《알겠습니다. 저희들은 이번 기회에 비할수도 없이 큰것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종안은 더 할 말이 있는듯 했으나 혀끝으로 입술만 적셨다.
《용구동지.》 수일이가 그를 대신하여 말했다.
《종안동무가 여기 있으면 안되겠습니까? 종안동문 피신해야 할 사정이 생겨서 그럽니다.》
《이곳은 더 위험하오. 놈들이 가만 있겠소?》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나서 수일은 종안에게 물었다.
《종안이, 농촌에서도 반동들의 준동이 심해졌나?》
《눈치만 보던 지주들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네. 상촌의 전지주가 〈민주의원〉으로 출마하겠다는 판이네.》
《그거야 〈단독정권〉을 내온다는 소리가 아닌가? 더구나 상촌의 그 역적놈이 출마하겠다구? 안되겠네.》 하고 수일은 의병대를 왜놈에게 고발한 전치도의 반역행위를 종안에게 자초지종 말해주었다.
《그게 사실인가?! 내 이제 곧 농조에 통보하겠네. 그리구 로동계급의 본을 따서 우리도 더 억세게 맞받아 싸워나가겠네.》
수일은 종안의 손을 굳게 잡아주고 로조를 향하여 룡산역을 벗어났다.
《군정청》이 조작한다는 《과도정부》요, 《민주의원》이요 하는 낱말들이 수일의 구국투쟁의지를 더 한층 가다듬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