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장  항쟁

 

1

 

수시로 변동되는 룡산지구 공장들의 파업정형을 상부에 통보한 수일은 자기 공장으로 내려갔다.

공장로조 리택은 련대투쟁문제를 협의하려고 이웃공장으로 가고 없었다. 공장에서는 반동들의 습격을 막기 위한 방비책에 모두가 떨쳐나섰다. 정문엔 차단물이 설치되고 문과 옆문들에는 유사시에 봉쇄할 장치물들을 준비하고있었다.

수일은 동무들과 같이 문봉쇄작업을 하면서 리택을 기다렸다.

《수일이 왔나. 오래간만일세. 중선이 소식 들었나?》

기계직장 쎄빠공이 명스레 물었다. 수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 감옥밥을 헛먹은것 같애. 몇달 안되긴 하지만 그 기간이 어딘가. 그런데 알고보니 감옥에서 겁만 먹고 나온 자식이야.》

쎄빠공의 눈빛이 번뜩거렸다.

리중선은 초봄에 파업사건으로 감옥에 갇히였다가 현구의 도움으로 풀려나온 동무였다. 지내 리속에 밝은 약점은 있어도 젊은이다운 패기는 있었다.

, 파업초기엔 그자식의 목청이 제일 높았지. 그러던 자식이 무장경의 맛을 몇번 보더니 아버지가 찾는다고 하면서 소니 쳤네.》

《그게 정말이요?!》

수일은 그만에 욱 하였다. 신성한 대오안에서 그런 타락분자가 나오다니? 격분한 수일은 한달음에 남대문시장으로 내달렸다. 남대문시장에 리중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포목점이 있었던것이다.

번성해진 시장은 사람들로 악마구리 끓듯 하였다. 갖가지 색천들 내리드리운 포목점에서 중선이가 아버지와 같이 손님들과 천을 정하고있었다.

《중선이-》 수일은 격한 어조로 불렀다.

《아니, 수일인가. 좀 있게.》 중선은 아버지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나왔다.

《장보러 왔나?》

()

수일은 다짜고짜로 중선을 이끌고 남산기슭으로 빠지는 길목의 나무밑으로 갔다.

《진정하게. 나라구 왜 생각이 없겠나. 철창속에서 무슨 궁냥인들 안했겠나. 하지만 왜정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구 우리의 처지는 달라질게 없네.》

《그래서…》 수일은 그의 진속을 알고싶었다.

《우리가 뭘로 미국을 이겨내겠나. 수일이도 그만 고생했으면 늦기전에 돌아서게. 내 언제부터 하자던 말일세. 너야 머리도 좋고 또…》

《중선이, 그게 진속인가.-》

수일은 그의 말을 중도에서 가로챘다. 동무들은 공장을 지켜 싸우는데 제 볼장을 보고있으니…

그의 몸에도 조선청년의 의로운 피가 흐르고있는가?

수일은 분격을 금치 못하며 목청을 높이였다.

《우린 제 나라를 찾고 자주적으로 살아가자고 싸우는거야. 네가 이걸 몰라서 수전노가 되자고 하나? 더럽네, 더러워. 네가 정말 돈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단 말인가? 몇푼의 돈이 사람을 변질타락시키고 종당에는 량심도 정의도 팔아먹는 배신자로, 미국놈의 개로 전락된다는걸 네가 모르는가? 어느새 그런 구역질나는 돈벌레로 굴러떨어졌나.…》 중선은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나무밑으로 어스름이 깃들고 전조등을 켠 승용차들이 지나갔다.

《난 가겠네. 공장으로 나오게. 조선사람모두가 잘살아야지 자기자 호강하겠나? 진심이네. 공장으로 오게.》

수일은 공장으로 돌아섰다.

공장으로 통하는 길목들에 무장경과 《서북청년단》거리들이 깔려있었다.

길건너편의 감나무에 몸을 숨긴 수일은 속이 다. 늦어도 저녁집계시간까지는 상부에 공장로조 통보서를 보내야 했던것이다.

어떻게 뚫고 들어간다?

정황을 살피며 모대기던 수일은 공장에서 철길옆 개울로 내보내는 주물직장 대형오수관에 생각이 미쳤다. 그는 지체없이 철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개울을 뛰여넘어 공장담장에 가서 붙었다. 담장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가다가 오수관위치를 알아보고 그안으로 기여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손더듬으로 무릎걸음을 하였다. 바닥의 오수에 허벅다리가 잠기였다.

허우적거리며 한 걸으니 망호루의 숨구멍이 희미하게 알리였다.

그는 그밑으로 기여가서 두손으로 망호루뚜껑을 조금씩 밀어제꼈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와 뚜껑을 본래대로 맞춰놓았다. 몸은 오수와 땀으로 범벅이 되고 기력마저 진하여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는 간신히 주물직장세면장에 찾아가서 몸을 씻고 계선작업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통지문을 가지고 파업지휘부로 달려갔다. 지휘부는 정문이 내다보이는 설계실에 자리잡고있었다.

수일이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아니, 수일동무가?》

택위원장은 놈들의 봉쇄망을 뚫고 들어온 수일에게 상한데가 없는가고 물었다.

《없습니다. 그런데 이 통지문이 늦어져서…》

수일은 속으로 중선을 욕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택은 말없이 그것을 받아본 공장로조의 보고서를 봉투에 넣어 그에게 주었다.

《또 수고해야겠소.》

수일은 곧 돌아섰다.

《가만, 혼자서는 안되겠소.》

택은 그가 놈들의 경계망을 안전하게 넘어갈수 있게 자위대원을 붙여주었다.

수일은 세거리옆과 남양극장쪽으로 나와 구경군들속에 끼워서 주위를 살펴보고 목에서 겨불내가 나도록 서울역쪽으로 냅다 뛰였다. 그는 로조청사에 이르러 야간당직의 단속을 받아가며 2층조합서기실로 올라갔다.

조합서기인 송동무는 지구별담당 통신원들에게 에워싸여있었다. 로조중앙에서는 파업투쟁에서 로동계급의 선봉적역할을 더욱 높이기 위한 비상회의를 준비하고있었던것이다.

송동무는 수일의 인사를 받고도 여전히 다른 통신원들을 상대하고있었다.

수일은 기분이 상했다.

얼마 시무룩해있는 수일을 송동무가 불렀다.

그는 잠시 심중한 눈길로 수일을 지켜보다가 무겁게 말을 뗐다.

《그동안 수고했는데 이젠 공장으로 돌아가도 되겠소.》

《공장으로요?… 해임입니까?》

수일은 울컥하는 성미대로 부르짖듯 말했다.

《그 리유는 본인이 잘 알거요.》

수일은 가슴이 찔리였다. 자기는 《미군정》사환군의 자식이다. 로조중앙의 통신원으로 동원될 자격이 없다는것이 아닌가.

수일은 생각되는바가 없지 않았으나 수긍할수 없었다. 박용구서기장동지는 수일인 아버지와 다르다, 마음놓고 공작하라고 힘을 주지 않았던가.

수일은 종합서기에게 더 말을 못하고 서기실을 나섰다.

복도좌우의 방들에서 토론에 열기를 띤 목소리들이 울려나오고 문건을 든 역원들이 복도와 문으로 드바삐 돌아갔다.

자기 지방의 형편들을 주고받으며 지방대표들이 둘셋씩 회의실로 모여들 갔다. 통신원들도 방청으로 참가하러 가고있었다.

유독 자기만이 반대쪽으로 가자니 죽을맛이였다.

《여- 룡산! 청사밖에서 아가씨가 찾고있네.》

지나가던 마포지구 통신원이 알려주었다.

《아가씨라니?…》

수일은 내키지 않았으나 뜨직뜨직 현관을 나섰다.

청사주변으로는 목총을 든 자위대가 서있고 정문밖 게시판에는 구호들과 전투속보들이 나붙어있었다. 그 속보판앞에 흰 동정이 또렷한 밤색저고리에 깜장치마를 입은 날씬한 처녀가 책가방을 들고 서있었다.

(아니? 성아씨가?)

아버지와 함께 남산집을 다녀간 로는 만나보지 못한 성아였다.

대학공부를 하면서부터 지성을 갖춘 매력있는 처녀로 변모된 성아 보게 되자 수일의 가슴은 설레였다. 그의 발길은 마음과 달리 더듬거렸다. 여느때라면 한달음에 달려가 녀대생의 정다운 손을 잡고 여기 금속로조에서 만난 상봉의 기쁨을 한껏 나누었을것이다. 수일은 로조통신원직무에서 해임된 자신의 신세가 개탄스러워 마음을 다잡느라 애썼다.

《난 누가 찾아왔는가 했더니 성아씨였구만. 그래 여긴 어떻게?》

성아는 동맹휴학기간 공부를 하려고 촌으로 가는 길인데 렬차시간이 있어서 공장으로 갔다가 여기에 있을것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고 하였다.

수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내짚었다.

《여기가 금속로조중앙이라지요. 아주 이동해오셨나요?》

성아는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로동자로서 중앙기관으로 소환된 수일이가 돋보인 모양이다.

《아니 동원이요. 적은 공장에 그냥 있소.》

수일은 기여드는 목소리로 대답한 말머리를 바꾸었다.

《동맹휴학이여서 공부하러 집으로 간단 말이지. 물론 공부도 해야지, 학생의 본분이니까.…》

수일은 말꼬리를 끌었다. 통신원공작사업에서 밀려난 자기로서 발언권은 없었으나 성아가 글뒤주로 될것 같아 마음이 편안치 못했다.

《성아씨, 공부는 왜 하오? 겨레를 위해 복무하자는데 있지 않을가? 군정이 강요하는국립대학설립안이 실시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오? 대학들의 자률화와 학문연구의 독자성이 억제되고 교육이 왜정때처럼 식민지화되게 되오. 대학들에선 그래서 들고일어났지. 그데 성아씬…》

성아의 머리가 천천히 들리였다.

《수 오빠의 충고가 신통히도 상급언니들의 조언과 같군요. 전 시간이 아까워서 그랬는데 제 생각이 짧았던가 봐요.》 하며 성아는 자기 마음도 역시 가지 못하다고 하면서 덧붙여 말했다.

《수 오빠도 빨리 동원을 끝내고 부모님의 의향대로 대학으로 가야 하지 않을가요?》

《대학!》

수일은 대학에 유혹되는 자신을 걷잡기 힘들었다. 그것은 부모님의 소원이자 자신의 희망이기도 했다. 게다가 동원에서 제명된 상태이니 부모님의 원밑에 대학공부를 할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수일은 길게 숨을 내쉬였다.

《나도 대학에 가고싶습니다. 하지만 대학들에서도 공부를 못하고 싸우고있지요. 그러니 잘못된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가요?》

수일은 시대가 제기하는 급선무를 강조하고 말을 이었다.

《나는 공부를 해도 우리 아버지처럼 배운 지식을 외세에 바고싶지 않소. 그렇게 하는건 차라리 안 배운것만도 못할것 같단 말이요. 난 그래서 시급히 사회적과제부터 해결하는데 미력한 힘이나마 바결심이요.》

머리를 숙인 성아는 아버지와 다른 수일의 립장과 그가 자기한테서 바라는바를 새겨보는듯 눈을 내리깔았다.

역사쪽에서 기적소리가 울려왔다. 그 소리에 성아는 숙였던 머리를 쳐들며 수일이를 쳐다보았다.

《전 그럼…》

《잘 가오. 은실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봐주오. 우리 수처럼 생각하구…》

수일은 전대산이가 렴탐군처럼 자기 집을 다녀간 은실을 주원으로 보냈었다.

《알겠어요. 꼭 알아보겠어요.》

그들은 이렇게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결국 수일은 성아가 투쟁의 길에 나서겠다는 다짐을 받아내지 못한것이다.

허전한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다. 수일은 자신을 두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로조중앙의 통신원으로 동원되게 되자 하늘의 별이라도 따낸듯이 우쭐대던 일이며 상급의 승인도 없이 주원사건에 관여하여 구금생활까지 한 일이며 그리고 오늘은 장터로 나간 동무를 설복한다며 통신원임무까지 망각한 자의적인 행동들은 소총명과 개인영웅주의적인 행동으로서 백해무익한것이다.

그는 이제 박용구서기장을 찾아가서 반성도 하고 결의도 굳게 다지리라 마음먹었다.

청사로 돌아온 그는 2층으로 올라갔다. 아직 회의중이여서 복도는 조용하였다.

복도에 그냥 서있을수 없어 후원으로 나온 수일은 그곳에서 구호판들과 프랑카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일손을 도와주었다.

얼마 모임을 마친 지방대표들이 선전부가 제공하는 직관물과 삐라뭉치를 가방이나 보자기에 싸들고 총총히 청사를 빠져나갔다. 수일은 일손을 놓고 2층으로 올라가 초조한 마음으로 서기장실 문을 두드렸다.

《예, 들어오시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수일은 잠시 망설이였다.

그러는데 나드는문이 열리였다.

《수일동무로구만. 왜 그러고있나. 어서 들어오라구.》 하며 박용구는 수일을 방으로 이끌었다.

《용구동지, 저에겐 잘못이 많습니다. 내려가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만나뵙자고 남았댔습니다.》

수일은 그한테서 배우며 자라난 나날이 새삼스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올랐다.

《수일동무, 앉아서 이야기하자구. 동무의 성격에는 매여있는것보다 자유로운게 좋지 않을가? 그래서 동물 공장으로 보내라고 한거야.》

수일은 그 말마디들이 채찍처럼 자기를 려치는것 같았다.

《그렇지 않나, 공장에선 무엇이 잘못되면 다시하거나 고쓸수 있지만 여기선 그렇게 될수 없지. 그렇지 않나?》

《저는 범한 과오를 심심히 느끼고 통신원자격도 없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박용구동지앞에서 머리를 들수가 없습니다. 앞으론 무슨 일을 하든 오늘의 교훈과 제 처지를 명심하고 각성하겠습니다.》 수일은 회오에 잠겨 자기반성과 결심을 다지였다.

《동문 주원사건때에도 출해서 그렇게 빌고 맹세했었지.》 전날의 자의적인 행동까지 언급하는 박용구의 지적은 준절했다. 수일은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박용구는 한동안 수일이를 지켜보다가 가로 다가갔다. 높아진 가을하늘은 가없이 맑게 열리고 려객렬차의 기적소리가 길게 울려왔다.

각지의 전구들로 떠나는 대표들을 태운 남행렬차의 출발신호같았다. 수일이를 놓고 여러모로 생각이 깊었던 용구의 안색이 서서히 리였다.

수일은 비교적 민족의 얼이 간직된 가정출신으로서 로동계급의 위업에서 사회적리상을 발견하고 공장에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중학중퇴생이였다.

해방된 에는 북반부를 따르려는 신념을 굳히며 친미적인 아버지때문에 더욱 반미구국투쟁에서 견결하고 헌신적인 젊은이로 변모되여가고있었다. 때로 발로되군 하는 과격한 행동이 문제이긴 했으나 그것 역시 제딴에 잘해보자는데로부터 출발된것이여서 앞으로 투쟁속에서 극복할수 있는것이다.

가에서 물러난 박용구는 서류장안의 꾸레미를 탁자우에 갖다놓으며 입을 열었다.

《이리 오라구. 우리 점심이나 함께 하기요.》

《전 가서 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소. 다른 동무들은 점심에 담당구역으로 곧 떠날거요. 자, 바투 와앉으라구. 이건 녹두지짐이고 이건 찰떡이요. 충북대표가 가져왔더구만.》

수일은 가슴속 한복판에서 불뭉치같은것이 치밀어오르는것을 꿀꺽 삼키며 음식들을 씹었다.

《물을 마시라구. 그러다가 얹히겠네.》

《용구동지도 드십시오.》

《내 걱정은 말구 많이 먹으라구.… 요즘 아버님은 어떻게 지내시오?》

《아버지는 집에 오시지 않습니다. 아버진?…》

수일은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가슴이 아파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도 알고있소. 동무 아버지는 자기 처지가 일시 개선되자 미국에 속히우고있소. 하지만 자식된 도리는 잊지 마오. 자수성가한 아버지였던만치 그걸 깨닫게 될게요.》

박용구는 그쯤하고 화제를 돌리였다.

《우리는 지금 판가리싸움에 진입했소.군정은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고 강도적인 본성을 드러냈소.…》

룡산지구만 해도 로조들이 습격당하고 핵심들이 련행되였다. 놈들은 《전》(로동조합전국의회)로조를 해산하고 《군정》에 절대복종하라고 로골적으로 강박해나섰다. 《전》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반미투쟁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포위된 룡산기관구 로동자들을 지원하는 련대투쟁을 벌리기로 하고 총지휘를 금속로조의 박용구서기장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우리의 투쟁임무가 간단치 않소. 하지만 두려울건 없소. 싸움선 언제나 정의가 이기지 부정의가 이기는 법이 없거던.》

박용구는 조성된 정세의 엄혹성과 긴급한 과제들을 알려준 다음 이렇게 말하였다.

《수일동문 지난 파업때 주원군농조에 가본적이 있지?》

《예. 식량을 지원받으러…》

《다른건 우리가 하겠는데 식량이 있어야겠소. 그 동무의 이름이 뭐라더라, 군농조의 청년부장 말이요.》

《김종안이라고 합니다.》

《옳아, 김종안이라고 했지.… 그 동무한테 찾아가봐야 하겠소.》

《과업만 주십시오. 종안은 저의 학동무입니다.》

박용구는 계급투쟁을 그 무슨 운동경기를 대하듯 하는 수일에게 한마디 하였다.

《싸움이 간단치 않소. 피를 흘릴수도 있소. 절대로 즉흥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 하오.》

《알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수양을 쌓겠습니다.》

박용구는 수일에게 공장로조에 시달할 지령서를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공장동무들과 같이 행동하다가 이틀 11시에 룡산역앞마당으로 나오라고 일렀다.

《역전광장에서 만나자구. 그곳에서 동문 지휘부의 련락원으로 활동하게 되오. 그때 종안동무와 련계를 취하도록 하오.》

(지휘부련락원!)

수일은 감동이 컸다. 해임됐던 자기가 그와 같은 중임을 맡게 된것이다.

《용구동지, 한가지 어려운 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수일동무의 요구라면 들어야지. 말해보오, 시간이 없소.》

《저의 이모부때문에 그럽니다.》 하고 수일은 《군정》통역관이였던 이모부가 해임된 이야기를 한 자기가 귀향하려는 이모부를 못 가게 했다고 말했다.

《피해를 보고도 물러나는것 같아 그랬습니다. 용구동지, 이모부를 의로운 길로 인도해주십시오. 통역은 했지만 량심은 깨끗한 분입니다.》

《음, 해를 입고도 물러나는건 조선사람의 기질이 아니지. 수일동무가 잘했소.》 용구는 수일의 의협심과 민족적기개에 탄복했다.

《이모부가 통역을 했다면 외국어전문가겠구만. 이모부를 우리에게 보내줄수 있겠소? 힘껏 도와주겠소.》 용구는 일전에 신문사에서 외국어전문가가 있었으면 하는 말을 들었던것이다.

《고맙습니다. 제 곧 오게 하겠습니다.》

미구에 수일은 공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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